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례로 본 원전 공론조사의 7가지 장점
해외 사례로 본 원전 공론조사의 7가지 장점
[기고] 공론조사와 민주주의 ①
해외 사례로 본 원전 공론조사의 7가지 장점
최근 신고리 핵발전소 5,6 호기 건설에 관한 공론조사 실시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핵발전소 건설 중단 문제는 기존의 전력 정책에 근본적인 전환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전력 산업 구조와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공론조사를 실시하여 그 결정에 구속력을 부여하겠다는 대통령의 결정은, 국가정책 결정 과정에 일반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에도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다. 이 글은 논란이 되고 있는 공론조사 방법을 간략히 살펴보고 그 의미를 검토한 후에 현재까지 언론에 소개된 공론조사 반대론을 반박하고자 한다. 먼저 발전소 건설 문제를 결정한 미국 텍사스주 사례를 소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1996년에 텍사스 주는 새로운 발전소를 건립하려고 했다. 석탄 화력발전소, 천연가스 발전소, (풍력ㆍ태양열 등)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발전설비 중에서 어느 것을 택할 것인지, 소요되는 비용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정책결정자들은 대중들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과 비용에 대한 사전조사 방법으로 공론조사를 선택했다. 일반적인 여론조사 방식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응답자들이 알고 있는 정보가 부족하여 부적합한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또 전통적인 포커스 그룹 방식은 소수만이 참여하기 때문에 참여자들의 대표성이 없어서 정당성이 부족하였고, 타운미팅을 한다면 일반 시민이 아닌 로비스트나 조직화된 이익집단이 미팅의 토론을 지배할 것으로 판단했다. 

공론조사를 창안한 피시킨 교수가 이끄는 텍사스 공론조사 추진팀은 먼저 공론조사를 공정하게 진행하기 위해 이해관계자 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위원회에는 소비자 그룹, 환경 그룹, 대안 에너지 옹호 그룹, 전통적 에너지 선호 그룹 등이 참여하였고, 공론조사에서 활용할 자료집, 질문지 작성을 감독하고 주말에 개최할 토론회의 안건을 결정하였다. 

텍사스의 여러 지역에서 8차례의 공론조사가 실시되었고 공론조사 전체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었다. 공론조사 결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시민들이 천연가스, 재생 에너지 그리고 환경보호의 결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를 지원하기 위해 기꺼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사람들의 비율이 52%에서 84%로 급증했고, 환경보존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사람들의 비율도 43%에서 73%로 급증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텍사스는 재생에너지 부문에 투자했고 이후 캘리포니아주에 이어 두 번째로 풍력에너지 산업이 성장하였다. 

이 공론조사 결과는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첫째, 수력발전, 핵발전, 화력발전, 천연가스발전, 재생에너지 발전 등 다양한 발전 방식에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를 결정할 때 예상되는 갈등을 겪지 않았다. 공론조사가 사회적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임이 입증되었다. 

둘째, 국가 정책 결정에서 큰 부담을 안게 되는 정치인과 관료들의 짐을 덜어 준다. 재생 에너지 발전을 위해 세금을 더 납부해야한다고 유권자들에게 말할 수 있는 정치인이나 관료는 없다. 정치인이 유권자들에게 세금을 더 내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정치생명을 스스로 단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셋째, 시민들은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자신의 결정에 따르는 세금 부담을 스스로 감당함으로써 민주시민의 의무를 다하였다. 공론조사는 시민의 토론으로 사회적 논란이 예상되는 문제를 갈등 없이 해결하였고 그 결과에 정치인을 포함한 모두가 만족하였다. 

이 외에도 미국에서는 전국적으로, 지역적으로 많은 공론조사가 실시되었다. 1996년 1월에 텍사스 오스틴에서 개최된 공론조사는 최초로 전국에 중계되었다. 2002년 4월에 실시된 "지역경제협력에 대한 뉴헤이븐의 공론조사”에서는 1~3 주말 동안 15개 타운에서 무작위로 선발된 표본집단이 지역 경제정책(주로 지역 세원 공유)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각 타운이 모든 세원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80%에서 42%로 하락했다. 반면에 점진적으로 세원을 공유하는 데 자발적으로 동의해야 한다는 의견은 64%에서 81%로 증가했다. 토의 후에 참여자들은 타운들 사이의 자발적인 세원 공유와 상업 발전에서 나오는 새로운 세원 공유를 촉진하는 주정부의 정책을 지지했다. 

