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에 봄이 찾아왔다
광화문 광장에 봄이 찾아왔다
[현장] '박근혜 탄핵' 축제의 장이 된 광화문광장... 65만 명 운집
2017.03.11 22:02:24

광화문광장에 드디어 봄이 찾아왔다.

11일 오후, 봄기운이 완연한 날씨만큼이나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표정이 확 풀렸다. 겨우내 차디찬 광장 바닥에 몸을 비볐던 시민들은 이날 '박근혜 없는 세상'에서 봄기운을 만끽했다.

시민들은 광화문 9번 출구 앞에 설치된 '어서 와~ 박근혜 없는 세상은 처음이지?'라는 문구의 현수막 옆 화단에서 인증샷을 찍는가 하면, '탄핵 축하 떡'을 나누며 박근혜 탄핵의 기쁨을 누렸다.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환호하는 이들도 있었다. 광화문광장은 더는 시위가 아닌 축제의 현장이었다.


▲1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자축하며 폭죽을 터뜨리는 촛불 시민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지난해 10월부터 쉼 없이 이어진 박근혜 퇴진 촉구 집회는 이날 20차 범국민대회를 끝으로 잠정 종료된다. 

오후 4시에 시작한 본 대회 사회자 박진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 국민행동' 공동상황실장은 웃으며 "드디어 우리에게 주말이 돌아왔다"며 인사했다. 광장에 모인 65만 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환호했다.

박 공동상황실장은 "그러나 촛불을 끄는 게 아니다. 아직 누가(박근혜 전 대통령이) 방을 아직 안 뺐다. 자신의 지지자들이 다치고 죽고 있는데도 아직 방을 빼지 않고 있다. 여러분의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

'20', '134', '1600'... 촛불이 남긴 의미 있는 숫자들

김광일 퇴진행동 기획팀장은 지난 19차례의 촛불 집회가 남긴 기록들과 의의를 정리했다.

"어제 우리는 촛불의 명령 제1호, 박근혜 탄핵과 파면을 이뤄냈습니다. 1라운드에서 우리가 완승한 것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습니까. 지난해 10월 29일 첫 촛불이 시작되고 오늘까지 134일, 일 년의 삼분의 일을 촛불을 들고 끈기를 갖고 계속 싸웠습니다. 그 어렵다던 백만 시위를 우리는 다섯 차례나 이뤄냈습니다. 연 인원 1600만 명. 전체 인구의 삼분의 일이 싸워 이겨낸 승리입니다. 야당이 갈팡질팡 우왕좌왕 뒤통수 칠 때 200만이 횃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광화문 무대뿐 아니라 방송차 무대에도 무려 1000여 명의 발언자가 올라와 발언했습니다. 우리 그동안 참 할 말 많았습니다. 박근혜 4년 동안 켜켜이 쌓여있었던 분노와 불만이 촉발한 것입니다.

어제 황교안이 우리더러 광장을 떠나라고 했습니다. 우리의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황교안. 너나 떠나라. 우리는 광장을 지킬 것입니다. 이곳 광장에서 우리는 거인이었습니다. 우리는 광화문에서만 거인이 아닙니다. 대학과 작업장, 지역사회에서 우리 모두 거인이 될 수 있습니다. 곳곳을 광화문으로 만듭시다. 광화문처럼 싸워 승리합시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촛불 시민들은 본 대회에서 '2017 촛불권리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달 18일 열린 '2017 대한민국, 꽃길을 부탁해' 시민대토론 이후 두 차례의 토론을 통해 시민 성안위원회가 정리·선별해 작성한 내용이다.

'촛불개혁과제'는 △재벌체제 개혁, △공안통치기구 개혁, △정치·선거제도 개혁, △좋은 일자리와 노동기본권, △사회복지·공공성 및 생존권, △성평등과 사회적 소수자 권리, △남북관계와 외교안보 정책개혁, △위험사회 구조개혁, △교육불평등 개혁·교육공공성 강화, △언론개혁과 자유권 등이다.

촛불권리선언에 참여한 시민들은 "우리의 촛불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의 통곡이고 백남기 농민의 원한이며 노동자 농민의 눈물"이라며 "탄핵이 끝이 아니라 광장을 지켜왔던 우리가 민주주의의 역량을 성장시킬 것이다. 아무도 가지 못한 길을 갈 것"이라고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세월호 유가족 "박근혜 탄핵 기쁘지만, '세월호 7시간' 인용이 안 되다니..."


줄곧 촛불 집회에 함께했던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날도 자리를 지켰다.


세월호 희생자 김수진 양의 아버지 김종기 씨는 "어제 저희 가족들은 헌법재판소 탄핵 결과에 박근혜는 끝났다는 기쁨과 세월호 참사 7시간 부분이 인용이 안 됐다는 허탈감과 분노를 겪었다"며 "국민의 생명을 구하지 못한 대통령이 어떻게 탄핵 사유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러나 우리 가족은 여기서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더 행동할 것이다. 앞으로도 세월호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저희가 더 앞장서서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곧 저희 3주기가 된다. 3주기 추모에 많이 참여해달라"며 "3년간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행동에 같이 참여한 국민 여러분에게 인사드린다"며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했다.


퇴진행동은 이날 청와대, 총리공관 행진 대신 종로, 동대문 등을 돌며 '촛불 승리 축하 퍼레이드'를 벌일 예정이다.


▲11일 탄핵 반대 집회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참가한 시민. ⓒ프레시안(최형락)

▲'촛불은 인민 태극기는 국민'. ⓒ프레시안(최형락)


탄기국-친박 불복 시위..."헌재 판결은 역모, 저항 계속할 것"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는 이날 '탄핵무효국민총궐기운동본부'로 명칭을 바꾸고 오후 2시부터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집회 참가자들은 "탄핵 각하", "탄핵 무효"를 외쳤다.

정광용 대변인은 "헌재 판결은 역모였고 반란이었다"며 "우리는 패배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 3명이 돌아가셨다"며 "태극기를 든 애국 열사들이 죽음으로 흘린 피의 대가를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했다.

전날 헌재 발표 이후 탄기국 측의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하며 집회 참가자 일부가 목숨을 잃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전날 숨진 두 명 외에, 위중했던 두 명 가운데 한 명도 이날 오전 6시 39분 추가로 숨을 거둬 사망자가 총 세 명으로 늘어났다. 나머지 한 명은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다.

경찰은 이날도 촛불 진영과 친박 진영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차벽을 세우는 등 초비상 상태로 현장을 지켰다. 이날 집회 현장에 경찰 병력은 207개 중대 1만6500여 명이 투입됐다. 다행히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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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기자 naeori@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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