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의 싱가포르', '디지탈 움마'를 낳다
'중앙아시아의 싱가포르', '디지탈 움마'를 낳다
[유라시아 견문] 아스타나 :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則不痛 不通則痛)
2018.01.07 15:02:52
'중앙아시아의 싱가포르', '디지탈 움마'를 낳다

1. 지하(地下)

해방은 도둑처럼 왔다. 소련이 해체되었다. 종주국 러시아부터 소비에트연방에서 탈퇴해버렸다. 1917년 혁명을 전파할 때는 무례하더니, 1991년 혁명에서 철수할 때는 무책임했다. 마지못해 독립국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독립을 당한 꼴이다. 강제병합에서 강제독립으로 이행했다. 준비가 태부족했다. 태비가 부실했다. 알라를 버리고 알코올에 젖어 살던 무슬림들을 다독여야 했다. 고삐를 바짝 잡아야 했다. 기강을 곧추세워야 했다. 그 신생 카자흐스탄을 이끌었던 지도자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Нұрсұлтан Әбішұлы Назарбаев)이다. 26년째 집권하고 있다. 독재자라고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한가한 판단이다. 안이한 단정이다. 탈역사적 인식이다. 민주적인 건국 과정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건국의 논리와 치국의 논리는 다르다. 망국의 논리 또한 다르다. 적시에 적합한 일을 해내는 이를 적임자라고 부른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건국의 아버지에 값하는 역할을 수행해내었다. 망국에서 건국으로, 카자흐스탄을 재건해내었다. 공칠과삼을 넘는다. 공이 8이요, 과는 2이다.


▲ 아스타나 엑스포 전시장. ⓒ이병한


사반세기의 건국 끝에 엑스포를 유치할 수 있는 나라도 되었다. 2017년 6월부터 9월까지 아스타나는 유라시아의 허브가 되었다. 주제는 미래 에너지였다. 연초 파리기후협정에서 미국이 탈퇴해버렸다. 러시아의 소련 이탈만큼이나 기막힌 사건이었다. 기가 찬 노릇이었다. 신대륙은 제쳐두고서라도 구대륙만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모색한다. 태양력과 풍력, 지력 등 깨끗한 청정에너지 기업들이 유라시아의 한 복판에 집결하여 지혜를 모았다.

에너지 시장의 재편도 도모되었다. 1974년 미국과 사우디의 합작으로 에너지 시장을 장악했던 오일-달러 체제의 대안을 궁리한다. 오일-위안, 가스-루블 체제가 논의되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이란과 카타르도 호의적이다. 유로 결제에도 긍정적이다. 유라시아의 지하자원을 사고 팔 때는 유라시아의 지역화폐를 사용하자고 한다. 아직 위안과 루블이 유로만큼의 위상을 갖추지는 못했다. 상하이와 홍콩과 두바이에서 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보완장치를 만들기로 했다. 지하자원과 지역화폐와 금 사이의 태환 체제를 입안하는 것이다. 아스타나에서 논의된 에너지 시장 재편은 샤먼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의 정식 의제로도 올랐다. 2016년 중국을 방문하고 2017년 러시아를 방문한 사우디마저도 솔깃한 눈치이다. 신대륙과의 특수 관계를 청산하고 구대륙과의 관계 개선에 합류한다. '사우디 2030'의 요결이다. 


석유의 유로 결제를 추진했던 이라크의 후세인은 제거되었다. 아프리카의 단일통화, 골드 다이나(gold dinar)를 추구했던 리비아의 카다피도 축출되었다. 신대륙의 구대륙 개입,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대연정을 이루어야 한다. 카자흐스탄의 동서남북으로 자리한 유라시아 국가들이 새로운 에너지-금융 체제에 의기투합한다. 에너지는 기(氣)이요, 금융은 혈(血)이다. 기는 통해야 하고, 혈은 뚫어야 한다.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픈 법(通則不痛 不通則痛)이다. 20세기 유라시아는 온통 아팠다. 21세기는 통한다. 아스타나에는 생기가 흐르고 활기가 넘친다. 독립 이십 육돌, 카자흐스탄의 혈기는 왕성하다.


