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1주일'에 가려진 냉혹한 현실
'화려한 1주일'에 가려진 냉혹한 현실
[프레시안-정치발전소 공동기획] ⑤ 협치 정치의 방향과 과제
'화려한 1주일'에 가려진 냉혹한 현실
정치발전소,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프레시안의 공동주관으로 신정부 출범을 맞아 "새 정부, '무엇을', '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기획시리즈를 시작한다. 이 기획은 정권인수, 신정부 출범의 조건, 외교안보, 행정, 협치, 복지, 노동, 개헌문제 및 선거제도 등 신정부가 직면해야 될 다양한 과제와 조건에 대해 분야별로 총 10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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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직 시작되지 않은 '통치의 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의 백화점이라 불리던 인천공항공사에 가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선언했다. 구체적인 정규직화의 과정은 복잡하고 지난할 수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 주는 메시지와 영향은 그 무엇보다 클 것이다. 국정교과서 폐지를 지시하고 세월호에서 숨진 기간제 교사에 대한 순직인정을 지시한 것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렇다. 지난 보수정권 10년에 대한 진보개혁적 성향의 시민들의 갈증이 조금은 해소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각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청와대 인사도 일조하며 시민들의 개혁에 대한 기대감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인 '통치의 시간'은 도래하지 않았다. 신정부 출범 1주일. 대통령의 업무지시, 행보 하나하나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으나 본격적인 갈등의 순간을 맞이하지는 않았다. 미디어의 화려한 포장을 걷어내고 조금 냉정하게 주변을 둘러보면 신정부가 위치한 상황은 녹녹치만은 않다. 

과반을 점하지 못한 120석의 의회 의석, 기존에는 상대에 대한 적대를 동원하는 것만으로 일정지분이 보장되던 양당제가 아닌 복잡한 정치공학적 계산과 연합이 난무할 불안정한 다당제 구조, 진보개혁적 시민들의 높아진 기대감만큼이나 잠재되어있는 보수층의 박탈감과 불만. 어쩌면 신정부는 그 어떤 역대 정부보다 더 어려운 매듭을 풀어가야 하는 고난의 시간을 지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고난의 시간은 신정부가 재구성해내야 하는 민주주의 정치공동체안에서 살아가야 할 시민들 역시 함께 지혜를 모아 헤쳐나가야 하는 시간이다.

2. 유능한 통치에 대한 요구와 기대

본격적인 통치의 시간이 도래했을 때 신정부가 맞이하게 되는 사회 갈등구조의 기본은 아마도 좌우 양날개로부터의 압박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한때 '선거의 여왕', 그리고 '콘크리트 지지율'로 이야기될 만큼 강력한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는 10년만의 정권교체를 가져왔지만 정권이 교체된 다음부터는 오히려 신정부에게 큰 도전과제로 돌변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 지난시기 통치의 어리석음에 대한 평가가 한번 이루어진 후에는 전 정권에 대한 비판여론이 새로운 통치의 주체로 등극한 신정부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떤 정치적 갈등상황을 맞이하게 될 경우 신정부에 대한 보수층의 반발은 더욱 거세게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진보 개혁적 성향의 시민들의 개혁 요구와 기대치 역시 그 어느 때 보다도 높다. 진보개혁적 성향의 시민들이 자주 언급하는 그리고 신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적폐청산'이라는 용어는 사실 한때 보수층에서 말했던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용어와 정확하게 같은 갈등구조를 의미한다. 

지난 시기 우리는 서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하는 그 정치 갈등 구조 속에서 정작 우리 사회가 나가야할 개혁의 방향을 잃어버린 채 상호간 증오만을 표출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불만들의 표출이 의회에서 다양한 정당 간의 경쟁과 타협으로 잘 정리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 새롭게 출현한 다당제는 불안정하기 그지없다. 이런 상황에서 신정부는 정작 의회에서 과반수를 점하지 못한 소수파 정부로서 권력기반은 취약하고 복잡하고 날카로운 사회갈등들을 관리하고 통합시켜낼 통치의 수단은 많지 않은 '딜레마적 상황'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한국정치 갈등의 기본 축은 박근혜 처벌 및 친박 척결 요구 세력과, 이에 저항하는 친박 및 반공보수 세력 간의 갈등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이 양 세력은 모두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라는 풍경에서 알 수 있듯이 적극적으로 '운동'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불만을 극대화하고자 하고 있다. 

