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이 떴다, 장르 소설이 새로운 길?
웹소설이 떴다, 장르 소설이 새로운 길?
[표지 너머 책 세상 ⑤] 웹소설 성공이 흔드는 한국 문학 판도
2017.02.24 07:54:47
<구르미 그린 달빛>(KBS), <성균관 스캔들>(KBS), <커피프린스 1호점>(MBC),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SBS).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이들 드라마는 원작이 웹소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웹소설은 이제 이야기산업의 어엿한 중심입니다. 2000년 오픈한 웹소설 사이트 조아라는 110만 명이 넘는 회원의 힘을 바탕으로 숱한 화제작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대규모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져 투자자들의 관심까지 모으고 있죠. 

국내 최다 회원을 보유한 네이버도 웹소설로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한 달 고정 독자만 500만 명에 달하는 네이버 웹소설 지면은 올해 안 별도 법인으로 분사 발전할 예정입니다. 지난 2012년부터 조아라에서 연재된 <나는 귀족이다>(실탄 지음)는 누적 조회수 7400만 건을 기록했습니다. 네이버의 <구르미 그린 달빛>(윤이수 지음)의 누적 조회수도 5400만 건이 넘습니다. 

소설의 전자화는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국민 드라마 <랑야방>의 원작이 웹소설입니다. 소설 <랑야방>(하이옌 지음, 전정은 옮김, 마시멜로 펴냄)은 한국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6년 이야기산업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국내 이야기산업(애니메이션, 방송, 광고, 캐릭터, 공연, 웹소설 등)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가 웹소설입니다. 비중이 54%에 달합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지난해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를 약 800억 원대로 추정했습니다. 이 시장을 노린 수천억 원 대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자본이 여러 웹소설 사이트 투자를 고심하고 있습니다. 

문학의 위기를 논하는 시대임에도 웹소설이 이토록 큰 성장세를 보이는 이유를 우리는 대략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진입 장벽이 아예 없기에,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계가 허물어졌습니다. 문턱 높은 기존 문학 세계에 비해 훨씬 탈권위적이고 모바일 친화적이라는 근본적 특성을 가진 셈입니다. 무협, 판타지, 로맨스, 성인물 등 대중적 관심도가 높은 장르가 중심이라는 점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 구조가 다른 대중문화 장르로 쉽게 전이되는 '원 소스 멀티 유스'의 전형적 모범을 보인다는 점을 짚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2007년부터 로크미디어와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된 판타지 소설 <달빛조각사>(남희성 지음)는 모바일 게임으로 이식되어 세계 14개국에 판권이 팔렸습니다. 웹툰으로도 제작되었습니다. 올해에만 웹툰 혹은 웹소설 기반의 모바일게임 12종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표지 너머 책 세상'은 한국 문학을 넘어 이야기산업의 판도를 바꿔가는 웹소설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웹소설이 이처럼 빠른 시간 안에 성장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찬찬히 짚어 봅니다. 웹소설이 전통적 문학과 공존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 문학을 흡수할 것인지에 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무엇보다 웹소설의 성공이 출판 문학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가도 정리했습니다. 

▲ 주요 웹소설 사이트. 좌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네이버 웹소설, 카카오페이지 웹소설, 문피아, 조아라. ⓒ프레시안


웹소설 문법은 출판 문법과 다르다

-웹소설이 이야기의 전통적 영역이던 기존 출판을 가볍게 젖혔습니다. 일부 스타 작가는 연 수억 원의 수익을 올립니다. 국내 최대 웹소설 전문 연재 플랫폼 조아라는 2000년 출범 후 17년 간 15만 명의 작가가 46만 종의 작품을 연재해, 하루 30만 명의 독자가 860만 건의 웹소설을 읽는 대형 사이트로 성장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액은 162억 원에 달합니다. 

