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짜리 소장 받으면 어떨 거 같은가"
"10억 짜리 소장 받으면 어떨 거 같은가"
[국가폭력의 다른 이름 ③] 장석우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인터뷰
2017.07.05 09:19:00
집회는 민주주의라는 기치 아래 뭉친 공동체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움직임(movement)이다. 공동체가 살아 움직이는, 그리고 운영되는 방식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집회가 얼마나 자유롭게 열리느냐는 그 사회의 민주주의를 판단하는 척도가 된다. 집회 자체를 원천봉쇄하거나 신고제임에도 사실상 허가제로 집회를 막는 사회는 민주주의가 후퇴한 사회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민주주의는 매우 후퇴했다고 볼 수 있다. 집회 관련, 광범위한 규제를 진행했다. 지난 2월, 영국 이코노미스트 그룹의 조사·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를 보면 한국은 2016년 10점 만점에 7.92점을 받아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됐다. 단순히 집회의 자유만 평가하는 지수는 아니지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주목할 점은 지난 정권 동안 '집회의 자유'만 제약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는 집회 참가자와 관련 집회 주최 측에 많게는 수십억에서, 적게는 수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집회를 규제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 참여한 시민단체 대표들, 77일 옥쇄파업을 진행한 쌍용차지부 노동자 조합원들, 불법적인 노조파괴를 반대하며 파업을 진행한 유성기업 지회 및 조합원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한 4.16 연대 대표자,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한 밀양 주민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한 강정마을 주민들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들의 폭력적 행동으로 장비 파손 등 피해액이 상당하다며 손배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방식의 재갈물리기라는 비판을 받는다.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수십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리고, 거기에다 가압류까지 걸리게 되고도 위축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결국, 민감한 사안이 걸린 집회는 참가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과도 같다. 

게다가 집회 주최 측에 소를 제기하는 것은 일단 충돌이 발생하면 그 모든 책임은 집회를 주최한 곳에서 져야 한다는 의미다. 주최 측 입장으로서는 자연히 앞으로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은 인터뷰를 통해 국가 손배소가 당사자에겐 어떤 굴레로 다가오는지, 국가의 손배소의 법적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본다. 제주 강정마을회 고권일 부회장,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에 이어 이들 국가손배소를 변호하는 장석우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를 만났다. 

▲ 장석우 변호사. ⓒ프레시안


"국가 손배소, 이명박 정부 때부터 본격화"

프레시안 : 국가의 손배소는 언제부터 시작됐나? 노무현 정부 때는 기업에 의한 손배소는 있었지만 국가의 손배소는 없지 않았나. 

장석우 : 노무현 정부 때도 있기는 했다. 한미FTA 집회 관련해서 경찰(국가)이 집회 주최단체들에 손배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참가자들 개개인에게까지는 아니었다. 본격화된 것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다. 대표적인 게 쌍용자동차 노동자에게, 그리고 광우병 촛불집회 참가자에게 제기한 손배소다. 

프레시안 : 정부가 시민에게 이렇게 손배소를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장석우 : 사람이 다치고 장비가 파손됐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경찰이 집회를 진압하다 다칠 경우, 국가가 진료비를 부담한다. 이럴 경우 진료비 부담만큼 국가가 손해를 입었으니 '니가 책임져라'는 식이다. 경찰 버스, 무전기, 방패 등이 부서지고 분실되는 경우도 손해라며 집회 참가자들에게 청구한다. 

프레시안 : 그런데 그렇게 다치거나 파손된 게 모두 집회 참가자들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 않나. 다른 이유로 다치거나 파손되는 경우도 있다. 

장석우 : 경찰 본인 실수로 다친 경우도 많다. 달려가다 넘어지거나 다른 대원에게 걸려 넘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물론, 집회 시위를 막다 발생한 피해도 있다. 하지만 집회 현장에서 다쳤으면 무조건 집회 참가자들에게 청구하는 식이다. 

과잉진료도 있다. 쌍용자동차 옥쇄파업에 투입된 경찰이 진입하다 팔이 부러졌다며 3개월 동안 입원했다면서 입원비용을 청구했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게(3개월) 입원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이 인정돼 입원비는 손해에서 빠졌다. 그런 일들이 심심찮게 있다. 

프레시안 : 그런 것을 법원에서는 따져보지 않나. 

장석우 :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경찰이 자술서에 '어떻게 해서 다쳤다'고 진술하고, 그 내용이 진료기록에 있으면 그냥 믿는 거다. 결국, 우리 쪽에서 하나하나 잡아내 법원에 지적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러기엔 증거도, 여력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프레시안 : 반대로 노동자나 시민들도 집회 과정에서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다치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 그럴 경우, 경찰을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할 수 있지 않나. 

장석우 : 국가를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하기가 무척 어렵다. 무엇보다 증거가 필요한데 그게 없다. 경찰은 체증 등을 통해 매우 방대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노동자나 시민들은 누가 자기를 때렸는지 등 아주 기초적인 것조차도 특정하지 못한다. 

