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탄난 대의민주주의' 현장 된 프랑스 대선
'파탄난 대의민주주의' 현장 된 프랑스 대선
[기자의 눈] 1주일 앞두고, 4명 후보 20% 전후 지지율 각축
2017.04.17 19:03:45
'파탄난 대의민주주의' 현장 된 프랑스 대선

유럽 강대국 중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알려진 프랑스마저 '파탄난 대의민주주의' 국가에 합류했다. 불과 1주일도 남지 않은 프랑스 대선(23일)에서 유력후보 4명이 도토리 키재기 식의 지지율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유권자도 마찬가지다. 유권자의 3분의 1이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고, 정치혐오가 심한 35세 이하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60%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60% 이하의 대선 투표율은 대의민주주주의로 선출된 대통령의 정통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대의민주주의의 파탄을 막기 위해서는, 투표를 국민의 의무로 몰아세울 게 아니라 오히려 투표에 불참하거나 기권하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를 반영해 투표율이 55% 이하일 경우 국민이 대선후보 모두를 불신임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할 정도다.


▲ 지난 4일 2차 TV토론에 나선 프랑스 대선 후보들. 왼쪽 끝이 막판 돌풍을 일으킨 멜랑숑 후보. ⓒAP=연합뉴스


부패 정치인, 높은 실업률, 테러에 정치 환멸 팽배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1차 투표에서 1, 2위를 한 후보들을 대상으로 2차 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전통적으로 프랑스 대선에서 양대 정당인 사회당과 공화당 후보가 가장 유력한 후보들이었다. 하지만 11명이 후보로 나선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 집권사회당 후보는 지지율 10%도 안 되는 5위로 쳐졌다.

나머지 선두권 4후보가 오차범위 이내의 각축을 벌이고 있다. 최근 프랑스여론연구소(Ifop)와 피뒤시알 조사에서 극우파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가 1차 대선 투표 지지율 23.0%로 1위를 차지했다.

사회당 출신이지만 중도파 전진당 후보로 나선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이 22.5%로 2위를 기록했다.

극좌후보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19.0%의 지지율로 공화당 후보인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19.0%)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특히 멜랑숑 후보는 한 달 전만 해도 지지율이 한 자릿수를 간신히 넘긴 5위였으나 TV토론 이후 막판 돌풍을 일으키며 8%나 지지율이 급등했다.

결선투표에 어느 후보가 올라갈지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지지율이 분산된 이유는 우선 초반 3대 선두후보들이 차례로 부패에 연루된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피용 후보는 공금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고, 르펜 후보도 비서실장과 경호원을 유럽의회 보좌관으로 허위 고용했다는 의혹으로 기소 위기에 몰렸다. 마크롱 후보 역시 경제장관 재직 시 특정 기업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수년간 경제가 정체되고 실업률이 10% 이상으로 고착화하면서, 유력대선후보들의 부패혐의가 드러나자 프랑스의 많은 유권자들에게는 기존 정치인들은 부패엘리트 기득권 집단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특히 젊은층들은 기존 정치인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해, 극우와 극좌후보에 쏠리고 있다.


▲ 극좌후보 장 뤼크 멜랑숑. TV토론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렉시트' 공약 내건 후보들 결선 진출, '공포의 시나리오'


유권자들의 표심은 노동법, 일자리 창출, 세금 및 사회 복지 규정에 쏠렸다. 또한 잇따른 테러로 안보와 이민, 이슬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후보들이 기득권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르펜은 이민자를 매년 1만 명으로 제한하겠다는 이민 쿼터제를 기본으로 외국인들에게 주어졌던 의료·교육 혜택을 박탈해 프랑스 노인과 장애인을 위해 쓰겠다고 약속했다. 멜랑숑은 1년에 40만 유로 이상 버는 사람들의 소득 중 90%를 세금으로 걷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금융시장에서는 5월 7일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르펜 후보가 승리할 경우 유로화 가치가 급락하며 ‘1달러=1유로’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유로화 변동성은 브렉시트 이후 최고 수준까지 높아졌다.

특히 극좌후보 멜랑숑과 극우후보 르펜의 동반 결선 진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대두되면서 시장의 반응이 민감해졌다.

극좌후보인 멜랑숑의 경우 지지율이 불과 한 달 만에 8%포인트 급등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결선투표 진출 후보가 뒤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프랑스 대선에서 결선투표는 극우나 극좌후보의 당선을 막는 방안으로 위력을 발휘해 왔으나, 결선투표에 극우와 극좌후보가 1, 2위로 진출하면 결선투표의 취지도 무력해진다.

현재로써는 중도파 마크롱 후보가 결선투표에 진출하면 가장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역대 프랑스 대선에서 우파나 좌파가 아닌 중도파가 대통령에 당선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프랑스 대선은 "100년만에 가장 예측이 어려운 대선"이라고 불리고 있다.

르펜과 멜랑숑은 모두 반EU 공약을 내걸었다. 르펜은 EU가 주권을 침해하고 국가 정체성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EU탈퇴에 대한 국민투표(이른바 프렉시트)를 공약으로 삼고 있다. 멜랑숑은 유럽이 가난한 회원국을 잊은 채 억압적인 신자유주의 체제를 강화한다며, EU와 회원국 지위에 관해 재협상을 진행하고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 완전히 탈퇴하자는 입장이다.

독일과 함께 EU의 양대 축을 이루는 프랑스가 EU로부터의 주권 회복을 강조하는 흐름에 대해 일각에서는 EU의 결속력이 약화되고 결국 EU의 붕괴까지 이어질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지도자를 뽑는 프랑스 대선도 차선이 아니라 차악을 고를 것을 강요받는 유권자들의 저조한 참여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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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선 기자 editor2@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입사해 주로 경제와 국제 분야를 넘나들며 일해왔습니다. 현재 기획1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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