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안철수 우군화할 유일한 방법은…"
"문재인이 안철수 우군화할 유일한 방법은…"
[결선투표제 좌담 ②] "결선투표제 도입은 정언명령"

조기 대선이 유력해지면서 결선 투표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결선 투표제를 적극적으로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결선 투표제에 대한 공을 국회로 넘기면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결선 투표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한 후보가 과반을 넘지 못할 경우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다시 한 번 투표를 해 최종 당선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과반 이상의 득표를 보장해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이 강화되고 군소 정당의 후보들도 단일화의 덫에서 벗어나 소신을 펼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오래전부터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어 온 제도다.

<프레시안>은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인 김진욱 변호사, 안용흔 대구가톨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기창 고려대학교 로스쿨 교수, 이부영 전 국회의원과 함께 결선 투표제 도입을 주제로 좌담을 가졌다. (☞좌담 1회 보기) 

결선 투표제의 효과에 대해 이부영 전 의원은 "결선 투표제는 정당 간 정책 연합, 연합 정치를 제도화한다"며 "결선 투표제를 하면 유권자에게 '누구를 떨어뜨리기 위한 선거'라는 개념에서 '어느 쪽을 택해야 내가 유리하다'는 식으로 선거의 개념의 바뀐다. 결선 투표제는 유권자의 사고 자체를 바꾸는 제도"라고 말했다.

남미 국가의 결선 투표제를 연구해온 안용흔 교수는 결선 투표제가 사회 갈등을 줄이고 복지를 늘린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또 볼리비아와 우루과이 사례를 통해 결선 투표제가 때에 따라 좌파 혹은 우파의 집권을 유리하게 했다는 점을 들어 결선 투표제가 특정 세력의 유불리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기창 교수는 결선 투표제의 장점으로  정책 선거가 가능한 점과 매번 반복되는 단일화의 압박이라는 선거 과정의 불합리한 측면을 없앨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진욱 변호사 역시 민주적인 선거 제도로 나아려면 대통령 선출 방식에 대한 개혁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결선 투표제의 시급한 도입을 촉구했다.

무엇보다 좌담 참석자들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결선 투표제 도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주문했다. 

 

ⓒ프레시안(최형락)


결선 투표제, 유권자의 사고를 바꾼다

프레시안 : 국민들에겐 결선 투표제 자체가 낯설다. 왜 지금 결선 투표제 도입이 시급하고 필요한 과제인가?

안용흔 : 나는 결선 투표제가 발휘하는 정치 경제적 효과를 연구했다. 의회 선거 제도, 정당 수, 그 나라의 경제 수준 등 다른 변수들을 모두 통제한 상태에서 살펴본 결과, 결선 투표제는 사회 갈등 완화, 복지 확대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왔다. 결선 투표제를 채택한 국가가 단순 다수 대표제를 채택한 국가보다 압도적으로 사회 갈등이 낮았다. 남미 국가 3분의 2가 결선 투표제를 채택했는데, 결선 투표제를 택한 국가가 복지 지출도 상대적으로 높았고, 사회의 다양한 집단의 요구를 수용하는 편이었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서 한국 사회도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결선 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부영 : 결선 투표제는 단일화를 위해 단순히 후보 하나를 주저앉히는 제도가 아니다. 결선 투표제를 하면 정당 간 연합이 된다. 여태까지는 선거가 끝나면 패배한 정당들이 다 소멸했다. 결선 투표제를 도입하면 정권이 바뀌어도 정당이 없어지지 않는다. 연합의 전제 조건으로 장관과 부처를 나누고, 각 정당이 정책 연합을 할 수 있다.

결선 투표제는 유권자의 사고 자체를 바꾸는 제도다. 유권자도 정책을 보며 어느 당을 택해야 유리한지를 생각하게 된다. 누굴 떨어뜨리기 위한 선거가 아니라, '어느 쪽을 택해야 내가 유리하다'는 식으로 개념이 바뀐다. 배제의 정치에서 연합과 상생의 정치로 바뀐다. 패러다임 전환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 투표제를 도입하면, 다음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자치단체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가 1987년에 군부독재를 극복하자고 해놓고 결국 양김이 분열하는 바람에 노태우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지 않았나. 그때 결선 투표제를 도입해서 양김 중에 누가 당선됐더라면 남북 관계나 복지 문제나 여러 사회 정책에서 꽤 큰 발전을 이루었으리라고 확신한다. 이젠 가치관이 다른 것도 아닌데 새누리당도 찢어졌다. 합치진 못하더라도 연합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이 시기에 결선 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어찌보면 정언명령이다.
  

