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가동 중인 원전 안전이 더 시급하다"
"신고리? 가동 중인 원전 안전이 더 시급하다"
[함께 사는 길] 원전보다 안전·③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
"신고리? 가동 중인 원전 안전이 더 시급하다"
원전은 안전한가? 그동안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왔다. 크고 작은 원전 사고와 정지는 물론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부품들이 사용되었음이 밝혀졌을 때도, 최후 방벽이라는 원전 격납건물에 구멍이 뚫리고 중요시설 안에 망치까지 발견되었음에도 대답은 늘 같았다. 그들에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전력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것인양 서둘러 원전을 가동했다.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일까? 여기에 반론을 제기하는 핵 공학자가 나타났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이다. 대학에서 원자력공학을 전공하고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전력기술을 거치고 핵산업계에 몸담았던 핵 공학자다. 그의 관점은 기존 핵공학자들과는 분명 다르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신규 원전은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 올해 3월에는 몇몇 뜻을 함께하는 전문가들과 원자력안전연구소를 만들어 원전 안전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한 때 동료였던 이들에게 그는 아웃사이더로 내몰렸다. 그렇다고 그가 환경단체의 주장을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때론 급진적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원전 안전에 대해서는 환경단체만큼이나 철두철미하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함께사는길


- 기존 원전 전문가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라도 있는가

대학에서 핵폐기물을 전공했는데 이후 원전 설계, 재료, 기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보는 시각이 조금 다르다. 그러다 2012년 한빛원전이 유일하게 원전 전체에 대해 민간 안전점검을 한 적이 있는데, 주민들이 도와달라고 했다. 3년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많이 괴롭혔다.(웃음) 그러면서 기존 원자력 하는 분들에게는 환경단체 수준으로 밀려났다. 나는 탈핵을 주장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저 나름대로 공정한 생각을 가진 엔지니어다.

- 최근 원전 격납건물이 부식된 것이 밝혀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콘크리트는 영구한 건물이 아니다. 필연적으로 구조적인 열화가 생긴다. 20년 전에 이미 해외에서도 두께 1.2미터짜리 콘크리트가 2조각, 3조각 난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부식이 되었다면 재시공하면 된다. 근데 문제는 정부와 한수원이 숨긴다는 것이다. 올해 3월에는 한국 표준형부터는 부식 문제가 없다고 큰소리쳤지만, 그것도 거짓말로 드러났다. 심지어 한빛 4호기에서 콘크리트가 통째로 타설되지 않은 게 발견되지 않았나. 과연 몰랐을까? 알고 있었는데 발전소 죽을 때까지 안 들킬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계속 문제를 숨기다가 뒤늦게 부식 사실을 밝히고 뜯어고치면 문제가 없다고 하니,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지금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철판 부식 문제로 국한시키고 콘크리트 검사는 하지 않고 있다.

- 콘크리트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

이번에 부식이 확인된 철판은 1.2미터 두께의 콘크리트에 붙어있는 구조물이다. 철판이 부식되었는데 콘크리트는 멀쩡하겠는가. 또 그사이에 박힌 철근들은? 설계 구조적으로 10 이상도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이 상태라면 2, 3에도 무너질 수 있다. 원자력안전연구소와 환경연합은 무려 4번에 걸쳐 콘크리트 안전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때마다 원안위는 철판만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문제가 없다면 왜 검사하지 않는 걸까. 혹 철근 빼먹은 것이라도 있나. 지난 1년 동안 원안위와 한수원은 부식 문제가 콘크리트로 가는 것을 철저히 막으려고 했다. 단언을 하지 않겠다. 전 문제 있다고 본다.

- 원안위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심지어 가동을 승인했다

콘크리트가 타설되지 않아 1.2미터여야 할 콘크리트 두께가 1미터인 채로 20년 넘게 가동이 됐다. 아무 문제가 없다면 애초에 1미터짜리 콘크리트를 만들지 왜 돈을 들여 1.2미터로 만들었나.

- 격납건물 부식이 확인된 한빛4호기의 주요 시설에서 망치까지 발견됐다

증기발생기 안에 1초에 800킬로그램의 물이 지나간다. 생수통 하나가 20킬로그램이다. 40통을 1초에 들이붓는 것이다. 그 힘이 어마어마하다. 만약 그 힘으로 망치가 잘못 틀어져 움직였다면 증기발생기 세관 여러 개를 깰 수 있다. 우리 설계기준은 1개 깨지는 것이다. 바로 중대 사고로 넘어가는 것이다. 철판이 부식된 원전의 콘크리트도 문제이고, 또 증기발생기에서 망치까지 발견됐다. 총체적으로 5중방벽이 다 뚫린 것이다. 우리가 가장 믿고 있던 것들이, 신화가 깨진 것이다.