영국의 첫 공론조사는 1994년에 개최한 ‘범죄대응방안’이었다. ‘EU 가입’과 관련해 실시한 1995년의 공론조사에서 EU 가입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45%에서 60%로 증가했다. 덴마크는 2000년에 유로 가입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전에 국영방송과 함께 공론조사를 실시했다. 유로화 도입에 대한 찬성률은 45%에서 51%로 상승했고, 반대율도 36%에서 40%로 상승했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19%에서 10%로 줄었다. 

호주는 1999년 군주제에서 공화정으로 전환하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공론조사를 실시하였다. 호주 국립방송과 함께 전체 국민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선발된 표본집단이 캔버라에서 3일 동안 "공화정으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 토론했다. 공론조사 결과 공화제에 대한 의견이 극적으로 변화하였는데, 공화제 찬성이 53%에서 73%로 높아졌고 대통령 선출방식 선호도에서 직접 선거가 50%에서 19%로 급감했다. 군주제가 영국의 이해를 대변한다고 믿는 사람이 64%에서 84%로 높아졌으며, 공화정으로의 변화가 값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은 적은 수에 불과했다. 공화제에 대한 선호는 토의 전 53%에서 73%로 증가했으며 무응답자는 없었다. 

2001년 실시된 “토착 원주민과의 화해 정책”에 관한 공론조사에서는 화해 문제가 호주가 직면한 중요한 이슈임을 인식한 사람이 31%에서 60%로, 원주민들의 불이익을 인식한 사람이 52%에서 80%로 급증했고, 원주민 문제, 정부 서비스, 정치 지도자들에 관련된 정치적 지식 수준이 11%에서 50%로 실질적으로 높아졌다. 호주가 원주민들의 동의 없이 점령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한 사람이 68%에서 81%로, 원주민들을 동화시키기 위한 정책으로 고통을 당한 "도둑맞은 세대"에 사과할 필요성을 인정한 사람이 46%에서 68%로 높아졌다. 이 외에도 캐나다, 대만, 덴마크, 불가리아, 헝가리, 중국 등에서 다양한 이슈에 대한 공론조사가 실시되었다. 

왜 많은 나라가 공론조사를 정책 결정에서 활용할까?

많은 나라에서 공론조사를 정책 결정의 주요한 기준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공론조사 방식이 갖는 탁월한 장점 때문이다. 공론조사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절차로 진행된다. 이슈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1차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1차 조사결과의 의견 분포 및 인구통계학적 특성(지역별, 계층별, 성별, 세대별 등)과 일치하는 토론 참여자 표본을 선발한다. 표본은 많을수록 좋지만 토론 장소의 협소성과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어느 정도의 제한이 있어야 하며 핵발전소 문제에 있어서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301-501명 정도가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참여자 선발은 층화 무작위 추출 방식이다. 층화 무작위추출이란 특정한 선발 기준(지역별, 성별, 계층별, 세대별 등)을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무작위추출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핵발전소에 관한 토론을 위해 한국의 5천만 국민을 대신할 표본으로 501명을 선발하는 경우라면, 먼저 전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여 신고리 5,6 호기 폐지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은 뒤 그 결과와 동일한 비율에 따라 추첨으로 대상자를 선발한다. 지역별로는 서울인구 1천만 명이 전국인구의 20%에 해당하므로 서울에는 100명을, 경기도에는 인구 1300만 명에 해당하는 130명을, 200만 명인 전북에는 20명을 할당한다. 성별로는 여성 인구가 50%를 넘으므로 여성 몫으로 251명을 할당하며 같은 방법으로 계층별, 세대별로 동일한 비율로 할당한다. 이렇게 선발된 501명은 지역별, 성별, 계층별, 세대별 기준으로 전국민을 그대로 축소시켜 놓은 표본이 된다. 그리고 핵발전소 건설 중단에 대한 이들의 찬반비율은 전체국민의 찬반비율과 동일하게 구성한다. 

