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투성이 학교, 무서워 못 가겠습니다"
"석면투성이 학교, 무서워 못 가겠습니다"
[안종주의 안전사회] 불안한 석면 공사, 대규모 등교 거부 낳다
"석면투성이 학교, 무서워 못 가겠습니다"

한 시간이라도 더 배워야 할 자녀를 학교에 학부모가 보내지 않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지금 서울과 경기도 등에서 학부모들이 자녀 등교를 거부하거나 보내지 못하고 있는 초등학교가 무려 9곳이나 된다. 경기도가 가장 많아 여섯 곳이고 서울 두 곳, 광주 한 곳 등이다. 이유는 석면 불안 때문이다.

개학이 늦춰진 이들 학교는 겨울방학 때 교실의 석면 천장재 제거 공사 등을 하면서 해체·제거업체가 부실공사를 해 바닥에 떨어진 석면 천장재 부스러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교실 안에서 발견된 곳이거나 석면 제거 공사가 제때 마무리되지 않은 초등학교들이다. 부실공사가 6곳, 공사 지연이 3곳이다.

학교에서 석면 안전 문제가 불거진 것은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2년 전부터 몇몇 학교에서 부실 석면 해체·제거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또 멀리는 2005년 서울 반포 재건축지역에서 원촌중학교 학부모들이 마구잡이 철거공사로 석면 비산 위험이 있다며 GS건설 쪽과 심각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2009년에는 서울 성동구 왕십리 뉴타운 1구역 내에 있던 성동구립 '홍익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던 학부모들이 석면 안전을 도외시한 마구잡이 철거를 한다며 반발해 서울시청 앞에 몰려와 집단시위를 벌이는 등 사회문제가 된 바 있다.

2010년대 들어 석면 위험에 대한 일부 학부모와 언론의 관심이 맞물리면서 일부 학교에서 벌어진 부실 석면 해체·제거 공사가 고발 뉴스로 다루어지기도 했다. 또 2011년에는 경기 과천고, 경남 하동초등학교 등 전국 8개 학교 운동장에 사용된 흙에서 석면이 일부 검출된 것으로 조사돼 시끄러웠던 일도 있었다. 이 가운데 하동초등학교 등 일부 학교 학부모들은 운동장 흙을 모두 제거할 때까지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며 등교 거부를 한때 벌이기도 했다.

학부모 관심, 재건축·재개발에서 학교 석면 철거로

재건축, 재개발 지역의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석면안전 문제가 불거진 2000년대와 달리 최근에는 지역 교육청들이 앞 다퉈 초중고 등 각급 학교의 낡은 석면건축 자재를 방학 중 해체·제거하면서 석면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부실 공사가 문제가 되고 있다. 안전에 관한 관심과 의식이 과거에 견줘 크게 높아진 학부모들은 최근 1~2년 전부터 학교 석면 안전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고 이것이 등교 거부 사태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겨울방학 중 석면 해체·제거 공사의 부실 문제는 오는 6월 교육감 선거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과 맞물려 과거보다 교육감과 자치단체장, 지역 국회의원 등이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현안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에 경기도 오산 등과 서울에서 문제가 되자 오산의 안민석 의원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등이 이 사안을 하루빨리 해결하기 위해 학부모, 환경단체, 석면전문가들과 간담회 개최, 토론회 등을 발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석면 안전 문제가 가장 먼저 불거진 곳과 대상은 석면 제품을 만들었던 석면방직공장 노동자였다. 이어 2000년대 후반 서울 지하철역 석면 제거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옛 석면광산 주변 주민들이 대거 석면질환에 걸린 것으로 드러나면서 눈길을 끌었다. 그 다음 석면슬레이트 문제가 정부의 주요 정책 의제가 되었고 학교 석면 안전 문제는 최근에서야 본격적인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미국, 유럽 등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물론 가장 먼저 문제가 된 집단은 석면 제품을 만들거나 석면건축자재를 시공 또는 해체해 온 노동자들이었다. 하지만 사회적 관심을 증폭시킨 것은 학교 석면 안전 문제였다.

