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꼭 봐라. 이민 안 가고는 살 수 없게 해줄께"
"인터넷 꼭 봐라. 이민 안 가고는 살 수 없게 해줄께"
[리벤지 포르노 上] 유포했는데 겨우 음란물유포죄라고?
2017.07.13 01:29:02
"인터넷 꼭 봐라. 이민 안 가고는 살 수 없게 해줄께"
'1시간 후에 꼭 인터넷 봐라. 일은커녕 이민 안 가고 살 수 없게 해볼게. 방송국에 네 실체 싹 알려주마.'

결별을 요구하는 여자친구에게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갈취한 커피 프랜차이즈 대표가 기소됐다. 11일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공갈 및 공갈미수' 혐의로 커피스미스 대표 손모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정작 동영상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유포하겠다는 공갈 협박에 여자친구는 6000만 원을 손모 씨에게 줘야만 했다. 일단 동영상이 유포되면 손쓸 도리가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도 어쩔 수 없이 돈을 줘야 하는 이유다. 일명 '리벤지 포르노'가 터지면 그의 말대로 이민 안 가고는 살 수 없는 상태가 돼 버린다.   

한 번 유출되면 막을 수 없는 '리벤지 포르노'

'리벤지 포르노'. 이별에 대한 복수심으로 헤어진 연인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은밀한 사생활이 만천하에 공개된 피해자들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진다.  

유포된 영상을 삭제할 수 있는 법적인 대책이 없어, 피해자가 직접 사설업체에 의뢰해 더 이상의 확산을 막는 방법 밖에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완전히 삭제되는 게 아니다. 특정 사이트에 올라온 자신의 영상을 삭제한다 해도, 이후 다른 제목으로 영상이 재차 올라오기 때문이다. 이것을 일일이 다 잡아내 삭제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담는 동영상을 몰래 찍거나, 인터넷상에 유포하는 행위를 강력히 단속하고 처벌해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대부분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게 현실이다. 

카메라 등의 기계를 사용하여 다른 사람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사람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직접 촬영하지 않았더라도 촬영대상자의 동의 없이 촬영물을 반포, 판매, 임대, 제공, 전시, 상영한 경우에도 같은 처벌을 받는다. 단순 유포일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촬영물을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에 유포했다면 형벌은 더욱 무거워진다.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이처럼 피해 당사자에게는 미흡하겠으나 법적으로는 나름 처벌 기준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준이 실제로 적용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솜방망이 처벌뿐인 '리벤지 포르노'

A씨는 피해자와 클럽에서 처음 만나 성관계를 한 뒤, 옷을 벗고 있는 피해자의 전신사진을 촬영했다. 이후 이 사진을 카카오톡을 통해 지인 11명에게 유포한 혐의로 징역 4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양형이유에서 수사개시 이후에도 사진을 전송받은 지인들과 피해여성을 성적대상물로 취급하거나 모욕하는 문자를 주고받은 점. 피해자가 엄한 처벌을 탄원한 점 등을 가중사유로 들었다. 반면, 법정에서 진지한 반성, 피해사진 추가유출 방지를 위해 노력한 점(지인들로부터 유출방지 서약서 받아 제출)등은 감경사유로 참작됐다. 

B씨의 경우, 피해자가 잠든 사이에 피해자의 나체 사진을 몰래 촬영한 후, 피해자가 결별을 선언하자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피해자가 자신이 자살할지도 모른다고 애원했지만 결국, 피해자 친구들에게 이를 유포했다. 하지만 B씨에게 재판부는 선고유예(벌금 300만 원)형을 내렸다. 

김현아 변호사가 발표한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 등 실태 및 판례 분석'을 보면 이와 같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카메라등이용촬죄(신체 등을 촬영한 범죄), 통신매체이용음란죄(촬영물을 인터넷 등에 유포한 범죄) 관련, 서울 지역 법원에서 2011년 1월1일부터 2016년 4월30일까지 선고된 카메라등이용촬영죄 2389건, 통신매체이용음란죄 296건 중,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판결문 1심 1540건과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판결문 1심 222건을 분석했다. 

이중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판결문 1심 1540건을 살펴보면, 벌금형은 1109건(71.9%), 집행유예는 226건(14.6%), 선고유예는 115건(7.46%), 징역형은 82건(5.32%) 순이었다. 그나마 징역형도 6개월형이 29.27%, 1년형 19.51%, 8개월형 10개월형이 각 14.63% 순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형량이 6월에서 1년 사이에서 결정되는 셈이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유포죄)도 비슷하다. 1심 형벌의 종류를 분석해보면, 벌금형 143건(64.41%), 집행유예 36건(16.22%), 선고유예 15건(6.76%), 징역형 13건(5.86%) 순이었다. 벌금형의 비율이 월등히 높고 징역형이 가장 낮음을 알 수 있다. 

법적 양형기준은 높으나 이렇게 감형되는 이유로 재판부는 △ 자백 및 반성, △ 피해자  합의 또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음, △ 촬영 부위 및 태양(다리, 발목 등이거나, 촬영 이미지가 희미하거나 미수에 그침), △ 범행횟수, △ 초범, △ 촬영된 영상이 유포되지 않음, △ 기타 사정(평소 성실하게 생활한 점, 사회적 유대관계, 충동적 범행, 재범방지 다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급력이 더 큰 제3자에 의한 유포, 하지만...

주목할 점은 촬영한 영상을 제3자가 유포할 경우, 그 피해의 규모, 확산의 신속성 등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이다. '리벤지 포르노'가 웹하드 등에서 유포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솜방망이 처벌이다.   

더구나 피해자가 촬영에 동의한 경우, 이를 유포한다 해도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 현행법으로는 스스로 찍은(동의해서 찍은) 촬영물을 당사자 동의 없이 유포해도 음란물유포죄로만 처벌 가능하다. 음란물유포죄가 적용될 경우, 성폭력처벌죄보다 형량도 적을뿐더러 신상정보공개 대상도 되지 않는다.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를 규정한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서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촬영물을 공공연하게 전시한 경우'로 그 대상을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스스로 자기 신체를 촬영한 영상물이 본인 의사에 반하여 유포된 경우, '다른 사람'의 신체를 찍은 촬영물이 아니기에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지난해 9월, 본인이 자신의 민감한 신체부위나 사생활을 촬영한 촬영물을 제3자가 동의 없이 유포한 경우, 성범죄로 처벌하도록 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발의된 지 1년이 다 된 이 법은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그 사이 '리벤지 포르노'의 피해자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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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