▲ 아스타나. ⓒ이병한


2. 지상(地上)

기혈이 잘 통하려면 뼈대를 바로 세워야 한다. 환골탈태해야 한다. 모스크바로 쏠려있었던 하부구조를 재정비한다. 1997년 알마티에서 아스타나로 천도했다. 소련-알마티의 수직적 관계를 청산하고 유라시아-아스타나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20년째 신수도 건설이 분주하다. 200만 대도시를 목표로 인프라 건설이 한창이다. 풍부한 지하자원을 운송하는 지상의 연결망도 재편한다. 동서로는 서중국과 서유럽을 잇는 고속도로가 지어진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원을 사용하는 동아시아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원을 보유한 중동을 카자흐스탄이 연결시킨다. 내륙도시 우르무치와 연해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잇는 8500km 도로 가운데 3000km가 카자흐스탄을 통과한다. 남북으로는 러시아와 이란/인도를 잇는다. 러시아의 북극해가 인도양과 접속하는 카스피 해와 페르시아 만으로 연결해주는 중간에 카자흐스탄이 자리한다. 유라시아 연결망에 조응하여 내부 연결망도 진화한다. 누를리 졸(Nurly Zhol) 프로젝트가 입안된 것이 2014년이다. 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이란의 국제철도망에 국내철도를 결합시킨다. 카자흐 대초원에서 자란 곡물이 이란 고원으로 수출된다. 알마티-카르샤가이(Kapshagai), 알마티-코르고스(Khorgos), 아스타나-카라간다(Karaganda) 철도는 업그레이드시킨다. 소련 시절의 구노선을 일대일로에 접목하는 고속철 노선으로 갈아 끼운다. 


내부 연결망 전환은 체제 혁신과 불가분이다. 지상의 인프라에 부합하는 거버넌스를 재구축한다. 합작하고 있는 나라가 싱가포르이다. 싱가포르대학 리콴유 공공정책 연구소가 카자흐스탄의 거버넌스 업데이트에 깊이 결부되어 있다. <유라시아 견문> 첫 해, 싱가포르 건국 50주년을 맞이하여 키쇼오 마부바니 선생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마침 카자흐스탄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셨다. 나자르바예프 대학에서 대학원생들을 가르친다고 하셨다. 나자르바예프 이후를 이끌어갈 차세대 지도자들을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 2050'을 연상시키는 '카자흐스탄 2050'도 마련되었다. 제도혁신과 반(反)부패를 강조한다. 유능하고 청렴한 엘리트를 육성한다. 지방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분권형 개헌안도 제출되었다.


인프라 정비와 거버넌스 혁신으로 2050년에 세계 30위 국가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동남아시아의 허브도시 싱가포르를 모델로 삼아 아스타나를 '중앙아시아의 싱가포르'로 만들고자 한다. 유목 국가가 유통국가, 교통국가로 진화하는 것이다. 유럽과 중국 사이, 러시아와 인도/이란 사이, 뉴실크로드의 허브가 된다. 21세기의 노마디즘, 탈영토화를 실천한다. 지프를 빌려 타고 카자흐 대초원을 달렸다. 오가는 차들이 아직은 드물다. 간간이 양떼를 마주칠 뿐이다. 망망대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망망대지도 있다. 대평원의 저 끝으로는 천산 산맥이 우뚝 솟아났다.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로 달리고 싶은 마음이 불끈불끈 치솟는다.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영토가 넓은 나라, 카자흐스탄은 비행기로 가서는 제대로 음미할 수 없는 나라이다. 지상으로 이동해야 한다. 알타이 산을 오르는 것만으로도 기와 혈이 뻥뻥 뚫린다. 신실크로드가 완비되는 2050년이면 천혜의 관광대국, 레저국가가 될 것이다. 


▲ 카자흐 대초원. 천산산맥 트레킹. ⓒ이병한


3. 천상(天上)

몸이 바뀌면 마음도 변한다. 마음을 먹으면 몸도 달라진다. 영혼육(靈魂肉)은 불가분이다. 지상과 천상의 분단체제를 입안했던 소련 시대의 유물론을 청산한다. 비정상이었던 영과 혼을 정상화시킨다. 알코올에서 알라로, 이슬람 국가로서 정체성을 다시 세운다. 부국강병, 세속적 목표만 추구하는 나라는 이제 후진국이다. 속된 부르주아를 섬기는 논리(자유주의)나 천한 프롤레타리아트를 모시는 논리(사회주의)나 죄다 20세기의 적폐이다. 인격을 드높이고 인륜을 다하며 인권을 누리는 문명국가가 선진국이다. 천상의 나라를 지상에도 구현해보겠다는 발심을 일으키고 영성을 고양시키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엑스포가 폐막되고 곧이어 열린 행사가 이슬람협력기구(OIC) 과학기술 회의였다. 이슬람 국가들이 과학과 기술을 주제로 회담하는 첫 번째 장소로 아스타나가 낙점된 것이다. 57개 이슬람 국가가 회합했다. 아제르바이잔, 이란, 파키스탄, 터키, 우즈베키스탄은 국가정상급 지도자들이 참가했다. 16억 무슬림 공동체와 최첨단 과학기술의 접맥을 모색한다. 본디 수학과 화학, 천문학 등에서 발군의 성취를 이룬 문명이 이슬람이었다. 신학과 과학을 재결합시키는 것이다. 기조연설을 맡은 나자르바예프는 이슬람 과학문명을 선도하는 15개국이 별도로 만나는 또 하나의 기구 창설을 주창했다. 온 인류에 G20가 있다면, 움마에게는 'OIC-15'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움마'의 창출이라고도 하겠다. 


