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혐오세력 눈치보기 멈춰라"
"여성부, 혐오세력 눈치보기 멈춰라"
여성단체연합, 정현백 장관 기독교단체 방문 비판 성명
2018.02.09 08:46:30
"여성부, 혐오세력 눈치보기 멈춰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최근 보수 기독교계를 만나 '성평등' 용어에 대해 해명을 하며 이해를 구하는 행보를 보인 것에 대해 여성단체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8일 성명을 내고 "여성가족부는 더 이상 혐오세력에 대한 눈치보기를 멈추고 흔들림 없이 성평등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정부 부처의 수장으로서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헌법 위배적인 어떤 행동도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2일 정 장관이 한국기독교연합을 방문해 '성평등'이라는 단어가 영어의 'gender equality'를 단순 번역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에 대해 "일부 혐오세력의 성평등 왜곡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가족부의 이번 방문은 사실상 극우기독교세력의 공개적인 혐오와 차별에 선을 긋기보다 그 차별과 혐오를 공인한 바와 다름없다"며 "여성가족부가 '해명'하는 자의 위치를 자처한 것은 성평등 실현을 염원하는 수많은 시민에게 실망과 분노를 주었다"고 지적했다.

여연은 "더 큰 문제는 극우기독교세력의 성평등 반대운동이 아니라 정치인, 정당, 국회 등이 이들 집단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또한 일부는 극우기독교세력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더라도 이에 대해 어떠한 반대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정치권의 '눈치보기'에 대해 비판했다.

여연은 "성별이분법과 이로 인한 위계질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여성억압과 여성차별의 핵심원인"이라면서 "성평등을 주장하지 못한다면 성차별을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 정관은 지난 2일 한기연 이동석 대표회장을 만나 한기연이 최근 여가부의 성평등 정책에 대해 우려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과 관련 "이는 전적으로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회장은 "한국 기독교는 동성애를 하나님 앞에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큰 범죄로 여기기 때문에 여가부가 앞으로 한국교회가 우려하는 정책을 추진하지 말아 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또 이 회장은 여가부가 한국 사회 어머니 역할을 잘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여성가족부는 2017년 말 올해부터 '제2차 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가 종교계 및 동성애 반대 단체들의 반발로 '양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쓰기로 한 바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참여연대 대표 등을 지낸 대표적인 여성학자이자 운동가 출신인 정 장관은 기독교계 등 보수세력 등의 압력에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이 대표를 지낸 여성단체의 비판 성명 대상이 됐다.


다음은 여성단체연합의 성명서 전문이다. 


더 이상 '성평등'에 대한 왜곡과 혐오를 용납해선 안 된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2일, 정현백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장관은 한국기독교연합(이하 한기연)을 방문해 '성평등'이라는 단어가 영어 'gender equality'를 단순 번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한기연도 정 장관의 설명을 듣고 여가부 입장을 이해했으며, 한국교회는 동성애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야기하였다"고 한다.

최근 극우기독교세력은 "양성평등 YES, 성평등 NO"라고 외치며, 한국사회에 꼭 필요한 사회가치이자 이를 표현하는 '성평등' 용어를 가로막고 있다. 여성가족부에게 묻는다. 성평등은 동성애를 의미하는 용어인가? 성평등은 해명되어야 할 용어인가? 성별이분법과 이로 인한 위계질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여성억압과 여성차별의 핵심원인이다. 성평등을 주장하지 못한다면 성차별을 해결할 수 없다.

성평등을 반대하며 외치는 양성평등은 어떠한가. 경상남도는 2015년 기존 여성주간을 양성평등주간으로 바꾼 뒤 '여성'을 언급하는 것이 양성평등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한 바 있다. 양성평등이 이퀄리즘(Equalism)으로, 이퀄리즘이 여성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활용되는 사례는 이렇듯 도처에 도사린다. 이는 남성들의 '역차별' 주장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작동하면서 여성정책에 대한 반격(backlash)을 증폭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도 가속화하고 있다. 일부 혐오세력의 조직적 행동은 촛불혁명 이후 약해진 보수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부단한 정치적 의도일 뿐이며, 이는 성차별 종식과 성평등 실현을 후퇴시킬 뿐이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더 큰 문제는 극우기독교세력의 성평등 반대운동이 아니라 정치인, 정당, 국회 등이 이들 집단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는 극우기독교세력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더라도 이에 대해 어떠한 반대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 혐오세력의 성평등 왜곡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가족부의 이번 방문은 사실상 극우기독교세력의 공개적인 혐오와 차별에 선을 긋기보다 그 차별과 혐오를 공인한 바와 다름없다. 여성가족부가 '해명'하는 자의 위치를 자처한 것은 성평등 실현을 염원하는 수많은 시민에게 실망과 분노를 주었다.

여성가족부는 더 이상 혐오세력에 대한 눈치보기를 멈추고 흔들림 없이 성평등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 부처의 수장으로서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헌법 위배적인 어떤 행동도 용인해서는 안된다.

성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차별을 성평등이라 부를 수는 없다.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없이는 성평등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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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프레시안 기자들과 함께 취재한 내용을 묶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등을 책으로 냈습니다. 원래도 계획에 맞춰 사는 삶이 아니었지만, 초등학생 아이 덕분에 무계획적인 삶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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