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3000만 원 지역에 개발이 필요한가"
"평당 3000만 원 지역에 개발이 필요한가"
[인터뷰 下] 도시계획·부동산 전문가 김경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2017.08.15 04:44:27
"평당 3000만 원 지역에 개발이 필요한가"
흑인, 범죄, 슬럼…. 미국 뉴욕 맨해튼 북부 흑인 밀집 거주지역 할렘 하면 떠오르는 단어다. 할렘은 흑인 빈민가의 대명사처럼 불리며 흑인들만 거주하는 맨해튼 내부의 고립된 섬과 같은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전형적인 서구 도심의 슬럼화 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과거에는 이곳이 백인 중산층 중심의 주요한 도심 지역이었다. 점차 도시기능이 빠져나가면서 슬럼화됐다. 그러면서 덩달아 기존 살던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빈민층 흑인이 몰리기 시작했다. 값싼 임대료 때문이었다. 

이런 할렘을 미국 정부가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1990년대 들어서 미국 중앙정부의 개입이 시작됐다. 도시재생을 목적으로 어퍼맨해튼강화지역(UMEZ)이라는 비영리기관을 설립, 각종 업체들이 이곳에 들어와 기업활동을 하도록 설득했다. 할렘에 들어오기 꺼리는 업체들에 막대한 지원금과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지자체인 뉴욕시도 마찬가지였다. 예술·문화관련 상점을 열기만 하면 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도록 허가를 내주기도 했다. 상점 허용 범위 안에는 대규모 영화 프랜차이즈 사업도 포함됐다. 

그 결과, 지금의 할렘은 어떨까.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이 퇴임한 뒤, 2001년께 할렘가에 사무실을 차릴 정도로 도시의 이미지는 바뀌었다. 범죄의 온상, 슬럼화라는 이미지에서 사람이 살만한 공간으로 변했다. 할렘 주민의 98%를 차지하던 흑인은 열 명 중 여섯 명에 불과할 정도로 비중이 적어졌다. 
 
도시재생. 구도심 등 낙후된 노후주거지를 새롭게 개선해 거주민 삶의 질과 지역발전을 향상시키는 것을 말한다. 대규모 철거 없이 주민들이 원하는 소규모 생활밀착형 시설을 설치하는 등 지역이 주도하고 정부는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할렘을 변화시킨 이러한 도시재생 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초기부터 도시재생 사업, 즉 '도시재생뉴딜사업'을 핵심 실천공약으로 발표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동안 진행된 뉴타운 사업처럼 대규모 개발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사람 중심, 소규모 개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사업 의도가 좋다고 결과도 그에 상응해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낙후된 도시를 살리고 기반시설을 정부가 깔아주겠다는 정책 의도와는 별개로 막대한 예산이 적절하게 사용되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금 상황으로는 도시재생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준비도 돼 있지 않을뿐더러, 진행되는 사업이 사실상 정부 돈을 '빼'먹는 구조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 아래 그와의 인터뷰 전문. 


▲ 할렘 거리의 모습. ⓒAP=연합뉴스


"도시 재생 사업, 빨라도 너무 빠르게 하고 있다"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도시재생 사업은 발 빠르게 추진 중이다. 지난 5월, 국토교통부 내 도시재생 뉴딜사업 테스크포스(TF)팀이 발족됐으며 7월 초에는 ‘도시재생사업기획단’이 공식 출범했다. 앞으로 한 달간 지자체와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계획'을 오는 8월 말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2월에는 사업지 110곳을 선정한다. 향후 전국 500곳의 도시재생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연간 10조 원씩, 5년 재임 동안 총 50조 원을 투입한다. 