▲ 이슬람협력기구 과학기술 정상회담. ⓒwikipedia



▲ 세르게이 보드로프 감독.ⓒ이병한

본디 구상력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푸틴에 앞서 신유라시아주의를 앞장서 제창한 사람이기도 하다. 1994년부터 유라시아연합을 표방했다. 신이슬람주의와 신유라시아주의가 신카자흐스탄의 양대 소프트파워이다. 아스타나에 이틀 머물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이틀을 더 연장한 것 또한 '유라시아 영화제' 때문이었다. 


유라시아주의라고 묶어낼 수 있는 작품들에 대한 특별 회고전이 열렸다. 2007년 작 <몽골>(Монгол)부터 눈에 띈다. 세르게이 보드로프 감독의 작품이다. 보드로프는 구밀료프에 심취한 러시아의 영화인이었다. 칭기스칸 3부작을 기획했다. 주인공은 일본의 대배우 아사노 타나노부가 맡았다. 무술감독으로는 한국의 정두홍이 발탁되었다. 카자흐스탄은 공동 제작국으로 참여했다. 명실상부, 유라시아 합작영화였다.

테무진의 유년기와 청년 시절에 집중한 성장 드라마로 각색했다. 소련시절 '봉건의 상징'으로, '문명의 파괴자'로 재현되었던 칭기스칸은 몽골에서만 부활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던 셈이다. 러시아에서도, 카자흐스탄에서도 매력적인 영웅으로 재인식된다. 동서문명의 장벽을 넘고 남북문명의 담벼락을 부수고 대륙과 대양을 통합하여 진정한 세계사를 출현시킨 유라시아의 태조로 추앙한다. 카자흐가 몽골에 복속되었다고도 여기지 않는다. 도리어 몽골족과 연합하여 대원정을 나간 연합정치의 조력자로서 자긍심을 가진다. 이 같은 몽골-러시아-카자흐 합작의 사상적 토대를 놓은 이가 소련의 마지막 유라시아주의자 레프 구밀료프였다. 일생을 통하여 유라시아 민족들의 자매애와 형제애를 인류학적으로, 역사학적으로, 지리학적으로 규명한 대학자이다. 카자흐스탄에 구밀료프를 기념하는 유라시아민족대학이 설립된 것은 1996년이다. 유라시아 영화제에서는 구밀료프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도 감상할 수 있었다. 


▲ 유라시아 영화제. ⓒ이병한


13세기 칭기스칸을 계승한 카자흐의 문화영웅으로는 18세기의 아불라이 한이 꼽힌다. 테무진이 칸이 되어간 것처럼, 소년 만수르가 한으로 등극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가 <유목민>(Кочевник)이다. 카자흐가 자금을 대었고, 보드로프가 연출을 맡았다. 


▲ 아바이 구난바예프. ⓒwikipedia



19세기에는 아바이 구난바예프를 으뜸으로 꼽는다. 알마티의 오페라 하우스 이름이 아바이 극장이다. 아바이 국립사범대학도 있다. 아스타나에도 아바이 거리가 있다. 원작이 1947년 발표된 4부작 대하소설 <아바이의 길>이었다고 한다. 이듬해 러시아어로도 번역되어 호평을 받았다. 소련의 최고 문학상이었던 레닌상도 수상한다. 푸시킨을 투르크어와 카자흐어로 번역한 인물이 바로 아바이다. '카자흐의 푸시킨'이라고도 불린다. 탄생 150주년을 기린 영화 <아바이> 또한 유라시아주의 작품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대초원의 모스크에서 경건하게 코란을 암송하는 모습이 롱테이크로 묘사된다. 카자흐의 고유한 유목문화 전통에 소련에서 전수받은 과학과 이성을 결합한 신문명을 민중교육으로 확산시킨 정신적 선구자로 기리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달통한 아바이 정신을 신생국 카자흐스탄이 추구해야할 독자성과 개방성, 신유라시아주의의 원조로 삼는다.


▲영화 <몽골> 포스터. ⓒyandex.com


4. 천하(天下)

사상은 물화되어야 한다. 이념은 제도화되어야 한다. 언행은 일치해야 한다. '일어삼문(一語三文)'체제가 흥미롭다. 카자흐어를 표기하는 수단으로 아랍문자와 키릴문자에 로마문자를 보태었다. 아랍문자는 천년 이슬람문명을 담지 한다. 키릴문자는 백년 소련의 유산이다. 로마문자는 터키어에서 차용하였다. 소련에서 벗어남으로써 투르크 세계를 자각한 것이다. 아랍문자만 배웠던 마드라사와 키릴문자만 강요한 소련 시절을 지나, 21세기 카자흐의 공교육은 일어삼문 체제를 지향한다.


