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물 정책 실패와 4대강사업 심판을 대리하다
文 대통령, 물 정책 실패와 4대강사업 심판을 대리하다
[함께 사는 길] 물 관리 일원화 논쟁 ①
文 대통령, 물 정책 실패와 4대강사업 심판을 대리하다
지난 7월 20일 국회는 문재인 정부 출범 71일 만에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그 개정안에서 '환경부로 물 관리를 일원화하는 내용'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반대로 빠졌다. '국회에 특위를 구성해 9월 말까지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여지를 남겼지만, 당장은 무산된 모양새다.

야당이 발목 잡은 대통령의 명령

물 관리를 일원화하자는 의견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1991년 구미 페놀오염사고와 팔당의 수질 오염 등이 이슈가 되면서 '맑은물 공급 종합대책'(1993~1997년)과 '물 관리종합대책'(1997~2011년)을 수립했지만, 부처 간 협력을 이끌어 내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환경부의 수질과 생태 관리, 국토부의 수량 및 홍수관리, 농림부의 농업용수 관리, 행안부의 지방하천과 재해 관리 등으로 서로 분산돼 갈등하면서 심각한 중복과 비효율을 보여줬다. 그래서 1997년에는 '물 관련 국가의 중요 정책을 심의하고 각 부처가 수행하는 물 관리 업무를 유기적으로 통합·조정'하는 물 관리정책조정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가 잠시 설치되기도 했다. 그해 7월 방용석 의원, 한화갑 의원 등은 물 관리 체계의 일원화를 내용으로 하는 '물 기본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물 관리 일원화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 지시해 물 관리 일원화 방안을 보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고, 정부 개편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동력을 상실하면서 물 관리 일원화도 좌초됐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물 관리 일원화 논의는 중단됐다. 대규모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체계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겨우 2012년에 와서야 댐-보연계운영협의회가 설치됐는데, 기껏 녹조가 발생하면 상류댐에서 물을 흘려보내는 정도의 협의를 위한 것이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다시 물 관리 일원화는 화두가 됐다. 모든 대통령 후보들이 물 관리 일원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29일 대통령 지시 6호로 '4대강 보 수문 개방과 물 관리의 환경부로 일원화'를 발령했다. 그런데 이 명령이 국회를 넘지 못한 것이다.

▲ 금강 공주보. ⓒ함께사는길(이성수)


왜 물 관리 일원화를 해야 하나

환경단체나 물 전문가들이 물 관리 일원화를 강하게 주장하는 것은 현재의 물 정책으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물 관리 조직을 일원화하지 않고서는 현재 정책을 바꿀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매년 15조 원 이상을 물 관리에 쏟아 붇고 있지만, 물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져가고 있다. 실제로 4대강 주요지점의 수질은 1990년대 이후 나아지지 않았다. '전국수질평가보고서'의 1993년 측정치와 2005년 측정치를 비교해보면,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을 기준으로, 한강 팔당과 낙동강 물금 지점은 각각 2.1㎎/L(리터당 1밀리그램), 5.9㎎/L에서 3.5㎎/L, 6.4㎎/L로 악화됐다.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 곤두박질쳐 허드렛물로 취급되고 있다. 그 빈틈 속에서 생수와 정수기 시장은 연간 1조 원과 2조 원을 돌파했다. 수돗물 수질을 신뢰받는 현실이었다면 대부분 아낄 수 있는 비용이다.

댐들도 마찬가지다. 2015년 국정감사에서 수자원공사가 제출한 주요 댐들의 생산 원가들을 비교해 보면, 1974년 준공된 소양강댐은 세제곱미터당(㎥) 21.7원이었다. 2000년 보령댐은 161원/㎥, 2013년 군위댐은 29만 136.7원/㎥(2015년 기준)이다. 댐 부지의 타당성이 떨어지다 보니 생산원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2000년 이후, 조 단위 예산을 투입해 완공한 평화의댐, 한탄강댐, 영주댐 등도 지금 무용지물로 남아 있다. 치수대책이라던 댐과 제방들은 효용도 검증받지도 않은 채 무분별하게 세워진 것이다. 특히 가뭄 대책, 홍수 예방, 생태계 복원, 관광 활성화 등의 명분을 내세웠던 4대강사업은 이런 비효율과 무책임의 정점을 찍었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의 물 정책은 효능감이 거의 없다. 심하게 말하면, 예산만 낭비하고 환경만 파괴했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물 관리 시설이 1990년 즈음 완비됐는데도, 시민서비스의 개선과 하천 복원 등으로 물 정책의 중심을 옮기지 못하고, 계속 시설 공사에만 집착한 탓이다. 특히 중앙의 물 관리 부처들은 관성적으로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이면서, 지자체들이 하천의 유지관리 사업에 써야 할 예산을 고갈시켰다. 6개 중앙부처, 18개 법률, 23개 국가 계획으로 흩어진 관리 체계는 중복 투자와 무원칙 운영을 남발했다. 이렇게 20년을 허송했다. 물 분야 공직자들, 전문가들은 이를 바로 잡거나 개선하지 못했고, 도리어 부처 이기주의에 편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민 여론은 '물 관리 일원화'

