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자기 부정'..."'전형적 정경유착' 못 찾아"
법원의 '자기 부정'..."'전형적 정경유착' 못 찾아"
이재용 혐의 대부분에 면죄부, 정유라 씨 승마 지원만 뇌물 인정
2018.02.05 16:31:24
법원의 '자기 부정'..."'전형적 정경유착' 못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353일 만에 석방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던 이 부회장이 5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됐던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도 이날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서울고등법원 형사 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이날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혐의 대부분을 부정했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 부회장을 기소하며 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상 위증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1심 법원은 이들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반면, 2심 법원은 이 가운데 뇌물 및 위증 혐의만 부분적으로 인정했다. 1심에 비해 형량이 대폭 줄어든 건 그 때문이다.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있던 검사들도 대부분 검찰에 복귀한 상태여서, 향후 3심에서 2심 판결을 다시 뒤집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1심 법원은 이 부회장 사건에 대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고 판단했었다. 반면, 2심 법원은 "전형적 정경유착을 이 사건에서 찾을 수 없다"고 봤다.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정반대인 셈이다. 이는 주요 혐의에 대한 2심 법원 판결을 가로지르는 관점이다.

특검이 새로 공소장에 추가한, 이른바 '0차 독대' 역시 2심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0차 독대'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첫 만남이 당초 알려진 '1차 독대'보다 빨랐다는 이유로 생겨난 말이다.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2014년 하반기(9월 12일)에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안가에서 독대를 했다"고 밝히면서 드러난 쟁점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역시 재판 과정에서 비슷한 증언을 했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0차 독대'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나마 혐의를 인정한 뇌물 공여에 대해서도 2심 법원은 "국정농단의 주범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이며, 삼성은 수동적으로 뇌물을 증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2심 법원은 "삼성이 명시적, 묵시적으로 청탁을 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 등에 관한 '포괄적 현안'이 있고, 이 부회장이 이를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했다는 게 특검의 핵심 논리였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결정, 1심 판결 등이 모두 이를 기초로 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경영권 승계 등을 포함한 '포괄적 현안'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2심 법원은 삼성 측이 말을 구입한 것은 뇌물이 아니지만, 최순실 씨의 딸인 정유라 씨가 그 말을 사용한 행위에 대해선 뇌물죄가 적용된다고 봤다. 정유라 씨 관련 뇌물 액수가 1심 판결에 비해 줄어든 건 그래서다. 요컨대 삼성이 말을 구입한 비용 등이 뇌물 액수에서 빠지면서, 삼성이 최 씨가 실소유한 독일 코어스포츠와 용역 계약을 맺고 전달한 36억 원만 뇌물로 인정됐다.

또 1심에서 유죄로 판결했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금액 16억여 원 역시 2심 법원은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지원한 204억여 원은, 1심과 2심이 모두 뇌물로 보지 않았다.

한편, 이 부회장의 석방에 대해 삼성 측은 5일 오후 4시까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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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석 기자 mendrami@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교육과 복지, 재벌 문제를 주로 취재했습니다. 복지국가에 관심이 많습니다. <삼성을 생각한다>를 내려고 김용철 변호사의 원고를 정리했습니다. 과학자, 아니면 역사가가 되고 싶었는데, 기자가 됐습니다. 과학자와 역사가의 자세로 기사를 쓰고 싶은데, 갈 길이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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