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소득, 어떻게 환수할 것인가?
불로소득, 어떻게 환수할 것인가?
[기고] 지대개혁론에 입각한 세제개혁 방안
불로소득, 어떻게 환수할 것인가?
지대개혁론은 세제개혁론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지난 9월 4일 국회 연설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대개혁론을 설파했다. 오늘날 사회과학에서 '지대' 즉, '렌트(rent)'는 토지뿐만 아니라 특권에서 나오는 모든 이익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인다. 이런 지대는 주로 국가의 개입을 통해 만들어진다. 국가가 누군가에게 독점권을 주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할 경우 경제 행위자들은 이런 독점권을 획득하기 위해 경쟁을 하고 이 경쟁에서 승리한 일부 행위자는 초과이윤을 얻게 되는데, 이를 지대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우리는, 독점권을 통해 누리는 지대는 사회 전체로 보면 새로운 가치의 창출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생산한 가치가 다른 사람에게 이전된 것에 불과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까닭에 교과서에서 지대추구 행위를 가리켜 "어떤 사회구성원이 자기의 경제적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국가개입이나 중재를 동원해 다른 구성원으로부터 자신에게로 부의 합법적 이전을 꾀하는 사회적으로 낭비적인 활동"이라고 정의하는 것이다(<공공선택의 정치경제학>(소병희 지음, 박영사 펴냄) 95~96쪽). 더구나 스티글리츠가 지적하는 것처럼 지대추구는 이익보다 손실이 더 큰 파괴적 결과를 낳기까지 한다(<불평등의 대가>(스티글리츠 지음, 이순희 옮김, 열린책들 펴냄) 70쪽)

추 대표의 지대 개념은 고전파 경제학이 사용한 개념, 즉 토지에서 발생하는 가치를 지칭하는 뜻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그는 지대가 불로소득임을 분명히 했다. 불로소득, 맞다. 왜냐하면 토지 가치인 지대는 토지소유자가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불로소득을 노리고 일어나는 토지 투기는 비생산적 경제 활동의 전형이고, 다시 말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활동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생산 활동을 통해서 만든 가치를 합법적으로 이전시키는 행위에 불과하다. 현대 지대 이론으로 설명하면 토지의 지대는 국가가 토지에 대한 독점권을 특정 토지소유자에게 부여함으로써 생긴 이익이고, 토지 투기는 이 독점권을 얻기 위한 경쟁, 즉 비생산적 경제활동인 것이다. 그러므로 추 대표의 지대개혁론의 핵심은 토지 불로소득 환수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토지 불로소득을 어떻게 환수할 수 있는가? 물론 세금이다. 이렇게 보면 지대개혁론은 결국 세제개혁론인 것이다.

취약한 문재인 정부의 증세론의 근거

지대개혁론이 세제개혁론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최근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증세론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후보 시절 증세 없는 복지를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은 점증하는 복지 수요 때문에 결국 증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개인소득세와 법인소득세의 최고세율 인상, 즉 초고소득자ㆍ초대기업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내용을 담은 세법개정안이 국회에서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연간 세수 증대 효과는 5조5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정부는 추산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약 24조 원의 추가 세수 확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증세론이 기대고 있는 근거는 조세부담률이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18.5%(2015년)로 OECD 35개국 중 33위다. 선진국 중에서 가장 세금을 덜 걷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OECD 평균은 25.1%(2014년 기준)이다. 한국은 OECD 평균과 6.7%p 차이가 난다. 2015년 한국의 GDP가 1564조 원인 점을 고려할 때 OECD 평균 수준으로 가려면 연 105조 원 정도의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처럼 낮은 조세부담률은 문재인 정부가 증세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

그런데 '왜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이 증세의 최우선 대상이어야 하는가?'라고 질문해 들어가면 말문이 막힌다. 개인소득세의 경우 소득이 많으니, 즉 담세능력이 있으니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답할 순 있다. 곤혹스러운 것은 반론의 근거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소득세 증세 반대론자들은 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면세자 비율은 2015년에 무려 46.8%에 달한다. 반면에 미국과 일본의 면세자 비율(2014년)은 각각 32.5%, 15.4%이고, 독일은 16.4%(2012년)이며, 2013년 호주는 25.1%, 영국은 5.9%로 한국보다 훨씬 낮다(8월 9일 자 <조선일보> '소득세 안 내는 사람, 美 33% 日 15% 英 6%… 한국은 47%').

