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을 응원하는 육아 에세이
'비혼'을 응원하는 육아 에세이
[프레시안 books]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
2017.11.25 23:30:37

한국 사회에서 '엄마'는 벗어날 수 없는 족쇄다. 일을 하든, 전업주부든,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든 엄마들은 평생 돌봄 노동의 고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언론은 한국 사회의 이러한 작동 방식을 '맘고리즘'이라고 표현했다. '맘고리즘'이란 "출산→육아→직장→부모에게 돌봄 위탁→퇴사→경력단절→자녀 결혼→손자 출산→황혼 육아…"로 이어지는 돌봄 노동의 메커니즘이다. 한국 여성은 출산을 통해 돌봄 노동의 굴레에 갇히게 된다.

엄마를 통해 한국 여성의 일생을 보고 느낀 젊은 여성들은 비혼을 선택하고 있다. 임신 중단권이 없는 한국 여성에게 원치 않는 임신은 재앙이다. MBC 라디오의 장수연 PD가 쓴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장수연 지음, 어크로스 펴냄)는 지은이가 임신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임신 중절 수술을 결심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지은이는 수술과 출산 사이에서 고민하다 '얼렁뚱땅' 엄마가 됐다.

지은이는 보통 육아 에세이와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아이가 질문이 많아 답하기 어렵다는 뻔한 이야기보다 직업이 있으면 좋은 점, 인간관계의 덧없음 등 아이는 알아듣기 힘들 자신의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장수연 지음, 어크로스 펴냄) ⓒ 프레시안

뜨악한 이야기도 있다. 요즘 대부분의 엄마는 신생아 예방접종을 할 때 피내접종(주사형)과 경피접종(도장형) 중 경피접종을 선택한다. 피내용은 효과적이지만 흉터가 남고 경피용은 흉이 덜 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은이는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나크의 <몸의 일기>에서 주인공들이 섹스할 때 흉터를 가지고 이야기 나누는 장면을 예로 들며, 장차 아이의 '재미있는 섹스'를 위해 피내접종을 선택한다.

이 책은 지은이의 이런 선택을 가감 없이 다루며 '엄마가 처음이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이 책이 아이에게 초점을 둔 '육아 에세이'가 아니라 보통 사람인 지은이가 엄마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본인의 '성장 일기'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출산계획이 없음은 물론, 임신을 두려워했던 지은이는 아이를 기르며 본인이 성장함을 느낀다. 걱정과 달리 아이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행복을 발견한 것이다. 다만, 지은이는 '아이를 낳아 기르는 행복'만을 늘어놓으며, 결혼과 출산이 정상적인 삶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공고화하지 않는다. 지은이는 자주 후회하고 분노하고 울기도 한다. 그리고 비혼, 비출산을 선택한 이들에게 손을 내민다. 혼자여서 삶이 버거운 순간을 만날 때 '내가 결혼을 안 해서 이런가?', '내가 아이를 안 낳아서 이런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은이도 '아이 때문에 이렇게 힘 든 건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테니. 깻잎이든 돈가스든, 선택한 걸 맛있게 먹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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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기자 daramji@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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