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도롱뇽의 당사자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원고 도롱뇽의 당사자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작은것이 아름답다] 변화를 이끌어낸 나라밖 환경소송
원고 도롱뇽의 당사자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환경소송으로 승소한 사례가 흔치 않다. 다른 나라에서는 사뭇 다르다. 일본은 1960∼70년대 이타이이타이병, 미나마타병 같은 환경피해가 발생한 뒤 환경소송이 이어지면서 다양한 사례가 쌓이고 있다. 1996년 제기된 '동경 대기오염 소송'도 1심 승소하고, 2심 조정으로 승소나 마찬가지로 사건이 종료된 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환경변호사들이 주축이 되어 2007년 시작한 '서울 대기오염 소송'은 2012년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로 끝났다. 우리나라는 환경 소송 역사가 짧기도 한데다 '단체 소송'이란 제도도 없는 탓이다. 사법부가 '원고적격'(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 같은 문제에 대해 오랜 관습대로 워낙 엄격하게 판결하는 데도 원인이 있다. 이 글에서는 나라 밖 몇 가지 환경 소송에서 시사점을 살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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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의무를 일깨운 소송


1997년 미국 19개 시민단체가 환경보호청(EPA)장에게 온실가스 규제권을 발동하라는 청원서를 냈다. 환경보호청장은 이를 거부했고, 시민단체들은 재심사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0년 뒤 2007년 미연방대법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매사추세츠 주정부가 사실상 피해를 입었고, 자동차 배출 온실가스와 기후변화 사이 인과관계가 존재하며, 시민단체들이 요구하는 규제로 기후변화를 완화할 수 있는 효과를 인정해 원고 측 손을 들었다.

한편 2015년 4월 네덜란드 환경단체 '우르헨다(Urgenda)'는 시민 900여 명과 함께 '네덜란드 정부가 기후변화 위험성을 알고도 예방에 나서지 않았고, 기후변화 대응 의무를 소홀히 해 국민 건강과 인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헤이그 지방법원은 두 달 뒤 네덜란드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네덜란드 정부가 '교토의정서'에 가입했을 뿐 아니라 '기후변화의 위험을 고려해볼 때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엄중한 의무가 있다'고 봤다. 따라서 '네덜란드 정부가 설정한 1990년 배출량 대비 2020년 17퍼센트 감축 목표는 불충분하며, 기온 상승 폭을 2도씨로 제한하려면 최근 과학 연구 결과에 따라 감축 목표를 25∼40퍼센트 수준에 맞춰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대로 정부는 2020년까지 25퍼센트 감축 목표를 세웠다.

미국 사례는 교토의정서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 국내법에 따라 온실가스를 규제하도록 한 것이고, 네덜란드는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정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인정한 세계 최초 사례다. 네덜란드 사례와 비슷한 소송이 벨기에, 독일, 호주에서 진행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참고할 만하지만, '원고적격' 같은 문제로 소 제기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핵발전소를 멈춘 판결

2014년 3월 일본 후쿠이현에 있는 오이 핵발전소 운전금지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한 번이라도 심각한 사고가 일어나면 많은 사람의 생명, 신체, 생활기반에 중대한 피해를 미치는 사업과 관련된 조직에는 고도의 안전성과 신뢰성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후쿠시마 핵사고 때 250킬로미터 이내 거주하는 주민에게 피난을 권고한 사실을 근거로 오이 핵발전소에서 250킬로미터 이내 주민들은 모두 인격권이 침해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비슷한 시기 내려진 다카하마 핵발전소 운전금지 소송은 2심에서 원고 패소로 뒤집혔지만, 같은 취지로 판시했다. 후쿠시마 핵사고 뒤 일본 모든 핵발전소를 정지했다가 한두 기씩 재가동해 현재는 5기를 가동한다. 다카하마 핵발전소도 포함돼 있다. 이 판결 뒤 새롭게 정지한 핵발전소는 따로 없다.

같은 해 5월 캐나다 연방법원은 캐나다핵안전위원회(CNSC)의 달링턴 신규 핵발전소 허가 무효 판결을 내렸다. 핵발전소 부지에서 발생하는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유해화학물질 방출 위험, 사용 후 핵연료와 같이 공통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문제를 이유로 핵발전소 건립을 불허한 것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핵발전소로부터 250킬로미터까지 거주하는 주민에 대해 원고적격을 인정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월성1호기를 예로 들면 적어도 광주시나 성남시 같은 경기도 남부 주요 도시 주민들도 모두 포함돼야 한다. 하지만 월성1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 판결에서는 80킬로미터 이내 주민만 원고적격을 인정했다. 방사선 환경영향 평가서에서 핵발전소 부지 반경 80킬로미터 이내 거주 집단에만 연간 방사선 피폭선량을 계산하도록 규정하기 때문에 그 범위를 훨씬 좁게 본 것이다. 캐나다 사례와 유사한 사건으로 신고리 5, 6호기 소송이 있는데, 역시 원고 패소로 끝났다.

