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동이 받았던 'G코드'를 아십니까?
입양아동이 받았던 'G코드'를 아십니까?
[심층 취재- 한국 해외입양 65년] 2.입양의 정치경제학 ⑩ 입양과 출생신고
2017.12.06 08:54:59
입양아동이 받았던 'G코드'를 아십니까?

※이 기사는 이경은 고려대학교 인권센터 연구교수, 제인 정 트렌카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 입양인 모임 대표의 도움으로 취재, 작성되었습니다.


2001년 사법연감(대법원 법률행정처가 매년 발행하는 법률 관련 통계 자료집)에 따르면, 총 출생신고 수는 57만6351명이다. 그 해 기아발견은 2869명이다. 이 둘을 더한 총 출생등록 수는 57만9220명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출생신고는 구 호적법과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에 의해 혼인중 출생, 혼인외 출생, 기아발견, 세 가지 형태로 등록된다.)

하지만 같은 해 통계청 인구동향 조사 총 출생아수는 55만4895명이다. 사법연감의 총 출생신고 수와 통계청의 총 출생아수를 비교하면 2만1456명이 차이가 난다. 적은 숫자가 아니다. 2001년 만의 일도 아니다. 이경은 고려대 연구교수가 사법연감과 통계청 조사 총 출생아수를 조사한 표를 보면, 1998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적게는 7600여 명에서 많게는 2만1000여 명까지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계청 사회통계국 인구동향과 관계자는 "통계청 자료는 익년 4월까지 한 출생신고를 기반으로 출생신고 지연, 미비, 기아 발견 등 여러 가지 변수를 감안해 관련 행정 자료까지 보고 보정한 수치로 잠정 발표한 뒤 매년 8월에 확정 발표한다. 매년 같은 기준으로 발표하기 때문에 국가 공식 인구 통계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사법연감의 총 출생신고 수는 각 지차체별 출생신고를 합산한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계지표마다 기준 시점, 집계 방법 등이 다르기 떼문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98-2014년까지 사법연감의 출생신고 수와 통계청의 출생아 수 비교 ⓒ이경은 고려대 연구교수


입양 대상 아동, 출생 등록 대신 'G코드'를 부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1만 명에 가까운 차이를 보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한국은 '보편적 출생신고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아동의 부 또는 모(두 사람이 출생신고를 하기 어려울 경우, 동거하는 친족 내지는 분만에 관여한 사람)가 아동 출생 후 1개월 내에 출생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다(제 46조). 현행 출생신고는 부모에 의해 자율적으로 이뤄진다. 그러다보니 태어난 아이를 신고하지 않는 경우, 태어나지도 않은 아동을 태어났다고 신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특히 2012년 입양특례법 개정 전까지 미혼모의 자녀 등 혼인외 자녀의 경우 입양을 목적으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일이 공공연하게 이뤄져왔다. 과거 입양을 원하는 미혼모들은 미혼모쉼터에 머무르고 있다가 출산을 하거나, 입양기관과 연계된 병원에서 출산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출산 전에 입양 동의서에 서명을 하라고 종용 받았다. 입양 동의서에 서명을 하면 출산 직후 입양기관에서 아이를 데려간다. 이 아동은 정식 출생등록이 되기 전 'G코드'를 부여 받는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임시로 부여한 '신분등록번호'다. 이 번호를 기반으로 아동은 입양기관에 머무르는 동안 각종 지원금 및 의료보험 혜택을 받게 된다. 이 아동은 입양이 결정되고 나면 입양기관을 본적과 주소로 하고 입양기관장을 후견인으로 한 '기아호적'(친생 부모에 대한 정보가 사라진 단독호적)을 만들면서 출생등록이 된다.

심지어 정부는 과거 국내입양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입양이 결정되기 전까지 출생신고를 하지 말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1991년 비준한 '유엔 아동권리협약' 위반이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 7조는 '모든 아동은 이름과 국적을 가질 권리를 지니며, 부모가 누군지 알고, 부모로부터 양육 받을 권리를 지닌다'고 규정하고 있다.(한국 정부가 비준한 국제협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출생신고는 태어난 아동의 입장에서는 한국 국민으로 등록되는 과정이다. 출생신고는 아동이 법률상의 신분을 부여 받고 이를 증명할 수 있도록 하는 시작점이다. 국가는 출생신고를 통해 아동의 존재를 인지하게 되고, 아동은 국가가 발급하는 출생증명서를 통해 자신의 출생사실과 신분을 증명할 수 있게 된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은 필수예방접종의 대상에서 배제되기 쉽고, 보험 가입도 불가능하다. 국가가 아동의 존재를 모르기 때문에 부모의 학대, 유기, 아동매매의 위험에서 노출될 수 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입양을 결정하는 어른들(친생부모, 입양부모, 입양기관)의 편의와 이해관계를 위해 아동의 권리를 무시해왔다. 입양 대상 아동은 입양을 통해 출생 가정에서 분리되는 과정을 겪기 때문에 국가 구성원으로서 신분 획득은 더욱 중요한 문제인데도 말이다. 