법인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전체 50여만 개의 기업 중 0.1%에 해당하는 대기업이 전체 법인세의 64%를 납부한다. 2013년 현재 우리나라의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3.7%로 OECD 전체 국가 중 여섯 번째로 높고, 2007년 이후 OECD 34개국 가운데 20개국이 법인세를 인하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대세는 법인세 인하라는 것이다(4월 9일 자 <조선일보> '韓기업 법인세 비중 높아 … 해외선 인하가 대세'). 그도 그럴 것이 세계화로 인해 기업의 이전이 자유로워졌는데 법인세율을 올리면 그나마 국내에 있었던 기업도 해외로 이전할 수 있고, 다른 조건이 같다면 기업이 투자처를 고민할 때 법인세가 낮은 나라를 택한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을 대상으로만 증세하는 것은 형평의 원리에도, 경제학의 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대개혁론을 담을 두 가지 방법

앞서 말했듯이 지대개혁론은 세제개혁을 통해서 달성될 수 있다. 지대개혁론의 내용을 담은 세제개혁의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토지보유세 강화를 통해서 환수하고 환수분 전액을 국민 전체에게 n분의 1로 배당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는 동시에 경제에 부담을 주는 기타 세금(여기서는 소득세와 법인세만을 다룬다)을 감면하는 패키지형 세제개혁이다. 첫 번째 방안은 추후에 다루도록 하고 본 리포트에서는 후자의 방법을 검토해보기로 한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 전에 패키지형 세제개혁이 바람직한 조세원리에 부합한다는 것부터 밝히고자 한다. 좋은 세금이란 세금의 3원칙, △공평의 원칙 △효율성의 원칙 △세무행정상의 원칙에 부합하는 세금이다. 이 중에서 공평의 원칙에는 정부나 사회로부터 받은 서비스에 비례해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편익원칙(benefit principle)과 납세자가 가진 경제적 능력에 따라 부담을 지우는 능력원칙(ability-to-pay principle)이 있다.

세금 원칙에 부합하는 패키지형 세제개혁

3원칙에 비춰보면 토지보유세가 가장 좋은 세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토지보유세는 공평의 원칙에 잘 부합한다. 토지를 사용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위치의 편익을 누리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 위치의 편익은 바로 사회가 만들어낸 가치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사회가 토지소유자에게 위치의 편익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므로, 토지소유자가 그에 상응하는 토지보유세를 사회에 지불하는 것이 공평한 것이다.

또한 토지보유세는 효율성의 원칙도 충족시킨다. 토지세는 다른 세금과 달리 원칙적으로 경제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중립적(neutral) 세금이다. 왜냐하면 토지의 공급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급이 탄력적인 상품에 세금을 부과하면 공급이 줄지만, 즉 그 상품을 만드는 생산 활동이 위축되지만, 공급이 완전 비탄력적인 토지는 세금이 부과되어도 공급이 줄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정부의 간섭과 세금을 싫어했던 프리드먼(Milton Friedman)도 토지보유세가 가장 좋은 세금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뿐 아니라 토지보유세는 토지 투기를 잠재우고 토지의 효율적 사용을 유도하기 때문에 경제 전체를 보다 활성화시키기까지 한다.

마지막으로 토지보유세는 세무행정상의 원칙도 충족시킨다. 토지는 어디에도 숨길 수 없기 때문에 평가ㆍ징수하는 인력만 있으면 되고 세무 당국의 횡포와 부패, 납세자의 탈세와 사기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에 비해 소득세나 법인세는 공평의 원칙, 효율성의 원칙, 세무행정상의 원칙과 많은 면에서 충돌한다. 먼저 이 세금들은 생산 활동에 부과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경제를 위축시킨다. 이 세금을 징수해서 복지(재분배)에 사용할 수 있고 그것이 경제에 선순환을 가져오는 효과는 있으나, 징수 자체가 초래하는 비효율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세무행정상의 원칙에서 보더라도 난점이 있다. 예컨대 소득세의 과세표준은 총수입에서 그 수입을 얻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을 뺀 나머지인데 수입 총액을 파악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모든 지출액 중에서 어느 것이 '그 수입을 얻기 위해 지출된 비용'인지를 판별하는 것은 본인 스스로에게도 어려운 작업이며, 더구나 제3자인 세무당국이 이를 정확하게 판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누진적 구조의 소득세나 법인세가 능력원칙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지만, 앞서 다룬 경제성의 원칙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는 동시에 경제에 부담을 주는 소득세와 법인세를 감면하는 패키지형 세제개혁이 세금의 3원칙에 가장 잘 부합하는 '최적의 조합'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는 '토지'보다는 '부동산'이라는 말에 익숙한 까닭에 부동산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어서 설명해본다. 부동산은 건물과 토지의 합이다. 그러나 건물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건물을 짓는 생산 활동에 위축을 가져온다. 그러므로 세금의 3원칙에 부합하는 것은 부동산보유세가 아니라 토지보유세인 것이다.) 

패키지형 세제개혁 설계와 부담 주체 분석


우선 토지보유세 대상인 토지 관련 통계를 살펴보자. <표 1>에서 확인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법인이 소유한 지가총액은 2016년 현재 1087.8조 원이고, 가계가 소유한 지가총액은 4058.7조 원이다. 따라서 토지보유세 실효세율을 1%로 강화하면 법인에게는 10.9조 원을, 가계에는 40.6조 원을, 합계 51.5조 원을 징수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하면 법인세와 소득세를 각각 20.9%와 75.2%를, 법인세와 소득세 전체로 하면 42.7%를 감면할 수 있게 된다(<표 2> 참조).


