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헌법재판소는 왜 '소수노조' 손을 안 들어줬나
독일 헌법재판소는 왜 '소수노조' 손을 안 들어줬나
[기고]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단일협약원칙 결정'에 대하여
독일 헌법재판소는 왜 '소수노조' 손을 안 들어줬나

지난 7월 11일 단일협약원칙이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하면서 독일의 직종별 소수노조들이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에 대해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5개월여 만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의 결정요지와 함께 단일협약원칙에 관한 그간의 논쟁을 통해 독일식 노동조합 모델과 단체협약 모델에 관해 알아보고, 우리의 노사관계에 주는 시사점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독일식 노동조합모델

독일의 노동조합은, 기업별로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우리나라 및 일본과도 다르고, 정파 및 직종별로 조직(노선별 노동조합)된 서유럽의 다른 국가들(프랑스, 이태리 및 벨기에)과도 다르다. 독일식 모델은 독일의 노사관계뿐만 아니라,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식 노동조합모델(Deutsches Gewerkschaftsmodell)의 특징은 아래의 4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 전투적인 계급투쟁 일변도 또는 계급우호 일변도의 관계가 아닌, 사회적 파트너십에 기반하여 갈등조정을 가능케 하는 잘 정리되고, 규정화된 모델(사회적 파트너십의 의미는, 노와 사가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대립하지만, 기본적으로 양측 모두 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대전제에는 이견을 달지 않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사업장차원 및 기업차원의 공동결정제도라는 제도화된 기구를 통해 협의와 협조에 기반을 둔 노사문화가 촉진되었다).
▲ 노측과 사측이 각각 강력한 조직력과 협상력을 가진 산업별 연합단체 구성.
▲ 노사관계 갈등조정의 이중시스템(기업내부와 외부로 분리)에서 적절한 균형 역할(임금 및 기타 노동조건에 관한 단체교섭, 단체협약체결 및 쟁의행위는 기업 외부에서 진행되고, 기업 내부에서는 사업장기본법에 따라 협력에 바탕한 노사관계가 이루어진다).
▲ 정당 및 정부시스템과의 느슨한 연결고리.

독일식 노동조합모델은 산업별단체구성의 원칙(Industrieverbandsprinzip)에 따라 구성된다. 산업별단체구성의 원칙이란, 직업/직종별이 아닌 산업별로 노동자와 사용자 조직이 구성되는 것을 말한다. 독일의 경우, 이 원칙에 따라 거의 대부분의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가 산업별로 조직되어 있다. 예외적으로 직종별 노동조합(Spartengewerkschaft)이 존재하기는 한다 (예: 의사노조인 마부르거 연맹, 항공조종사노조, 기관사노조 등).

독일도 1980년대 이래로 조합원 수가 계속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정작 조합원 감소 추세보다는 오히려 단체협약의 분권화 경향, 유연화 경향 및 사용자(단체)의 단협탈피(Tarifflucht) 경향, 그리고 2001년 이래로 나타난 전문직종 노동조합과의 단협정책상의 경쟁 양상이 독일노동조합총연맹(DGB) 산하 산별노조, 더 나아가 독일식 노동조합모델과 단체협상모델의 위기라고 말해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노총(DGB) 주도의 통합노동조합(Einheitsgewerkschaft) 모델(정치적 노선과 상관없이 조직되는 노동조합)이 독일식 노동조합모델의 중심축으로 확립되었다. 이는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 노선별 노동조합(Richtungsgewerkschat) 체제에서 3대 노조연맹간의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노동자측의 이해대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경험의 산물로 보인다.

어쨌든 1940년대 중반에 독일노총(DGB)이 주도하는 시스템이 만들어 졌는데, 이 독점구도는 지금까지 오랫동안 유지되어 오고 있다. 참고로, 독일에는 3개의 노동조합총연맹이 있는데, 독일노총(DGB)이 그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조합원은 약 600만 명이며, 산하에 8개의 산별노조가 있다), 나머지 2개의 노동조합총연맹은 독일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DBB, 조합원 수 약 128만 명)과 기독교노동조합총연맹(CGB, 조합원 수 약 28만 명)이다.

