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밝힌 촛불 20만 개의 과학
광화문 밝힌 촛불 20만 개의 과학
[월요일의 '과학 고전 50']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혁명이 일어나는 것도 어떻게 보면 구성원 사이의 협동성으로 집단 성질이 떠오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올해 촛불 시위야말로 집단 성질의 떠오름 현상을 화려하게 보여 준 놀라운 보기라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지난 11월 5일, 다시 한 번 20만 개의 촛불이 광화문을 수놓았다. 하나하나 모인 시민의 마음은 한 뜻이 되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최순실 국정 개입 의혹 진상 규명"을 강력하게 요구하였다. 역대 최저치인 대통령 지지율 5%는 우리나라에 상전이가 임박했음을 가리키는 듯하다. 잘못된 힘들의 균형을 깨고 이를 바로 세우려는 시민들의 자정 작용이 시작된 것이다.

현 세태는 마치 '과학 혁명의 구조'를 설명하던 한 구절을 읽고 있는 듯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곧바로 '기존의 것이 틀렸으니 바꾸자'고 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보수성이 있기 때문에 기존의 것을 바로 버리지 않고 '이것은 뭔가 비정상적이다' 하고 치부해 버립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쌓이다 보면-변칙 또는 비정상성이 계속 축적되다 보면-더는 '예외적이고 잘못된 것'으로 치부할 수 없게 됩니다. 기존의 패러다임이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되지요. 그러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그렇게 해서 과학 혁명이 일어납니다."

▲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책갈피 펴냄). ⓒ책갈피

위에 인용한 내용을 담은 오늘 이야기하려는 책은 '최고의 물리학 입문서'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두 문화'의 골을 건너 사회, 정치, 철학, 교육, 문학, 예술을 넘나들며 과학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최무영 지음, 책갈피 펴냄, 2008년)를 소개한다.

이 책은 저자인 최무영 교수가 서울대학교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한 물리학 강의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 과정의 강의를 바탕으로, 현대인의 교양이 될 물리학을 소개하고자 2008년 1월부터 <프레시안>에 '최무영의 과학 이야기'로 연재한 내용을 엮었다.

"물리학 입문서를 소개하라면 주저하지 않고 이 책을 권하겠다"는 장회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말씀에 이 책을 읽은 대부분의 독자는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더욱이 이러한 찬사를 저자가 여는 글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과학과 삶의 진정한 의미를 성찰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신 스승에게서 들었을 때의 감개무량함은 어떠했을까?

본인 대신 이런 책을 써주어 고맙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장회익 교수의 추천사는 어느 서평보다 정확하고 저자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글로 아래에 옮겨 본다.

"물리학의 정수를 그 안에 담아내면서도 이것을 쉽게, 재미있게, 그리고 간결하게 전달한다는 것은 단순히 물리학을 안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물리학의 내용에 대한 완벽한 파악은 물론이고 이것을 마음대로 반죽하여 원하는 형태로 얼마든지 변형해 내는 마술가적 소양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물리학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이해가 필요하며, 여기에 다시 이를 말로 표현해 낼 언어적 구사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러한 소양을 가졌다 하더라도 학문 세계에서 별로 큰 보상이 따르지 않는 이러한 작업에 선뜻 뛰어들어 이를 하나의 책으로 완결시켜 나가기까지의 노력과 인내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 정상급 물리학자로 손꼽히는 최무영 교수가 이 일을 해 주었고 그것도 아주 잘 해내었다는 것은 우리 학계 그리고 문화계로서는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나는 물리학이 어렵다고 하는 신화를 믿지 않는 사람이며 물리학에 대한 기본 이해가 21세기의 필수 교양이라고 믿는 사람이면서도 지금까지는 늘 물리학에 대한 좋은 입문서를 소개하라면 말문이 막혀 왔다. 그러나 이제 더는 주저하지 않고 권할 만한 책이 생겼고, 이것 하나만으로도 내게는 커다란 기쁨이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추천사에서는 아직 '두 문화'에조차 이르지 못한 한국의 과학 문화를 개탄하며, 최무영 교수의 노력이 과학자들 사이의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되어, 인문학과 지성계 일반으로 연결되길 희망한다. "분절된 두 문화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리라" 기대를 하며 후학들에게도 미션을 제시하는 듯하다.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소설가, 행정가인 찰스 퍼스 스노우 경이 <두 문화>(찰스 퍼스 스노우 지음, 오영환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를 통해서 '인문학'과 '과학' 사이에 서로 잘 모르고 이해하지 못하며 서로 무시하는 것을 지적하며 들었던 단적인 유명한 일화가 있다.

