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구제역마저 늑장 대응인가?
황교안, 구제역마저 늑장 대응인가?
[안종주의 안전 사회] "닭·오리 이어 소·돼지까지, 얼마나 더 죽어야 하나"
황교안, 구제역마저 늑장 대응인가?
우리는 왜 바이러스만 만나면 맥을 못 추는가?

조류인플루엔자(AI)의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구제역이 새로운 악몽의 대열로 들어오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번갈아 꾸는 두 개의 악몽에 수면제를 먹어도 소용없는 불안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닭·오리의 비명이 아직 귓가에 맴돌고 있다. 비명이 사라지지도 않았는데 소·돼지의 핏빛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축산농민들의 애간장이 끓어오른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은 이런 때 쓰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동물들이 인간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면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이게 나라냐!"

대한민국은 유독 바이러스만 만나면 부르르 떨며 무장해제 된다. 2015년 우리에게 메르스라는 이름이 더 친숙한, 생면 부지의 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에 놀라 아무런 힘을 못 썼다. 많은 국민의 생명을 앗아가고 전국을 공포의 도가니에 한동안 몰아넣은 끝에 메르스 바이러스는 공포의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을 느림보 걸음으로 지나갔다.

바이러스는 인간뿐만 아니라 인간이 먹기 위해 기르는 동물들도 괴롭혔다. 2014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역시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이름의 H5N8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창궐했다. 이로 인해 가금류 1900만 마리가 살처분돼 땅속 깊숙이 파묻혔다.

인간에게 치명적 감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도 그렇지만 동물에게 전염병을 퍼트리는 바이러스도 자신의 위력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참상에 대해 성찰하지 못하는 사회에 경고를 보낸다. 그들은 DNA 또는 RNA의 염기서열을 과거와는 다르게 바꿔 자신의 모습을 변장하고 이름까지 바꾸어간다. 그리하여 마침내 핵폭탄 같은 무서운 독성을 지니는데 성공해 대한민국과 같은 방심 사회를 휘젓고 다니며 불안과 공포를 증폭시킨다.

변신의 마술사 바이러스, 엉터리 방역 전략에 일침

지난해 가을 조류인플루엔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는', 아니 '닭·오리 잃고 사육장을 고치지 않는' 대한민국을 반 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그는 봄에 사용하던 이름을 바꾸었다. 성은 H5로 그대로 사용했으나 이름은 N6으로 바꾸었다. 이름 끝 자 하나만 바뀌었는데 인간들은 그 진면목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 결과 3000만 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인간의 식탁에 오르지 못하고 무참히 매장됐다.

이웃 일본에서도 같은 시기에 같은 종류의 고병원성 인플루엔자가 닭과 오리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닭·오리를 기르던 축산농민들과 국가 운영을 담당한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신종 바이러스의 정체를 재빨리 파악했다. 피나는 노력의 덕분에 살처분한 가금류는 35만~77만 마리에 그쳤다. 우리와 비교하자면 새발의 피였다. 바이러스들도 혀를 내둘렀다. "아! 한국으로 갈 걸." 바이러스의 비극은 새로운 숙주를 찾지 못하는 것인데 그 비극이 일본에서 벌어졌고 한국에서는 희극으로 상영됐다.

구제역이 창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는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왜 조류인플루엔자가 우리나라에서 대유행을 하게 됐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존에 적용해왔던 방역 대책에 어떤 허점이 있었는지, 이를 보완해줄 대안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우리, 정확하게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까지 국내에 조류인플루엔자를 전파하는 주범, 즉 진원지를 철새라고 지목했다. 과연 이들은 과학적 수사 끝에 범인이 철새임을 밝혀냈는가. 아니면 으레 철새려니 해 지목한 것인가. 철새가 진범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우리가 기르는 가금류에 은인자중하며 똬리를 틀고 있으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 방심한 틈을 노린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지금까지 철새 핑계를 대며 자신들의 방역 잘못에 대해 면죄부를 받으려했던 가축 방역 당국은 머쓱해진다. 정치 철새는 유권자에게 유죄가 될 수 있지만 생태계 철새는 아무런 죄가 없는 것이다.

