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 증언 "아기가 죽었다. 국정원이 덮어버렸다"
탈북여성 증언 "아기가 죽었다. 국정원이 덮어버렸다"
국회에서 열린 탈북인 합동신문 법률 개정안 설명회
2017.12.20 18:53:34

국회의원회관 회의실에서 한 탈북 여성이 흐느꼈다. 그가 전한 이야기는 이렇다. 같은 방에 지내던 아기에게 폐렴이 왔다. 함께 치료 받는데 아기가 다음 날 갑자기 안 왔다. 어떻게 되었냐며 아기 엄마에게 물어보니 아기가 죽어버렸다고 했다. "국정원이 쉬쉬하고 덮어버렸다." 그녀가 뱉은 한마디다. 사람이 죽어도 무어라 항의할 수 없는 곳,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나온 이야기다.

 

합신센터는 탈북자가 대한민국 시민이 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이다. 탈북자는 그곳에서 최대 180일 가량 조사를 받는다. 간첩으로 의심을 받는 순간 그들은 독방에 갇힌다. 국정원 합신센터는 그간 인권의 불모지이자 간첩 조작이 자행되는 '탈북자의 개미지옥'으로 불렸다. 현재 합신센터는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이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로 바뀌었다. 그곳의 문제를 해결할 관련 법률 개정안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 탈북인 합동신문 시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개정안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 박주민 의원실

 

20일 오후 국회에서 '탈북인 합동신문 시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법률 개정안 설명회'가 열렸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박주민 의원과 문화연대가 함께 주최한 행사다. 박 의원은 이날 설명회에 참석해 "북한 이탈 주민에 대한 보호와 조사에 관련해 (국정원이 아니라) 모두 통일부 장관이 주도하는 것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즉, 간첩 사건 조사에 대한 권한을 국정원에서 통일부로 넘긴 것이 해당 법률 개정안의 핵심이다. 실질적인 탈북자 인권 조항도 있다. 합신센터 보호 기간 최대 180일을 최대 90일로 단축했다. 인권보호관 제도도 만들어서 임시 보호를 받는 탈북자의 인권침해를 방지하도록 했다.

 

"우리 안의 국정원을 없애야"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은 언뜻 탈북자 인권문제를 위한 개정안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대해진 국가권력인 국정원 개혁과 맞닿아 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화순 한신대 연구위원은 "(해당 법률 개정안)은 우리 안의 국정원을 없애기 위한 법률개정안이다"라고 말했다. 입국 초기 최대 6개월가량 국정원과 탈북자는 합신센터에서 '관계'를 맺는다. 그 관계는 국정원의 필요에 따라 탈북자가 움직일 수밖에 없는 '종속적 관계'다.

 

국정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다수 탈북자 단체에 민간인 댓글 부대 사이버 외곽팀 운영을 맡긴 정황이 나오기도 했다. 탈북자가 댓글조작 사건에 동원되었다는 것이다.

 

어느 한 탈북자는 "국정원이 임의로 전화를 걸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이) 잠재적으로 우리를 간첩으로 본다"며 "우동 한 그릇 먹는 것까지 다 알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프레시안> 서어리 기자는 국정원이 합신센터에서 행한 자백 유도 기술이 탈북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는 탈북자에게 국정원이 "10년 살 거 3년 살게 해 준다"고 회유한다며 "남한 사회에 대한 정착 욕구가 굉장히 강한 탈북자로서는 생살여탈권을 쥔 국정원 말을 듣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열린 '국정원,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수사방해 고발 기자회견'에서 김용민 변호사가 사건 관련 제보 편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국정원 악용 소지 남아

 

국정원 개혁이라는 측면에선 개정안의 한계도 명백해 보인다. 서어리 기자는 개정안에서조차 국정원이 해당 법률개정안을 악용하여 탈북자를 간첩으로 조작할 소지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 역시 국정원법의 몇몇 항목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의심할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통일부장관과 국정원이 합동 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해당 법률에 대해 "국가정보원이 임시 보호·조사를 수행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타당하다는 것으로 정리된 것으로 보임"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로 권한을 넘기는 방향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또한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정보수집 업무의 전문성을 고려하여 임시 보호 및 조사 업무의 주체는 현행과 같이 국가정보원이 직접 조사업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적실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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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규 기자 faram@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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