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민영화 적폐를 뿌리 뽑으려면
철도 민영화 적폐를 뿌리 뽑으려면
[기고]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철도 민영화 적폐를 뿌리 뽑으려면
한 사회의 법은 그 사회의 수준을 보여준다. 국가권력의 시민들에 대한 태도, 입법자들의 사고, 그 사회가 지향하는 바가 고스란히 법률에 담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은 한국사회의 관치우선주의, 졸속적 갈등 봉합, 반시민성, 시장우선주의로 점철된 나쁜 법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근대사회는 법치를 전제로 한다. 만인이 다양한 이해관계로 충돌하는 사회에서 공동규범을 만들고 이를 지키는 것이 전체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다는 합의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법이 다수의 손실을 조장하고 소수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여성의 투표권 같은 지금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들이 과거에는 존엄한 법의 이름으로 부정되기도 했다. 근대 이후 인류의 역사는 이 같은 몰상식과 비인간적 법률들을 공공의 이익을 보장하는 법률로 대체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프랑스 교통법에 등장하는 문구를 보자. 법이 누굴 위해 존재하는지 첫 번째 항목에서 원칙으로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교통 시스템은 사용자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며 모든 사람의 이동권을 효과적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이동성이 감소하거나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까지 편안하게 여행할 자유가 있습니다. 지역 사회의 가장 유익한 경제적, 사회적 및 환경 적 이익 및 위험, 사고, 불쾌감, 특히 소음, 배출량의 제한 또는 감소의 목적, 오염 물질과 온실 가스를 줄이는 목적을 가져야 합니다."

▲ 프랑스 교통법.


시민들이 교통수단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교통수단이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법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명확히 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이 아닌가?

한국 철도를 규정하는 토대로 볼 수 있는 '한국철도산업발전기본법'을 보자. 

제1조(목적) 이 법은 철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발전기반을 조성함으로써 철도산업의 효율성 및 공익성의 향상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적용범위) 이 법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철도에 대하여 적용한다. 다만, 제2장의 규정은 모든 철도에 대하여 적용한다.

제목부터가 산업발전기본법으로 철도가 누구를 위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 지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관료들의 입장이 그대로 반영되어 제1조부터 산업적 경쟁력이 최고의 가치가 되는 법률로 자리 잡았다. 이어서 바로 철도법이 규정하는 적용범위를 정함으로써 관리대상으로서의 철도산업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민들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시작되는 프랑스의 교통법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파행을 겪었던 철도 정책의 대전환을 약속했다. 국토부가 일관되게 추진했던 민영화·경쟁체제 정책의 기초가 되었던 철도 시설과 운영의 분리 정책을 폐기하고 통합의 길로 나아가기로 결정했다. 후보들의 약속은 철도르네상스의 새로운 길에 놓여있던 거대한 장애물을 걷어내는 것으로 환영받아 마땅하다. 세 후보 중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약속한 철도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을 개정해야 한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상하분리 정책이 가장 중요한 개혁과제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법안에 들어 있는 극단적 시장우선주의, 민영화 촉진 요소들을 정비해야 한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은 철도민영화를 숙원 했던 국토부(건교부)와 이를 막아내고자 했던 시민사회와 철도노조의 어정쩡한 타협의 산물이었다. 그 항목이 바로 21조이다. '철도산업의 구조개혁을 추진함에 있어서 철도운영 관련사업은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국가 외의 자가 영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제21조 1항)'라고 규정함으로써 공적기반산업의 시장화, 즉 민영화를 촉진하는 원칙을 세워 철도산업의 공적성격을 지우려는 노력을 기본법에서부터 시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조 3항)에는 '국가는 철도운영 관련사업을 효율적으로 경영하기 위하여 철도청 및 고속철도건설공단의 관련조직을 전환하여 특별법에 의하여 한국철도공사(이하 '철도공사'라 한다)를 설립한다'라고 규정하였다. 국가라는 개념을 광의로 해석할 경우 정부가 100% 출자한 철도공사 역시 공기업으로서 국가의 업무를 대행하는 것인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의 취지인 국가 이외의 자에 부합하지 않는 조직인 셈이다. 이렇게 21조 안에서 상반되는 두 조항이 충돌한 채 철도산업이 유지됐다. 

그만큼 철도산업이 중심이 없이 표류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백번 양보해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른 국가이외의 자가 철도공사고 이 철도공사가 국가의 철도운영을 책임지는 기관이므로 수서고속철도주식회사(SRT)의 출범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을 위반하는 것이었다. 결국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은 관료들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얼마든지 변형 가능한 유기체로서 존재해왔다. 

헌법을 비롯한 모든 법령은 국민의 권리와 국가의 역할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국민과 한 약속에 따라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을 개정하거나 폐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바라는 것은 민주공화국 다운 법률로 철도기본법이 탄생했으면 하는 것이다.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동권 보장, 장애인, 학생, 노인, 사회적 약자들이 시민적 권리를 누리고 법안에서 이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아름다운 조항들을 우리라고 갖지 말란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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