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과 송민순, 누구 말이 맞나?
문재인과 송민순, 누구 말이 맞나?
문건 공개한 송민순, '새로운 색깔론'이라는 문재인
2017.04.21 12:00:55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007년 당시 유엔총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을 북한에 물어보고 결정했다고 주장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이번에는 관련 문서를 들고 나왔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후보 측은 "송 전 장관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송민순 전 장관은 2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북한으로부터 연락받은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며 관련 문서를 공개했다. 문서에는 인권결의안과 관련한 북한의 입장이 담겨 있으며, 무궁화와 태극 마크가 새겨져 있는데 송 전 장관은 이를 "청와대 문서 (워터) 마크"라고 설명했다.

문서에서 북한은 "남측이 반공화국 세력들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북남 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위반"이라며 "남측이 진심으로 10.4 선언 이행에 북남간 관계 발전을 바란다면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송 전 장관은 이 문서가 11월 20일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다고 말했다. 이 문서의 존재는 송 전 장관이 지난해 10월 출간된 본인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이미 서술한 바 있다.

문재인 "송민순 책임 물을 것"…민주당, 법적 대응 예고

이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송민순 장관 회고록 가운데 유독 저를 언급한 내용에서는 전부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돼 있다. 잘못된 내용에 대해서 송 장관에게 책임을 묻겠다.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문 후보는 "전통문으로 보이는 그 문서(내용)가 북쪽에서 온 것이라면 거꾸로 국정원이 그에 앞서 보낸 전통문이 있을 것"이라며 "국정원이 그것을 제시하면 이 문제는 깨끗하게 다 증명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송 전 장관이 문서를 공개한 것을 두고 공무상 비밀 누설을 한 것 아니냐는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당초 이 문제가 송 전 장관이 회고록을 통해서 공직자가 과거에 취득했던 여러 가지 일들을 공개하는 것이 공무상 비밀 누설에 해당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참여정부 때 함께 근무했던 장관이기도 하고, 과거 일에 대해서 서로 기억들이 다를 수가 있다는 차원으로 이해했는데, 선거가 임박한 이 시기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그런 차원을 넘어서 지난번 대선 때 NLL과 같은 제2의 북풍 공작으로 선거를 좌우하려는 새로운 색깔론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문제의 핵심은 송민순 전 장관이 주장하는 2007년 11월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기권이라는 방침이 먼저 결정됐느냐, 결정되지 않고 송 전 장관 주장처럼 북한에 먼저 물어본 후에 결정했느냐 라는 것"이라며 "분명히 말씀 드리는데 11월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기권 방침이 결정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 기록이기 때문에 대통령 기록물 보호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어서 저희가 자료 공개를 논의하고 있는데,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법적 판단이 내려지면 언제든지 11월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기권 방침이 결정되었다는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광온 문재인 후보 공보단장은 이날 논평을 통해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과 관련해 명백하게 잘못 기술된 부분에 대해 문 후보가 법률적 대응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이 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시시비비를 가리기로 했고,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송 전 장관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 훼손,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형사 고발을 검토하기로 했다. 
 
송기호 "송민순, 공무상 비밀 누설 소지 있어"

공무상 비밀 누설과 관련 송기호 변호사는 이날 "외교부는 작년 11월 22일 자로 보낸 정보부존재통지서에서, 송민순 회고록 관련 비밀 공개 승인 문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며 "이처럼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비밀 관련 내용을 집필할 때, 대통령령인 '보안업무 규정'에서 규정한 소속 기관장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대통령령인 보안 업무 규정(제25조 제2항)은 공무원이었던 사람은 소속 기관의 장이나 소속되었던 기관의 장의 승인 없이 비밀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며 "그러므로 송 전 장관이 북한 인권 결의안을 주제로 한 대통령과 국가정보원장의 업무 내용이나 관련 문서 사항을 승인 없이 회고록에 서술하고 공개한 행위는 보안 업무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송 전 장관에게는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국가안보 관련 문서를 사적으로 보관할 법적 권한이 없다. 이 문서는 대통령이 송 전 장관에게 증여할 수 있는 성격의 문서가 아니다"라며 "'보안업무 규정'에 따른 비밀 분류를 하고 규정에 따라 도난·유출·화재 또는 파괴로부터 보호하고 비밀취급인가를 받지 아니한 사람의 접근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절한 시설에 보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 변호사는 "송민순 전 장관이, '자신이 거짓말쟁이가 아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국정원장 대통령 보고 문서를 공개한 사건을 보면서 외교통상안보에서의 법적 절차 확립이 시급함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1128@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