어찌 보면 대중문학이 인터넷 환경에서 부활했음을 입증하는 지표로도 이해됩니다. 그간 많은 사람은 출판의 위기를 곧 소설의 위기로 이해했습니다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 오래 몸담으신 두 분께서 보시기에 웹소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이홍 : 스토리 시장이 읽고 소장(have)하는 시장에서 읽고 활용(use)하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웹소설은 출판 소설과 달리 읽고 버려도 문제없다는 특징을 지닙니다. 다시 읽고 싶다면 언제든 다시 찾을 수 있습니다. 완전히 텍스트 소비자 관점으로 바뀐 겁니다.

웹소설 이전에도 읽고 버리는 시장이 존재했습니다. 대여점이라 불리는 '방' 시장입니다. 만화방이 대표적이죠. 대여점에 어떤 소설이 주로 깔렸는지 기억하실 겁니다. 만화, 로맨스, 무협지, 성인물, 미스터리, 기업 소설 등입니다. 

이 장르는 그동안 한국의 주류 출판계가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여점의 몰락으로 대중 소설의 인기도 자연히 시들해졌습니다. 하지만, 세대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는 계속 만들어졌죠. 이전과 달리 영상과 캐릭터 환경이 엄청나게 커졌고요. 이 환경에 맞춰 읽고 버려도 문제없는 소설이 웹상에 재등장했습니다. 따라서 웹소설은 새롭게 나타난 현상이 아닙니다. 이미 존재했고, 수요도 충분했던 문학이 새로운 환경을 통해 재등장했다고 봐야 합니다. 

작가와 독자가 동일하다는 점도 중요한 특징입니다. 누구나 웹소설 사이트에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등단과 출판 계약이라는 문턱이 없으니, 작가가 독자와 만나기가 매우 쉽습니다. 독자로서도 기존 문학에 비해 훨씬 적은 돈으로 소설을 즐길 수 있습니다. 

장은수 : 이야기의 중심축은 이미 웹 환경으로 이동했습니다. 아마존 킨들이 소설 소비 플랫폼의 주류가 되었습니다. 킨들은 단순히 출판 문학을 인터넷으로 옮긴 형태가 아닙니다. 킨들 내에서 소비되는 콘텐츠에는 우리의 웹소설과 유사한 형태가 많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불가역적입니다. 음악 매체의 주류가 LP에서 음원 스트리밍으로 변화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 생각보다 더 다양한 형태의 소설이 인터넷 환경에 맞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웹소설뿐만 아니라 오디오북, VR과 융합한 이야기 콘텐츠도 넓게는 새로운 형태의 이야기로 봐야 합니다. 

-기성 문학 작가들도 웹소설 플랫폼으로 신작을 발표하는 추세입니다. 천명관 작가는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예담 펴냄)를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했고,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김숨 작가,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심상대 작가, 백영옥 작가 등 순문학 작가도 웹소설로 작품을 연재했습니다. 백영옥 작가는 지난해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웹소설 연재 후 "종이책을 냈을 때에 비해 독자 체감도가 100배 이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대중문학의 웹소설로 이행 속도가 더 빨라질 것 같습니다. (☞ 관련 기사 바로 보기)

이홍 : 맞습니다. 작품을 소개하는 플랫폼으로서 웹소설의 가능성을 기성 작가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문학계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고 많은 작가들이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곧 시큰둥해졌습니다. 작가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쓰기 습관과 충돌하는 부분이 컸고, 독자 입장에서 보면 기성 작가의 작품이 웹 환경에서 요구되는 언어와 호흡, 주제 등과 거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웹소설 시장에서 대중적으로 잘 팔리는 작품은 기성 작가나 출판 문학 애호가들이 이른바 'B급'으로 평가하던, 노골적으로 말해 전문 작가도 아닌 이들이 쓴 작품인 경우가 적잖습니다. 웹소설 작가 중에는 자신을 숨기고 여러 필명으로 여러 이야기를 집필하는 이도 많습니다. 