김경민 : 재개발 재건축 중심의 뉴타운 사업과 달리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공원 주차장 도서관 상하수도 시설 등 소규모 생활밀착형 시설을 정부와 지자체 돈으로 만들어준다. 낙후된 지역 주민으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막무가내 식으로 진행하면 여러 부작용이 생긴다. 사업의 타당성, 현실성, 그리고 효과,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 등을 면밀히 조사한 뒤,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국토부 발표 내용을 보면 문재인 정부 출범 3개월 만에 50조 원 규모의 사업이 확정된 셈이다. 빨라도 너무나 빠른 속도전이다.

프레시안 : 빠르게 진행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김경민 :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하겠다. 약간의 설명을 하자면, 2012년~2013년 <프레시안>에 ‘김경민의 도시이야기’를 연재했는데, 대상지역이 당시 뉴타운개발에 묶여있던 창신동과 익선동, 가리봉동이었다. 해당 지역들은 산업자원과 역사자원, 문화자원이 있기에, 대규모 철거기반 사업을 해서는 안 되며, 해당 자원들을 이용한 도시재생전략 수립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창신동 같은 경우, 동대문패션상권의 제조를 담당함에도 지역의 가치가 지나치게 폄훼되었기에, 지인들과 함께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고 지역 내 쉐어팩토리(디자이너와 봉제공장 협업공간)를 열어서 도시재생사업에 민간영역의 가능성을 2013년부터 테스트하고 있다. 이하는 단순히 학문적 견지를 넘어서 지역 내 재생사업을 수행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도시재생 관련, 정확한 예산 규모는 가늠하기 힘드나 올 하반기에만 수천억이 투여될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내년부터는 매년 10조 원의 자금이 총 500개 지역에 투입될 예정이다. (정확한 플랜을 알 수 없으나) 1개 지역에 대략 200억 씩이라 가정할 때, 5년간 1000억 원이 들어가는 구조로 읽힌다. 사실 이 정도 자금은 어마어마한 것이다. 

그런데 급조된 공약사항을 바탕으로 3개월 만에 만들어진 도시재생 사업에 어떤 계획과 청사진이 있는지 굉장히 의문스럽다. 도시재생의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실제로 이런 사업이 필요한 다수의 침체된 지역이 존재함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사업계획은 면밀하게 구성되고 천천히 시도되어야 한다. 피해는 지역민들,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사회적 약자들에게 가기 때문이다.

급조된 계획에 드라이브가 걸릴 경우, 아무리 윗선에서 좋은 의도를 갖고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정책 실행 실무조직이 해당 사업의 진정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일을 급박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여러 곳의 (한정된) 지역에 갑작스럽게 몇 백억이 투여되는데, 그 돈이 1년이라는 시간 안에 쓰여 져야 한다. 그리고 윗선에서는 사업진행을 지속적으로 체크한다고 할 때, 정책담당자는 자금을 어떻게 해서든 소진하려고 할 것이다. 

지금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 도시재생뉴딜사업 자금 집행기관)는 이 어마어마한 자금을 어떻게 써야할지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대로는 부동산 가격 상승 불가피하다"

프레시안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김경민 : 도시재생사업은 저소득 서민을 수혜대상으로 두고, 1) 이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이들의 거주가능성을 높여주는 주거복지측면과 2) 이들의 소득향상에 기여하는 지역활성화 측면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정책의 최종수혜자는 저소득서민이어야 하며, 재생사업이 아무리 좋다한들 이들이 지역에서 본의 아니게 쫓겨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도시재생사업은 하드웨어적 사업(주택 개선사업 포함한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지역센터와 같은 물리적 시설 개발)과 소프트웨어 사업(주거 바우처 확대와 직업교육 및 직업 기회 제공과 같은 비물리적 프로그램) 양자가 균형 있게 진행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한정된 지역에 단기간 (1년)에 몇 백억 원을 사용되어야 한다면, 소프트웨어 측면과 하드웨어 측면 중, 어느 곳으로 자금이 흐를 것 같은가? 이에 더해, 정책담당자들도 단기간에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실적 압박을 느낀다면 어떤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여할 것 같은가?

