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개헌특위인가?
누구를 위한 개헌특위인가?
[프레시안 뷰] 정치개혁이 우선…만 18세 투표권 보장해야

박근혜 탄핵 소추 결의 안이 통과된 것이 12월 9일, 금요일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주 월요일인 12월 12일에 여야 3당이 모여서 한 일은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것과 국회에 개헌특위를 구성한다는 것이었다.


탄핵 소추 결의가 끝나자마자, 이렇게 사이좋게 모여서 합의를 할 만큼 '개헌특위'에 대한 공감대는 높았다고 할 수 있다.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일부 국회의원들도 개헌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 이야기를 믿기 어렵다면, JTBC의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를 통해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던 날이었던 지난 10월 24일로 돌아가 보자. 그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당연히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는 것을 염두에 두고 개헌으로 물타기를 하려던 의도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날 박근혜 대통령이 했던 멘트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 안을 의결해야 할 국회의원 대부분이 개헌에 공감하고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국회가 탄핵 소추 결의 안 통과 이후에 곧바로 개헌특위를 구성한 것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이야기는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국회가 개헌특위를 구성해서 개헌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것은 여러 우려를 낳는다.

첫째,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 개편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기가 나왔다. 만약 이런 식의 시도가 현실이 된다면,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기득권 정치판 자체의 교체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1988년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진 이후에, 1990년 여당과 야 2당이 합당을 하면서 인위적인 정계개편이 이뤄졌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1997년 IMF 금융위기를 낳은 한 원인이라고 본다. 거대여당이 독주하는 정치가 벌어지면서, 규제 완화와 개방이 '절대선'인 것처럼 밀어붙여졌고, 그것이 금융 위기의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인위적인 정계 개편이 추진된다면, 그것은 유권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촛불 민심을 배반하는 것이며, '헬조선'의 현실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둘째, 정계 개편까지는 아니더라도, 국회의원들끼리 모여서 헌법 개정에 대해 논의하는 자체가 문제가 있다. 물론 헌법에 따르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헌법 개정 안을 발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헌법 조항이 그렇다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1조의 정신을 생각한다면, 헌법 개정의 과정에 주권자인 국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시민들의 힘으로 권력자를 끌어내렸던 1960년 4.19 혁명과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에도, 헌법 개정은 정치권에서만 논의해서 통과됐었다. 그런 식의 헌법 개정의 결과가 지금의 참담한 상황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 이상 정치권만의 헌법 개정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헌법 개정은 반드시 시민들이 참여하는 헌법 개정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광장에 나온 촛불 시민들이 바라는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을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국회의 개헌특위가 아니다. 개헌의 내용을 시민들이 참여해서 논의할 수 있는 절차부터 설계해야 한다. 그래서 '시민 참여 개헌 절차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아일랜드, 아이슬란드에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해 본 경험을 갖고 있다. 이 나라들에서는 추첨으로 뽑힌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티즌즈 어셈블리(citizen's assembly)'를 만들어서 헌법 개정의 내용을 토론했다. 그리고 온·오프라인으로 광범위한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서 헌법 개정 토론에 반영하는 과정도 거쳤다. 


이번 개헌은 이런 과정을 밟아서 광범위한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 추진되어야 한다. 국회의원 몇몇이 개헌특위를 만들어 논의할 문제가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집이 잘못 지어져서 물이 콸콸 새고 있는 상황인데, 집의 주인인 국민들을 배제하고 개헌 논의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리고 국회는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들부터 챙겨서 해야 한다. 내년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둔다면 선거법 개정부터 해야 한다. 개헌특위보다 더 시급한 것이 정치개혁특위인 것이다. 


특히 만19세 이상으로 되어 있는 투표권 연령을 그대로 두고 대통령 선거를 치러서는 안 된다. 전 세계에서 만19세 투표권을 규정하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이것을 만18세로 낮추는 것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도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의견을 내면서 "OECD 34개 회원국가 중 대한민국만 19세이고, 다른 국가는 모두 18세 이하"라는 이야기까지 했을까? 이런 당연하고 상식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서, 무슨 '시스템 개혁'을 논하는가? 


특히 야당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우선 순위로 보면, 개헌보다 더 중요한 것이 투표권 연령을 비롯한 선거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이것은 논란도 없다. 이미 정답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권고한 대로만 선거법을 바꿔도 투표권 연령이 낮춰지고, 선거운동의 자유도 확대되고, 정당 득표율대로 국회의석이 배분되는 선진적인 선거제도(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꿀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하자고 한 만큼이라도 선거법을 개정하라. 이것이 더 시급한 일이다. 내년 대선 이전에 최소한 투표권 연령이라도 낮추고 선거운동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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