직업적으로, 그리고 문학적으로 검증받은 작가가 아닌 무명 저자의 글이 더 조명 받는 일이 왜 발생했을까요? 웹소설의 이야기 접근 방식과 서술 언어는 출판 문학의 그것과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웹소설의 이야기 전개 방식은 기존 문학과 다릅니다. 기승전결 구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문체의 중요성, 인물 심리묘사의 중요성도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웹소설의 줄거리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창출, 빠른 상황 전개, 인물 간 대화를 중심으로 이어집니다. 웹 연재 속성상 분량이 매우 긴 장편이 중심이 됩니다. 무엇보다 캐릭터성이 중요하기에 등장인물의 개성을 극적으로 강화하고, 초기 설정에서 독자의 흥미를 바로 끄는 작품이 환영 받습니다. 묘사나 상황 중심의 중, 단편은 이런 환경에서 선택을 받기 어렵습니다. 

앞서 기존 B급 장르소설이 웹소설에서 주로 인기를 얻는다고 했는데,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장르가 웹 환경에서 소비하기 적합한 형태일 때 웹소설로 완성도를 가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성 작가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나 글을 올리는 웹소설 플랫폼에서 쉽게 경쟁하기 힘든 원인이죠. 

▲ 웹소설 원작의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웹소설은 독자의 인기를 바탕으로 드라마, 만화,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KBS


웹소설은 독자 비즈니스

-조아라 측에 따르면, 사이트 이용자의 92%가 모바일로 소설을 즐긴다고 합니다. 사물인터넷(IoT)의 발달은 앞으로 웹소설 시대로 이행 속도를 가속화하리라고 이해됩니다. 

장은수 : 일정 정도 그렇다고 봐야죠. 이 대목에서 우리는 웹소설이 출판 문학의 보완재냐, 대체재냐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완재로서 성격은 낮다고 저는 봅니다. 

외국의 웹소설 시장 소비자를 보면, 출판 문학을 많이 읽는 이가 전자책도 즐김을 알 수 있습니다. 대신 두 플랫폼(출판, 웹) 소비 형태를 차별화하죠. 더 진지하고 무거운 콘텐츠는 여전히 종이책으로 소비하는 반면, 스낵컬처류의 콘텐츠는 전자책으로 소비합니다. 

당연히 대중적으로 가벼운 성격의 문학이 넓은 저변을 가집니다. 사람들은 더 편리하고 싸게 즐길 콘텐츠가 있다면, 이곳으로 이동하기 마련입니다. 결과적으로 출판 문학의 입지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쪽 분야를 다루는 기존 출판사는 전자책 시장으로 뛰어드는 게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했습니다. 민음사의 장르문학 임프린트 황금가지가 지난 1일부터 웹소설 플랫폼 '브릿G'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대표적이죠. 교보문고도 웹소설 독자를 겨냥한 플랫폼 '톡소다'를 론칭하고 웹소설 작가 발굴 공모전을 개최했습니다. 예스24는 라이트노벨 시장이 뛰어든다는 소문입니다. 성공 여부를 떠나 긍정적 대응으로 봅니다. 

이홍 : 위즈덤하우스가 웹 플랫폼 시장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웹툰 등과 결합한 순수 교양 중심의 콘텐츠를 선보이리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21세기북스도 웹소설 시장 참여를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황금가지의 경우 보다 구체적인 그림이 나온 상태입니다. 기존 웹소설의 중심 포맷은 장편 소설인 반면, 황금가지는 중·단편 소설을 상당한 비중으로 소개할 예정이랍니다. 저는 이 시도를 차별화 요소로 봅니다. 짐작컨대, 네이버, 카카오스토리, 조아라, 문피아 등 다른 웹소설 플랫폼 독자를 뺏어오긴 힘드니 새로운 독자 습관을 만들겠다는 의도 같습니다. 장르도 로맨스 등의 기존 플랫폼 주력 분야가 아닌 추리, 미스터리 중심으로 보이고요. 

황금가지가 많은 고민을 했겠습니다만 빠른 전개의 대화체가 중심인 웹소설은 형식적 특성상 중·단편이 완성도를 갖추기 어렵습니다. 장점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기민하고 압축적인 중·단편은 완성도를 갖춘다면 2차 콘텐츠로 제작하기가 매우 용이합니다. 초기 이야기 구조가 탄탄하면 게임 등 새로운 콘텐츠로 재해석될 여지가 크죠. 

