박근혜 표 개헌, '임기단축' 카드라도 던져야…
박근혜 표 개헌, '임기단축' 카드라도 던져야…
[분석] 8.15때 '靑 개헌 건의' 묵살한 박근혜, 진짜 노림수는?
2016.10.24 17:32:15
박근혜 표 개헌, '임기단축' 카드라도 던져야…
공교롭게도 10월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부친의 기일을 이틀 앞둔 24일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개헌 블랙홀'론을 뒤집은 것은 물론이고, 본인이 '개헌안'을 만들고 발의할 수 있다는 적극적 의지까지 내비쳤다. "지금부터 향후 개헌 일정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주도할 입장"(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이 개헌 관련 최종 보고를 받고 사실상 이를 제안하기로 결심한 시점은 지난 18일경으로 보인다. 김재원 정무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10월 18일, 개헌의 향후 일정과, 그 방향, 그리고 시정 연설에 포함될 원고를 보고드렸다. 그리고 이후에는 대통령께서 시정연설을 하신 내용으로 (개헌 제안이) 구체화 됐다"고 했다. 

18일은 '최순실 게이트' 의혹이 정점 향해 치닫고 있을 때였다. 마침 전날(17일)에는 예정됐던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취소됐다. 그리고 20일에는 박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고, 박 대통령은 그날 오후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 표명을 했다. 개헌에 불을 지핀 시점과 관련해 정략적 의도가 엿보이는 지점이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임기 중에 완성"하겠다고 제시한 목표는 실제로 가능할까? 

▲ 박근혜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두고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난했었다. 2007년 <조선일보> 갈무리.


상상 이상의 '강력한 의지' 표명… '임기 단축' 카드라도 갖고 있는 것일까?

헌법 제128조를 보면, 헌법 개정(개헌)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개정안을 낼 경우 20일간 공고된 후,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30일 이내에 국민 투표에 부치게 되고 유권자 과반수의 찬성으로 헌법 개정안은 확정된다. 

개헌은 국회를 무조건 거쳐야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에 찬성할 친박계 의원 수는 많아야 50명가량이다. 나머지 새누리당 의원이나 야당 일부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 배경에 강한 의구심을 품고 있으며, 다수의 야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직접 만든 '개헌안'이 발표되면 상황은 아마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개헌이 실제 가능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개헌 여론이 70%에 달한다고 말했지만, 이는 '각론'에 대한 의견차를 무시한 '개헌' 그 자체에 대한 여론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같은 사실을 청와대가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개헌을 제안했고, 이를 주도적으로 끌고 가겠다고 천명했다. 

대통령의 의지가 이 정도 수준으로 강력하다면, 야당조차 거부할 수 없는 카드를 쥐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자기희생을 전제하는 카드가 없다면 야권은 오히려 개헌을 계기로 더욱 결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개헌은 반대하지 않지만, 대통령 주도의 개헌은 반대한다는 입장은 야권에서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다. 

야권 내에서 의견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하다. 박 대통령이 그런 카드를 내놓는데 성공한다면, 정국을 뒤흔들며 계속 주도권을 쥐고 갈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임기 단축' 카드다. 

먼저 박 대통령의 '개헌 구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이 구체적인 개헌안을 언급한 최초의 시기는 지난 2009년, 이명박 대통령 임기 초반 시절이다. 당시 여권의 유력한 차기 주자로 꼽히던 박 대통령은 5월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4년 중임제를 하면 대통령도 행정부도 책임감을 갖고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대통령 중임제, 국회의원 선거와 대선을 일치시키는 것"을 특별히 언급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소신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원칙'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 성정상, 말을 쉽게 뒤집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후보 시절에도 '4년 중임제'를 내놓았었다.  

김재원 수석은 "박 대통령의 임기 단축도 가능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논의는 열려 있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이를 실현시키는 방법은 복잡한 계산을 필요로 한다. 일단 2020년 총선에 맞춰 차기 대통령 임기를 줄이는 방안이 가능하다. 차기 대통령이 임기 절반을 내놓아야 가능하다. 물론 유력 주자들이 찬성할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스스로 임기를 줄이고 차기 주자의 임기를 최대한 확보해주는 수준에서 조기 대선을 치르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 상상력'의 산물일 뿐, 실제로 가능하리라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다. 

