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아이들, 마지막 목소리 들어보셨어요?"
"세월호 아이들, 마지막 목소리 들어보셨어요?"
[작은책] <망각의 기억2-돌아봄>
"세월호 아이들, 마지막 목소리 들어보셨어요?"
다시 4월입니다. 백자 님의 노래 '화인'의 가사처럼 이제 4월은 더 이상 옛날의 4월이 아닙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같은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겠죠. 2014년 참사 직후 안산 분향소와 시청 앞을 가득 메웠던 추모 인파들을 봤을 땐 세월호의 진상규명이 금세라도 될 것 같았지만, 채 1년이 되지 않아 '아직까지 세월호냐'는 타박이 아무렇지 않게 터져 나왔습니다. 고립된 채로 상처받으면서 유가족들은 긴 시간을 견뎠습니다.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이하 미디어위) 감독들이 작년에 <망각과 기억>을 제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1편의 대표 사진이었던 단원고등학교 운동장 계단의 노란리본은 이제 지워지고 없습니다. 하지만 2편의 세계는 훨씬 더 넓어졌습니다. 세월호에서 살아난 사람, 형제자매를 잃은 이들, 희생자 수습에 참여하고 누명을 썼던 민간 잠수사, 거짓과 은폐로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사람, 망각과 싸우며 3년째 촛불을 드는 연극인, 추모와 교육의 기억공간을 만드는 유가족. <망각과 기억2-돌아봄>은 이렇게 여섯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안창규 감독의 <승선>, 박수현 감독의 <오늘은, 여기까지>, 박종필 감독의 <잠수사>, 김환태 감독의 <세월 오적五賊>, 김태일·주로미 감독의 <걸음을 멈추고>, 문성준 감독의 <기억의 손길>) 


글을 쓰기 위해 가편집본들을 보는데, 아무리 긴 시간이 지나도 눈물 없이 세월호를 기억하는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잠깐 쉬고 있지만 저 또한 미디어위 활동을 했었습니다. 2년 전, 고 김관홍 님을 포함한 민간 잠수사들을 처음 만났을 때,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그분들이 검찰에 의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습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알리지 않습니까?" 물으니, 산처럼 큰 몸집의 고(故) 김관홍 님이 눈가가 빨개진 채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유가족들이 있는데 어떻게 우리의 어려움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모두 모셔 오겠다는 약속도 못 지켰는데."

그해 4월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상영되었던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영상에는 일반인 생존자와 민간 잠수사가 등장해서 희생자들을 구해 내지 못했던 순간을 회상하며 오열합니다. 미디어위 위원장 김일란 감독은 그 영상을 만들면서 무척 조심스러워했는데 고 김관홍 님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알려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 사이를 가늠하며 살얼음판 위를 걷듯이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걸어왔던 미디어위 감독들은 그렇게 쌓인 신뢰 덕분에 2편에서는 더 넓어진 이야기들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프로젝트 후원하기 : 세월호 3주기 416프로젝트 <망각과 기억2 : 돌아 봄>)

인터뷰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쉴 새 없이 재잘대던 희생자들의 누나, 혹은 언니들은 "웃음과 밝음, 개그 이런 것이 나의 보호색.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 같으니까"라고 말하면서도 자신들보다 더 어린 형제자매들을 걱정합니다.

"나는 언제까지나 '내 동생은 고2예요'라고 하는데 그때의 언니 오빠보다 더 커버린 동생들이 '우리 오빠는 고2예요'라고 말할 수 없는 그 기분은 어떨까."(<오늘은, 여기까지>)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자신들이 할 일을 찾던 배우들의 도움으로 유가족 어머니들은 연극 무대에 섭니다.

"잘 키우려고 바쁘게 살다 보니까 너를 깜박 죽을 정도로 사랑한다는 것을 표현을 못 했어요 그런데 연극에서 계속 손으로 쓰다듬고 하는데… 만져 보고 싶어요."(<걸음을 멈추고>)

"15일 날 마지막으로 탑승을 하고 16일 날 마지막으로 탈출을 했다"고 자기를 소개한 김성묵 님이 아주 천천히 어떤 기억을 털어놓습니다.

"한 아이가 구명조끼를 안 입었더라구요. '왜 안 입었어?' 그러는데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모자라서 친구 줬어요.' 그 얘기를 듣고도 아무것도 해 주지 않았어요."(<승선>)

▲ <망각과 기억2-돌아봄> 포스터. ⓒ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지면이 모자라서 일일이 다 소개할 수 없지만, 영화의 수많은 장면들이 마음에 깊은 자국을 남깁니다. 희생자를 수습하기 위해 세월호 선내로 진입했을 때 고 김관홍 님이 보았을 장면들. 한때는 산뜻한 빨간색이었을 캐리어에 쌓인 모래. 무질서해 보이지만 신기하게도 짝이 맞게 놓여 있는 운동화들. 빈 컵라면 용기들. 그리고 우리는 보지 못하지만 고 김관홍 님이 반갑게, 하지만 슬프게 만났을 희생자들.(<잠수사>)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끊임없이 마주쳤던 거짓말과 책임 회피, 말 돌리기가 깔끔하게, 흥겹게 때론 통쾌하게 정리되어 있는 <세월 오적五賊>을 보면서는 대통령 파면은 시작일 뿐이니 더 열심히 싸워야겠다는 마음이 강해집니다. 그리고 생각이 많아지게 만드는 <기억의 손길>이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내 아이들이 걸음마를 하고 롤러스케이트를 타던 그곳에 친구들과 함께 있게 하기 위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봉안함들을 한곳에 모으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그런 부모님들에 맞서 재산권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10년, 20년, 30년, 자기 전 인생을 걸어 가지고" 이제 재개발이 되었는데, 추모공원이 생기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걱정합니다. 그런데 말하는 그분의 행색이 너무 초라해서, 그리고 그이를 바라보는 영석 아빠의 눈빛이 너무 공허해서 마음이 아픕니다.

제 아들이 변성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아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어떤 분이 생각납니다. 참사 직후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리본공작소를 지키던 분. 그분에게 활동의 계기를 물으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세월호 아이들의 마지막 목소리를 들어보셨어요? 변성기가 막 지난 목소리로 '엄마', '엄마' 부르던 그 목소리. 제 아들이 그 애들 하고 동갑입니다."

세월호의 기억은 이렇게 모습과 계기를 달리하며 오래오래 각자의 삶에 머물 것입니다. 3년 전, 304명의 죽음, 304개 우주의 소멸을 함께 경험하며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함께 슬퍼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세월호입니다.' 이 외침은 안전과 존엄을 보장받지 못하는 지금을 고발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가 평생 동안 세월호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고백이기도 합니다. <망각과 기억> 시리즈는 그런 우리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될 것입니다. 1년 동안 기억의 최전선에서 전국을 누비던 미디어위 감독들이 1편보다 강력하고 넓어진 이야기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이 영화는 멀리멀리 퍼져 나가야 합니다. 3월 28일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일반에게 처음으로 공개된 이 영화를 함께 봐 주시고 함께 퍼뜨려 주세요.

(문의 : 인디다큐페스티발 사무국 02-362-3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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