참여의 형태가 어떻게 구체화될 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출판사들이 웹소설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건 분명합니다. 다만, 출판사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장은수 : 디지털 문학 산업이 차별화를 꾀하는 지점이 기존 출판 문학 산업과 다릅니다. 출판 문학은 편집자의 가치관이나 작가의 작품 세계 등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합니다. 디지털 문학에서 중요한 건 데이터베이스입니다. 

기본적으로 웹소설 산업은 DB 산업입니다. 회원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면, 그만큼 많은 저자와 많은 독자, 다양한 이야기를 보유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곧 생산자이자 소비자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문학 독자는 작가를 보고, 혹은 선호하는 장르를 보고 책을 선택합니다. 출판사는 중요한 관심사가 아닙니다. 웹소설은 다릅니다. 조아라의 독자는 조아라 내에서 다른 작품을 선택합니다. 레진코믹스의 독자는 레진코믹스 내에서 다음으로 볼 작품을 선택하기 마련입니다.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소리죠. 

이홍 : 여러 웹소설 사이트가 대규모 자본 유치에 나선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기존 매출액은 100억 원대에 불과한데, 투자금 규모는 수천억 원대에 달하는 경우까지 논의됩니다. 투자자가 이들이 보유한 회원 데이터에서 더 큰 사업 가능성을 보기 때문입니다. 웹소설은 독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게임, 만화, 드라마, 영화 등 더 다양한 사업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장은수 : 웹소설이 대중적으로 쉽게 읽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시장을 구성하는 이유도 이 산업적 가치를 생각하면 달리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진입 문턱이 높다면 회원을 늘리기 어렵습니다. 문턱이 낮아야 확장성이 생깁니다. 

이처럼 다른 가치관을 기존 출판사가 고민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출판의 존립 기반은 더 약해질 것입니다. 독자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 웹소설의 부상은 출판 문학에 새로운 위기이자 기회가 되었습니다. ⓒ프레시안(최형락)


웹소설, 장르소설 발전의 원동력

-앞서 웹소설과 출판 문학의 차이를 이야기했습니다. 다루는 장르부터 문법적 특성, 산업적 지향점에서 전부 차이가 드러나는군요. 이를 토대로 두 분께서는 웹소설의 성장이 출판 문학에 위협이 되리라고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웹소설 시장이 로맨스, 무협류의 장르에 집중하고, 출판사는 기존에 다루던 문학에 집중한다면 웹소설의 성장세를 출판사가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장은수 : 웹소설이 성장하면 결국 출판 문학 독자가 웹소설 시장으로 이동합니다. 

웹소설 주류 장르의 문학적 수준이 출판 문학에 비해 낮은 건 사실입니다. 낮으니만큼, 웹소설은 미래 독자의 독서습관을 만드는 창구입니다. 웹소설 주요 독자가 젊은 세대임은 이미 통계로 입증되었습니다. 

(조아라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체 독자의 42%가 20대였다. 30대가 21%, 40대가 14%, 10대가 12%, 50대 이상은 11%였다.)

웹소설 독자가 더 문학적 성격이 강한 출판 문학으로 넘어온다면 현 상황은 출판사에 큰 위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범주를 잇는 사다리가 단절된 게 현실입니다. 웹소설 독자가 자연스럽게 고급 문학 독자가 되진 않습니다. 웹소설 독자 입장에서는 기성 문학의 문턱은 높기 때문입니다. 

소설 소비 환경도 전혀 다릅니다. 웹소설 독자는 웹소설 사이트에서 이야기를 소비합니다. 기존 문학 소비자는 출판사와 서점을 통해 이야기를 소비합니다. 두 독자가 겹치는 지점이 없습니다. 

결국, 웹소설과 고급 문학을 연결하는 매개자가 필요합니다. 

