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왜 상위 0.14%에 흔들리나?"
"민주당은 왜 상위 0.14%에 흔들리나?"
[인터뷰] 이정미 "정의당 키우면 한국 정치 업그레이드"
2017.07.28 10:41:47
19대 대선 심상정 후보 득표율 6.2%, 의석수 6석.

촛불 정국을 겪으며 정의당이 지난 대선에서 받아든 성적표(6.2%)와 현실(6석)이다. 두 자릿수 대선 득표율이 목표였던 데 비해 기대치에는 못 미쳤지만, 정의당은 역대 대선에서 진보 정당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현실과 득표율의 괴리 속에서 정의당은 지난 11일 이정미 의원을 신임 대표로 선출했다. 진보 정당의 1세대 지도자가 권영길, 2세대 지도자가 심상정, 노회찬이었다면, 이정미 대표의 당선은 '세대 교체'의 의미가 있다.

지난 26일 국회에서 만난 이정미 대표는 "지금까지 리더십이 진보 정당을 '지키는 리더십'이었다면, 이제는 키우는 리더십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정미 리더십이 성공해야 다음 세대들에게 길을 터줄 수 있다"는 사명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키우는 리더십'을 위해 이정미 대표는 '선거제도 개편'과 '2018년도 지방선거에서 약진'하는 것을 과제로 꼽았다.

정권이 교체됐는데, 왜 정의당을 뽑아야 할까. 이정미 대표는 "이 정부는 민주당 정부가 아니라, 촛불 정부"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정의당을 키우면 대한민국 정치 체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며 "문재인 정부의 왼쪽에서 똑 부러진 얘기를 하는 데는 정의당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 정의당을 제외하고 여야정협의체를 꾸리려는 움직임이 이는 데 대해서는 "정의당 빼고 여야 4당협의체를 만들면 민주당은 5년 내내 반대하는 보수 야당들에 끌려 다니다가 아무것도 제대로 못 이룰 수 있다"며 "5당 체제 안에서 자유한국당이 어깃장을 내도 합의해서 갈 길이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먼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침에 '자회사 형식'이 포함된 데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정부와 여당이 '핀센 증세' 방침을 밝힌 데 대해서는 "이런 부실 증세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쓴소리했다.

반면 정부의 탈핵 정책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지를 표했다. 국민의당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졸속적'이라고 반대하는 데 대해서는 "고작 신고리 5,6호기 중단으로 엄청 서두른다는 식으로 침소봉대하는 것은 탈핵하지 말자는 얘기와 같다"고 반박했다.

이정미 대표는 정의당이 여성, 성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의당이 선도적으로 목소리를 내서 동성애자 차별에 반대하는 '침묵하는 다수'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면, 다른 정치인들도 용기를 낼 것"이라며 "정치인 다수가 '왜 그러십니까, 이제 바뀌어야죠'라고 나서면 강력한 반대자들이 성소수자들을 못살게 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프레시안>과 인터뷰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2004년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차지하며 원내에 진출한 지 13년만에 당 대표 세대 교체가 됐다. 권영길 전 대표가 1세대, 심상정 전 대표가 2세대라면 이정미 대표는 86그룹 3세대 리더십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젊은 당 대표로서의 의미와 포부를 밝혀달라.

이정미 : 지금까지 리더십이 진보 정당을 만들고 '지키는 리더십'이었다면, 나는 이를 한 단계 뛰어넘는 '키우는 리더십'을 하고 싶다. 이제는 좀 이 당을 더 키워서 '수권'을 꿈꿀 수 있는 정당으로 만들어 나가려는 포부가 있다.

다른 측면에서는 이정미의 리더십은 꼭 성공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낀다. 왜냐하면 이정미가 성공해야 그 다음에 저 아닌 다음 세대들에게 '아, 도전해보고 싶다' '도전 해볼 만하다'는 길을 터줄 수 있다.

한 가지 말씀 드릴 점은 제가 어디선가 '뿅' 하고 나타난 사람이 아니라, 진보 정당 안에서 오랫동안 도전할 준비를 해왔다는 점이다.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 '촛불 본부 중대'"

프레시안 : 정권이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석 달이 채 안 됐지만, 정의당은 다른 야당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정부 여당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앞으로 여당과 관계 맺음을 어떻게 할 계획인가?

