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을 테러국가로 지정한 이유, 무기 팔아야 하니까?
北을 테러국가로 지정한 이유, 무기 팔아야 하니까?
[기고] "핵전략 시대"의 동아시아와 트럼프 외교정책의 이해 <2>
北을 테러국가로 지정한 이유, 무기 팔아야 하니까?
이제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 1편 보기 : 트럼프 정책 이해하기 : 예능정치, 충격 정치, 기반 정치) 향후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날 쟁점들에 대해서 진단과 예측을 해 보도록 한다. 여기서 우리가 정신을 차려야 할 부분은, 이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트럼프의 불확실성이 아니라 "핵전략"이다.

북한의 핵 개발로 인하여 작금의 동아시아는 냉전 시대와 유사한 본격적인 핵 전략의 시대로 복귀하였고, 따라서 동아시아 국제정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핵전략의 논리"를 모르고서는 계속 헛발질만 하게 될 것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북한을 둘러싼 핵 전략의 머리싸움을 읽지 못하면 우리는 무엇이 어느 국가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는 것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외교적 왕따가 되는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

우리의 안보만이 중요하고, 북한이 나쁜 의도를 가진 나라고, 중국이 우리의 안보 주권에 제국주의적으로 간섭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북압박만이 북핵을 제거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분석을 출발하면 핵을 가진 국가들 사이에서 운전자가 아니라 뒤에 탄 불안한 승객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이미 그길로 들어서고 있는 조짐도 보인다.

1. 한반도 전쟁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완전히 궤멸시키겠다는 발언도 하였고, 트위터를 통하여 자극적인 표현을 하곤 하여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 의한 대북 전쟁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을 제거하기 위하여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에 대한 전쟁이나 타격은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북한이 미국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려 할 때 그걸 감지한 미국이 먼저 북한을 타격하는 선제타격 (Preemptive Strike)이 있고, 다른 하나는 북한이 핵 능력을 완비하기 전에 그 능력을 제거하는 예방타격 (Preventive Strike)이다.

▲ 지난 11월 29일 새벽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인 화성-15형 ⓒ노동신문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 중 하나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을 선제공격으로 알고 있는 것인데, 이라크 침공은 선제공격이 아니라 예방 공격이고, 예방 공격은 국제법적으로 논란의 대상이다. 더군다나 당시 부시 행정부는 예방 공격의 근거인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증거를 제시하지도 못했다.

우리가 우려하는, 트럼프에 의해서 발발할지도 모르는 전쟁은 선제공격이 아니라 계산된 예방전쟁이고, 그 예방전쟁의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 왜냐하면 북한의 핵이 미국을 예방전쟁으로부터 억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예방전쟁을 통하여 북한의 모든 핵 능력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무기가 최소한 몇 개만 살아남아도 북한의 핵이 한국, 일본, 미국의 어디에 어느 수준에서 보복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즉 북한의 2차보복능력 (second strike capability)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무모하게 전쟁을 감행할 지도자는 없을뿐더러 그런 사례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미국은 핵을 보유한 국가에 예방전쟁을 한 사례가 없고, 오히려 핵이 없거나 핵을 포기한 국가에 대하여 전쟁을 감행하였다. 현재 수준의 북한 핵 능력은 미국의 예방전쟁을 억지하고 있으며, 그 억지력은 지난 수년 동안 증명되어 왔다.

반면 미국의 북한 선제공격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여기서의 변수는 트럼프가 아니라 북한의 전쟁의도인데, 여태까지 북한의 핵 개발 패턴을 보았을 때 북한이 억지력을 넘어 전쟁 승리를 위해, 즉 핵을 선제사용하기 위해 개발했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핵 개발 패턴은 기왕의 핵 보유국과 정확하게 그대로 일치하고 있으며, 아마도 중국 수준의 최소억지력(Minimum Deterrence)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즉 합리성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인데, 자살행위를 의미하는 미국이나 동맹에 대한 핵공격을 선제적으로 할 확률은 매우 낮다.

예상컨대 아마도 내년쯤에는 중국의 핵전략과 유사하게, 핵 선제 사용을 안 한다는 선언 (no first use), 핵 확산을 안 한다는 선언 (no proliferation)을 할 것으로 보이며, 동시에 경제개발에 주력한다는 병진 2.0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렇다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을 할 근거와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12월 18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 (NSS) 에서도 북한에 대한 예방 공격 언급은 빠져있는데, 이는 미국에 대하여 북한 핵의 억지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2. 북한 테러지원국 명단 재지정과 미국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 (National Security Strategy)의 의미

11월 20일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였는데, 우리는 단순히 이 사건을 미국의 북한에 대한 압박 강화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핵전략의 시대"에서는 그 의미가 단순한 제재의 강화에만 있지 않다.

