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황제'의 중국, 서구의 시선은?
'시진핑 황제'의 중국, 서구의 시선은?
[해외시각]"세대 교체 없는 독재체제, 어두운 길 걸을 것"
2018.02.27 18:03:44
'시진핑 황제'의 중국, 서구의 시선은?

1989년 덩샤오핑이 절대권력을 놓은 이후 30년간 지속된 중국의 권력 후계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10년마다 바뀌는 선출 시스템이 폐지돼, 시진핑 현 국가주석이 장기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5년씩 두 번으로 제한된 임기 규정을 삭제하는 헌법 개정안을 마련해 3월 5일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상정할 예정이다. 전인대는 중국의 국회이지만 일당독재체제에서는 요식절차에 가까워 헌법 개정안 통과는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시진핑의 장기집권이 가능해지는 중국의 권력체제 변화에 놀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하지만 헌법학 전문가인 노아 펠드먼 하버드대 법학교수는 27일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에 게재된 칼럼에서 "헌법이 개정되면 시진핑은 마오저뚱이나 덩샤오핑처럼 장기집권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공산주의 체제에서 별로 놀라운 변화는 아니며, 중국의 오랜 왕조의 전통을 보더라도 별로 놀라운 변화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이후에도 장기집권할 수 있도록 중국 공산당이 임기 제한 규정을 삭제한 헌법 개정안을 관철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


"지난 30년 권력교체시스템 유지된 것이 오히려 주목"


펠드먼 교수는 오히려 지난 30년간 중국에서 10년마다 권력을 교체하는 실험이 30년간 유지되어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실험의 핵심 개념은 중국 공산당 내의 권력이 분산되고 가장 중요한 결정은 합의에 의해 이뤄지도록 한 것이며, 그 합의의 결과물이 바로 임기 제한이고, 이에따라 국가주석뿐 아니라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도 함께 10년마다 교체되는 시스템이 유지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앞으로도 중국에서 집단지도체제가 유지되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본다. 하지만 펠드먼 교수는 "지난 30년간 유지된 권력교체 시스템은 늙은 독재자 한 명이나 여러 명이 권력을 유지하는 병폐를 막고 젊은 세대로 권력이 바뀌는 것을 의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진핑의 장기집권은 세대교체의 동력이 단절되는 것을 의미하는 변화라는 것이다.

세대교체를 보장하는 상징적인 규정으로 자리매김했던 7상8하(七上八下ㆍ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퇴임한다)는 묵계도 지난해 10월 19차 공산당 당대회에서 시진핑에 의해 폐기됐다.

이번 전인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시진핑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王岐山)이다. 올해 70세여서 은퇴했지만, 시진핑은 7상8하의 묵계를 깨고 그를 부활시켰다. 지난달 전인대 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전인대에서 국가부주석으로 추인돼 시진핑 2기 체제의 실질적인 2인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상태다. 반면 67세에 이르지 않았던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 등 일부 정치국 위원들을 물러나게 했다.

반면 차기 대권을 노리던 6세대 정치인들은 후계자 지정은커녕 낙마의 칼날을 피하는데 전전긍긍하고 있다. 유력한 차기 주자로 거론됐던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重慶)시 서기는 이미 비리 혐의로 숙청됐다.

공산당 정치국 위원에 재선임됐지만, 권력핵심인 정치국 상임위원 진입에 실패한 후춘화(湖春華) 전 광둥(廣東)성 서기,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서기 등 다른 유력 차세대 주자들도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두 사람은 시진핑의 후계자로 '격대지정'될 유력한 후보들이었으나, 시진핑은 후계자 지정을 하는 관례 자체도 파기했다.

현재 64세인 시 주석 자신도 2022년 20차 당대회에 69세가 돼 '7상8하'에 따라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많은 중국 전문가들이 예상했었다.  하지만 시진핑은 '7상8하' 묵계를 파기하면서 총서기, 중앙군사위 주석을 계속 맡을 수 있게 됐고, 국가주석 연임규정도 폐지되면 3연임에 나설 수 있게 된다.

펠드먼 교수는 임기제한과 함께 세대교체가 이뤄지던 시기에 시장친화적인 개혁정책으로 중국의 경제성장이 비약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중국 경제의 고속성장에 이런 권력교체시스템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다양한 주장이 있을 수 있다.

펠드먼 교수는 "임기제한과 지도부 합의에 의한 결정은 위험을 감수하고 개방으로 나가는 여건 조성에 기여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권력이 나눠진 체제에서 어느 한 쪽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독차지할 수 없고, 의사 결정의 책임도 지도부에 분산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집단지도체제에는 중대한 결함도 있다. 바로 서로 견제하는 힘이 약한 상태에서 권력자들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며 부패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점이다. 권력자들의 극심한 부패에 대중의 분노가 고조된 상황에서 시진핑은 부패와의 전쟁을 통해 정적들을 숙청하는 데 성공했다.

시진핑이 절대권력을 쥐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옹호하는 진영에서는 부패척결을 완수하기 위해서라도 시진핑이 장기집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것은 역사의 철칙이기도 하다.

펠드먼 교수는 시진핑이 장기집권할 경우 중국은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독재자의 어두운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재자들은 다양한 견해를 듣기 어렵고, 복잡해진 글로벌 환경에서 일당독재체제로 경제를 운영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다.

독재자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유능한 신진 정치인들을 배제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무엇보다 적절한 시기에 권력을 놓기 어렵다. 시진핑 이후의 중국의 권력지형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힘들다. 펠드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정치안정과 경제성장이 지속될 확률은 떨어진다"면서 "역사적으로 독재정권의 말로는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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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선 기자 editor2@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입사해 주로 경제와 국제 분야를 넘나들며 일해왔습니다. 현재 기획1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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