이정미 : 다들 정의당이 민주당 정부와 '관계가 좋다', '친하다', '2중대다'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신다. 하지만 우리는 민주당의 2중대가 아니라, 촛불 민심의 최전선을 지키는 '촛불 본부 중대'라고 말하고 싶다. 이 정부는 민주당 정부가 아니라, 촛불 정부다. 정의당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절절히 열망했던 촛불 민심의 견인차가 되고자 한다. 촛불 민심에 맞는 길은 강력히 지지하겠지만, 이에 역행한다면 어느 누구보다 강력한 정권의 비판자가 될 것이다.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촛불 민심에 잘 부응한다고 보나?

이정미 : 공공 부문 정규직화 과정에서 자회사를 통한 고용을 포함한다는 방침은 자칫 잘못하면 결국 고용에 대한 책임성 문제가 또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정의당은 원청 사업자도 하청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지는 법률안을 준비하고 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정책도, 공공이 잘하면 민간이 알아서 따라오리라고 보는 것은 너무 부족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면 업어드리겠다"고 했는데, 그것만 가지고 안 된다. 청년고용률 의무 할당을 늘린다든지, 상시 지속 업무에 대해서는 반드시 정규직화 한다든지, 간접 고용 노동자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당, 신고리 5,6호기 중단 비판? 탈핵하지 말자는 것"

프레시안 : 탈핵 정책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의견도 있다.

이정미 : 그렇지 않다. 신고리 5, 6호기는 오히려 공정률이 20%밖에 안 되는 지금이 건설을 중단할 적기다. 저는 백지화를 강하게 밀어붙였으면 좋겠는데,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대책을 마련할 준비가 부족하다고 하니, 정부가 국민을 최대한 설득해나가면서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국민의당은 '독일, 스웨덴은 탈핵하는 데 20년 걸렸다'고 하던데, 지금은 신고리 5.6호기만 다루는 것이고 전체 탈원전 프로세스에 걸리는 기간이 20~30년이다. 탈핵을 전체 다 하려면 60년은 걸릴 텐데, 고작 신고리 5,6호기 중단으로 엄청 서두른다는 식으로 침소봉대하는 것은 탈핵하지 말자는 얘기와 같다.

ⓒ프레시안(최형락)


"민주당, 왜 0.14%의 얘기에 흔들리나?"

프레시안 : 정의당은 중부담-중복지를 지지하며 대선 당시에도 가장 큰 규모의 증세안을 공약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초고소득자-초대기업 증세안에 아쉬움이 남겠다.

이정미 : 우리가 박근혜 정부 때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큰 경험을 하지 않았나? 자유한국당은 어차피 0.1%한테 걷어도 세금 폭탄이라고 하고, 10%한테 걷어도 세금 폭탄이라고 한다. 반면에 민주당 방안대로라면 1년에 3조 원 정도밖에 안 걷히는데, 어떻게 문재인표 복지 공약에 드는 재원 178조 원을 감당하려 하나?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을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두 가지를 후회한다고 한다. 하나는 노동 유연화를 너무 쉽게 받아들여서 비정규직을 양산했다는 것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임기 초에 과감하게 복지 정책을 밀고 나갔어야 하는데 소극적으로 추진하다 절반도 못했다는 아쉬움이었다.

민주당은 '공평 과세', '복지 증세'라는 실질적인 대책으로 '세금 폭탄' 프레임을 극복해 나갈 생각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이런 부실 증세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이렇게 해놓고 나면 그 다음 복지 증세 못 한다. 그래서 민주당 정부에 너무 답답하다. 국민 지지가 이렇게 높고, 국민이 '복지 혜택이 확실하다면 세금을 더 낼 의지'가 강한데 왜 0.14%의 얘기에 흔들리는가?

프레시안 : 이런 얘기를 하기 위해서라도 여야정협의체에 정의당이 들어가야겠다고 보나? 

이정미 : 그렇다. 이번에 청와대 여야 5당 회담 때도 문재인 정부의 왼쪽에서 똑 부러진 얘기를 하는 데는 정의당밖에 없다. 정의당 빼고 여야 4당협의체를 만들면 민주당은 5년 내내 반대하는 보수 야당들에 끌려 다니다가 아무것도 제대로 못 이룰 수도 있다. 그전에는 양당 체제라 한 당만 반대하면 아무것도 안 되는 구조였지만, 지금은 5당 체제 안에서 자유한국당이 어깃장을 내도 합의해서 갈 길이 있지 않나. 거기에 정의당이 있고 없고는 천지 차이다. 합의 자체가 안 될 수도 있다.

