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는 왜 이 시점에 '공개활동' 나섰을까?
태영호는 왜 이 시점에 '공개활동' 나섰을까?
"김정은, 2017년 내 반드시 핵 개발 완료한다"
2016.12.27 18:25:22
지난 8월 한국에 들어온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는 북한이 2017년 이내에 어떻게든 핵 개발을 완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그는 개성공단을 두고 북한에 "남한의 발전된 실상"을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27일 서울 도렴동에 위치한 정부 서울청사에서 태영호 전 공사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고위 탈북 인사를 포함, 탈북자가 한국 사회로 진출하자마자 이같은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갖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태 전 공사는 지난 23일엔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에서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은 올해 7차 당 대회 이후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핵 개발을 완성할 것을 규정했다"면서 "한국과 미국의 정권이 바뀌는 2016년 말에서 2017년 초를 핵 개발 완성의 적기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은 한국의 대선이 끝나고 미국의 새로운 대북 정책팀이 꾸려지면 이들이 북한과 새로운 정책을 시도할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이럴 때 북한은 핵 개발을 완수, 핵 보유국 지위에서 협상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핵 동결, 대북 제재 해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그러면서 "김정은의 핵 개발은 (핵 개발 중단에 따른) 인센티브와 관련된 문제는 아니다. 10조 달러를 준다고 해도 김정은은 핵 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그는 구체적으로 북한의 핵 개발 수준이 어디까지 도달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태 전 공사는 "저는 핵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인지 잘 모른다"면서 "북한은 체제 특성 상 외무상, 아마도 그보다 더 높은 분들도 모를 것"이라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할 가능성에 대해 태 전 공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의 대북 정책팀과 국무성 인사들을 좀 두고 봐야겠지만, 기본적으로 공화당은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어서, 트럼프의 대북 정책팀 역시 강경한 세력이 들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태 전 공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위원장 간 만남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김정은은 지금 핵을 개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시진핑 입장에서는 뺨을 맞은 셈"이라며 "중국 측은 정상회담을 하려면 그래도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답을 달라고 할 텐데 북한은 핵 포기하겠다고 답하기가 힘들다. 결국 김정은의 중국 방문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연합뉴스


개성공단, 남한의 발전된 모습 보여주는 공간

지난 2월 사실상 폐쇄된 개성공단과 관련, 태 전 공사는 "처음에 북한은 개성공단을 통해 중공업과 화학공업 등이 들어오고, 한국의 '한강의 기적' 같은 식으로 발전할 줄 알았다. 하지만 소비재 공업만 들어왔다"며 공단을 바라보는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 당국의 고충이 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데 해놓고 보니까 공단에서 들어오는 수익이 많았다. 그 이후에는 공단이 북한 사회에 미치는 여파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의 문제가 생겨났다"며 "공단에서 노동자들에게 기름도 주고 초코파이도 주는데 이게 평양을 비롯한 외부 시장으로 흘러들어 갔다"고 전했다.

태 전 공사는 "(그런 의미에서) 개성공단은 북한에 남한의 발전된 실상을 알리는데 아주 커다란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이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않았다면 다른 나라들이 대북 제재를 따라 왔을까?"라며 북한 제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박근혜 정부의 입장과 궤를 같이했다.

일각에서는 왜 이 시점에 태 전 공사가 공개 활동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왔다. 박근혜 정부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조성된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태 전 공사를 이용,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그는 "언론 보도를 통해 보수 진영에서 준비한 마지막 수 아니냐, 정국 물타기 아니냐는 이야기를 접했다"며 "그런데 저는 한국 정치에 개입할 의사도 없고 정치도 잘 모른다"고 답했다.

태 전 공사는 "한국에 도착한 순간부터 함께 다니는 분들(국정원 직원)에게 언제쯤이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며 "그 때 그 분들이 한국은 법치국가고 모든 것을 법과 규정대로 한다면서, 규정에 따라 12월 말에나 사회에 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촛불시위에 대해 태 전 공사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느꼈다. 매주 집회하고 당장 나라가 어떻게 될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가동되고 있지 않나?"라고 밝혔다.

그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100만 명이 모였는데 단 한 명도 연행되지 않고, 시위가 끝난 다음에 청소하는 장면을 보고 대단히 큰 감동을 받았다"며 "한국이 세계 민주화 과정의 선두 주자로 끌고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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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1128@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