▲ 이부영 전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김기창 : 결선 투표제는 첫째, 정책 선거를 가능하게 하고, 둘째, 네거티브 선거를 줄인다. 우선 다양한 후보자들이 자신의 정책이나 지향을 뚜렷하게 국민에게 제시하고 끝까지 투표하도록 해야 이슈가 부각되고 정책이 드러난다. 하지만 이를 단일화라는 전략적인 필요 때문에 억지로 억눌러왔다. 정책 선거는 사라지고 '누가 당선 가능성이 많은가' 위주로 후보를 판단하게 만들어 국민에게 정치에 대한 환멸만 심었다. 둘째로, 단일화 해야 한다는 압박을 당하는 다양한 정당 후보자 간에 서로 흠집내는 과정을 거쳐가면서 정치에 대한 환멸이 더 악화됐다. 결선 투표제는 이런 모든 불합리한 면을 합리적으로 없앨 제도다.

결선 투표제는 진보 진영에게만 유리하다?

프레시안 : 보수 진영에서는 결선 투표제가 진보 진영의 집권을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 김기창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김기창 : 역사에서 결선 투표제가 꼭 진보 진영에만 유리했던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1987년 선거에서 양김이 단일화를 못해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선된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또 다른 기억을 짚어 보면, 1997년 대선 때는 보수 후보인 이인제, 이회창 후보의 분열로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 제도가 특정 진영에 유불리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다.

안용흔 :
남미 사례에서도 결선 투표제가 진보에 유리했던 사례와 보수에 유리했던 사례가 모두 있다. 먼저 볼리
비아 사례다. 1989년 중도 좌파 정당이 자신의 집권을 위해서 결선 투표제 하에서 좌파 군소 정당을 규합해 나갔음에도 1차에서 과반 득표 못했고, 결국 소수 원주민 정당까지 포함해 2차 선거에서 이겼다. 그 결과 더 좌파적인 성향의 정책, 원주민 정책이나 복지 정책 확대들이 있었다. 중도 좌파 정당이 집권하는 데 결선 투표제가 유리하게 작용한 경우다.

우루과이는 중도 좌파적인 성향이 강한 나라다. 중도 좌파 정당인 콜로라도당이 매 선거에서 이겼고, 중도 우파 국민당(national party)은 졌다. 결선 투표제가 도입되고, 중도 좌파 정책에 약간 불만을 가진 다수 좌파적인 세력들이 큰 정당과 연합해서 '대전선'이라는 큰 좌파 정당을 만들었다. 결선 투표제가 아니면 대전선이 이겼을 텐데, 1999년 대선에서 콜로라도당이 자신의 경쟁자였던 국민당과 연합해 중도 우파적인 정책을 수용하면서 좌파 정당의 집권을 무마시켰다. 그러면서 대선 다음 해인 2000년도에 정부가 민영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복지 지출을 삭감하고, 남미국가 간 지역 경제 통합을 이뤘다. 약했던 중도 우파 정당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화됐다.

결선 투표제를 하면 다양한 세력의 요구를 담은 정당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2차 선거에서 정책 연대나 연립 정부 구성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다. 좌든 우든 정당의 정치적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기여를 한다. 한국의 경우 여당 내에서도 정당이 갈라졌기 때문에, 오히려 여당이 결선 투표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집권 플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결선 투표제 도입, 지금이 적기

프레시안 : 조기 대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치권이 이 기회에 시급히 추진하지 않으면 결선 투표제 도입은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울 듯하다.

이부영 : 여태까지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결선 투표제를 반대한다고 알려졌기에 민주당 의원들이 발언이나 행동에서 제약을 받았다. 그런데 문재인 전 대표가 야3당에서 결선 투표제를 논의하라고 말해서, 민주당 의원들 입장에서는 이제 족쇄가 풀렸다고 생각한다. 여야가 1월에 임시 국회를 열기로 합의했는데 좋은 기회다. 

김진욱 : 지금까지 1위 후보자는 결선 투표제를 '개헌 사항'이라며 반대했다. 그때는 새누리당 후보였는데, 이번에는 다행히 문재인 전 대표가 '국회에서 해결해달라'고 했다. 그분 입장에서 큰 용단을 내렸다고 본다. 이번이 적기다. 선거가 임박해서 한다고 하지만, 원래 선거 제도는 선거가 임박해서 하는 것이다. 일단 선거법을 개정하고, 더 명료하게 하기 위해 개헌하면 된다.

김기창 : 역설적이게도 개헌 이야기가 나오는 지금이야말로 결선 투표제를 (개헌이 아닌) 법률로 관철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나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서 개헌해야 한다는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개헌론을 띄우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지금 헌법 구조에서도 법률 개정만으로도 국정원을 독립기관으로 바꾸고, 검찰에 대한 상호 견제를 하고, 여러 공기업 임원 인사권을 독립적으로 규정할 수 있다.

야3당이 지난 5,10년간 국민에게 너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존재감 없이 여당에 끌려다녔는데, 결선 투표제라도 하나 의제로 설정해서 관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야당의 존재 이유가 설명될 것 같다. 야3당이 수적으로 다수인데 이것 하나 못하고 무기력하게 있는 것은 죄 짓는 일 아닌가 싶다.