미국은 인터넷 시대 이전부터 이 지점을 탄탄히 다졌습니다. 이른바 '중간문학(middlebrow literature)'이라고도 이야기되는 장르소설입니다.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고, 대중의 흥미를 끌기 적합하면서도 문학적 가치를 지닌 작품 저변이 넓습니다. 대표적으로 스티븐 킹과 같은 장르소설의 거장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의 작품 활동을 평가하는 관련 문학상과 비평 시장도 탄탄합니다. 한국의 장르소설을 읽지 않는 이도 영미권 스릴러 작가의 작품은 줄줄 꿰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스릴러,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북유럽 장르소설 시장도 시사점을 줍니다. 이들 작품은 전자책으로도, 출판 문학으로도 잘 팔립니다. 웹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고 있죠. 세계적 미스터리 소설 강국인 일본 역시 장르소설이 탄탄합니다. 

반면 한국의 중간문학 저변은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전문 작가군이 부족하고, 장르소설 웹 시장이 없습니다. 장르소설이 웹에서 자리 잡는다면 순문학까지의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출판사도 더 적극적으로 웹 시장에 뛰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왜 장르소설이 웹소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까요?

장은수 : 장르소설의 성공 방식이 웹소설 시장의 그것을 일정 부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우리는 웹소설의 특징 중 하나로 강력한 캐릭터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장르소설에서도 이런 점을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셜록 홈즈죠. 애거서 크리스티는 단 세 명의 캐릭터로 80여 편의 책을 썼습니다. 

우리 출판계는 흔히 장르소설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틀렸습니다. 지난 10년간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300권을 조사했습니다. 그 중 소설이 69종인데, 이 중 장르소설이 57권입니다. 베스트셀러 소설의 82.7%에 달합니다. 기본적으로 대중은 이야기 중심의 장르소설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왜 한국 출판계는 장르소설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을까요? 국내 작가군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성공하는 대부분 장르소설이 외국 작품입니다. 결국, 장르소설에 도전하려는 작가군은 갈수록 더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관련 비평과 전문 편집자의 탄생도 더뎠습니다. 위기에 빠진 문학 출판사의 돌파구, 나아가 한국문학 산업의 돌파구 중 하나가 바로 장르소설의 전자화에도 있다고 봅니다. 

▲ 중간문학은 넓은 확장성을 갖고 있기에 웹소설화에 적합하다. 코난 도일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되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BBC 드라마 <셜록>. ⓒBBC


웹소설 미래는 작가 관리

-출판사는 상대적으로 자본력에서도, 사업 노하우에서도 웹소설 시장에서 열세입니다. 장르소설로 전문화를 꾀한다손 치더라도, 새로운 시장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장은수 : 출판사의 강점을 전문화해야죠. 출판사가 다른 사업자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보이는 분야는 결국 편집입니다. 편집력을 웹소설에서 어떻게 드러낼 것이냐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홍 : 저는 기존 출판사의 웹소설 시장 안착이 순탄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만 보고 무조건 뛰어드는 건 곤란합니다. 무엇보다 이 시장에서 출판사가 가진 뚜렷한 강점이 없어요. 출판사는 소설 콘텐츠의 전통적인 강자임을 자부하지만 웹소설 시장에서는 아닙니다. 최근 한 출판사가 수억 원 대의 수입을 올린 한 게임 소설(웹소설의 주류 장르 중 하나) 작가에게 책 출판을 제의했습니다. 조건이 초판 3000부였습니다. 3000부를 찍어본들, 선인세는 300만 원대인데 이 작가가 책을 낼 이유가 있을까요?

출판사의 편집력이 강하다손 치더라도, 웹소설 시장은 특정 작가 한 명을 키운다고 경쟁이 가능한 곳이 아닙니다. 한 작가에게 들이던 공력을 수십, 수백 명 작가에게 나눠 쏟아야 합니다. 이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방식의 작업을 하는지에 관해 이해하고, 그들의 욕구에 맞춰야 합니다. 작가를 키워내고, 움직이게 하면서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투자와 체력을 갖추지 못하면 실패는 뻔합니다.  

장은수 : 그와 같은 우려에는 일정 부분 동의합니다. 요즘 웹소설 업계에는 작가에게 월급을 주며 관리하는 체제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웹소설 작가별 수입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생긴 조치입니다. 월급 계약한 작가의 의무는 매일 글 한 편을 올리는 겁니다. 이런 식의 작가 관리 개념은 기존 출판사에는 전혀 없는 가치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6년 이야기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소설 작가 중 수입을 올리는 작가 비율은 57.1%에 불과하다. 전체 작가의 연 평균 수입은 1341만 원으로 전체 이야기산업 장르 중 가장 낮은 편이다.)

