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베를린 구상 시동…이산가족·군사회담 동시 제안
문재인, 베를린 구상 시동…이산가족·군사회담 동시 제안
막혀있던 남북 채널, 1년 7개월 만에 뚫리나
2017.07.17 09:00:01

문재인 정부가 '베를린 구상' 후속 조치로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 당국 회담을 북한에 제의했다. 남북 간 정치‧군사적인 근본 문제부터 풀어가자고 수차례 주장했던 북한이 이에 호응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김선향 회장 직무 대행은 17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에서 추석 및 10.4 남북 정상선언 10주년 계기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열자고 북측에 공식 제의했다. 김 대행은 오는 8월 1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실무접촉을 갖자고 밝혔다. 


그는 남북 모두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상봉을 고대하고 있다면서 "이분들이 살아계신 동안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떤 정치적 고려보다 우선시되야 한다"며 남북 적십자 연락 채널을 통한 북측의 회신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같은날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북측에 '군사분계선에서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남북 군사 당국 회담'을 제의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 시각) 발표한 '베를린 구상' 중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를 상호 중단"하자고 제안한 것의 후속 조치로, 대북 확성기를 포함한 적대 행위에 대한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예측된다. 


서 차관은 "군사 당국 회담을 7월 21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개최할 것을 북측에 제의한다"며 "북측은 현재 단절되어 있는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복원하여 우리측 제안에 대한 입장을 회신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이산가족과 군사 회담이라는, 성격이 다소 다른 두 가지 사안을 동시에 제안한 것을 두고 북한이 원하는 대북 확성기 중단과 남한이 원하는 이산가족 상봉을 바꾸는 식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대 관심은 북한의 호응 여부다. 만약 북한이 적십자 연락 채널이나 군 통신선을 통해 역제안을 하거나 호응해 나올 경우 지난해 2월 이후 끊어졌던 남북 연락 채널이 자연스럽게 복구된다. 또 지난 2015년 12월 차관급 회담이었던 '남북 당국회담' 이후 처음으로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북한은 아직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15일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진로가 무엇인지 똑똑히 알아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조선반도의 평화와 북남 관계 개선에 도움은커녕 장애만을 덧쌓는 궤변들이 열거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신문은 이 논평에서 "이 '평화구상'에 6. 15공동 선언과 10. 4선언에 대한 존중, 이행을 다짐하는 등 선임자들과는 다른 일련의 입장들이 담겨져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평가하기도 했다.

또 신문이 "북과 남이 함께 떼어야 할 첫 발자국은 당연히 북남관계의 근본 문제인 정치 군사적 대결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밝혀 남한이 제기한 남북 군사 회담에 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다만 이산가족 상봉의 경우 북한이 지난해 4월 남한으로 입국한 북한 식당 종업원들과 북한으로 돌아가길 원하고 있는 탈북자 김련희 씨를 자신들에게 되돌려보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상봉을 위한 회담이 성사된다고 해도 실제 상봉을 합의하기까지는 적지 않는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신문은 이외에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중단 △5.24조치 등이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가장 첨예한 적대적 관계에 놓여 있는 북남 사이에 대결 구도의 청산이라는 근본 문제의 해결을 외면하고 그 어떤 비정치적 교류나 협력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준다"고 밝혀 정치 군사적인 부문의 문제 해결이 우선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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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1128@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