아마도 정책성과가 한참 후에 나타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보다는 (건물 리모델링과 개발과 같은) 하드웨어 사업에 절대적으로 많은 자금이 투여되리라 본다. 그리고 이는 이미 시장 반응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이 부동산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개발업체와 시공회사들, 부동산 중개인 등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신문 기사들마저도 도시재생뉴딜자금이 투여되는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어떠할지(토지가격이 오를지)를 논하지 않나?

다시,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자. 현재 HUG는 사업비용 전체(토지매입비와 건물개발비)의 60~70%를 10년간 1.5% 저리로 대출 계획 중이다. 이 정도 장기간 저리대출기회는 사업이 진정으로 공공적이라 할 때, 정말 환영할 만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정책을 기획한 정책당국의 의지는 평가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좋은 기회를 잡아 사업할 사업자들의 역량이 존재하는가. 그리고 공익적 개발을 할 마인드가 있는 사업자가 있느냐. 이런 측면을 생각해볼 때 이 정책은 상당히 회의적이다.

도시재생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는 실제 2010년대 초반에 이루어졌고, 다양한 지역기반 조직들(NGO와 사회적 기업 등)이 활동하나, 이들이 순수한 민간기업들과 비교할 만큼의 사업역량이 있느냐는 별개다. 

만약 현재와 같이 정해진 자금을 정해진 기간에 사용되어야 한다면, 결국 민간기업들이 재생사업영역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민간기업의 도시재생사업 참여를 반대하지 않으나, 현재와 같이 우리의 도시재생에 대한 인식이 일천한 가운데 민간기업들이 과연 공공적 마인드로 사업을 진행할지 아니면 생색내기용으로 갈지는 의문이다.

예를 들면, 10억 건물을 회사자금 3억 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7억 원을 10년 만기 1.5% 이자(연 1050만 원 이자 – 월 100만 원도 안 되는 이자)로 매입가능한 구조라면, 결국 많은 회사들이 해당 사업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토지확보를 위한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고 부동산 토지가격 상승은 불 보듯 뻔하다. 

프레시안 :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지 않나.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인프라가 필요하다. 그것이 건물일 수 있다.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일 아닌가. 

김경민 : 지역 공공성을 크게 괘념치 않으면서 수익률에만 급급한 업체들이 들어오게 된다면, 그 순간, 도시 재생 사업은 정부 예상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사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도시 재생 사업에서 작정하고 정부 돈을 빼 가려고 한다면, 지금 상황으로는 정부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이것을 대비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하는 것이다. 

"도시 재생, 결국 원주민 쫓아내는 식 될 것"

프레시안 : 일부에서는 도시 재생 사업이 소규모 뉴타운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도시 재생이라는 이름을 붙였으나 뉴타운 사업과 마찬가지로 개발 사업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개발 열풍으로 지정 지역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김경민 : 그렇기에 도시 재생 사업 지역 지정에도 신중함이 필요하다. 도시 재생 사업 지역으로 지정된다는 소문이라도 들리면 그 지역 일대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 돈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미국 할렘이 도시 재생에 성공했을지는 모르지만, 반면에 그 지역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것 역시 사실이다. 

프레시안 : 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하고 있지 않나. 

김경민 : 지난 8.2 부동산대책에서 서울 지역을 도시 재생 사업 지역 지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가뜩이나 올라 있는 서울의 주택값이 더 가파르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달리 해석하자면, 정부에서조차도 도시재생뉴딜정책이 부동산 토지시장에 어떤 영향(토지가격 상승)을 미칠지를 이미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의 경우, 나름 시 재정이 괜찮기에 자체적으로라도 도시 재생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레시안 : 이미 서울시는 2014년 1단계 근린재생 사업지로 종로구 창신·숭인, 용산구 해방촌, 구로구 가리봉동, 강동구 암사동, 성동구 성수동, 성북구 장위동, 동작구 상도4동, 서대문구 신촌 등 총 8곳을 지정했다. 또 올 2월에는 2단계 사업지로 도봉구 창3동, 강북구 수유1동, 중랑구 묵2동, 은평구 불광2동, 관악구 난곡·난향동, 서대문구 천연·충현동 등을 뽑았다. 서울시는 도시 재상 사업지로 선정될 경우 4년간 100억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김경민 : 이렇게 지정된 지역에 도시 재생 사업이 필요한 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일례로 서울시의 도시 재생 구역으로 지정된 해방촌의 경우, 이곳은 오르막길이라서 접근성도 좋지 않고, 더구나 낡고 오래된 주택과 건물들이 포진해 있다. 그런데, 이태원과 경리단길 상권이 넘어오면서 새롭게 상권화가 진행 중이다. (아래 지도 참조) 주택(토지)가격이 무려 평당 2500만~3000만 원대에 이른다. 