직종별 노동조합

독일노총 산하 산별노동조합의 강력한 경쟁자가 생긴 것은, 1999년 항공기조종사노조(Vereinigung Cockpit: VC)가 독일사무직노조(DAG)와 결별하고, 2001년 독자적인 단체협약을 체결한 때 부터이다.

그 외 대표적인 직종별 노동조합으로는 병원의사들의 노조인 마부르거 연맹(Marburger Bund, 2006년 독자협약 체결), 독일기관사노조(GDL, 2007년 독자협약 체결), 그리고 항공승무원노조(Ufo)가 있다. 이 노조들은 쟁의를 통해 사회적 이슈화에 성공하면서 독자적인 조직화의 길을 걷고 있는 대표적인 직업(종)별 노동조합들이다. 독일노총 산하 산별노동조합과는 더 좋은 노동조건의 단협체결을 위한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는데, 이 전문직노조를 바라보는 사용자단체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단협체결을 둘러싸고 더 강한 목소리를 내는 노조를 좋아할 리가 없을 것이다.

통일적인 단체협약 정책을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정부와 독일노총(DGB) 그리고 사용자단체연합(BDA)이 공동 보조를 취해 왔다. 여론도 소수 노조에게 호의적이지 않은데, 소수그룹에 의해 주도되는 파업으로 인해 전체 사업장이 꼼짝없이 포로가 되어 버리는 문제 때문에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대표적인 직종별 소수노조인 독일기관사노조(GDL)가 파업을 일으키면 모든 기차가 올스톱 된다).

직종별노조들이 조직을 강화해가는 이러한 경향은, 2010년 단일협약원칙을 파기하는 연방노동법원의 판결로 인해 더욱 강화되었으나, 이번 연방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된 단체협약법 제4a조가 2015년 신설되면서 다시 단일협약원칙이 적용되었다. 아래에서 상세하게 기술하겠다.

직종별노조가 독자적인 협약정책을 추구하는 이유로는, 대개 3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로 병원, 항공산업 등에서 독점적인 지위가 흔들리면서 민영화가 추진되어 해당 산업이 구조적인 변화를 겪었던 점 그리고 역시 철도가 민영화되면서 준공무원 신분이던 해당 직업군(기관사)의 신분이 변화된 점, 둘째로 해당 직업이 정보통신기술의 향상으로 인해 직무요건이 크게 바뀐 점, 그리고 세째로 통합서비스노조(ver.di)로의 통합에 따른 생산직 조합원 중심의 노동정책으로 인한 사무직 조합원, 의사, 기관사 등 고학력직업 종사자들의 불만과 독일노총의 대응에 대한 실망감의 표출이 그것이다.

헌법 제9조 제3항과 협약자치

이제 독일의 단체협약과 관련해서 가장 뜨거운 주제인 협약자치(Tarifautonomie)를 둘러싼 문제를 살펴보자. 협약자치는, 협약탈피(die Flucht aus dem Tarifvertrag), 균등대우의 원칙(Gleichbehandlungsgrundsatz), 단일협약원칙(Prinzip der Tarifeinheit) 및 직종별노조의 문제가 연결되어 있다.


