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국방부 사드 보고 '의도적 누락' 확인"
靑 "국방부 사드 보고 '의도적 누락' 확인"
정의용 실장이 추가 반입 묻자 한민구 장관 "그런 게 있었습니까?"
2017.05.31 11:15:23
청와대가 31일 국방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추가 반입 보고 누락 사건과 관련해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대화 내용까지 공개하며 국방부의 항변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국방부가 실무선에서 보고서를 작성할 당시에는 발사대 4기의 비공개 추가 반입 내용을 담고도 지난달 26일 보고 전 해당 내용을 보고서에서 삭제했다는 사실도 추가로 공개했다. 국방부 고위급 인사들의 "의도적인 누락"이라는 것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방부의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보고 누락 경위를 조사하던 중 국방부가 이처럼 의도적으로 4기 추가 반입 보고를 의도적으로 누락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어제 국방부 정책실장 등 군 관계자 여러 명을 불러 보고 누락 과정을 집중 조사했다"면서 "그 결과 실무자가 당초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는 '6기 발사대 모 캠프에 보관'이라는 문구가 명기돼 있었으나 수차례 강독 과정에서 문구가 삭제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윤 수석은 "이 부분은 피조사자 모두가 인정했다"면서 "최종적으로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국방부가 제출한 보고서에는 '캠프명, 4기 추가 반입' 등 문구 모두가 삭제됐고 두루뭉술하게 한국에 반입됐다는 취지로만 기재됐다"고 부연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보고서의 구체적 내용은 기밀 문서이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내용을 봤을 때, 그 내용(4기 추가 반입)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피조사자들이)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누가 보고서 문구 삭제를 지시했는지에 대해선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고 했다.

국방부가 4기 추가 반입 사실 보고를 누락했음에도, 청와대가 해당 내용을 인지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도 윤 수석은 설명했다. 

윤 수석은 "26일 정의용 안보실장이 국방부 정책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으나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었다"면서 "이에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이 보고에 참석했던 관계자 1명을 보고가 한참 끝난 뒤 자신의 사무실로 따로 불러 세부적 내용을 하나하나 확인 하던 중 사드 4기의 추가배치 사실을 최초로 인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이 차장은 27일 이 사실을 정 실장에게 보고했고 정 실장은 28일 한민구 국방 장관과 오찬을 함께하며 '사드 4기가 추가적으로 들어왔다면서요?'라고 물었으나 한 장관은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이 사드 추가 반입에 관한 정 실장의 질문에 거짓말로 답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정 실장은 29일 문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고 문 대통령은 30일 한민구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드 발사기 4기 추가 반입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는 게 윤 수석의 설명이다. 

윤 수석은 "문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의 운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드 배치가 국민도 모른 채로 진행됐고 새 정부가 들어서 한-미 정상회담 등을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임에도 국방부가 이 같은 내용을 의도적으로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의 진상 조사 대상에는 보고서 문구 삭제와 청와대에 거짓 보고를 한 한민구 국방장관을 포함해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보고서 결제라인에 한 장관이 포함됐느냐는 질문에 "상식적으로 그렇다고 봐야한다"고 했고, 김관진 전 실장으로 조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조사 과정을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반입과 배치 등 전 과정에 대한 조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말하기 어렵다"면서 "조사 범위에는 어떤 과정에서, 어떤 경위로, 누가 이런 지시를 했는지가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한편 국가 기밀인 무기 체계의 반입과 배치 현황 공개가 부적절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한미 간에 진행되는 협의는 전체적으로 비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고 그것이 앞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면 공개하는 게 맞다"며 "누락 과정에서 있었던 문제도 국민들에게 비공개를 했다고 하더라도 새정부에 이 내용이 누락돼서 보고된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국방부는 우리 정부의 일원이고 국민의 국방부이기 때문에 한미 간에 어떤 루트로 이야기 했건 그 부분은 당연히 청와대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20일이 지난 뒤에야 "충격적"이라며 이 문제를 공론화 한 배경에 대해선 "문 대통령도 어떤 보고가 있을지 기다렸다. 새로 안보실장이 온 지 얼마 안 됐지만, 이전 안보실장과 국방부 장관이 있는데도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사드 4기의 추가 반입이 언급 됐음에도 새정부 출범 3주 동안 몰랐다는 건 안보 무능이 아니냐는 지적에도 그는 "언론으로 안 것과 보고를 통해 아는 것은 다르다"며 "언론 보도가 됐다고 해서 국민들이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인사청문회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 카드 아니냐는 지적에는 "인사 청문회 결과나 내용과는 관계가 없다"며 "문 대통령은 국민들이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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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기자 hilltop@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