문재인 대통령의 물 관리 일원화 지시는 "어떻게라도 물 관리를 일원화를 해야 한다", "물 정책을 개발에서 보전과 관리로 바꿔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물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도 환영 분위기가 높은 것은 더 미뤄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국민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시민환경연구소가 이와 관련된 여론을 조사해 지난 7월 5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환경부로의 물 관리 일원화 찬성 의견'은 71.7퍼센트로 나타나 '반대 의견' 13.8퍼센트를 압도하고 있다. 특히 '환경부로의 일원화 찬성 이유'가 '보다 환경친화적인 물 관리' 47퍼센트, '중복사업을 줄여서 정책 효율성 향상' 28.5퍼센트 등인데, 이는 물 정책의 개혁 방향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는 분명히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물 관리 일원화 지시'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촛불혁명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기득권의 야합을 거부하는, 관료와 대의제를 대체하는 직접민주주의, 즉 국민의 직접적인 압력에 따른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는 물 정책의 실패와 무책임한 4대강사업에 대한 심판을 대리한 것이다. 따라서 물 관리 일원화 논의는 물 관리의 혁신과 시민서비스의 획기적 전환을 목표로 해야 한다. 4대강사업의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과거 이념과 정책을 근본적으로 뒤집어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시대정신을 수용하지 못한 채 답보 상태(개발 위주, 중앙 주도, 관료 중심)에 있는 물 정책에서 세 가지를 핵심적으로 바꿔야 한다. '중앙부서의 일원화를 통한 통합 계획의 수립', '유역 중심 집행구조로 현장 지향적 물 관리', '시민의 참여 확대'이다.

제대로 물 관리 일원화하려면

첫째, 중앙의 일원화는 통합적인 계획과 일관된 조정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라는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여러 법률과 조직으로 사분오열된 물 정책이 뚜렷한 방향이나 목표 없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수십 년째 논란됐음을 바로잡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물 정책의 통합과 환경 지향'으로 요약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적절히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물 정책의 철학과 목표, 절차와 체계, 권리와 의무 등을 담은 '물 기본법'의 제정이 우선 필요하다. 나아가 이수, 치수, 환경, 이용 등을 관통하는 조사, 계획, 집행, 평가 등의 절차를 정비해야 한다. 또한 환경부에 통합되는 기능은 물론, 농림부, 산림청, 안행부, 국민안전처 등의 업무를 연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유역별로 물 정책 수립과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중앙정부 차원의 물 정책 중심을 유역 차원으로 옮겨야 한다. 대형댐 건설, 광역상하수도 시설 구축 등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들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유역 차원의 사업과 지역 간 갈등의 조정 등 유역 업무들이 물 관리의 주요 내용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유역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현재 부처 중심으로 구성된 수계위원회, 지방하천위원회 등을 지자체, 주민대표,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유역위원회로 통합해 유역 물 정책의 수립과 평가를 담당하고 예산의 수립과 결산 등을 담당케 하자는 취지다. 또한 이를 실행하는 전문 기관을 유역별로 설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수공을 예로 들면, 댐 개발, 광역 상수도 건설, 단지 개척 등을 위해 만들어진 기구인데, 이미 댐 개발과 광역 상수도 설비는 포화 상태고 단지개발 업무는 조정된 상태다. 따라서 조직의 목적이 완료된 상황이므로 해체하고, 대신 유역별로 재편하자는 것이다. 환경공단과 농촌공사 등도 모두 같은 처지이니 이들을 유역별로 묶어, 광역 상수도와 지방 상수도, 국가 하천과 지방 하천 그리고 소하천 등의 일괄적 관리를 가능토록 하자.

셋째 시민의 통제를 높여야 한다. 촛불시민혁명은 시민들의 높아진 의식, 강한 책임감을 통해 새로운 시대정신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밀실'에서 이루어지던 공공정책의 결정과정을 '광장'으로 끌어내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효율 지상주의와 개발 논리를 강요하면서, 시민들의 삶의 질을 희생시키거나 자연환경의 파괴 속에서 갈등을 양산해 온 구조를 바꿔야 한다. 조직 개편과 정책 방향 설정을 시민과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참여와 감시가 가능하도록 공론화 절차 도입, 거버넌스의 활성화, 시민 의견수렴 절차 확대 등을 추진해야 한다. 시민들과의 접촉면이 넓은 유역으로의 이양과 분권의 강화를 시도해야 한다.

ⓒ함께사는길(이성수)


보수야당 몽니에 볼모로 잡힌 물 관리 일원화

이제 9월이다. 국회가 정부조직법 개편할 때 미뤄둔 의제인 '물 관리 일원화는 국토교통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가 공동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합의한다'던 그 시간이다. 그 약속이 지켜질지는 알 수 없다. 지난 6~7월 물 관리 일원화 반대에 앞장섰던 전문가들조차 대부분 포기했지만, 여당에 정치적 타격을 주겠다는 야당의 의도가 남는 이상 통과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별위원회 다음에는 정부조직법을 다루는 행정안전위원회가 있고, 법사위가 있고, 국회 본회의가 있다. 얼마든지 보수 야당은 20년 논란을 또다시 무산시킬 수 있다. 물론 그 대가는 치르게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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