한편, 핵폐기물 처리 관련한 미국 판례가 있다. 2012년 미국 연방법원은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핵폐기물 신뢰성 원칙 갱신(2010년)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렸다. 갱신된 신뢰성 원칙은 영구처분시설 확보 시기를 명시하지 않고 단순히 '필요한 때'라고 규정하고, 사용 후 핵연료의 핵발전소 내 보관 기간을 핵발전소 허가 수명 뒤 30년에서 60년으로 늘린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런데 법원이 이러한 갱신을 무효화시킨 것이다. 영구처분시설 확보에 실패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영향을 고려하지 않았고, 핵발전소 허가 만료 뒤 60년이라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이에 따른 영향을 적절히 조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 판결에 따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과학 기술에 근거해 중대한 환경영향이 없다는 것을 납득시키거나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해 시민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뒤 그 내용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다시 거론하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 위원회'가 2013년 10월 공식 출범했으나 위원 구성 편파성이나 자료 비공개 같은 문제로 파행을 겪은 바 있다. 미국 판례는 시민들에게 최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수렴하라는 것인데 우리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 우리나라에서 자연물이 원고가 된 사례는 '천성산 도롱뇽 소송'이 있다. 2006년 대법원은 도롱뇽 소를 각하했다. ⓒ녹색연합


자연의 권리소송, 원고와 당사자 능력을 묻다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에서 자연물이 원고가 된 사례는 '천성산 도롱뇽 소송'이 가장 유명하다. 2006년 대법원은 '자연물인 도롱뇽 또는 그를 포함한 자연 그 자체로서는 이 사건을 수행할 당사자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단 한 문장으로 도롱뇽의 소를 각하했다. 그만큼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검은머리물떼새가 원고가 된 사건도 있다. 군산 복합 화력발전소를 건설할 때 서울행정법원은 '원고 검은머리물떼새는 자연물이고, 비록 자연 내지 자연물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크지만 그 자체에 대해 당사자 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 법률이 없으며, 이를 인정하는 관습법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원고 검은머리물떼새에게는 당사자 능력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비슷한 태도를 취한 바 있다.

이와 달리 미국은 자연물이 원고가 되어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이 자연물 원고적격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 하와이 주정부가 하와이 희귀새 빠리야(palilla) 서식지에서 사냥하는 사람들을 위해 많은 야생 염소와 양 개체를 유지하는 결정을 내리자, 환경단체 '시에라클럽'이 빠리야와 함께 공동원고로 소송을 제기했다. 1979년 법원은 원고적격에 관해 '빠리야도 고유한 권리를 지닌 법인격으로 법률상 지위를 가지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하와이 주정부가 위기종 보호법을 위반했고 빠리야 서식지에서 야생염소와 양을 제거하는 계획을 시행하라고 판결했다.

또한 태평양목재 회사가 사유지인 캘리포니아 훔볼트 카운티 숲 237에이커를 벌목하려고 하자 환경정보보호센터(EPIC)가 그곳에 서식하던 대리석무늬 바다오리와 함께 소송을 제기했다. 1996년 법원은 '대리석무늬 바다오리는 위기종 보호법에 보호를 받고 있고 자신의 권리로 소송을 제기할 원고적격이 있으며, 희귀종인 바다오리 생존에 위해를 줄 수 있는 방식으로 벌목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다만 미국 판결들은 모두 사람이나 단체가 자연물과 공동원고가 되어 진행된 사건이며, 자연물 단독으로만 소송을 제기할 때도 법원이 원고적격을 인정할지는 알 수 없다. 이 사건 밖에도 '하와이 까마귀 사건'이나 '돌고래 카마 사건'에서는 원고적격을 인정하지 않아 소가 각하되기도 했다. 그밖에 독일이나 일본에서도 자연물 원고 소송이 있었으나 원고적격을 공식 인정받지 못했다.

그 뒤에도 원고적격을 인정하지 않는 사례도 많아 큰 변화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미국에서는 그런 서식지를 방문한 사람이나 단체에 대해 원고적격을 넓혀주는 방식으로 법원 태도가 바뀌어 미국 변호사들도 더 이상 자연물을 원고로 해서 소송하지 않는 것 같다.

글머리에서 언급한 동경 대기오염 소송 영향으로 일본은 경유차 비중이 2퍼센트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경유차 비율이 40퍼센트를 넘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네덜란드 우르헨다가 제기한 소송과 같이 주목할 만한 환경소송은 다른 여러 나라 유사한 소송에 자극을 준다는 사실이다. 핵발전소 소송이나 자연물 소송에서도 외국에서는 원고적격을 넓히는 사례가 일부 확인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동물권 또는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이는 구제역과 '살충제 계란' 사태를 통해 더욱 논의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가 국민 전체 공감대를 더 얻게 된다면 우리 사법부도 한 걸음 더 나가는 판결을 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민의 조직된 힘이 정부뿐만 아니라 법원도 바꿀 수 있다. 결국 민주주의 문제로 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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