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부 아저씨는 비정규직입니다
우체부 아저씨는 비정규직입니다
[작은책] 우체국, 정규직 대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회사
우체부 아저씨는 비정규직입니다
"'우체국' 하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 것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서슴없이 "우체부 아저씨, 우체통, 빨간 제비"라고 할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와 친숙한 우체국이 동네마다 전국에 3500여 개나 있습니다.

흔히 우체국에 다닌다고 하면 공무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우체국에 다니면 모두 공무원이었으나, 경영 효율화와 예산 절감을 이유로 위탁을 줘 만들어진 회사가 공공기관인 우체국시설관리단이며, 전국의 1050여 개 주요 우체국을 쓸고 닦고 기름칠하는 업무 등을 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인 우체국시설관리단에 근무한다고 하면, 잘 모르시는 분들은 부러워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말을 하기도 전에 숨이 막히는 기분이네요.  

ⓒ박정석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우체국 노동자들의 눈물 얘기를 풀어 보겠습니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은 2000년도에 설립된 기타공공기관입니다. 본사 정규직은 45명, 비정규직은 2500여 명으로 2017년 332개의 공공기관들 중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회사로 뽑혔으며, 정규직은 공무원에 준한 월급과 수당체계이지만, 비정규직 2500여 명은 최저·최소 월급에 10년 근속수당이 신입사원과 3만 원씩(?)이나 차이 나는 그런 곳입니다. 잘 이해되지 않으시죠?

우체국(우정사업본부)에서 우체국시설관리단과 1년에 한 번씩 수의계약을 맺으면, 우체국시설관리단 본사는 2500여 명의 비정규직에게 최저임금과 최소월급을 주고 나머지는 수익금으로 모아서 일감을 주었던 원청인 우체국(우정사업본부)의 정규직 공무원들 복지증진에 사용해 왔습니다. 무려 지난 15년간 275억 원이나요.

우체국 정규직 공무원 복지증진이란, 우정공무원 출산장려금 지원, 우정종사원 자녀 여름 캠프 운영, 우정공무원 공상보조금 지원, 우정종사원 건강관리 프로그램 운영, 순직우정인 유가족 지원, 우체국 수련원 운영, 노후 우체국 안전진단 및 수리, 우정종사원 동호회 지원과 우정사회봉사단의 사회공헌활동 지원 등입니다. 하청업체 격인 우체국시설관리단 비정규직을 쥐어짠 수익금을 사용해 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체국시설관리단 2500여 명의 비정규직들 중에 미화원이 850여 명, 금융경비원이 900여 명, 합치면 1750여 명이 최저시급 노동자로서 식사비와 교통비도 없이 처우가 바닥이었음에도 이들의 수익금을 원청 공무원 복지증진에 사용하였다니.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는 사실을 노동조합 설립을 하고선 알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사실, 2017년도 우체국은 고객만족도 부문 18년 연속 1등을 하였으며, 우체국(우정사업본부)에서는 지난 3월 24일 경영평가 성과급을 우체국의 정규직 공무원과 직접고용된 비정규직들에게 모두 140% 기준하여 수백만 원씩 지급하였으나, 우체국 고객만족도를 위하여 새벽같이 출근하여 청소한 미화원, 밤새 우체국을 지키거나 우편 기계를 정비한 기술원, 그리고 금융창구에서 고객들에게 친절 봉사한 금융경비원 등 우체국시설관리단 2500여 명의 직원들은 해당 사항이 없었습니다. 아니, 우리들 수익금은 다 가져가면서 자기네들 성과급은 10원도 안 주니 해도 해도 너무하네요. 그런데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우체국시설관리단 정규직원들은 매년 공무원에 준한 성과금을 받아 왔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우체국시설관리단 2500여 명의 비정규직은 복지와 처우 개선의 사각지대에 숨겨져 있었는데, 2015년 노조 설립 후 비로소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의 차별도 우리 사회의 법에서는 차별이 아니라고 하니 안타깝습니다.

ⓒ박정석


2015년 1월 17일, 드디어 우체국시설관리단 설립 후 15년 만에 노동조합이 설립되었습니다. 노동조합 설립만 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다 해 주겠다고 하면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사 주며 회유와 협박을 일삼던 본사는 1월 19일, 갑자기 노조 집행부 3인에게 본사 인사대기 명령을 내렸고, 본사에 도착하니 독방이 기다리고 있었으며, 사측은 흰 종이와 필기구류를 주며 '노사상생을 위한 발전 방안' 등을 작성하게 강요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본사 앞에서 헌법에 보장된 노조할 권리를 주장하며 기자회견도 하였고, CBS 라디오 <시사자키>를 통해 정관용 씨와 인터뷰도 하면서 노동조합을 시작하였고, 사업소 소장의 직위도 6개월간 강등되었다가 2015년 6월 1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측의 모든 행위가 부당징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을 받아 사업소장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었고, 그 후 탄력을 받아 그해 8월 13일 단체교섭을 체결하고 이듬해 9월 2일 임금협상도 체결하면서 노동조합을 본 궤도에 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체국시설관리단의 수익금을 원청인 우정사업본부를 위해 사용하다 보니 2500여 명의 비정규직 삶은 열심히 일할수록 더 곤두박질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으며, 3~4인 가정의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될 때에만 공공부문 질 좋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입니다.

전국 1050여 개 크고 작은 우체국에 미화원, 경비원, 기술원, 금융경비원 등 2500여 명이 산재되어 있어 노동조합을 하기에는 악조건이었으나, 지난 15년간 억눌림과 부당함에 대한 저항의식, 그리고 간절한 염원을 바탕으로 우체국시설관리단지회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성과는 수많은 투쟁에서 승리한 전국우편지부(우정사업본부 비정규직 노조) 동지들과 함께했기에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2017년도 임단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원청인 우체국 정규직 공무원들의 복지증진을 위해 사용할 예산은 있어도 우리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사용할 예산은 없다'고 할 게 뻔합니다. 이런 모순덩어리인 우체국시설관리단과 원청인 우체국을 촛불에서 승리한 기운을 받아 우체국시설관리단 2500개의 초에 불을 밝힐 수 있다면, 우체국시설관리단 비정규직뿐만이 아닌 원청의 1만여 명의 비정규직에게도 희망의 촛불이 전해질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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