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리는 보수…'개혁적' 정계개편 적기
몸집 불리는 보수…'개혁적' 정계개편 적기
[최창렬 칼럼] 민심을 반영하는 정당 재정렬이 긴요하다
몸집 불리는 보수…'개혁적' 정계개편 적기
지난 해 김용태 의원은 "헌법의 최종 수호자인 대통령이 민주주의 공적기구를 사유화했다"며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했다. 김무성 의원도 "친박계는 권력을 박 대통령 하사물로 착각하고 있으며, 정치적 노예들"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복귀의 변으로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는 보수 세력이 갈등과 분열을 뛰어 넘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하나가 돼야 한다"며 "모든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현 시점에서는 보수가 통합해 문재인 정부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가치가 우선"이라고 했다. 

즉 복당의 명분은 보수통합과 문재인 정부 폭주의 방지다. 그들이 새누리당을 탈당했을 때와 한국당은 무엇이 달라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는 복당 선언이다. 한국당이 보수의 가치를 재건하기 위해 무슨 실천을 했으며 박근혜 국정농단의 한 축으로서 어떠한 반성과 성찰을 보였는지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폭주'의 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정치는 현실이니 바른정당 일부 의원의 한국당 입당이 이루어지면 정당구도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정당체제가 다시 3당 체제가 되겠지만 이러한 정당체제의 변화는 의미를 갖기 어렵다. 시대를 역행하는 수구의 부활만을 결과할 뿐이다. 시민사회의 균열을 반영하거나 개혁연대를 강화하는 정당구도의 변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탄핵과 정권교체를 거치면서 수구세력의 반발은 산발적 단계에서 조직적 차원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때의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검사와 변호사가 목숨을 끊음으로서 적폐청산 수사에도 차질이 발생할 개연성도 있다. 적폐청산이 청와대 하명수사니 정치보복이니 하는 고전적 프레임에 의해 좌초된다면 촛불이 요구한 국정농단의 단죄는 물론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개혁도 동력을 상실한다.  
 
민주주의란 시민의 정치적 에너지와 동력이 정치과정으로 투입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정당으로 조직되고 대표되는 정치의 활성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정당의 선거경쟁을 통해 정부와 대표자들을 실질적으로 교체할 수 있는 절차를 가진 체계가 민주주의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지금의 정당체제가 지속된다면 민주주의적 가치가 현실공간에서 구현되기는 난망하다. 정권교체 이후 집권당의 정당지지율이 높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가 높다 하더라도 국회에서 과반도 점하지 못한 집권세력의 실천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여권의 도덕적 하자도 드러나고 있다. 
 
현재의 정당구도는 의회권력과 행정부 권력의 이원적 정통성이 충돌하는 여소야대의 부정적인 면이 극명하게 노출되는 체제다. 특히 의석을 불린 자유한국당의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극우적 행태가 최고조에 달할 것임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여권은 지금의 정당구도에서 협치를 바탕으로 예산과 입법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공허한 얘기다. 수구세력의 퇴행적 정치공세가 거세질수록 오히려 집권세력의 지지가 오르는 '역설'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정권교체 이후의 정당지지도의 급변을 고려한다면 정당 재정렬이 더욱 긴요하다. 야당의 통합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정당체제 변화는 유의미한 정계개편으로 연결되는 데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현 단계에서의 유권자의 표심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내부의 호남중진과 안철수계의 노선의 차이는 단순한 정당 내부의 다양성 차원을 넘는다. 그렇다면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미증유의 상황을 반영하는 정당지형의 변화가 더욱 필요하다. 
 
정당체제 개편은 총선 민의의 왜곡이 아니라 탄핵 이후의 민심의 보정이라는 인식에서 접근해야 한다. 게다가 지금의 정당체제는 표피만 다당 체제일 뿐이다. 다당 체제란 과소 대표되는 소수세력의 이익을 대변할 정당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정당구도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미래를 지향하는 정당구도로의 변화가 아닌 탄핵 전의 수구적 정당지형으로 복원된다면 이는 촛불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촛불 시민혁명은 적폐청산을 요구하고 있으나 '혁명'은 정의로운 '미래'와 시민적 평등의 보편화가 이루어질 때 완성될 수 있다. 기득권 동맹의 구조적 공고화, 시민적 연대와 유대의 실종, 배려와 관용의 부재 등의 사회적 현상이 일상화되는 한국사회의 총체적 개혁에 지금의 정당구도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정치'가 정파에 속한 인물들의 입신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선 안 된다. 지금의 '정치'는 구체제의 연장을 도울 뿐이다. 집권세력도 내년 지방선거 이후를 의식하지 말고 개혁연대를 위해 지향이 맞는 정파와의 적극적 통합을 모색해야 한다. 높은 지지율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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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