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 찬성 의견서 '박정희'‧'이완용' 이름 도용 '차떼기' 제출
국정화 찬성 의견서 '박정희'‧'이완용' 이름 도용 '차떼기' 제출
교육부 국정화 진상조사위, 검찰에 수사 의뢰
2017.10.11 15:24:13

지난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 당시 교육부에 제출된 찬성 의견서가 조작됐다는 의혹에 대해 교육부가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할 전망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는 12일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추진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 등이 의견수렴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수사를 의뢰하도록 요청한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가 이번에 조사한 것은 지난 2015년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구분(안) 행정예고에 대한 의견 수렴 마지막 날 일괄 출력한 정황이 드러나 '차떼기' 논란이 일었던 찬성 의견서들이다.

교육부는 2015년 11월 3일, 의견 수렴 결과에 대해 "찬성 의견이 15만2805명, 반대 의견은 32만1075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야당에서 "찬성 서명서와 의견서에서 같은 사람의 이름이 여러 번 등장하거나 자필이 아닌 컴퓨터로 출력한 것으로 보이는 명단이 발견되는 등 조작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됐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같은 의혹 제기에도 국정화를 강행했고, 2년 만에야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위원회 소속 진상조사팀이 문서보관실에 보관 중이던 찬반 의견서 상자 103개를 살펴보니, 일괄 출력물 형태의 의견서 상자가 53개였다. 이 중 26개 상자, 약 2만8000장 의견서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봤고, 그 결과 동일한 양식, 찬성 이유가 반복된 의견서들이 다수 발견됐다. 같은 사람이 찬성 이유만 달리해 수백 장의 의견서를 제출하는 경우도 발견되기도 했다.

형식 요건을 다 갖춘 찬성 의견 제출자는 4374명에 그쳤다. 그러나 이 가운데 1613명은 주소지가 같았다.

그런가 하면, 이름란에 '이완용' '박정희' 주소란에 '청와대' 등 황당한 내용이 기재된 의견서도 많았다. 연락처 기재란에는 경술국치일(010-1910-0829),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망일(010-1979-1026) 등이 적힌 경우도 있었다.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의견을 수렴 당시 받은 찬성 의견서 중 일부. 성명란에는 '이완용', 주소란에는 '대한민국 경성부 조선총독부'라고 적혀있다. ⓒ교육부



진상조사팀은 일괄 출력물 형태의 의견서 중 중복된 의견서를 제외한 4374명에 대해 무작위로 677명을 추출해 전화로 진위 여부를 파악했고, 이 중 252명이 응답했다. 응답자 가운데 찬성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한 경우가 129건(51%), 제출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한 경우가 64건(25%)으로 확인됐다. 인적사항 불일치(12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47건)도 있었다. 9건은 착신정지 상태였고, 26건은 결번이었다.

당시 '차떼기 제출' 논란이 되었던 일괄 출력물 형태의 의견서 제출 박스에는 '올바른 역사교과서 국민운동본부'의 스티커가 부착돼 배달됐다.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국회 답변을 통해 "11월2일 밤 9시30분에 교육부 직원에게 연락이 왔다. 23시쯤 50여 상자가 올바른 역사교과서 운동본부라는 곳에서 왔다"고 경위를 밝힌 바 있다.

교육부 자체 조사 결과, 당시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이 "밤에 찬성 의견서 박스가 도착할 것이므로 의견서를 계수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야간 대기시키라"고 지시했으며, 이에 따라 교육부 직원 200여명이 자정 이전까지 계수 작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진상조사위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기 위한 여론조작의 개연성이 충분하며 동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 개인정보의 제공, 형법 제137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동법 제231조 사문서등의 위조․변조, 제234조 위조사문서 등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혐의자는 교육부 소속 공무원의 신분을 갖지 않아 진상조사팀의 조사권한이 미치지 않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를 요청하기로 의결했다"고 덧붙였다.

진상조사위는 아울러 여론개입 수사과정에서 교육부의 조직적 공모나 협력 여부, 여론 조작 여부 등 사실 관계가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에 대한 신분 상 조치 등도 요청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교육 적폐' 청산 일환으로 스스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의혹을 파헤치고 있지만, 이미 수차례 조작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사실상 눈 감은 데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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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기자 naeori@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막내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