당시 재지정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이 조치가 "상징적인 조치"라고 언급하였듯이 사실 제재의 효과나 압박의 효과는 크지 않다. 그렇다면 북한이 핵 개발의 완성에 다가가는 상황에서, 그리고 테러 지원국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빈약한 상황에서 왜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되었을까?

물론 김정남 암살과 미국 시민인 웜비어의 죽음이 테러 국가라는 인상을 심어주었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그보다는 미국이 북한을 "불량국가"로 확실하게 규정하는 수순이다.

▲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월 20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틸러슨 장관은 기자회견장에서 북한이 불량국가 (rogue state)라는 불량성을 몇 번이고 강조하였다. 즉 테러지원국가 재지정은 북한을 불량국가로 규정하기 위한 작업이고, 핵을 가진 불량국가는 핵 전략 상 독특한 의미를 갖게 된다. 그건 합리적인 핵 국가가 아니라는 의미이고, 그 경우 다른 핵보유국과 다르게 합리적인 핵전략으로 북한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미국은 이런 핵 국가에 대해서는 "억지력"뿐만 아니라 "방어"를 동시에 주장한다. 원래 핵전략에서는 핵보유국 간 안정적인 상호억지를 보증하는 상호확증파괴 (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를 위해서 서로 방어를 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존재한다. 만약 여기에 방어 무기가 들어오면 상호확증파괴라는 전략균형을 무너뜨리게 되어, 즉 상대국의 2차보복능력을 방어무기가 상쇄하게 되어 매우 위협적인 요인이 된다.

핵무기만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는 미국 군수산업 입장에서는 (핵이 가장 값싸게 최상의 안보를 확보하는 수단이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이유 중 하나다), 고가의 방어무기 도입을 계속 기도해 왔는데, 바로 이 방어무기 도입을 정당화 시키는 것이 불량국가의 핵 보유와 핵 개발이다.

그래서 북한이 불량국가로 규정되면 동아시아에 미국의 미사일 방어무기를 배치하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이번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NSS)에서 북한이 17번이나 언급된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불량국가로서 언급된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와서 이란과의 핵 협상을 파기하고 이란을 다시 국가안보보고서에서 불량국가로 규정한 것도 유럽에 이란의 위협에 대비한 미사일 방어무기 배치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읽혀진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군수산업의 이해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 대한 이러한 독해는 충분히 합리적 의심의 근거가 있는 독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한국 외교의 미래와 국익을 위해서는 나의 독해가 틀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틀리기를 바라는 마음은 핵 전략 시대의 한중관계가 너무나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제 그 문제를 보기로 한다.

3. 중국의 고민과 한국의 고민

중국의 핵전력 수준은 평가기관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핵탄두의 숫자는 대략 수백 개 수준이고, 미국에 도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숫자는 수십 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즉 중국은 미국에 대하여 최소억지력 (Minimum Deterrence) 이라는 독트린을 갖고 있다.

중국은 숫자보다는 날렵하고 효과적인 (Lean and Effective) 핵 전력에 치중하고 있는데, 미국, 소련과 핵 경쟁을 하지 않고자 하는 의도와 핵선제 사용을 불허한다는 방어 중심적인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

사실 핵이라는 것은 몇 개의 핵무기만 살아남아서 2차보복 능력을 갖게 되면 상대국에 가공할 보복을 할 수 있으므로 숫자만큼 중요한 것이 자국 핵무기를 보호하는 능력,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보복하는 능력인데 중국은 그 방면에 치중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의 핵전략에 가장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무기체계가 바로 미국의 미사일 방어 무기(MD)인데, 그 이유는 미사일 방어무기가 도입되면 최소억지 전략에 변화요인이 되며, 이를 중국이 극복하기 위해서는 핵전력을 증강시켜야 하고, 그렇게 되면 미국의 군수산업이나 매파의 주장대로 중국은 부상하는 군사 강국, 공격적인 군사 대국의 모습을 띠게 된다.

미국의 매파들은 "그것 봐라, 중국은 군사적 야욕을 가진 국가다!"라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고,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가 더욱 힘을 받게 된다. 이는 평화 발전과 지속적 경제성장, 그리고 윈-윈의 국제질서를 원하는 시진핑의 중국 입장에서 볼 때 "핵심 이익"을 건드리는 것이고, 중국이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 중 하나다. 즉 미국의 미사일 방어무기는 중국의 매우 긴요한 "핵심 이익"을 건드리게 된다.