다음으로 참여자들에게 찬반 양측의 주장과 근거를 소개한 자료집을 제공하고, 자료집을 읽어 볼 시간을 주기 위해 일정 기간(약 1~2주)이 지난 뒤 소집한다. 공론조사 토론에 참석한 사람들을 무작위로 소그룹으로 나누어 토론한다. 소그룹은 토론자들이 충분히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규모가 작아야하며 대체로 13-15인으로 구성한다. 소그룹 안에서 참여자들끼리 토론하며 전문가 패널과도 토론한다. 소그룹 토론은 사회를 맡는 조정자가 이끈다. 조정자는 특정인이 토론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토론 과정을 제어하며 참여자들이 모두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성의있게 청취하도록 유도하는 임무가 부여된다. 조정자는 사전에 선발하여 역할에 맞는 훈련을 받아야 한다. 

소그룹 토론 후 501명의 참석자들이 전부 참여하는 전체 토론을 개최한다. 전체 토론은  소그룹 토론과 별도로 진행하며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질의응답하거나 전문가들의 토론을 청취할 수 있다. 소그룹 토론과 전체 토론을 필요에 따라 2-3회 혹은 그 이상 반복할 수 있다. 이때 소그룹을 다시 무작위추첨으로 배정한다. 토론이 모두 끝난 후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1차 조사와 동일한 설문지로 2차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이때 참여자들이 1차 조사 때와 다른 것을 선택하는 ‘선호전환 효과’가 반영된다. 이 2차 결과를 공론으로 부르는데 전체 국민이 진지하게 토론한 후에 내린 결론으로 통계학적으로 인정된다. 

공론조사의 장점

공론조사는 시민들이 질문을 받는 문제에 대해 특별한 사전 정보 없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여론조사보다 이성적이고 장기적인 의견을 도출한다. 토론 전에 관련된 정보를 이해하고 토의를 한다는 점에서 사랑방 토론보다 우월하다. 참여자들을 무작위 추출하여 토론자로 선발될 가능성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므로 스스로 자원한 사람들로 구성하는 다른 토의 포럼과 달리 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하다. 이해당사자들이 주로 참여하는 공청회와 달리 모든 시민들의 관점이 대변된다. 전국 단위에서 다수의 참여자를 선발함으로써 표본집단이 참석한 공간은 전국민이 한 방에 모인 소세계와 같다는 점에서 합의회의, 시민배심원, 시민자문위원회, 포커스 그룹 등의 다른 시민참여 토론 방식들의 협소한 대표성을 극복할 수 있다. 합리적인 논증·판단에 기반해 결론을 내린다는 점에서 이익집단들이 주로 사용하는 협상, 강압, 단순투표보다 참여자들간의 권력관계가 평등하다. 이러한 장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대표성이다. 공론조사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층화무작위추첨 방식으로 참여자를 선발하기 때문에 선발된 표본은 ‘전국민과 꼭 닮은 꼴’이 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대표기구도 공론조사의 탁월한 대표성을 따라올 수 없으며, 국가의 전력 정책을 결정하는데 이보다 더 대표성을 띤 표본을 구성할 수 없다. 이와 달리 소위 핵관련 전문가 집단의 회의는 핵산업에서 이익을 취하는 이해관계집단이기 때문에 대표성이 가장 낮다. 

둘째, 평등성이다. 층화무작위추첨 방식은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지역, 성, 계층, 신분, 경제력 등 어떠한 기준도 참여를 제한할 수 없기 때문에 가장 평등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렇게 선발된 시민이 한 자리에서 토론하면 전국민이 평등하게 참여하여 토론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통계학적으로 인정된다. 

셋째, 전문성을 높인다. 공론조사가 '전문가를 배제한 여론 재판'이라는 비판은 공론조사 무지한 사람들의 억측이다. 공론조사는 자료집에 다양한 전문가의 찬반 의견을 균형 있게 수록한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이 참여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된다. 다음으로 소그룹 토론과 전체 토론에서 참여자와 전문가와의 질의응답과 전문가 토론을 통해서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직접 전달할 수 있다. 참여자들은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은 후 자신들의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한다. 공론조사는 다양한 ‘전문성 위에서’ 가장 타당한 정책을 ‘전국민이 토론을 통해’ 이끌어 내는 방법이다. 

