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성추행, 오후 5시 37분 이후" 관련 사진 제시
피해자 "성추행, 오후 5시 37분 이후" 관련 사진 제시
'정봉주 미투' 피해자 기자회견 열고 관련 증거 제시
2018.03.27 11:49:21
피해자 "성추행, 오후 5시 37분 이후" 관련 사진 제시
정봉주 전 의원으로부터 과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안젤라(가명, 피해자 A)가 기자회견을 열고 2011년 12월 23일 자신의 행적과 관련된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제시했다. <프레시안>을 통해 성추행 사실을 알린 지 20일 만이다. 

안젤라는 오후 5시 이후에 찍힌 자신의 사진을 제시했다. 당초 '알리바이'를 입증하겠다며 정봉주 전 의원이 자의적으로 설정했던 "오후 3시~5시 사이"도 아니고,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를 통해 공개한 일부 사진으로 논란이 됐던 오후 1시~3시 사이도 아니었다. 오후 5시 이후 안젤라는 정봉주 전 의원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그간 오후 5시 이전의 알리바이를 입증하겠다며 일부 사진을 제시해 왔던 상황이라, 안젤라의 증거 제시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가 입을지 모르는 위험 감수...너무나 참담"

안젤라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너무나 참담하고 속상하지만 저는 더 이상 제 존재를 드러내고 향후 제가 입을지도 모를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진실을 밝힐 수 없으리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며 자신이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안젤라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2011년 12월 23일, 여의도 렉싱턴 호텔 1층 카페 겸 레스토랑에서 정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이 이를 부인하자, 이후 입장문 등을 통해 수차례 일관된 주장을 해왔다. 

안젤라는 "(첫 보도 이후) 많은 사람이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얼굴과 신원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 호소를 의심했다"며 또한 성추행 의혹을 부인한 정 전 의원을 가리켜서는 "세간의 편견과 의심을 악용해 저를 유령 취급해왔다"고 지적했다. 

안젤라는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선 가장 큰 이유는, 가장 중요한 증거인 이 사건의 피해자, 즉 제 존재 자체를 밝힘으로써 최소한 기자 여러분에게라도 제 '미투'가 가짜가 아니라는 걸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기억은 흐려질 수도 있지만 저에게 2011년 12월 23일의 기억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봉주 기다리던 시간 특정할 수 있게 됐다"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 사건은 현재 정 전 의원이 안젤라의 주장을 모두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정 전 의원은 안젤라가 성추행 장소로 지목한 렉싱턴 호텔에 아예 간 적이 없다면서 23일에 찍은 780여 장의 사진 중 극소수의 사진을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를 통해 공개한 바 있다. 

안젤라는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쟁점은 2011년 12월 23일 '사건 발생 시간'에 관한 부분"이라며 "그날의 구체적 시간을 더듬기 위해 백방으로 23일의 기록을 찾던 중, 최근 위치 기반 모바일 체크인 서비스 '포스퀘어(Foursquare)'를 통해 하나의 증거를 찾았다"며 "이 기록을 통해 제가 '뉴욕뉴욕'(렉싱턴 호텔 1층 카페 겸 레스토랑)을 방문해 정봉주 전 의원을 기다리고 있던 '시간'을 특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포스퀘어는 위치 기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로 사용자가 방문한 장소를 체크인(check-in)해 장소 정보를 친구와 공유하는 서비스다. 