다문자의 습득은 아스타나의 세계적 위상 고양과도 직결된다. '아스타나 클럽'이라는 회담이 있다. 11월마다 열리는 연례행사이다. 유럽부터 아시아까지, 유라시아의 주요 국가들의 엘리트를 집결시킨다. <유라시아 견문> 2년차, 인도 뉴델리에서 인터뷰를 했던 샤시 타루르 선생이 2017년 아스타나 클럽에 참가했다고 하신다. 회담 장소에는 거대한 유라시아 전도가 걸려있다. 지구의 중원이 유라시아이고, 그 유라시아의 중원에 아스타나가 자리함을 각인시키고 있다. 아랍문자와 키릴문자와 로마문자를 사용하는 만국과 만인들을 결합시킨다.

▲2014년 아스타나 클럽 회담.ⓒyandex.com



한문도 보태었다. 카자흐의 고속도로를 달리며 도로의 표지판이 눈을 찔러왔다. 일어삼문에 보태어 한문까지 사문(四文)으로 표기가 되었다. 일대일로와 직결될 것이다. 고속도로와 고속철 모두 중국자본이 주도하여 건설한다. 2013년 시진핑이 일대일로를 최초로 선언한 장소가 바로 아스타나였다. 지난해 아스타나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담에서는 SCO 자유무역지대 창설도 논의가 되었다. 터키부터 중국까지, 인도부터 러시아까지, 유라시아의 8할을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해내겠다는 야심찬 포부이다. 중원과 북방과 서역이 아스타나에서 합류한다.

내전에서 벗어나고 있는 이라크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도 SCO로 견인키로 했다. 시리아 평화협상이 열린 장소 또한 아스타나이다. 나자르바예프가 주도하여 아스타나 합의를 이끌어내었다. 러시아와 이란과 터키와 시리아를 한 테이블에 앉힌 것이다. 20세기말 소련이 침공하고 21세기 초 미국이 침략했던 아프가니스탄 재건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장소 또한 아스타나이다. '아시아에 의한 아시아의 방법'으로 아프간의 영구 해결책을 탐색한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발언도 부쩍 늘고 있다. 독립 당시 카자흐스탄은 세계에서 4번째로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였다. 소련의 핵실험의 거개가 카자흐 땅에서 벌어졌다. 지금은 하나도 없다. 비핵화의 원조이다. '핵무기 없는 세계' 구상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오바마가 아니라 나자르바예프였다. 그가 이제는 북핵 문제에도 관여한다. 해결책으로 '6자회담+1', 아스타나를 활용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 지하자원과 지상연결과 지역협력을 견인하는 카자흐스탄 모델을 북조선이 배우라는 것이다. 북조선의 출로와 활로와 혈로를 아메리카가 아니라 유라시아에서 구하라고 한다. 어느새 서아시아(시리아)와 남아시아(아프간)과 동아시아(북조선)를 통으로 아울러 중앙아시아를 사고하고 있는 것이다. 


▲ 2016년 러시아 전승절에서 푸틴과 나자르바예프. ⓒwikipedia


거시적으로 보자면 중동의 아랍국가에서 중앙아시아의 투르크국가로 이슬람세계의 축이 옮아가는 형세이다. 장차 천하대세를 파악하고자 한다면 투르크세계의 동향을 주시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스탄불에서 우루무치에 이르는 유라시아의 중앙부를 투르크세계가 차지하고 있다. 현재의 카자흐스탄 또한 카자흐만의 땅이 아니었다. 저 멀리로는 스키타이부터 흉노/훈족, 돌궐/투르크족, 몽골과 러시아 등 유목제국의 흥망성쇠가 유장하게 펼쳐졌던 무대였다. 한제국과 경쟁하던 흉노가 유럽으로 이동하여 로마제국을 뒤흔드는 훈족이 되었다. 북방을 지배하던 돌궐이 서쪽으로 이동하여 이슬람을 수용하고 투르크가 되었다. 유라시아의 중앙부는 투르크-이슬람세계이다. 중국의 서쪽(위구르)에, 인도의 북쪽(카슈미르)에, 유럽의 동쪽(터키)에, 러시아의 남쪽(타타르)에 투르크세계가 자리한다. 범투르크주의와 신유라시아주의 또한 불가분이다. 카자흐스탄을 떠나 우즈베키스탄으로 이동한다. 투르크-유라시아 세계의 허브도시 타슈켄트, 사마르칸트, 부하라를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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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동아시아 현대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논문보다는 잡문 쓰기를 좋아한다. 역사가이자 언론인으로 활약했던 박은식과 신채호를 역할 모델로 삼는다. 뉴미디어에 동방 고전을 얹어 아시아 르네상스를 일으키는 'Digital-東學' 운동을 궁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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