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절묘한 '신의 한 수', 그래도 남는 우려
문재인 절묘한 '신의 한 수', 그래도 남는 우려
[한반도 브리핑] 운전대 잡은 문재인, 트럼프를 태워라!
평양에 간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단이 기대 이상의 결과를 안고 돌아왔다. 특사단이 돌아와 발표한 것이 남북공동보도문이나 합의문이 아니라 우리 측 단독의 방북 결과 언론 발표문이라는 점에서 얼마나 가감 없이 북한의 목소리와 의도를 담았는지에 대해선 감안해서 해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짧은 1박 2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만큼은 말 그대로 실망스럽지 않은 결과물임엔 틀림없다.

신의 한 수

이번 특사단 방북의 최고 성과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4월 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예상보다 빠른 4월 말 조기 개최는 북한이 남북관계에 올인하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다.

어쩌면 김정은 정권은 남북관계를 부여잡고 2018년을 넘어 트럼프 정부의 남은 3년마저 버릴 수 있다는 각오로 2021년으로 예상되는 '제8차 당 대회'까지 내달리려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김여정 방남 시 친서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대한 상황에서 우리 측 지역인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개최하기로 한 것은 예상치 못한 반전이다. 이번 판문점 개최는 평양에서 있었던 2차례의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 최고지도자의 답방 형식만으로 보기에는 의미가 크다.

그간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쪽으로 내려올 수 없었던 이유가 경호상 문제였다면 판문점 지역은 이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장소임이 틀림없다. 또 평양에서 하는 것 아니냐는 우리 내부적 불만과 의심의 눈으로 지켜볼 미국을 생각해 볼 때도 최적의 장소다.

북한 김정은은 정전협정 이후 남쪽 땅을 밟는 최초의 북한 지도자이다. 선대인 김일성, 김정일과 차별화하면서 자신감 넘치는 정상적인 국가지도자로서의 모습을 대외적으로 보여 줄 수 있게 기회를 가지게 됐다.

우리 입장에서는 향후 문 대통령의 평양 답방이라는 4차 정상회담의 또 다른 기회를 통해 남북관계 동력을 이어나갈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먼저 판문점 평화의 집을 제시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쌍방이 '윈-윈'할 수 있는 절묘한 신의 한 수로 보인다.

또 평화의 집이든 통일각이든 원하면 언제나 남북 정상이 만날 수 있는 실용적인 정상회담의 공간으로써 판문점이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도 크다. 이후에는 정상 간 핫라인을 통해 전화로 이야기하고, 만날 일이 있다면 불과 몇 시간이면 가능한 '일일 정상회담'이 가능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남측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 방문에 합의한 것은 비정치적 영역에서 민간차원의 남북교류협력도 함께 가겠다는 출발 신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미 통일부에 수백여 건의 방북요청이 접수된 상황에서 무엇부터 시작해서 민간교류협력의 대문을 열어야 할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방문한 북한의 태권도 시범단과 예술단에 대한 우리 측의 답방을 통해 오랫동안 단절되어온 남북 민간교류의 길을 여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방식이다.

남북관계 개선이 정상회담과 같이 위로부터 만들어가는 'Top down' 방식뿐만 아닌 아래로부터 다져가는 'Bottom up' 방식도 함께 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특사 방문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의 성과는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수석 특사인 정의용(왼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5일 평양 노동당 국무청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북미대화 견인에 대한 격려와 우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 이상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비핵화와 북미대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언론과 많은 사람들이 이번 특사 방북을 통해 비핵화와 북미대화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탓이다.

김정은이 직접 비핵화를 언급했고, 북미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사와 함께 대화 중 핵미사일 시험 중단하겠다고 언급한 것에 긍정적이란 평가가 있는 반면, 기존의 원론적인 입장을 벗어난 것이 없고 핵미사일 시험 중단도 조건부 유예라는 점에서 성과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두 입장 모두 맞고 틀림이 아니라 발전적인 방향을 위한 격려와 우려라고 본다.

특사단의 결과발표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은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으로 여전히 유효하다는 말을 김정은에게 직접 들은 것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 확인 차원에서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선대의 유훈을 포기하거나 부정한 적이 없다. 특히 북핵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이고,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북미대화에 대해서도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하지만 우리의 발표문처럼 북한이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등가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북한은 이미 여러 차례 핵이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거래의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리비아와 우크라이나 사례를 들며 북미관계 정상화만을 통해 자신들이 핵을 가질 필요가 없는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북미 간 예비적인 만남이든 탐색적 대화이든 한 테이블에 앉기 위해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것이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이다. 북한이 공식적인 목소리로 유예를 선포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은이 특사단에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 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유예 선언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에서 대화가 남북대화인지, 북미대화인지에 따라 해석은 달라진다. 남북대화라면 이미 지난 1월 초부터 대화는 시작되었고 북한의 유예는 60여 일이 지났다. 북미 만남의 최소요건이 갖추어진 것이다. 반면 북미대화라면, '대화를 시작한다면 시험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부 유예를 제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우리의 특사단이 곧 미국에 직접 가서 설명을 하겠지만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대화의 의지, 그리고 핵‧미사일 시험 중단에 대한 평가는 미국의 몫이다.

다행스럽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북한에서 나온 발표들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희망의 첫걸음이 보인다. 미국도 받지 못할 이유도 없고 안 받았을 때 곤욕스러운 부분이 있다. 이젠 미국이 북미대화의 문턱을 낮추어야 할 때다. 성공적인 중매를 위해선 대미특사단이 미국의 변화도 확인하고 돌아와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운전대를 잡았고 스스로 문을 열고 탔는지, 억지로 탔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이 차에 김정은을 태우는 데 성공했다. 이제 트럼프를 태울 차례다. 트럼프를 태워야 남북이든 북미든 차가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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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김동엽 교수는 해군과 국방부에서 근무하다 지난 2011년 중령으로 예편했습니다. 국방부에서 북핵과 군사회담을 담당했고, 예편 이후에는 북한대학원대학교 민족공동체지도자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지금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저술 및 연구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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