ⓒ김경민


하지만 서울시는 이런 왜곡된 가격을 바로 잡는 게 아니라, 도시 재생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을 부추기고 있다. 이는 더욱 높은 가격을 불러올 것이다. 그 결과, 원주민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발생가능성이 농후하다. 

프레시안 : 미국 할렘에서도 도시 재생 사업으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장이 일어났다.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원주민인 흑인들이 대거 할렘을 떠났다. 서울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김경민 : 도시 재생 사업을 한다며 사업주체가 3층 주택을 매입해 들어왔다고 하자. 그러면 무엇보다 수익이 나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도시 재생 사업 전임에도 해방촌은 평당 3000만 원이다. 이 높은 토지이용비를 회수하려면 1층은 상권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2,3층도 주거임대료보다 더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상업시설로 바뀔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서래마을 등에서 다세대/다가구가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바뀐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주거공간이 상업공간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결국 최종 수혜대상자인 원주민들이 지역에서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것이다.

프레시안 : 한 마디로 기존 저렴한 주거비용 때문에 살던 원주민들이 도시 재생 사업으로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쫓겨난다는 이야기인 듯하다. 그렇다고 낙후된 지역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부작용은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없나. 

김경민 : 도시재생지역이라고 특정한 구역을 묶어서 진행되는 사업은 위험하다. 어느 지역이 도시재생지역으로 묶이는 순간 토지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창신·숭인지역은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되었다. 그런데, 숭인동 바로 옆 신길동만 하더라도 일부 주택들은 그야말로 재생이 필요한 곳이다. 아니, 더 필요한 동네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도시재생지역에 선정된 곳은 엄청난 이자 인센티브를 받기에, 사업자 입장에서는 다른 동네가 아무리 도움이 필요하더라도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 따라서, 옆 동네 주민 및 행정당국 입장에서는 ‘우리도 비슷하게 열악한데, 왜 우리는 지정하지 않나’라는 목소리와 더불어 토지주들은 토지주들 대로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되면 개발인센티브를 받게 되고, 토지가격이 오르니 우리도 빨리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되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안 할 것 같은가? 이명박시장 당시 뉴타운 지정을 위해서 동네마다 난리가 났던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토지주인과 부동산 중개인들은 누구보다도 빨리 눈치 채고 있다. 도시 재생 구역으로 지정된 일부 지역의 경우, 국회 추경안이 통과되자마자 매물이 모두 들어갔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것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도시 재생사업지역으로 묶은 후에 해당 지역에 속한 사업지에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낙후된 지역을 묶는 식의 면 단위 도시 재생이 아닌 주택, 건물 단위의 도시 재생 사업이 필요하다. 즉 면 단위의 재생 사업이 아니라 점 단위의 촘촘한 재생 사업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 지역 수요자, 서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한다. 

"2013년 진행된 도시재생 선도 사업의 성과부터 살펴보자"

프레시안 : 어떤 프로그램이 필요한가. 

김경민 : 첫째로는 주거복지다. 이것이 해결돼야 한다. 그래야 지역이 활성화된다. 그 다음으로는 지역주민들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이들이 지역 내에서 경제행위를 할 수 있는 괜찮은 수준의 직업이 창출돼야 한다. 아니면 재교육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역 경제가 돌아간다. 