이경은 교수는 "출생등록과 입양이 연결되는 것은 한국의 특별한 상황"이라면서 "근대 국가에서 대부분의 인권은 국가로부터 보장 받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적을 가질 권리, 등록될 권리는 UN 등 국제사회에서 '인권을 가질 권리'(The right to have rights)로 불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제, 개인이 아닌 가족이 국가에 등록됐다

태어난 아동의 출생신고를 전적으로 부모의 책임으로 여기고 있는 배경엔 '아동은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서구에서도 근대 이전에는 어린이는 부모의 재산으로 여겨졌지만, '개인'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면서 어린이도 독립된 인권의 주체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아동은 여전히 '부모의 소유물'로 인식되고 있고, 출생등록 관련 법제는 이런 인식을 고정시켜 주고 있다. 대한민국 건국 당시 만들어진 민법에서 개인의 신분 등록은 '호주제'를 통해 이뤄졌다. 호주제는 호주를 정점으로 가(家)를 구성하고 남성에게만 이를 승계시켜 남계혈통을 영속시키는데 필요한 법적 장치를 뜻한다. 이는 국가에 가족이 등록되며, 가족에 특정인을 포함(입적)시킬 것인가의 여부는 전적으로 호주의 결정에 따르는 방식이었다. 국가에 개인이 아니라 가족이 등록됐다. 호주제에서 '여성'과 '아동'은 남성(호주)의 소유물로 인식됐다. 또 남성(호주)가 없는 가족 형태를 모두 '비정상적인 가족'으로 규정하면서, 이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해왔다. 

호주제는 1950년대 처음 민법이 제정될 때부터 대한민국 최초 여성 법조인인 이태영 변호사를 비롯한 여성계에서 문제 삼았던 법이다. 유엔 인권위원회 등 국제사회에서도 여러 차례 폐지를 권고해왔다. 호주제는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2005년 2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그해 3월 2일 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50여년 만에 폐지됐다. 

50여년 만에 폐지되는 과정도 결코 순탄치 않았다.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호주제 폐지를 위한 정치적 노력은 노무현 정부 들어서서야 결실을 봤다. 그것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여파로 의회 권력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민주당 계열(열린우리당)로 넘어간 17대 국회에서 가능했다. 당시에도 대다수의 한나라당 남성 의원들은 호주제 폐지 입장을 밝히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유림 등 보수세력은 이들을 정치적 지렛대로 적극 활용했다. 한나라당 남성의원 58명은 국회 본회의에서 호주제 폐지안에 반대와 기권표를 던졌다. 

여전한 '혼인외 자녀'에 대한 법적 차별

호주제 폐지 이후 신분등록제와 관련해 시민사회에서 요구한 것은 '개인별 등록제'였다. 이는 미국 및 유럽에서 사용하는 신분 등록제로 신분 등록부에는 최소한의 정보만 등록하고 신분 변동 사항은 출생, 혼인, 사망 등 사건 별로 별도의 공부를 만드는 방식이다. 가족들의 신분 변동 사항까지 모두 기록했던 호주제는 개인 정보 보호에 취약할 뿐 아니라 혼외 가정, 이혼 가정, 한부모 가정, 독신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차별에 기반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2007년 5월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공포했고 이에 따라 2008년 1월 1일부터 새로운 신분등록제가 시행됐다. 이는 1인 1적을 원칙으로 하되, 가족부 일부 항목을 섞은 혼합형 방식이었다. 호주 대신 '나'를 중심으로 신분 등록부가 구성되지만, 여전히 부모, 배우자, 자녀를 구성원으로 하는 '정상 가족' 형태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 

대법원이 이런 방식을 택한 이유에 대해 '국민 정서'와 '행정적 편의'를 내세웠다.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문제점만 해소하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2005년 2월 민법 제 778조(호주제의 정의),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자는 부의 가에 입적한다), 민법 제826조 제3항 본문(처는 부의 가에 입적한다) 등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호주제는 폐지됐지만,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출생신고에서 여전히 혼인 중 출생과 혼인 외 출생을 구분하고 있다. 심지어 2015년 개정 전까지 혼인 외 출생은 어머니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법원이 호주제의 문제를 '부가 입적'의 문제로만 협소하게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은 '친양자 입양제도' 도입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친양자 제도는 재혼 가정에서 자녀의 성이 의붓아버지의 성과 다르다는 문제 때문에 도입된 제도다. 이는 아동과 친아버지의 관계를 끊는 완전입양제도다. 따라서 가정법원의 입양 허가제를 도입했다. 