여기서 중국의 고민은 북한이 불량국가로 지정되고, 북한의 핵에 대한 미국의 미사일 방어 무기가 동아시아에 들어오는 상황이다. 특히 그 성능이나 목적이 한반도 전역을 넘어서는 미사일 방어무기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중국의 최소억지전략을 건드리게 되어 중국이 추구하는 핵전략균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현재 그러한 미사일 방어무기가 사드이다. 이 무기는 한반도 전역을 넘어서는 기능과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의 미사일 및 핵전력을 탐지하는 레이더 기능도 가지고 있고, 중국의 주한미군에 대한 보복능력도 이론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리 사드가 중국을 향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해도 안보의 세계는 신뢰라는 면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의 입장에서는 사드 배치 자체가 자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 미국 미사일방어국(MDA)이 지난 2010년 텍사스 주 포트블리스(Fort Bliss) 기지에서 사드 시험 발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MDA


더군다나 그들의 눈에는 사드가 북한의 대남 통상무기 위협과 핵 위협에 그다지 효과적이지도 않아 보이는데 이를 한국이 전격적으로 도입하는 결정을 내렸으니 상당한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자고로 안보의 세계에서는 나의 방어조치가 상대방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안보 딜레마 (Security Dilemma)가 작동하고 있다. 그래서 국가가 상호 간에 우호적인 관계를 원한다면 완전히 주권적인 안보조치나 방어조치를 기대할 수는 없다. 서로 배려하면서 안보조치를 취해야 하고 그걸 전문용어로 신뢰구축조치 (Confidence Building Measure: CBM)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객관적으로, 사회과학적으로 얘기하자면 우리의 전격적 사드 배치는 한중 우호관계를 해치는 조치라고 보아야 한다. 사드 배치 이전까지 한국에 대하여 의전상으로도 예우를 갖추어 왔고, 경제적으로도 시장을 열어 주었고, 한류도 대대적으로 소비하고, 수많은 관광객을 보내면서 한국을 배려해 온 중국의 입장에서는 수차례의 최상위층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는 한국의 싸드배치에 대해서 강력한 항의를 한 것 때문에 이렇게 한국에서 반중감정이 높아진 것에 대해 매우 당혹스럽고, 억울할 것이다.

물론 중국이 우리의 70년대 80년대 수준의 시민의식을 갖고 있고, 세련되지 못한 면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이 정도의 반중감정이 생긴다면 매우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주는 함의를 생각하면서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 불량국가로 지정된 북한의 핵 능력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무기 배치에 힘을 실어 줄 것이다. 미국의 안보전략 보고서에는 그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중국을 군사적 경쟁국으로 규정하여 중국의 반대가 있어도 밀어붙일 심산이다.

군수산업과 에너지 산업의 이해를 주로 반영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데 쉽사리 그 이해를 중국이나 한국과 타협할 것 같지도 않다. 미국의 군은 군수산업과 에너지 산업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무기를 구매하고 사용하며, 막대한 화석연료를 사용한다. 중동지역에 분쟁이 일어나면 에너지 가격이 올라가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트럼프 행정부는 동아시아에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없지만 군수산업과 에너지 산업의 이해를 계속 견지해 나갈 것이고, 그러한 의미에서 미사일 방어 무기 배치 압력과 대규모 군사훈련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한 중국의 반응과 경제보복 가능성은 한중관계를 다시 한번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또한 북한 핵의 비핵화는 점점 그 시간의 지평선이 길어만 진다.

우리의 고민은 미국의 압력과 중국의 반발 및 잠재적 보복, 그리고 북한의 핵이라는 세 개의 과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에 있다. 하나씩 대응하고, 수습하고, 성의를 보이는 외교만으로는 다음의 과제에서 벽에 부딪히고, 그 다음 과제에서 또 수습하고, 성의를 보이면, 또 다시 다음 과제에 막힌다.

즉 개별 사안의 외교를 건별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큰 그림 속에서 큰 전략을, 그리고 그 전략 속에서 개별 사안을 연결하면서 대응하는 예술적 외교가 필요하다. 개별 사안의 디테일을 넘어서서 연결의 논리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의 외교가 그런 외교인지는 솔직히 확신이 서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는 안보 상황에 대한 심도있고 다각적인 분석과, 창조적인 해법과 어쩌면 대담한 승부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가장 보수적인 접근은 그때 그때 상황에 반응하면서 위기를 겨우 겨우 수습하고 다음 정권으로 숙제를 넘기는 것이지만 그건 촛불 정신은 아닌 것 같다.

지지율은 쓰라고 있는 것이지 저축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며 저축이 되지도 않는다. 대미외교와 대중외교는 지금은 수습한 것 같지만 곧 다시 터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구조를 타파하는 열쇠는 "핵 전략 시대"라는 화두를 꼭 붙들고 있는 데에서 출발한다. 대한민국과 문재인 정부를 위해서라도 내가 틀리기를 강력하게 희망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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