갈등의 축은 여기에만 있지 않다. 97년 IMF 금융위기 이후 그간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온 불평등과 사회경제적 불만이 인내의 한계선을 넘어선 상황이다.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빈곤 자살은 불평등 심화에 대한 사회가 보내는 위험신호다. 노동시장 역시 비정규직의 일반화, 극빈층 자영업자들의 등장으로 종래와는 다른 불만이 폭발하고 있으며 노인 빈곤, 그리고 심각한 수준의 저출산 문제는 이제 시민들이 아니라 '사회' 바로 그 자체가 자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정치행위의 본질이 한 사회에 누적된 다양한 '불만의 조직화'라 불릴 수 있다면 이렇게 켜켜이 쌓인 큰 '불만'들은 역으로 신정부의 강력한 '개혁 추진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다종다기한 불만들 간의 충돌과 적대의 갈등구조는 '개혁' 아니 나아가 '통치' 그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결국 좌우 양날개로부터의 압박과 취약한 권력기반이 초래하는 딜레마적 상황에서 신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유능한 '통치'의 능력을 요구받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기존의 한국정치에서는 다소 익숙하지 않았던 통치의 방법 그리고 모멘텀을 과감하게 동원해서 기존의 통치 기반을 유지하는 소극적인 전략을 넘어 개혁에 대한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안정적인 통치를 가능케 하기 위한 적극적 전략으로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 갈등들을 소극적으로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적극적인 개혁전략으로 선회할 수 있다면 신정부가 새로운 '갈등'을 동원하고 이를 통해 역으로 취약한 권력기반을 확장하는 새로운 통치 전략이 가능할 것이다. 한편 이를 달리 말하면 신정부가 어떤 '갈등'을 동원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문제는 이를 통해 어떤 '정치연합'을 구성해낼 것이냐의 문제와 깊게 연결되어 있다고 말 할 수 있다. 그리고 반대로 정치연합의 구조에 따라 신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갈등의 종류도 매우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문재인 신임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3. 정당의 시간

2017년 현재 한국의 정당체계를 말하자면 서로에 대한 적대와 반감에 기초를 둔 양극화 정치. 그리고 여-야, 진보-보수보다 같은 블록 내, 즉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더민주당과—국민의당이 서로를 적대하는 경향이 더 강한 독특한 정당체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신정부는 어느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독자적으로 의회에서 과반을 획득하기 어려우며 무엇보다도 이러한 적대구조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해 경쟁정당 또는 상대의 인사를 포괄하는 탕평책과 같은 인사정책만으로는 '불안정한 다당제'의 출현이라는 구조적 변화로 발생한 현재의 문제들을 해결하기는 매우 어렵다. 때문에 결국은 변화된 구조(다당제)를 인정하는 위에서 문제해결의 솔루션으로 연합정치를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아가 이것은 통치를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라 할 수 있을 것이고 오히려 이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드는 적극성과 과감성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한국정치의 정당체계가 다당제이긴 하지만 정당들 사이의 차이를 구분하는 사회적 내용은 여전히 매우 빈약하다. 정당들 간의 차이를 구분하는 사회적 내용이 불분명한 채 서로간의 다소 감정적인 적대에 기초한 정당체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4당 체계는 지속될 가능성보다 변화의 가능성이 더 큰 '불안정한 다당제'라 불리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신정부가 등장하고 선택할 연합정치의 다양한 경우의 수에 따라 현재의 '불안정한 다당제'는 ① 양당 체계로 회귀할 수도 있고, 혹은 ② 거대 집권연합을 통해 일당 우위체계를 모색해볼 수도 있다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서 ③ 신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역으로 포위되는 소수파 정부로 전락하는 결과로 귀결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③ 소수파 정부로 전락할 경우는 절대 피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은 당연하다. 별다른 개혁의 모멘텀을 동원하지 못한 채 국회에서의 여소야대와 사회적 불만의 폭발로 정부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진보적 성향의 유권자들보다 더 위험한 것은 보수적 유권자들일 것이다. 10년만의 정권 교체가 가져오는 필연적인 불안감으로 인해 급진적인 개혁요구들에 대한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반발에 보수적 유권자들이 동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결국 신정부에게는 두 방향의 정치 연합이 필요하다. 하나는 정부와 국회 사이의 방향이다. 이는 사회경제적 불만의 누적으로 표출되는 개혁적 요구를 받아 안을 수 있는 '왼쪽으로의 정치연합'과 급격한 변화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려는 보수 안정적 요구를 일부 수용할 수 있는 '오른쪽으로의 정치 연합' 방안을 모색하는 문제를 말한다. 다른 방향은 정부와 사회 사이에서 정부의 지지 연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문제일 것이다. 이 두 방향의 정치연합을 정리하면 첫 번째를 '연합 정치(연정)', 두 번째를 '협치 정치'라 할 수 있다.