안용흔 : 정치 개혁이라는 것이 10년, 20년 걸리면서 서서히 이뤄지면 이상적이지만, 결국에는 정치적 계산에 의해 모두가 조금씩 잃거나 조금씩 얻는 균형점 속에서 정치 개혁이 일어난다. 그걸 가지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는 1995년에 결선 투표제를 도입했다. 당시 정의당의 메넴이라는 대통령이 인기가 좋아서 한 번 더 하고 싶었는데, 한 번 더 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했다. 그래서 1994년 헌법에 재선 출마 금지 조항을 폐지하는 대신 하나 수용해준 야당(급진시민연대)의 의견이 결선 투표제였다. 결선 투표제 도입 이후 사그라들던 급진당은 다른 당과 연합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이 커졌다.

▲ 안용흔 대구가톨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문재인, 더 적극적으로 결선 투표제 도입 나서라

프레시안 :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결선 투표제에 적극적이다. 문제는 민주당, 특히 대선 주자들의 도입 의지인데, 문재인 전 대표가 결선 투표제 도입에 명확한 의지를 밝혔다고 보긴 어렵고 민주당도 국회입법조사처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개헌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이부영 : 문재인 전 대표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단일화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다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새누리당이 분당되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들어와서 이른바 제3지대가 구체화되는 상황이다. 이런 속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당 안팎으로 다른 여러 대선 후보들을 껴안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를 어떤 방법으로 우군화, 중립화시킬 것인가? 그 길이 바로 결선 투표제다. 이런 현실적인 판단을 내부의 측근들이나 전략가들이 평가해 내면서 민주당 안에서도 결선 투표제에 대한 태도가 점차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온 안이 문재인 전 대표의 '야3당의 결선 투표제 논의'라고 본다.

안용흔 :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 여론조사에서 35% 이상의 지지도를 유지한다면 결선 투표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와중에도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 25%는 무슨 일이 있어도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열성 지지자인데, 중도층에 있던 사람이 문 전 대표에게 돌아서지 않고 있다. 문 전 대표도 자신에 대한 정치적인 호불호가 강하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결선 투표제 도입이 본인의 한계를 넘을 제도적인 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김기창 : 결선 투표제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가 약간 애매한 식의 입장을 지속한다면, 원칙보다는 계산만 골몰하는 구태 정치인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결선 투표제는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떠나서, 좀더 나은 정치를 경험하는 데 중요한 제도임을 알았으면 한다.

김진욱 : 참여연대가 최근 결선 투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오해를 살 수도 있고, 특정 시민들과 척을 질 수도 있지만, 장고 끝에 성명을 냈다. 늦어도 1,2월에는 도입해야 한다.

대선이 바뀌어야 지방선거, 총선도 바뀐다

김기창 : 단순 다수 득표와 결선 투표의 차이가

▲ 김진욱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선거 한 번 더 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정말 큰 차이가 있다. 지금 같은 단순 다수 득표제는 사실상 정치적 야바위이고, 정치를 도박판으로 만들어버렸다. 지금 같은 도박판 투표를 극복해야 엄중한 상황에서 우리 정치가 일종의 회복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부영 :
한반도에 엄습해오는 안보, 경제 위기를 보면, 그렇게 여유롭지 않다. 지금처럼 대결과 배제의 정치가 아닌, 화해와 타협과 연합의 정치로 패턴을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존립 근거가 없어진다. 그 제도적 출발이 결선 투표제다. 결선 투표제로 어느 한 승자가 있더라도 여러 정당이 공존하며 정권을 공유하는 정치가 돼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남북 간 심각한 위기가 왔을 때는 대연정도 해야 한다. 이 문제와 촛불 시민 혁명의 뜻을 받아들이자는 뜻에서 18세 선거 연령 인하는 정언명령이다.

안용흔 :
결선 투표제는 사회 갈등을 완화하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한다. 대립하는 것을 포용의 사회로 감쌀 메커니즘이 있다는 것을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에서도 자각해주기를 바란다. 단기간의 정치적 유불리에 대한 계산을 내려놓고, 한국 사회의 정치 발전, 국가 발전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를 곰곰이 생각해서 결단을 내려주면 좋겠다.

김진욱 : 정치가 제대로 발전하려면 우리나라 정당이 제대로 서야 하는데, 지금같은 상태로는 너무 어렵다. 이번 기회에 대통령 결선 투표제를 실현하자. 대통령 선거가 바뀌어야 시장 선거, 도지사 선거도 바뀐다. 사람들 의식구조가 그렇다. 전반적으로 민주적인 제도로 나아려면, 대통령 선출 방식에 대한 개혁부터 시작해야 한다.
임경구 기자 hilltop@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김윤나영 기자 dongglmoon@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기획팀에서 노동 분야를 담당하며 전자산업 직업병 문제 등을 다뤘다. 이후 환자 인권, 의료 영리화 등 보건의료 분야 기사를 주로 쓰다가 2015년 5월부터 정치팀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