"실패한 살처분 전략, 백신 접종을 적극 도입해야"

마침 충남대학교 독감바이러스연구소장인 서상희 충남대 수의과학대 교수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발표했다. 그는 <과학과 기술> 2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에서 고병원성 H5N6 조류인플루엔자가 알 수 없는 방법에 의해 국내 가금에 유입한 후 수개월 동안 재조합 과정을 거쳐 이미 여름철에 국내 농장에서 존재하다가 겨울철 동물의 면역이 떨어지고 바이러스 생존율이 올라가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여 피해가 가중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그는 발생 초기 철새 위주로 방역할 것이 아니라 농장 간 전파를 막는 전국 단위 심각 단계에 준하는 초등 대응을 했으면 지금의 피해보다는 상당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다시 말해 진단이 잘못되니 처방이 틀렸고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맞은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와 그리고 다시 창궐 조짐을 보이는 구제역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일관되게 펴온 정책은 살처분이다. 국내에서는 2003년 이후 거의 해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하고 있어 국제 사회에서 조류인플루엔자 청정 국가란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이런 살처분 정책을 통한 방역 대응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해 툭 터놓고 논의해 공론을 모아야 한다.

이 정책이 효과가 없다면 당연히 백신 접종과 같은 다른 정책을 도입해 시행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비용과 효과 면에서 자신이 없다면 알 낳는 닭 등 가장 핵심적으로 보호해야 할 가금류에 대해서 만이라도 시범적으로 해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실력 없고 못난 사람이나 조직은 자신들이 한 일들에서 많은 문제가 드러나도 이를 잘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반대로 진짜 실력 있는 전문가나 조직은 자신들이 한 일들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과감하게 다른 이들의 조언이나 견해를 받아들여 시험해본다. 그렇게 해서 얻은 성과도 결국 자신들의 것이 되기 때문이다.

가축전염병 문외한인 황교안, 대처마저 늑장

대한민국에서는 악화들이 양화를 구축하고 있다. 메르스 창궐 때도 그랬고, 조류인플루엔자 창궐 때도 그랬다. 우리나라 관료들이 귀를 열고 뇌를 열어야 한다. 적어도 사람 감염병이든 동물 전염병이든 현장에서 전문가 중심으로 신속 대응이 이루어지도록 방역 체계를 다시 짜야 한다. 컨트롤타워(사령탑)도 혼신의 힘을 다하고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현장 방역 인력과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바이러스의 '바'자도 잘 모르고 가축 전염병에 문외한이며 관심도 없는 듯 보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잿밥, 즉 대권에만 관심이 있는지 각종 대규모 행사 참석과 민생 행보는 특히 최근 들어서 열심히 하는 편이다.

하지만 염불, 즉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에 대해서는 황 대행이 별로 힘을 쓰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총리 직만 수행하고 있을 때도 여러 부처가 관련된 조류인플루엔자 창궐에 대처하기 위한 회의를 때가 한참 지난 뒤 열어 신랄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구제역 유행 때도 그 버릇이 멀리 가지 않았다. 사령탑을 바꿀 수만 있으면 좋으련만 그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

닭·오리와 소·돼지 잃고 외양간과 사육장을 고치려 들지 않는 사령탑들이 있는 한 축산농민들은 불안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 우리는 닭과 오리를 넌더리가 날 만큼 많이 죽였다. 단군 이래 처음으로 외국에서 계란까지 다량으로 수입해 먹고 있다.

여기에다 얼마나 더 많은 소와 돼지를 죽여야 하는가. 수천 마리가 적다고 수만 마리, 수십만 마리를 죽일 수는 없지 않은가. 축산농가 농민들은 더 이상 흘릴 피눈물이 없다. 사령탑을 바꿀 수 없다면 가축 전염병에 대처하는 시스템만이라도, 방역 전략만큼이라도 확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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