그렇다면 10.9조 원의 토지보유세는 주로 누가 부담할까? 주로 대기업일 것이다. 법인의 토지소유분포를 가액기준으로 보면 2014년 현재 토지소유법인 상위 1%가 전체 법인 소유지의 73.1%를 소유하고 있고 상위 10대 기업은 무려 32.3%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에서 이를 추측할 수 있다(2016년 8월 31일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실 발표 자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법인세도 대기업이 주로 부담하고 있으니 결국 패키지형 세제개혁은 법인세를 덜 내는 만큼 토지세를 더 부담하는 것으로 정리된다고 하겠다.

그러면 40.9조 원의 토지보유세를 감당하는 개인은 누구일까? 아마도 고소득자일 가능성이 높다. 토지과다보유자 전부가 모두 고소득자이지는 않겠지만, 대체로 일치할 것이다. 물론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고소득자이지만 토지보유가액이 얼마 되지 않는 개인이 있을 것이고, 그 반대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패키지형 세제개혁은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 불리할까? 토지과다보유법인, 즉 이윤추구보다 토지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법인에게는 대단히 불리하고, 그렇지 않은 법인, 예컨대 벤처 중소기업에게는 매우 유리하다. 대기업 중에서도 토지소유 규모가 적은 기업에게 유리하고 반대인 경우는 불리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토지과다보유 개인에게는 매우 불리하고 토지 불로소득보다 생산 활동에 노력을 기울이는 개인에게는 매우 유리하게 된다.

패키지형 세제개혁의 효과

첫 번째 효과는 토지투기가 방지된다는 것이다. 투기는 불로소득을 노리고 하는 행위다. 그런데 토지보유세는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가장 좋은 효과가 있는 세금이다. 패키지형 세제개혁은 경제주체로 하여금 토지투기라는 지대추구 행위를 단념하도록 유도하고 생산적 활동에 자원을 투입하도록 견인한다.

두 번째 효과는 소득불평등이 완화된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07~2015년 동안 부동산 불로소득이 GDP의 21.7~27.8%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었다(<사회경제평론> 제54호, 남기업ㆍ전강수ㆍ강남훈ㆍ이진수 공저 '부동산과 불평등, 그리고 국토보유세'. 10월 발행 예정). 건물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가치가 하락하고 토지는 가치가 증가한다는 것에서 부동산 불로소득 전액은 토지 불로소득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러한 불로소득은 생산 활동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생산한 가치를 '합법적'으로 이전한 것에 불과하다. 불로소득을 얻은 것만큼 손해 보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다. 무주택세대 44.0%(2015년)와 무(無)토지소유세대 40.1%(2012년), 그리고 건물을 임대해서 쓰는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가 등이 손해를 보는 계층에 속한다. 그러므로 토지보유세를 강화하게 되면 토지에 짓눌렸던 하위계층의 소득수준은 향상되고, 불로소득을 누리고 있었던 상위계층의 수준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생산 활동이 촉진된다. 토지보유세 강화는 지가의 하향 안정화를 가져오는데, 이렇게 되면 고(高)지가가 초래해왔던 경제활동 위축이 상당 부분 사라질 것이다. 생산의 용수철이 더 높이 튀어 오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득세와 법인세 완화는 생산 활동을 더욱 자극할 것이다.

패키지형 세제개혁은 성장을 촉진하고 분배를 개선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일반인들은 토지 불로소득이 불평등의 핵심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재벌들, 재산가들, 고위공직자들, 언론권력자들, 심지어 종교권력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 규모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들은 단지 토지를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말해서 토지 독점권을 국가가 인정해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막대한 불로소득을 사유화하고 있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높은 주거비로, 임대료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은행 이자로 생산한 소득의 상당 부분을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토지 독점권을 얻기 위한 비생산적 경제활동, 즉 지대추구가 일상화되고 있는데, 추 대표는 이것을 가리켜 한국 경제가 '지대추구의 덫'에 걸려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지대개혁론에 입각한 패키지형 세제개혁은 세금의 원칙에 부합한다. 다른 무엇보다 성장을 촉진한다. 경제주체를 토지투기라는 비생산적 활동에서 부와 소득을 창출하는 생산적 활동으로 유도한다. 토지 불로소득이 초래한 불평등도 상당부분 해소한다. 따라서 복지 수요의 축소를 가져와 정부재정의 부담을 덜어준다. 보수가 바라는 감세와 보수가 반대하기 힘든, 반대로 말하면 진보가 찬성하는 증세의 창조적 결합이 가능하게 된다.

패키지형 세제개혁은 지대개혁론을 구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추 대표가 언급한 지대개혁론은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수준으로 내려와 논의되고 정책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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