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수단이 평창행 KTX 타는 걸 상상한다
북한 선수단이 평창행 KTX 타는 걸 상상한다
[기고] 차가운 철이 남북 연결의 평화 도구로 쓰인다면?
끊겼던 남북직통 전화가 연결됐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도 순간 적으로 빛이 보일 때가 있다. 어둠을 걷어 내려면 이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한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당장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악화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적 옵션을 공공연히 거론하고 북한은 미사일 발사로 강대강 대치 국면을 가속화 시켰다. 남북, 북미 긴장을 빌미로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대국화는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다. 모두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상생과 발전을 위협하는 일이다. 상대를 악마화 함으로서 존재 근거를 찾았던 일부 정치인과 수구 언론들은 전쟁을 부추기는 듯한 행태까지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도 한국사회에는 북한과의 대화나 지원에 대해 무조건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북한은 절멸시켜야할 악마가 아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하고 소통해서 한반도의 평화적 미래를 열어야할 동반자이다. 이런 현실에서 먼저 손을 내밀고 도움을 주어야 할 주체는 남한이다. 독일이 보여줬던 통일의 역사처럼 교류와 협력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베를린 장벽을 사이에 두고 총구를 겨눈 적이었지만 서독은 포기하지 않고 동독과 손을 잡으려 했다. 이 같은 노력에 대해 동독을 추종한다거나 이적행위라고 몰아붙이며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정파나 기득권을 누리려는 언론은 없었다. 설혹 그런 기미가 보일지라도 서독 사회에서 도태됐다. 파시즘과 끔찍한 전쟁을 겪은 땅에서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였고 약속의 결과였다. 

단절은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창구를 봉쇄한다. 소통이 중단되면 오해를 부르고 오해는 억측으로 나아간다. 지금 같이 남북, 북미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사소한 충돌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발전할 수 있다. 남과 북은 지금까지 쌓아온 거의 모든 것들을 잃어버릴 수 있다.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프레시안


이런 상황에서 평창 올림픽을 매개로한 남북의 소통은 지금까지 파행을 보였던 남북관계의 방향을 틀 수 있는 놓쳐서는 안 되는 소중한 기회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에 먼저 손을 내밀고 이에 북이 화답했다. 끊어졌던 남북직통전화가 연결되는 것은 꺼져가던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전환점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는 남북관계 개선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다.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신북방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절대적 조건이다. 북방정책은 결국 대륙으로의 연결이다. 한국이 짊어졌던 역사적 딜레마인 대륙이지만 대륙에 속하지 못했던 ‘섬’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는 첫걸음이다. 

그렇다면 남북의 소통과 대륙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바로 철도의 연결이다. 이미 남과 북은 문산과 개성을 잇는 철도를 운행한 경험이 있다. 이번 평창 올림픽에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개성을 출발해 문산을 거쳐 서울역에서 평창행 KTX를 탈 수 있다면 남과 북의 화해와 평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보다 더 상징적인 장면이 어디 있을 것인가? 북한 선수단의 개성 역 출발은 또 다른 의미도 부여 할 수 있다. 개성은 남과 북이 협력해 조성한 공단이 있다. 박근혜 정권의 막무가내식 공단 폐쇄로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되었고 남한 중소기업인들은 사지로 내몰렸었다. 평창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개성과 문산의 철도 운행을 원래대로 정례화 하고 개성공단 복원 사업을 추진한다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철도와 같은 멋진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마당에 이를 활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옛 경평축구대회의 부활을 기치로 서울과 평양에서 정기적으로 축구 교류전을 열수도 있다. 남북 선수단과 응원단이 열차 안에서 용광로처럼 섞일 수 있다. 북한 철도의 개선을 통해 남북 경제협력의 새장을 열 수도 있다. 서울에서 아침을 먹고 평양에서 점심을 신의주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다. 국제역이 된 서울역 국제선 창구에서 베이징, 모스크바, 런던행 열차표를 끊을 수 있다는 꿈을 보여주는 것이 신북방정책의 종착역이 아닌가?

차가운 철이 남과 북을 뜨겁게 연결하는 평화의 도구로 쓰인다면 갈등과 대결로 얼룩진 21세기 지구촌에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 식민지와 수탈,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과거를 딛고 새롭게 미래로 나아가는 세계사적 대 전환이 한반도에서 실현될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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