프레시안 :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김경민 : 그렇기에 앞으로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들어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간 도시 재생 선도사업 지역에서는 보여주기식 사업을 많이 했다. 디자인 건축 관련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도시는 깨끗해졌을지 모르나, 정작 지역 주민 소득과 주거복지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나 시 당국자 입장에서는 그것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게 말이 쉽지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실현한다 해도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벤처기업도 100개 중 1개가 성공한다. 그런데 형편없는 지역에서 도시재생이 성공한다? 매우 지난한 일이다. 그렇다 보니 일단은 '보여주기 하드웨어 식‘으로 일이 진행된다. 지금으로라도 방향을 바꿔야 한다. 계속 하드웨어식으로 간다면 케이스만 다르지, '이명박근혜정권의 보여주기식 개발'의 작은 버전일 뿐이다.  

프레시안 :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가. 

▲ 김경민 교수.

김경민
: 크게 3가지를 제안/강조하고 싶다. 첫째는, 2013년부터 진행된 도시재생선도사업을 제대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도시재생뉴딜정책을 설계하여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2013~2017년 사이 4년간 창신·숭인 도시재생선도지역을 포함한 전국 여러 곳의 재생사업에 많은 재원(사업지마다 4년간 대략 200억 원)을 투여하여 왔다. 즉, 이미 도시재생뉴딜사업과 동일한 사업이 이미 다년간 진행 중이다.

따라서 도시재생선도사업을 성과를 면밀히 검토한 후, 도시재생뉴딜사업을 진행해도 늦지 않는다. 이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지역마다 상황은 다르나, 지역민들이 본인들 소득증대에 도시재생선도사업이 무슨 기여를 했느냐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3년 이후에 진행된 도시재생선도사업이 초기 목적을 달성하였는지, 거버넌스 체계는 합당하였는지, 실행조직과 민간 파트너십은 제대로 작동하였는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인센티브가 충분하였는지, 거주민 일자리는 확대되었는지, 주거상황은 나아졌는지, 부동산 시장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등 검토할 부분이 산더미다. 국민세금 50조 원을 자세한 계획도 없이 사용하기 보다는 이전에 진행했던 동일사업에 대한 분석과 반성이 먼저다.

둘째, 무엇보다 50조 원의 정부 지원금을 무턱대고 지역으로 내리는 게 아니라 기금으로 만들어 천천히 도시 재생 사업(건) 을 선별하고 그에 따른 사업기금을 내리는 방식이 필요하다. 즉, 5년 이내 50조 원을 소진하는 것이 아니라, 기금을 장기적으로 확충하여야 한다. 5년이라는 단기에 도시 재생을 끝내는 게 아니라 지속해서 도시 재생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도시 재생을 이번 한 번 하고 끝낼 수도 없다. 미국의 CDBG (Community Development Block Grant)와 같이 영속적 기금화한 후, 지속적으로 사업화하여야 한다.

셋째, 만약 현재와 같이 특정 경계 내 지역을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하고 부동산 개발/개선사업에 도시재생뉴딜 사업자금이 투입되는 경우, 결국 해당 지역 토지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승자는 토지주와 건설시공 및 디벨로퍼들이 될 것이고, 도시재생뉴딜정책이 추구하는 애초의 최종수혜자(저소득 서민)는 지역에서 쫓겨날지 모른다. 그리고 토지가격 상승이 실제로 일어나는 순간, 모든 지역들이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을 요구할지 모른다. 며칠 전, 중앙정부에서 내년 서울시 모든 지역은 도시재생뉴딜사업에서 제외한다고 하자, 지역국회의원들이 벌써 시정을 요구하지 않았나? 정말 뒷감당하기 힘든 시점이 올 수 있다. 무리하게 급하게 진행하지 말고, 좋은 계획에 걸맞는 세심한 전략을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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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