게다가 국회에서는 '백가쟁명'식의 개헌안이 난무한다. 김무성 전 대표, 최경환 의원 등은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야당 내에서도 권력구조 개편안은 의원 수만큼이나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종인 전 대표의 경우 '내각제'를 언급했으나, 박 대통령이 그에 관심이 있는지 여부도 알 수 없다. 

만약 향후 정부 내에 꾸려질 '개헌 논의 기구'에서, 혹은 친박계 내부에서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 등이 유력하게 떠오를 경우, "개헌은 결국 친박의 정권 연장 프로젝트"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도 '반기문 대통령, 친박 총리'론은 그 진의와 관계없이 거센 반발에 부딪혀 왔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박 대통령이 '임기 단축'과 같은 카드까지 사용할 수 있느냐 여부다. 박 대통령의 그간 권력 운용 스타일을 보면 본인의 '임기 단축'과 같은 것은 상상할 수 없다. 

▲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을 제안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대통령은 왜 8.15 경축사 통한 '개헌 제안' 의견을 무시했나?

결국 박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 정국의 노림수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국면전환용이다. 둘째, 차기 정권 재창출을 위한 포석이다. 

첫째 노림수는 개헌 제안 시점을 짚어봄으로써 분석할 수 있다. 김재원 수석의 설명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6월 9일 김 수석 임명을 계기로 개헌 관련 내부 논의를 본격화했다고 한다. 당시 청와대 일각에서는 '8.15광복절 경축사에 개헌을 제안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이는 박 대통령에 의해 거부된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확실치 않다. 아마도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수석은 이후에도 "개헌에 관한 여러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언제든 결심하시면 곧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준비를 지속해 왔다"고 했다. 그리고 최종적인 보고서는 지난 추석 연휴 직전인 9월 13일경 박 대통령에게 올라갔다. 박 대통령은 이를 검토한 후 추석 연휴 마지막 시점 즈음인 17일~18일께 "개헌 준비"를 지시했다고 한다. 

김 수석이 밝힌 개헌 관련 마지막 보고는 지난 10월 18일이다. 이때 사실상 박 대통령은 개헌 제안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은 중요하다. 우선 전날인 17일에는 예정됐던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가 갑자기 미뤄졌다. 박 대통령 개인을 둘러싼 측근 비리 의혹으로 '정치적 위기'가 고조되는 시점이었다. 지난 8월 15일에 개헌 제안 주장이 묵살당한 것도 의구심을 자아낸다. 최근 들어 급하게 개헌이 추진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른바 '국면 전환용'으로 정치권의 판 자체를 뒤흔들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정략적 의도와 함께 '정권 재창출' 프로젝트와 연관 짓는 해석도 많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2007년 노무현 정부 임기 말보다 현재 상황은 낫다. 당시에는 청와대 빼고 다 반대였지만, 지금은 그래도 친박계 중심으로 동조 세력이 있다. 개헌론을 꺼내 차기 주자들의 힘을 분산시키고 본인이 활동할 공간을 열어두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만약 박 대통령 말대로 임기 내에 개헌이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퇴임 후의 안전판도 만들 수 있다는 포석을 깔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래 권력을 위해 달리고 있는 대권주자들 틈에서 '저무는 권력'으로 취급받지 않고, 차기 대선에 적극 개입하고자 하는 의지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윤 실장은 "문제는 시기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 의혹으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개헌론 제안을 순수하게 볼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것은 실제 개헌 추진 동력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인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도 "시기가 매우 좋지 않다. 제대로 숙성되지도 않은, 관철 여부조차도 불투명한 개헌 논의라고 하더라도, 일단 제안을 해야만 하는 그런 박 대통령의 현재 정치적 상황을 잘 말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략적 개헌'이라는 비판까지 감수하면서 갑자기 개헌을 추진하는 상황이라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지가 관철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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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기자 ilys123@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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