넷째, 공론조사는 토론을 통해 결론의 합리성을 높인다. 공론조사가 합리적인 결과를 산출하는 근거는 토의 참여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토의 과정에서 합리적으로 수정하는 과정에 있다. 공론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네 가지 계기에 의해 자신의 의견을 바꾸거나 발전시킨다. 토의 참여자들이 이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고(정보 습득), 전문가와 다른 참여자들의 의견을 들으며(증언 청취), 자신이 좋아하는 방향보다는 사회에 가장 좋은 것을 찾으려는 관점에서 생각해보고(관점 변화), 다른 참여자들과 토론하고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해야 하는 과정(집단 토론)에서 토론 이전에 가졌던 생각을 바꾼다. 위와 같은 정보 습득, 증언 청취, 관점 변화, 집단 토론의 계기들이 공론조사의 합리적인 결과를 유도한다.

다섯째, 책임성을 높인다. 공론조사는 시민들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려는 의지를 높여준다. 텍사스주 공론조사에서 시민들은 비용이 더 많이 드는 재생에너지를 선호했고 그에 따라 추가로 지출해야할 세금을 스스로 납부하였다. 자신이 참여하여 만든 정책이나 결과에 대해 시민들은 스스로 그 책임을 다하였다. 다른 시민참여 의사결정 기구에서도 시민의 책임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공론조사는 일반시민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여 결정하고 그에 맞는 책임을 스스로 감당하게 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민주시민으로 재탄생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여섯째, 사회적 갈등을 예방한다. 지금까지 많은 나라에서 시행된 공론조사는 대부분 사회적 갈등을 촉발할 사안들을 결정할 때 시민들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되었다. 공론조사는 결과뿐만 아니라 논의 과정에서도 사회적 갈등을 예방한다. 공론조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TV에 중계하면서 시민들이 이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주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관련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편견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과정이 기존의 권위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인 갈등을 완화시키고 예방한다. 

일곱째, 공론조사는 민주주의를 승화시킨다. 과거에 핵발전소 건설, 4대강 사업, 한미FTA 등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정책을 결정할 때 정부는 시민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 정부의 방향을 결정한 뒤에 그에 동조하는 전문가를 앞세워 권위적으로 밀어붙였다. 이러한 일방적 정책결정 과정은 대의민주주의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결점인데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국가적인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주권자 국민의 참여를 배제했을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성과를 만들지도 못하였다. 공론조사는 이와 달리 정치인, 관료, 이해관계자들에게 위임했던 의사결정 권한의 일부를 국민에게 되돌려 주고 국민이 직접 참여하여 정책을 결정함으로써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인 국민주권 원리를 실현한다. 

공론조사를 적극 지지해야 하는 이유!

지금까지 각국에서 시행된 공론조사는 모두 결정권자의 결단이 필요했다. 이러한 결정 방식을 도입한 것이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서 입법화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또 정책결정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권한을 내놓기를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공론조사로 정책을 결정하면 정책결정 권한 보유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결정 권한을 시민사회에 양보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론조사를 통한 핵발전소 폐지 결정을 제안함으로써 한국 민주주의 발전 도상에 역사적인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기득권 세력에 맞서며 대통령의 권력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정책결정 방식이 제도화되면 그것은 대통령 개인의 선택을 넘어 한국의 민주주의를 도약시킬 것이다. 한국의 거대 언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것, 국가정책 결정 과정을 이해관계자 모델에서 시민이 참여하는 민주주의 모델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론조사 성공을 위해 분명히 유념해야할 사항이 있다. 먼저 공론화위원회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대통령이 쥐어준 결정권한을 스스로 참고용으로 낮추어서는 안된다. 공론조사나 시민의회 등의 경험을 보면 참여자들은 자신들에게 권한이 주어졌을 때 적극적으로 사명감을 갖고 임한다. 단지 참고용의 의견을 만든다면 그들이 헌신하려는 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 

이번 공론화위원회는 이 공론조사가 최종 결정이어야 함을 스스로 명심하고, 공론조사 참여자들에게 자신들의 결정이 곧 국가의 결정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각인시켜야 한다. 다음으로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몇차례 공론조사를 시행하였으나 공론조사 원칙대로 실시한 적이 없다. 참여자 선발이나 자료집 준비, 참여자 토론 등에서 공론조사의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였다. 이번에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결과에 대한 시비를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공론조사가 성공한다면 앞으로 교육정책, 조세정책, 노동정책, 복지정책, 보건정책 등에도 확대 적용될 수 있고 그 결과 국가정책결정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 따라서 나라를 생각한다면 공론조사를 적극 지지해야 한다. 

공론조사와 관련된 다음 글을 통해서는, 현재 주요 언론을 통해 제기된 부정적 의견에 대한 반박에 집중할 예정이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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