"침묵하는 다수는 성소수자 차별 반대"

프레시안 : 이정미 대표는 성소수자, 노동자, 청년, 여성 등과 함께 가겠다고 강조해왔다. 정의당 의원 전체가 최근 김종대 의원이 발의한 '군형법 92조 6항 폐지안' 공동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동성애자를 처벌하는 조항을 폐지하자는 법안에 대한 보수 단체의 반발이 컸다. 지역구 출마하는 데 성소수자 이슈가 불리하다는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이정미 : 제가 올해 초 인천에 지역구 사무실을 냈다. 지역의 한 노인 단체 대표를 만나러 갔는데, 어르신이 딱 만나자마자 "그런데 이정미 의원 왜 동성애에 찬성하나?"라고 물으시더라. 그래서 제가 한 30분간 '우리 사회에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차분히 말씀 드렸더니, 어르신이 '그런가?' 하시고 돌아가시더라. 얼마 뒤 그 어르신이 제 지역구 사무실 개소식에 오시더라. 저는 다음 총선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얘기해도 지역구 의원이 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드리고 싶다.

'동성애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소수지만, 엄청 세게 반대한다. 그러나 침묵하는 다수는 '그런 것 가지고 차별하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한다고 본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응답이 80%가 넘는 여론조사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의당이 목소리를 내서 침묵하는 다수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면, 다른 정치인들도 용기를 내지 않을까. 정치인들 다수가 '왜 그러십니까, 이제 바뀌어야죠'라고 나서면 강력한 반대자들이 성소수자들을 못살게 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몇몇 국회의원이 나서서 얘기하고 나머지 정치인은 가만히 있으면, 이른바 '동성애 반대자'들은 '쟤네들 몇 명만 흔들면 된다'고 확신하게 된다. 정의당이 선도적으로 성소수자 이슈를 제기해나가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정의당은 '메갈리아' 사태로 부침을 겪었다. 메갈리아 사태를 지금 와서 톺아보자면, 어떻게 평가하나.

이정미 : 사실 당으로서는 우리가 대비하지 못했던 이슈에 끌려들어갔었다고 생각한다. 그때 상황을 몇 달 겪으며 저 나름대로 정리했던 우리 당의 과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메갈리아라는 현상이 나타난 사회적 맥락, 배경을 당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메갈리아 방식의 여성주의가 정의당 안에서 통용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었다. 정의당이 모든 수십가지 페미니즘을 담기는 어렵다. '정의당의 여성주의'란 무엇인지 길을 찾아나가야 하고, 그 여성주의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수렴해나가고 제도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정책만큼 평가받고, 득표율만큼 의석 받자"

프레시안 : 개헌보다 중요한 것이 선거제도 개편이라고 누차 말씀해왔다. 정의당이 생각하는 선거제도 개편안은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이정미 : 저는 안타까운 게 아까 언급한 군형법 개정안만 해도, 성소수자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싶은 국회의원들이 많지만 못 낸다. 그래서 정의당은 자기가 낸 정책만큼 평가받고, 득표율만큼 의석을 받도록 선거 제도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왜 국회의원들이 소선거구제 때문에 자기 생각과 다른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가?

비례대표 수도 100명까지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도 하고,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하는 의원들이라면 늘어나는 게 좋다고 본다. 방안은 두 가지다. 첫째, 의원 정수를 그대로 두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수를 각각 200명, 100명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둘째, 지역구 기득권을 포기하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면, 국회의원 임금 총액을 묶어두고 일정 수준에서 비례성을 높이고 의원정수를 늘리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민주당도 19대 국회 당시 의원정수를 360석으로 늘리는 안을 검토한 적이 있다. 지역구 선출 방식은 다당제에 걸맞게 중대선거구제로 가야 한다.

프레시안 : 내년 지방선거의 실질적인 목표를 어떻게 잡고 있으며,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호소할 것인가?

이정미 : 10%대 정당 지지율을 얻어서 정당 비례대표 의원을 각 지역마다 반드시 한 명씩 만드는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장도 두세 명씩 입성해서 "어, 정의당한테 맡겨놨더니 일 좀 하네? 집권 준비 제대로 착실하게 하고 있네"라는 얘기도 듣고 싶다.

지금 여론조사를 보면, 여당을 빼고 나머지 정당들의 지지율이 비슷하다. 자유한국당 다음으로 정의당 지지율이 3위를 차지하기도 한다. 그 의미가 뭐냐면, 민심은 그동안 '왼쪽은 민주당, 오른쪽은 자유한국당'이라는 구도가 싫다고 한 것이다. 정의당을 키우면 대한민국 정치 체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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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dongglmoon@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기획팀에서 노동 분야를 담당하며 전자산업 직업병 문제 등을 다뤘다. 이후 환자 인권, 의료 영리화 등 보건의료 분야 기사를 주로 쓰다가 2015년 5월부터 정치팀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