독일 경제와 노동시장의 상황이 악화일로를 치달았던 90년대 중반에 논의가 촉발되었던 사업장 일자리동맹(다음 기회에 상술하기로 한다)과도 관련된다. 좀 더 멀리는 사회적 연대(gesellschaftliche Solidarität)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우리 또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인한 노동자간 연대의 문제가 사회문제화 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히 남의 나라의 문제라고 치부하고 넘기기 보다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노동관계법의 많은 부분이 독일로부터 계수되었기 때문에, 독일의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협약자치는 '결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제9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헌법 제9조 제3항에 따르면, "노동조건 및 경제조건을 유지, 향상시키기 위해 단체를 결성하는 권리는 모든 개인에게 그리고 모든 직업에 대하여 보장된다. 이 권리를 제한하거나, 방해하려는 합의는 무효이며, 이를 목적으로 하는 조치는 위법하다. 제1문에 따라 노동조건 및 경제조건을 유지,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된 단체에 의해 행해진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헌법상 긴급조치(§12a. §35②및③. §87a④, §91)가 행해져서는 아니된다". 즉, 헌법 제9조에 따라 단결권, 협약자치 및 파업권이 헌법상 보장되는 권리로 해석된다. 이 협약자치의 원칙에 따라 누구라도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노동조건 및 경제조건을 유지, 향상시킬 목적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리가 헌법상 보장되는 것이다.

또한 단체협약법(Tarifvertragsgesetz) 제3조 제1항에 따르면, "단체협약 당사자의 구성원 및 그 자신이 단체협약의 당사자인 사용자는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다". 여기서 단체협약 당사자의 구성원이라 함은, 노동조합의 조합원과 사용자단체의 구성원인 사용자를 말하므로, 이 단체협약은 지역산업단체협약을 말하고, 후문은 개별사용자가 노동조합과 체결한 기업단체협약을 말한다. 이 조항에 따르면 누구나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그 협약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즉, 헌법 제9조 제3항의 협약자치와 단체협약법 제3조에 따라, 하나의 사업에서 누구나, 어떤 직업이라도 단체를 결성하여 유효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단일협약원칙과 협약자치의 충돌, 그리고 단체협약법 제4a조

단체협약의 체결과 관련해서는 명문의 법규정은 따로 없으나, 연방노동법원의 판례, 즉 법관법(Richterrecht)에 의해 확립된 원칙이 "하나의 사업에는 하나의 단체협약(Ein Betrieb, ein Tarifvertrag)"이 적용 된다라는 것이다. 이것이 소위 단일협약원칙(Grundsatz der Tarifeinheit)이다. 단일협약의 원칙에 따르면 하나의 근로관계와 하나의 사업에는 하나의 단체협약만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하나의 근로관계에 다수의 단체협약이 체결되어 있거나(협약경합 Tarifkokurrenz), 하나의 사업에 다수의 단체협약이 체결되어 있을 수 있는데(협약병존 Tarifpluralität), 이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협약자치의 원칙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용자가 두 개의 노조와 각각 단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한 사업에 2개의 단체협약이 존재(협약병존)할 수도 있고, 또는 기업단체협약(Haustarifvertrag)을 체결한 가운데, 일반적구속력이 선언되어 또 하나의 지역산업단체협약이 적용되는 경우(협약경합)가 생길 수 있다. 협약경합의 경우에는 하나의 근로관계에 어떤 단체협약의 규범적 부분이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판단이 필요하지만, 협약병존의 경우에는 각각의 조합원에게 다른 단체협약을 적용하면 되는 것이지, 이것까지 판단에 따라 단일협약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협약자치의 한계를 넘는 것이라는 것이 학계의 판단이었다.

2010년 연방노동법원이 판결을 통해 단일협약의 원칙을 파기하였다. 복잡한 논의를 짧게 요약하면, 2010년 7월 연방노동법원(Bundesarbeitsgericht)은 협약병존에 대해서는 기존 판례, 즉, 단일협약원칙을 포기한다는 결정을 내린다. 이에 따라 대표적 직종별 소수노조인 마부르거연맹(의사노조)이 병원과 체결한 단체협약은, 공공서비스노조(ver.di)가 병원과 체결한 단체협약과 함께 유효한 것으로 인정되었고, 이를 계기로 직종별 소수노조가 사회에서 강력한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그러나 협약병존이 단일협약원칙과 법적 안정성 및 명확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독일노총(DBG)과 독일연방사용자단체연합(BDA)은 한 목소리로 단일협약을 위한 법개정을 요구하였다. 결국 2015년 7월 기존 단체협약법에 새로운 조항을 신설(제4a조)함으로써 단일협약원칙이 다시 유효하게 된다.