출판사는 웹소설 시장 진출 시 새로운 창작자 계층을 발굴하는 걸 목표로 해야 합니다. 황금가지에서 가능성을 보는 이유는, 황금가지가 이미 긴 시간 종말문학 걸작선, 좀비문학 시리즈 등 장르소설 중에서도 특정 장르를 오랜 시간 키워오며 작가군과 함께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웹소설 시장에서 출판사의 편집은 단순한 게이트키핑 수준을 넘어서야 합니다. 장르소설 작가가 필요로 하는 것 중 하나는 상담을 통해서 격려를 받고 이야기를 함께 발전시켜 가는 것입니다. 장르소설 편집은 장르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과 더불어 총체적 작가 관리 시스템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앞으로 이쪽 분야 출판사 에디터십의 한 모범은 네트워킹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작가의 작품을 새로운 콘텐츠 산업과 연계하고, 작가가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독자와 작가를 연결하고, 작가와 자본을 연결하는 일입니다. 웹소설계의 작가 월급제도도 이런 일환입니다. 

-그러한 작가 관리는 대자본이 더 잘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무엇보다 대규모 자본 투자력을 갖고 있으니까요. 

이홍 : 어느 정도 맞는 말입니다. 웹소설 플랫폼을 출판사가 직접 운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미 웹소설은 기존 문학의 영역을 넘어 이야기산업 차원에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문학적 가치보다 콘텐츠로서 가치가 더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이 사업을 잘할 줄 아는 건 자본입니다. 

하지만, 플랫폼 사업에서 투자자만 중요한 건 아닙니다. 분명히 핵심은 작가입니다. 출판사는 지배자가 되기 힘들겠지만, 작가 관리력을 바탕으로 웹소설 시장의 실력자가 될 수는 있습니다. 

장은수 : 작가관리에서 단순히 돈만 문제가 아닙니다. 스토리를 평가할 능력과 작가 발굴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 능력은 자본력만으로 갖출 수 없습니다. 출판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지점입니다. 대자본이 이 시장에 참여하더라도, 저는 그들이 결국 편집력을 갖춘 에디터 확보에 나서리라고 봅니다. 교보문고는 이미 편집자 구인에 나섰습니다. 

더 많은 장르 소설 작가가 나와야

-국내 웹소설 시장이 짧은 시간 안에 급격히 성장했습니다만, 특정 장르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는 점은 한계로 꼽힙니다. 문학이냐 엔터테인먼트냐는 논란에서 자유롭지도 않습니다. 

앞으로 웹소설이 더 바람직하게 성장하는 데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이홍 : 가장 중요한, 절대적인 조건이 있습니다. 플랫폼이나 운영 방식 등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습니다만, 결국 핵심은 좋은 작가가 많이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특정 작가가 10억 원을 버는 것도 좋지만, 연간 3~5000만 원의 수입을 올리는 작가가 늘어나야 합니다. 농사로 따지면, 한번 수확이 잘 된다고 지력을 다 써버려선 안 됩니다. 끝없이 땅을 관리해야 합니다. 

결국 웹소설의 본질도 작가와 이야기라는 점에서 문학과 다르지 않습니다. 더 좋은 작가가 안정적으로 나오는 구조가 안착된다면, 장기적으로 웹소설 시장의 발전은 물론 국내 장르소설의 발전도 가능할 것입니다. 

장은수 : 이를 위해 중요한 건 좋은 작가를 만들기 위한 지원의 체계화입니다. 장르소설을 깊이 고민하고, 편집 아이덴티티를 가진 전문가 집단이 매우 부족합니다. 전문 출판사가 국내 장르소설을 잘 발굴하고, 이에 맞춰 웹소설 플랫폼은 이를 더 큰 사업적 성과로 이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잘 안착시키기를 바랍니다.
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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