4. 누구와의 '연합', 누구와의 '협치'인가? 

1) '협치'는 촛불과의 '대연정'이다

2016년에서 2017년 한국 사회를 강타한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파면이라는 사건은 민주주의에서 시민과 정부 간에 형성되는 '수직적 책임성'과 행정부/입법부 그리고 헌법재판소를 포함한 사법부 간에 형성되는 '수평적 책임성'이라는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극적인 국면들을 차분히 정리하고 나면 결국 지난 촛불집회와 대통령에 대한 파면이 신정부에게 던져주는 과제는 다음과 같다. 

신정부가 추진해야 할 연합정치는 행정부, 입법부 그리고 사법부 간에 형성되어야 하는 수평적 책임성의 문제를 안정적으로 제도화하고 해결하기 위함이다. 한편 촛불집회로 표현된 정부(국가)-시민 간에 형성된 수직적 책임성의 문제를 대면하는 것이 바로 '협치'의 원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를 '민주주의의 민주화'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조금 더 익숙한 현실정치의 언어들로 말한다면 '연합정치'가 다당제 그리고 친박/반문 따위의 단어로 대표되는 양극화된 정치 갈등구조에서 안정적 개혁과 통치의 기반을 관리하는 문제라면, '협치'는 정당 간 구조에서 작동하는 원리에 앞서 신정부와 다양한 사회/경제적 이해집단들 간의 관계에서 작동되어야 할 원리라고 할 수 있다.

2) 협치는 사회 갈등에 대한 통합이다

표면적으로 촛불집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을 물었지만 한편 지난 10여 년간 진행되어 온 보수 성향 정권이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무능력에 대한 심판 정서도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사건 하나만으로 전대미문의 대통령 탄핵과 파면, 그리고 연인원 천 만 명의 시위참여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당장의 선거 시기 유권자의 투표결과와는 달리 정부의 무능력에 대한 불만은 누적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사건은 정부가 사회경제적 불만을 해결해주지 못한 채 무능을 반복하는 이유를 찾게 해준 것이다. 그것은 87년 직선제 쟁취이후 만들어 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깨달음이었을 것이다. 

누적된 사회경제적 불만이 지난 촛불집회와 정권교체의 주요한 원인중 하나라고 본다면 신정부가 처해질 상황은 만만치 않다. 자칫하다가는 양 극단에서 높아진 개혁요구와 반개혁 저항 사이에서 교착상태에 빠져, 정작 다양한 사회경제적 이해집단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돌입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신정부는 급격하게 '불만의 겨울'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불만의 겨울  The Winter of Discontent 


1978~79년 겨울, 영국의 집권 노동당에 대해 공공 부문 노조와 비노조원 노동자 및 하층 서민들이 대규모 파업을 벌인 사건. 그 직후 보수당의 대처가 집권하게 된다.