- 그럼에도 한수원과 원안위는 별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실 원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이들의 대응은 늘 그랬다

한수원이든 국가기관이 원전이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원자력발전소가 솜사탕을 만드는 공장이 아니지 않나. 이미 국민들은 후쿠시마 사고를 비롯해 원전이 위험하다는 해외 사례를 봤기 때문에 걱정을 하는 것이다. 안전하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신뢰와 확신을 줄 수 있는 노력과 행위를 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다. 이런 사태가 일어났으면 왜 콘크리트 철판이 부식되고 망치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콘크리트가 타설이 안되었다면 원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평가하고, 다른 원전의 유사사례는 없는지 기본을 먼저 긴급 점검해야 한다. 정기점검 순서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4개씩 묶어서라도 6개월 안에 안전
점검을 끝냈어야 했다. 스스로 안전과 멀어지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 한빛4호기의 경우 부실공사가 명백함에도 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이해되지 않는다

저도 의문이다. 다른 건물도 아니고 국가 안전 건물에서 부실 공사가 일어난 것이다. 한빛4호기 콘크리트 공사를 현대건설에서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장일 때다. 망치와 이물질이 발견된 증기발생기는 두산에서 만들었다. 문제는 증기발생기를 교체한다면서 그 증기발생기를 또 두산에서 만들고 증기발생기를 교체하는 공사를 현대에서 한다. 사고 친 이들을 징계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사업거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원전마피아다. 몇 년 전에 원전 부품 비리가 있었다. 끝을 기억하나? 몇 명이나 구속했나.

- 지금 대한민국은 신고리 5, 6호기 문제로 뜨겁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신고리 5, 6호기의 근본적인 문제가 뭔가. 지진이 일어나는 지역에 이미 8기가 있는데, 원전 2기를 더 짓겠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니 국민들은 불안하다. 무엇보다 신고리 5, 6호기를 짓는 것은 시급하지 않다. 현재 전력이 남아돌고 있고 당장 국가전력에 큰 문제가 없다. 지금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 사실 그동안 핵산업계가 원전 안전 문제에 소홀하지 않았나

원자력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원자력 산업 자체는 안전산업이다. 안전 때문에 기술이 존재한다. 그런데 핵공학을 한 몇몇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안전이란 분야를 도용해 소위 안전산업분야라는 것을 만들고 자기들끼리 나눠 먹었다. 특히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산업계가 판단을 잘못한 게 있다.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성을 점검해야 했는데, 중대사고 대책 등을 세웠고 이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점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사고가 난 후 피해를 줄이는 쪽으로 대책을 세워온 것이다. 예를 들어 30년 된 차가 있는데 돈이 생겼다고 최신 에어백을 장착한 것이다. 주행 중에 축이 부러질 수 있고 타이어가 터질 수 있는데 그것은 그대로 두고 에어백만 설치한 꼴이다. 왜냐고? 그쪽으로 해야 연구비도 생기고 기관에 돈이 생기니깐.

- 핵산업계를 비난하는 소리가 높다

몇몇 교수들이 나서서 성명을 발표해 지탄을 받고 있는데, 그들이 핵산업계 전부는 아니다. 일부 잘못된 사람들 때문에 나머지 90퍼센트까지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이다. 마피아 척결이 핵산업 전부를 죽이자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관행과 독식의 틀을 깨어서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적은 원자력계가 아니다. 미국의 원전사업은 민간사업이지만, 우리는 정부 산하다. 우리의 원자력산업은 정부가 주도하고, 원자력계는 정부가 시키는 대로 해왔고 정부가 주는 돈 받고 배불리 살아왔다. 이때까지 그리 만들어놓은 것은 정부다. 이제는 정부가 정리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국민들의 무관심이 부른 참사라고 본다. 관심 갖고 제대로 된 정부를 세웠다면, 이런 일이 왔을까? 전기값이 싸다고 하니까, 원전이 내 지역에 있는 것은 아니니까, 내 아버지와 내 자식이 죽지 않았으니까 모른 척한 것이다.

- 사용후핵연료도 걱정이다. 대안 없이 계속 임시 저장고에 쌓아두기만 하지 않는가

세계적으로 사용후핵연료를 해결한 나라는 없다. 풀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우리는 신이 아니다. 방사능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방사선이 붕괴하면 전자를 만들어내고 감마선을 만들어낸다. 어찌 보면 죄악의 대가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결과물을 작게 만드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핵발전소를 돌릴수록 사용후핵연료는 더 생길 수밖에 없다.

-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가동 중인 원전이 안전한지 긴급 점검해야 한다. 겉보기에 멀쩡하지만 속은 곪아 있을 수 있다. 사고가 나야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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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