게다가 경찰 지휘계통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른다. 자연히 애매하게 국가를 상대로 손배를 하는 구조가 된다. 이럴 경우, 증거는 우리 쪽 진술서 밖에 없다. 이런 구조 속에서 공권력 남용이라며 국가배상청구소송이나 형사고소를 해봤자 대부분 기각되거나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 소송이라는 게 이렇다. 운동장 자체가 기울어져 있다. 국가는 막강하고 개인은 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 쌍용자동차 노조의 옥쇄파업을 진압하는 경찰. ⓒ이명익


"10억 짜리 소장 받으면 어떨 거 같은가"

프레시안 : 경찰이 손배소를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장석우 : 집회 참여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게 아닌가 싶다. 일단 뭐가 됐든 손배소를 청구하는 게 중요하고 생각하는 듯하다. 법원의 판단은 그 다음이다. 예를 들어 10억 짜리 소장을 받았다고 생각해보라. 개인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자연히 다음에는 집회 등에 나가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프레시안 :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그러한 심리를 상당히 이용한 듯하다. 

장석우 : 그때는 노조 쟁의행위가 있는 곳에 공권력이 투입됐을 경우, 예외없이 손배소를 청구했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사안에는 모두 청구했다고 볼 수 있다. 

프레시안 : 궁금한 점은 그러한 손배소를 경찰 단독으로 결정해서 진행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민감한 정치적 이슈이기에 정권 차원에서 결정하지 않겠나. 

장석우 : 국가의 소송행위는 법무부 장관 지휘가 있어야 한다. 법률상 대표자가 법무부 장관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소송이 대통령에게도 보고되지 않겠나. 이런 사안을 경찰조직 단독으로 진행하기는 어렵다. 

프레시안 : 국가가 민사를 거는 것은 여러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미 형사처벌 받은 이에게 또다시 징벌적 손배소를 제기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거기에다 국가라는 조직이 사인(私人)으로 민사를 제기한다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장석우 : 경찰공무원이 업무를 수행하다 다쳤다고 치자. 그래서 공무원 개인이 직접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사인(私人) 대 사인(私人)이니까. 신체적 피해의 경우, 국가에서 책임지고 치료해주지만, 그와 별도로 정신적인 고통을 보상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 사람도 기본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가 원고가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가는 기본권을 보유한 개인이 아니다. 오히려 개개인의 기본권을 수호해야 하는 주체다. 그런 국가가 나서서 소송을 통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개인에게 청구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그리고 국가는 이미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있다. 국가가 의도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행정처분 등으로도 가능하다. 그런데도 국가가 하나의 개인이 되어 민법을 적용, 시민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건 적절하지 않다. 

프레시안 : 이중처벌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장석우 : 그렇다. 집회에서 재물이 부서지고, 경찰이 다칠 경우, 관련 가해자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공무집행방해, 치상, 공동손괴 등으로 처벌받는다. 국가는 형사처벌권을 가지고 있지 않나. 그 권한으로 처벌한다. 그것으로 충분한데, 손배소를 통해 이중처벌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범죄에 있어서,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체포 과정에서 경찰이 다칠 수 있고, 장비가 파손될 수 있다. 그럴 경우, 피해 비용을 모두 범죄자들에게 청구하나? 아니다. 이는 국민에게 청구한다. 바로 세금이다. 그런 것을 다 고려해서 세금을 걷는다.

▲ 쌍용자동차 사측 용역. 볼트를 대형 새총으로 쏘고 있다. ⓒ이명익


"국가 손배소, 사회적 합의로 풀어야 한다"

프레시안 : 쌍용자동차 사태의 경우, 2009년에 발생한 일이다. 거의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요는 피해보상금을 경찰이 아직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경찰이 보상금의 근거로 제시한 헬기, 기중기 등의 파손은 어떻게 됐나. 

장석우 : 수리를 끝낸 지 오래다. 결국, 대법원 판결을 통해 경찰이 피해보상금을 받게 될 경우, 그 돈은 세입 항목에도 없는 가욋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나. 이미 헬기 등은 다 고쳤고 수리비는 지급됐다. 

프레시안 :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결국, 재갈물리기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풀 수 있겠나. 

장석우 : 국가가 소송을 취하하면 된다. 그러면 깔끔하게 끝난다. 지금 결단력 있게 해야 한다. 기업과 노동자 간 손배소송은 합의 국면에서는 소 취하로 마무리된다.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등이 그랬다. 하지만 국가는 그것을 못하고 있다. 

지금 국가가 제기한 민사는 공동으로 피해가 발생했으니 공동으로 책임지라는 것이다. 즉, 10억 원의 손배소를 100명에게 걸 경우, 10억 원을 100명이 나눠서 1000만 원씩 지는 게 아니라 1인당 10억 원의 책임을 다 지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중 한 명이 가압류를 견디다 못해 10억을 갚으면 이 사람이 나머지 99명에게 알아서 9억9000만 원을 받는 구조다.  

게다가 고의에 의한, 중과실에 의한 불법 행위 채무는 개인파산 신청을 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국가가 집행을 포기하거나 누군가가 갚을 때까지 평생 따라다닌다. 형사처벌로 인한 벌금은 그에 맞춰 감옥을 다녀오면 사라진다. 하지만 이것은 그렇지 않다.  

심각한 문제다. 지금까지는 크게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모를 일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제기한 소송이 최근 하나둘씩 판결이 나오고 있다. 지금 막아야 한다. 쌍용자동차 관련, 대법원 판결이 확정될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이것이 선례가 돼서 이후 유사 소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 전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를 풀어야 한다. 

프레시안 : 앞으로도 이러한 국가의 손배소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장석우 : 근본적으로 입법을 통한 해결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우선 내부 지침을 만들면 된다. 악랄하고 고의적인 것은 예외적으로 청구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집회 시위나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최소한의 내부지침을 만들어 적용하면 된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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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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