따라서 그간 누적되어온 불만들과 시민사회 및 이해집단들의 요구를 단순히 고충이나 민원성으로 고려하며 '리스크' 관리의 측면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신정부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시민사회, 그리고 다양한 사회경제적 이해집단들과의 '협치'라는 공동의 원리를 활용해 신정부의 개혁 아젠다들을 수행해갈 수 있는 통치영역의 실질적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것을 고려해봄직 하다. 이는 달리 말하면 촛불집회로 표출된 정부와 시민 사이의 수직적 책임성에 대한 깊이 있는 응답이며 다양한 사회경제적 개혁요구 집단들과의 일종의 '사회적 대연정'이라 말 할 수 있다.

3) 사회적 대연정+협치 정치 연합

16년 총선이후 등장한 다당제 구조에서 치러진 대선이기 때문에 연합정치, 대연정 등의 단어가 많이 사용되어진다. 그러나 현재 한국정치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조금 더 냉정하게 짚어본다면 정당 사이의 연합 문제에만 한정한 기존의 대연정론에 대한 대안적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형성되어진 불안정한 다당제 안에서 각 정당들은 정작 독자적인 사회적 기반이 약하고 이념적 차이에 따른 경쟁/협력관계보다 정당들 간의 반감과 적대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당장의 불평등 해소나 경제적 분배문제가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운 대내외적 조건을 고려한다면 다양한 사회집단, 개혁적 요구들과의 관계에서 협치의 원리를 더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성도 있다. '협치'라는 원리를 '커뮤니케이션'이나 '협력' 등의 소극적 해석의 수준을 넘어 정부와 시민사회가 새로운 사회계약을 맺고 이를 통해 공동의 결정, 공동의 책임을 지고 개혁을 모색해가는 새로운 통치모델로 적극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이는 달리 말하면 정부와 시민들 간에 '협치'의 원리를 활용한 일종의 분권형 통치체제라 말 할 수 있는데 개혁의 주체와 책임의 다자화를 통해 과반미달 의석수로 대표되는 약한 개혁 모멘텀을 보완하고 양 극단의 급진적 요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적극적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기존의 진보-보수 간의 대연정론을 넘어 사회적 대연정 + 정치 연합을 통해 더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신정부가 취할 수 있는 연합정치에 대해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야권연정 → 신정부에서는 더 이상 야권연정은 없어. 집권당으로서 민주당 정부가 어떻게 할 것이냐가 핵심일 뿐. ② 친박을 제외한 진보-보수 대연정 → 사회적 대연정 없는 정치 대연정이 결국 권력분배의 문제에 그칠 가능성이 높음 ③ 유일한 대안이라 할 수 있는 사회적 대연정 위에 선 개혁 연정이다. 

개혁 연정의 범위는 정당간 이념적 거리나 적대를 넘나들며 얼마든지 넓을 수 있다. 이를 굳이 진보 보수의 연합으로서 대연정으로 한정지어 말해야 할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불안정한 다당제'가 초래한 다양한 '가능성의 공간'이라는 역설을 활용하여 개혁의 모멘텀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5. 통치의 시간

이처럼 현재의 불안정한 다당제를 통치/개혁의 불안요소로만 바라볼 이유가 없다. 오히려 다양한 정치연합과 갈등구조의 변화를 통해 기존 양당제 및 양극화된 보-혁갈등 구조에서 불가능했던 폭넓은 개혁을 시도할 수 도 있다. 