안젤라는 포스퀘어에서 23일 당시 방문한 렉싱턴 호텔 1층 '뉴욕뉴욕'에서 오후 5시 5분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문구와 함께 최초 체크인 기록을 발견했다. 이후 30여 분이 지난 5시 37분에도 똑같이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문구와 함께, '뉴욕뉴욕' 룸 안에서 찍은 셀카 사진과 함께 추가 체크인 기록을 발견했다. 자동으로 장소와 시간이 기록될 수밖에 없는 포스퀘어의 특성상 해당 기록은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앞서 안젤라는 렉싱턴 호텔 1층 카페에서 정 전 의원을 약 1시간 동안 기다렸다고 밝힌 바 있다. 안젤라는 자신이 발견한 기록을 두고 "이 기록(사진)은 제가 앞서 말한 성추행 장소에 대한 진술이 당시 상황에 부합한다는 점도 뒷받침해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젤라는 자신이 성추행 당한 장소, 즉 렉싱턴 호텔 1층 카페룸을 두고 ‘창문이 없고 하얀 테이블이 있으며 옷걸이가 있는 카페 겸 레스토랑 룸’이라고 묘사했다. 그런데 이날 공개된 사진 뒤편을 보면 옷걸이가 있으며, 창문이 없고 하단에는 하얀 테이블이 보인다. 이는 안젤라가 앞서 묘사한 내용과 거의 같다.

"오후 5시 37분, 정 전 의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젤라는 "저는 그동안 시간대 논란이 벌어지고 있을 때에도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며 "시간대에 관한 명확하지 않은 기억을 내세우는 순간 오히려 혼선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안젤라는 "하지만 이렇게 제가 실제로 12월 23일 오후 5시 경 렉싱턴 호텔 내 카페에 있었다는 걸 확인한 이상, 그 증거를 공개하는 게 도리라고 판단했다"며 "오늘 제가 밝힌 자료는 제 진술의 일관성을 뒷받침해 주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젤라는 "지금까지 많은 혼선을 빚은 시간대 논란도 이 자료로 해소되기를 바란다"며 "저는 적어도 오후 5시 37분까지는 렉싱턴 호텔 내의 카페에서 정 전 의원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안젤라는 정 전 의원이 23일 당일, 5~10분 간격으로 찍었다고 주장하는 780장의 사진을 언급하며 "저의 자료와 정 전 의원이 가지고 있는 사진을 비교해 보면 정 전 의원이 6시를 전후한 시점에 어디에 있었는지 드러나리라 기대한다"며 정 전 의원이 780장 사진을 공개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나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반드시 고소하길 바란다"

안젤라는 지난 20여 일 동안 자신이 겪어야 했던 ‘2차 가해’도 언급했다. 안젤라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그 정도 당한 걸 가지고 뭘 그래?’, ‘피해자는 어떻게 방어했는데?’ ‘정치적 공작 프레임 아니야?’ 등의 비난을 받았다"며 "여전히 현실의 벽이 높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젤라는 "이런 2차 폭력이 여전히 더 많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가두고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고 덧붙였다. 

안젤라는 정봉주 전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안젤라는 "모순으로 가득한 거짓으로 진실을 호도한 사람은 정 전 의원"이라며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젤라는 "제가 정 전 의원에게 바라는 건 공개적인 성추행 인정과 진실한 사과"라며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한다면, 정 전 의원이 정치인으로 무얼 하건 제가 관심 가질 일은 없다"고 밝혔다. 