"전통 문화의 기준에 비추어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과학자들의 무식함에 대하여 신이 나서 유감을 표명하는 모임에 여러 번 참석했었다. 한두 차례 당하고 나서, 나는 그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열역학 제2법칙을 설명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반응은 싸늘했고 또 부정적이었다. 그때 나는 '당신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은 적이 있습니까?'에 해당하는 과학 질문을 던졌을 뿐이었다. 만일 내가 더 쉬운 질문, 예컨대, '당신은 읽을 수 있습니까?'에 해당하는 질문으로 '질량 또는 가속도는 무엇인지 아나요?'라고 물었다면, 그 교양 있는 열 사람 가운데 불과 한 사람 정도만이 내가 자기네들과 같은 언어를 쓰고 있다고 여겼을 것이다. 현대 과학의 위대한 체계는 이렇게 진보하는데, 가장 현명하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것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구석기 선조들의 수준이다."

이런 논의가 있은 지 50여 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우리는 이런 질문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셰익스피어도 안 읽었고, 열역학 제2법칙도 모른다. 걱정 마시라(가만히 있으라). 우리 대부분이 그렇다. 셰익스피어는 입시를 위해 요약본으로 읽었을 것이고, 열역학 제2법칙의 개념이 적용된 수능 문제의 답은 맞힐 수 있게 훈련되었다. 입시 이후로는 취업을 위하여 달렸을 뿐이지 이런 물음이 사치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이게 우리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그런데 사실은 걱정해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우리 사회가 겪은 10년 전의 '이공계 위기'와 최근의 '인문학 위기'에는 사회 구조가 만들어 낸 이른바 돈 되는 학과로 치열하게 진학하여 나타난 학문간 쏠림만이 있었을 뿐이고, 불행히도 이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입시 경쟁 속에서 대학은 취업을 위한 학과 전문화 교육에만 매진한 탓에 각 학문 분야 사이의 골은 더 깊어진 상태다.

인문학과 과학적 교양이 정말 사치품과 같이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된 것이다. 최무영 교수의 강의를 좀 들어보자.

"교양이 사치품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물론 교양이 없어도 '생물학적' 삶을 살아가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과 사회 그리고 자연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이해가 없이는 현대인과 현대 사회를 이해할 수 없고 주체적 삶을 만들어 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교양이란 단순한 치장이 아니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소양이고 능력입니다. 특히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미래를 건설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어제 들어 올려진 20만 개의 촛불은 당장은 현 정권의 퇴진과 비선 실세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그 큰 뜻은 좀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고 인간다운 세상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려는 의지일 것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이상 없도록 우리가 깨어 있어야 한다. 현대 사회를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인문학과 과학의 교양으로 무장해야 한다.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에서는 물리학과 과학의 기본에 최대한 충실했을 뿐 아니라, 완벽히 파악하여 마음대로 어떠한 것에든지 적용해 낸다. 문학, 음악, 미술 등의 문화 예술에 자유자재로 적용하는 것은 물론, 이과/문과로 나뉘어 있는 교육의 현실을 한탄하고, 일본 식민사관에 반대하고, 인혁당(인민혁명당) 사건에 대해 분노하는 등 역사, 사회, 정치 문제에도 사이다와 같은 견해를 제시해 준다. 또한 과학과 기술의 가치와 우리의 삶을 고민한다.

이와 같은 최무영 교수의 인문학과 과학을 아우르는 노력이 최근 인문학에 대한 과학적 고민과 접근을 시도한 김범준 교수의 <세상물정의 물리학>(김범준 지음, 동아시아 펴냄)과 김상욱 교수의 <김상욱의 과학 공부>(김상욱 지음, 동아시아 펴냄) 그리고 과학과 기술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인 홍성욱 교수의 <홍성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홍성욱 지음, 동아시아 펴냄)와 같은 역작으로 이어져 우리 삶의 가치를 밝힐 교양의 횃불이 되어 주고 있다. 또한 이러한 노력들이 대한민국의 '두 문화'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 줄 거라 믿는다.
tyio@pressian.com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