새로이 개정된 단체협약법 제4a조(단체협약의 충돌)에 따르면, 단체협약이 충돌할 경우, 충돌되는 단체협약 중에서 마지막의 단체협약이 체결되는 시점에 해당 사업에서 가장 많은 조합원을 가진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이 해당 사업에 적용된다(2항). 이에 따라 사용자(단체)는 어느 노동조합과 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개시할 경우, 이를 적시에 그리고 적절한 방식으로 알려야 하고(5항), 소수노조는 사후적으로 다수노조가 체결한 단협에 서명함으로써 그 단협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제4항). 즉, 독일노총(DGB)과 연방사용자단체연합(BDA)이 줄곧 주장해 왔던 다수의 원칙(Mehrheitsprinzip)이 관철되었던 것이다.

개정 법조항에 2017년 1월 11건의 위헌법률심판이 제기되었다. 다수의 원칙에 따라 가장 많은 조합원이 체결한 단체협약을 그 사업의 단일한 단체협약으로 한다면, 단체협약의 (상대적) 평화의무(relative Friedenspflicht)에 따라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동안에는 단체협약에 이미 규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쟁의행위가 금지되므로, 소수 노동조합은 파업권을 제한받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수노조는 생존력을 잃게 되고, 다수노조는 경쟁이 없는 독점의 지위를 얻게 된다. 그런데 이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헌법 제9조제3항) 단결권 및 파업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위법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사용자단체연합의 입장에서는 노동조합의 파업권을 제한할 수 있고, 독일노총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누렸던 단체협약체결상의 독점적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개정법에 대해 만족이었지만, 직종별 소수노조의 입장에서는 조합원의 권리가 제한될 뿐만 아니라, 생존권 자체가 위협받게 되는 상황에 몰리게 된 것이다. 더구나 압도적인 '조직률'을 가진 노조(마부르거연맹)가 그보다 조직률이 훨씬 낮은 노조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되는 상황 때문에 쉽게 승복하기 어려운 입장이었다.

연방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

단일협약법 제4a조에 대해 직종별 소수노조가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에서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합헌결정을 내렸는데, 결정요지는 이렇다.

▲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결사의 자유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받는 것이다. 다만, 입법자인 정부에게는 사업장 내 모든 종업원의 이해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하는 권한이 주어져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 재판부는, 소수노조를 배제하는 절차와 방식에 대해 제한적으로 해석할 것과, 협약체결 후 사후 서명권한에 대한 폭넓은 해석을 가능토록 하는 등의 세부사항에 대한 보완이 이루어진다는 전제하에, 단체협약법상의 단일협약원칙으로 인해 받게 될 소수노조의 부담은, 전체를 비교형량해 봤을 때 감당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
▲ 한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2018년말까지 보완하여야 한다. 즉, 기존의 단체협약을 배제할 경우, 그 단체협약을 적용받던 개별 소수그룹의 구성원의 이해가 경시되지 않도록 할 예방수단이 사전에 강구되도록 보완되어야 한다.

단일협약원칙을 둘러싼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최근 결정을 통해 독일의 노사관계, 그 중에서도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에 관해 살펴보았다. 우리의 경우에도 단체교섭과 관련하여 교섭창구단일화에 관한 논쟁이 6년째 이어지고 있다. 교섭요구와 쟁의행위의 제한 문제,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와 관련된 문제 등은 우리 역시 미해결인 채로 가지고 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제도는 없지만, 그러나 최선의 결론을 내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노사관계의 선진국인 독일의 관련 사례들을 두루 주의깊게 살펴보는 것은 하나의 유효한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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