만약 사과하지 않고 여전히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자신의 말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려면 자신을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반드시 고소하길 바란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안젤라는 "저는 수사기관의 부름이 있으면 언제든 철저히 그리고 당당하게 조사를 받을 것"이라며 "정 전 의원이 어떻게든 진실을 훼손하고 막아보려 하더라도 진실은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미투 운동의 일환으로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사실을 프레시안을 통해 밝힌 후 20여일 만에 저는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기억은 흐려질 수도 있고 왜곡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에게 2011년 12월 23일의 기억은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20여 일 동안 저는 일관되게 2011년 12월 23일, 여의도 렉싱턴 호텔 1층 카페 겸 레스토랑에서 정 전 의원에게 성추행 당했다.’라고 진실을 말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얼굴과 신원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 호소를 의심했습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세간의 편견과 의심을 악용해 저를 유령 취급해 왔습니다.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선 가장 큰 이유는, 가장 중요한 증거인 이 사건의 피해자, 즉 제 존재 자체를 밝힘으로써 최소한 기자 여러분들에게라도 제 ‘미투’가 가짜가 아니라는 걸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참담하고 속상하지만 저는 더 이상 제 존재를 드러내고 향후 제가 입을지도 모를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진실을 밝힐 수 없으리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봉주 전 의원은 2011년 12월 23일에 저를 렉싱턴 호텔에 만나러 올 시간이 없었다는 취지로 알리바이를 주장하면서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은 2011년 12월 23일 ‘사건 발생 시간’에 관한 부분입니다. 저는 이제까지 그날의 시간을 입증할 사진, 메모 등의 기록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날의 구체적인 시간을 더듬기 위해 백방으로 23일의 기록을 찾던 중, 최근 위치 기반 모바일 체크인 서비스 ‘포스퀘어’를 통해 하나의 증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방문한 렉싱턴 호텔 1층 카페 겸 레스토랑인 ‘뉴욕뉴욕’에서 오후 5시 5분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문구와 함께 최초 체크인을 했던 기록을 발견했습니다. 이후 30여 분이 지난 5시 37분에도 여전히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문구와 함께, ‘뉴욕뉴욕’ 룸 안에서 찍은 셀카 사진과 함께 추가 체크인을 한 기록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이 기록을 통해 제가 ‘뉴욕뉴욕’을 방문해 정봉주 전 의원을 기다리고 있던 ‘시간’을 특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기록은 제가 앞서 말 한 성추행 장소에 대한 진술이 당시 상황에 부합한다는 점도 뒷받침해 주고 있습니다. 저는 앞서 사건의 장소를 ‘창문이 없고 하얀 테이블이 있으며 옷걸이가 있는 카페 겸 레스토랑 룸’이라고 묘사했습니다. 증거로 제출한 사진 뒤편에는 옷걸이가 있으며, 창문이 없고 하단에는 하얀 테이블이 보입니다. 첨부한 관련 자료를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그동안 시간대 논란이 벌어지고 있을 때에도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시간대에 관한 명확하지 않은 기억을 내세우는 순간 오히려 혼선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제가 실제로 12월 23일 오후 5시 경 렉싱턴 호텔 내 카페에 있었다는 걸 확인한 이상, 그 증거를 공개하는 게 도리라고 판단했습니다. 정봉주 전 의원이 주장한 대로, ‘미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입니다. 오늘 제가 밝힌 자료는 제 진술의 일관성을 뒷받침해 주는 것들입니다. 또한 지금까지 많은 혼선을 빚은 시간대 논란도 이 자료로 해소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적어도 오후 5시 37분까지는 렉싱턴 호텔 내의 카페에서 정 전 의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 전 의원이 어떤 경로를 거쳐 그곳에 왔으며 정확하게 몇 시에 도착했는지는 제가 증명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선 5분~10분 간격으로 780장의 사진을 찍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정 전 의원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고 봅니다. 저의 자료와 정 전 의원이 가지고 있는 사진들을 비교해 보면 정 전 의원이 6시를 전후한 시점에 어디에 있었는지 드러나리라고 기대합니다.

미투의 거대한 흐름 속에 그동안 숨겨져 왔던 크고 작은 억울함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그 정도 당한 걸 가지고 뭘 그래?’, ‘피해자는 어떻게 방어했는데?’ ‘정치적 공작 프레임 아니야?’ 등의 비난을 받으며 여전히 현실의 벽이 높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이런 2차 폭력이 여전히 더 많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가두고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낍니다. 

제가 정 전 의원에게 바라는 건 공개적인 성추행 인정과 진실한 사과입니다.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한다면, 정 전 의원이 정치인으로 무얼 하건 제가 관심 가질 일은 없습니다. 

모순으로 가득한 거짓으로 진실을 호도한 사람은 정 전의원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러지 않고 여전히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제 말이 거짓이라고 주장하시려거든 저를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반드시 고소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수사기관의 부름이 있으면 언제든 철저히 그리고 당당하게 조사를 받을 것입니다. 정 전 의원이 어떻게든 진실을 훼손하고 막아보려 하더라도 진실은 그 자리에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