그런데 정작 또 다른 완전입양인 국제입양에 대해선 가정법원의 입양 허가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국제입양은 친부 뿐 아니라 친모와의 관계도 완전히 끊어지는 완전입양인데다 다른 나라로 이주한다는 점에서 아동이 더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 것인데도, 입양특례법 개정을 통해 2013년에야 법원의 입양 허가제가 도입됐다. '혼인외 출생자'에 대한 차별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혼인외 자녀'를 등록하지 않을 권리를 인정하라?

2012년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지금까지도 계속 되고 있는 '영아 유기' 논란도 마찬가지다. 입양이 가정법원의 재판을 통해 허가제로 바뀌면서 '출생신고 증빙 서류'가 법원에 제출해야할 서류(입양특례법 제11조 1항) 중 하나가 됐다. 

입양특례법 재개정을 주장하는 이들은 사회적 낙인이 두려운 미혼모들이 출생신고를 의무화하고 있는 입양특례법 때문에 아동을 유기하는 일이 증가했으므로 다시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입양이 가능하도록 재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을 상당히 오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동은 전혀 배려하지 않은 주장이다. 아동이 입양되고 나면 미혼모의 가족관계등록부에서 그 기록은 삭탈된다. 미혼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그 기록이 계속 남는 것이 아니다. 

출생등록은 앞서 지적했듯이 아동이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시작점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태국, 네덜란드 등 국가에서는 의료기관 등이 의무적으로 아동의 출생을 신고하는 자동 출생등록제도를 갖고 있다. 

이경은 연구교수는 "한국 사회는 차별과 편견을 직시하지 않고 여기에 법과 제도를 끼워 맞추면서 출생등록과 입양이 연결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호주제를 통해 가부장적 질서에 따르는 '혼인중 출산'만 정상으로 인정하고, '혼인외 출산'은 입양을 통해 제거하는 방법을 국가가 사실상 권장해왔다는 것이다. 2017년 현재도 여전히 혼인중 출생과 혼인외 출생을 구분해 등록하도록 하고 있고, 출생등록을 부모의 자율 권한으로 남겨놓았다는 사실은 호주제가 폐지됐지만, 법과 제도를 통한 특정 여성과 아동에 대한 '낙인찍기'는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다. 

이경은 교수는 "출생등록 제도 개선에 대해서, 병원과 같은 사적 주체에 아동의 출생 등록 의무를 떠넘길 수 있는지 여부를 논쟁하느라 세월을 보낼 것이 아니라, 국가와 공적기관이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을 인지하고 관리해야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고, 그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편적 출생신고'란?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 또는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Universal Birth Registration)는 출생한 모든 아동들이 출생국 정부에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출생신고를 전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유엔자유권위원회 등으로부터 수차례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를 도입하라는 권고를 받은 바 있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집단은 이주아동들이다. 한국의 출생신고 제도는 기본적으로 '국민'을 대상으로 놓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의 경우에는 '국민'과 가족을 이룬 경우에만 아동의 출생신고가 가능하다. 이탁건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이주외국인은 본국의 대사관 등을 통해서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데, 난민과 미등록 이주민들은 출생신고가 불가능한 경우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며 "이런 이유로 무국적 상태로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 아동의 숫자가 2만 여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분만에 관여한 의사·조산사 등에게 신생아의 출생사실을 통보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법 개정안이 제출됐으나, 의사협회에서 지나친 행정 규제라며 강하게 반발해 통과되지 못했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현재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동일한 취지로 '출산통보제도'를 도입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탁건 변호사는 "최근 행자부에서 '출생전자등록' 시범사업을 몇몇 민간 병원들과 같이 진행하고 있다"며 "이 사업은 출생통보제도와 결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병원의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것이 아님을 실증적으로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90%가 넘는 아동이 의료기관에서 태어나며, 의료기관에서 발급한 출생증명서를 출생시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에서 출생한 외국인 아동들의 출생신고를 위한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아동위원회, 뿌리의 집, 사단법인 두루,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유엔난민기구, 재단법인 동천,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 등 15개 단체가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를 결성하고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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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프레시안 기자들과 함께 취재한 내용을 묶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등을 책으로 냈습니다. 원래도 계획에 맞춰 사는 삶이 아니었지만, 초등학생 아이 덕분에 무계획적인 삶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