미국, 우리보다 30년 더 일찍 학교 석면 안전 공론화

미국은 1980년대 중반 학교 내 낡은 석면 건축자재를 대거 해체·제거하면서 공사가 늦어져 개학이 곳곳에서 지연되면서 학교석면 안전이 큰 사회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당시 미국은 특별법까지 제정해가며 학생들을 석면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애를 썼다.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1990년대 학교 석면 철거 공사가 늦어지면서 학생들이 한동안 야외에서 비를 맞으며 텐트 수업을 하는 등 학교 석면 안전 문제가 다른 부문보다 일찍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학교 석면 안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학교에 사용된 천장텍스나 밤라이트 등 화장실 벽체 등에 대한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교실 냉난방 공사 등을 하거나 진동, 고의적 손상·충격 등으로 석면자재에서 석면먼지가 실내 공기 중으로 날리게 하면서 학생과 선생이 이를 들이마시는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석면건축자재를 해제·제거하고 비석면자재로 교체하면서 부실공사로 인해 교실 내에 석면 먼지가 남아 학생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첫 번째 부분은 이를 감시할 만한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학교 안에 없어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두 번째는 최근 석면 안전 문제에 관심이 있는 학부모들이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자생적으로 제법 생기면서 본격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석면 조각 발견은 부실 공사의 물증

이번에 문제가 된 학교에서 석면 안전과 관련한 쟁점은 공사가 끝난 뒤 교실에서 석면 자재 조각이 발견된 것이다. 사실 석면 조각 자체가 학생들의 건강에 큰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을 모르고 학생들이 계속 밟거나 의자에 깔려 잘게 쪼개지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은 이보다는 석면 조각이 발견됐다는 것은 석면 해체·제거가 작업표준 매뉴얼대로 안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석면 조각이 발견될 정도면 교실 내 석면자재를 꼼꼼하고 안전하게 제거하지 않아 교실 공기 중에 석면먼지가 날리거나 제거 후 석면 청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 정도에 따라 때론 학생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교실의 경우 개학 전에, 즉 학생들이 교실을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석면 조각은 물론이고 교실 내 먼지와 공기 중 석면을 제거해야 한다. 물걸레질이나 물청소로 바닥이나 벽면 혹은 공기 중 석면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 미세한 석면섬유를 잡아낼 수 있는 헤파(고성능 미세먼지 제거)필터가 장착된 특수진공청소기로 청소해야만 한다. 그리고 바닥이나 벽면 부착 먼지를 공기 중으로 흩날리게 하는 방식으로 사전조치한 뒤 공기 중 석면농도를 측정해 안전한 수준이라고 확인될 때 교실을 사용토록 해야 한다.

하도급·저가 공사, 필연적으로 석면 위험 불러

이는 어디까지나 공사가 부실하게 이루어진 뒤의 후속 조치이다. 해체·제거 때 표준 매뉴얼대로 공사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감리인 내지 학교 쪽이 공사 중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방학과 동시에 석면 해체·제거 공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 충분한 공사기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애초 안전한 공사와는 거리가 먼 초저가 낙찰이 석면 해체·제거에 다반사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하도급에 하도급이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어 이 경우 저가 공사로 인한 부실공사는 불 보듯 뻔하다. 학교 석면 안전 공사를 위해서는 적정가 공사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아울러 부실공사를 한 석면 해체·제거 업체 가운데 심각한 규정 위반이나 고의적 위반에 대해서는 원포인트 아웃제를 도입해 이 바닥에서는 아예 발을 못 붙이도록 하는 일벌백계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감리가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부실감리나 해체·제거 업체와 유착한 것으로 드러난 감리인에 대해서도 즉각 완전 퇴출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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