한편 정당간 연정 및 사회와의 협치 역시 '시기' 또는 '의제의 성격'을 두고 다양하게 구성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집권초기에는 '합의쟁점'을 중심으로 대통령이 앞장서서 국정운영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세월호 진상규명 문제', '2018 평창올림픽', 그리고 '남북관계와 외교문제' 등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과 연합정치를 적극적으로 시도할 수 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이후에는 노사관계 또는 사회경제적 의제와 같은 '갈등쟁점'들을 두고 경쟁 또는 협력하며 왼쪽으로의 정치연합 또는 시민사회와 협치를 중심으로 국정운영을 하는 방법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국정운영에 있어서 과도한 중앙집권주의를 해소하기 위해 시도지사협의회를 제2의 국무회의처럼 운영하여 지방정부들을 국정운영의 실질적인 파트너로 끌어들여 지방분권을 촉진하고 개혁의 모멘텀을 확보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신정부에게는 개혁의 주체와 책임을 다자화하고 위기의 시기마다 다양한 국정운영의 모델을 운용해서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다당제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는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2) 정책 연합의 종류

● 1단계 : 기존 정당들 간의 공통의 정책, 합의의 정도가 높은 이슈
개혁적인 정책은 과감하게 합의.
일자리 창출, 저출산 대책(육아 휴직 장려, 어린이집 확대), 교육의 공공성 강화, 교육비 부담 완화, 실효 세율 인상, 미세 먼지 등 환경 개선 문제 등

● 2단계: 국가적으로 시급하고 중요한 정책, 외교안보, 복지 사회 정책 → 외교안보 동맹, 복지 동맹
사드 배치와 중일 관계 악화 문제 해결 및 남북 간 긴장 완화와 한반도 평화 구축 등.
복지 체제 구축을 통해 불평등을 완화하는 문제 등.

● 3단계: 이견을 조정하는 단계, 정치가 진짜로 문제를 다루는 실천적 접근
스웨덴의 수요미팅(매주 4당 지도자를 만나 외교 현안을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모임)과 목요클럽(노사정회의), 그리고 하르프순드 회의는 엘란데르 총리가 직접 다른 정당 지도자나 이해 당사자 대표를 만나 진짜로 문제를 다루는 실천적 접근을 보여 줌.

6. 새로운 미래를 향해

신정부는 박정희 발전모델의 갑작스러운 붕괴로 말미암아 '새로운 모델 형성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위기 상황이기도 한 '새로운 모델 형성기'에 정치의 방법으로, 주어진 과업을 성공적으로 실천했던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절대 빈곤과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고 복지국가의 초석을 다진 스웨덴 엘란데르 수상의 사민당 정부, 제1차 세계대전 직후 경제 공황을 극복했던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민주당 정부, 역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베버리지 보고서'를 바탕으로 복지동맹을 이끌었던 영국 애틀리 수상의 노동당 정부 등을 들 수 있다. 신정부 역시 앞서 언급한 정부들처럼 새로운 도전과 실험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개혁의 주체가 대통령과 청와대이고 시민들은 이를 5년에 한번 있는 선거에서 평가하거나 때로 거리에서 저항권을 행사하는 역할 외에는 별다른 민주주의적 역할이 주어지지 않았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신정부는 현재 닥친 복합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한편 새로운 국가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만큼 국정운영과 통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고 또 실험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만이 개혁의 주체여서는 안 된다. 그와 같은 방식이 촛불집회로 표출된 시민들의 참여와 개혁요구를 올바르게 반영한 것이라 하기 힘들 것이다. 결국 정당 간 연합정치와 시민사회/이해집단들과의 협치는 위기 극복의 수단만이 아니라 정부와 시민의 새로운 관계 수립 및 각 분야의 역할 재정립이라는 국가통치시스템의 총체적이고 새로운 변화를 지향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 및 외교안보적 불안, 저출산 고령화와 복지국가로의 이행 등 많은 과제들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첫 번째는 정교하게 설계된 정책꾸러미가 아니다.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개혁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통치/개혁 모멘텀을 어떻게 만들 것 인가의 문제이며 그것은 지난겨울과 봄을 거치며 우리에게 이미 주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 이 기획은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분권과 협치의 대한민국 국가 운영 모델 연구"의 일환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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