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한반도의 '갑'인 한 평화는 요원
주한미군이 한반도의 '갑'인 한 평화는 요원
[칼럼] 남북 북미 정상회담과 사드 사태의 진실과 그 해법
한반도의 비핵화와 관련한 한미, 북미 정상회담이 가까워오면서 그 핵심 해결 방안의 퍼즐 조각이 하나 둘 관련 정부 등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의 관심이 더욱 증폭되면서 흥행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관련 정부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낙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내 덕이요'라고 말하면서 정치적 효과를 높이고 있다. '사전 합의된 각본에 의해 관련국들이 정치적 쇼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자초하는 부분이다. 

이 드라마의 주요 부분 몇 가지는 중국과 미국에서 펼쳐졌다.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 장면을 중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대북특사단을 백악관으로 불러 북미 정상회담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연출을 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에 미국과 함께 반대하면서 유엔 대북 제재에 동참했던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을 최대 국빈으로 대우해, 중국 인민의 북한 이미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키게끔 한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부동산 재벌 출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을 낙관하는 발언을 연발케 만든 그것은 무엇일까? 김정은 위원장이 일약 세계 외교가의 스타로 부상하면서 북한 내 통치기반을 유지할 수 있게 할 그것은 무엇일까? 문재인 대통령을 한반도 운전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만들고, 일본 아베 수상이 '왕따'를 두려워하면서 '나도 끼워줘'라고 외치게 만든 그것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공식 채널에서 내놓은 한반도 비핵화 해법은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으로 보인다. 그 내용 가운데 하나는 북한 비핵화 이행 논의에서 평화체제를 추진하되, 주한미군 주둔 문제는 논외로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관련국들이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주장에 동의하면서 한미동맹인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해 한반도에 주둔중인 주한미군의 존속을 허용하리란 추정이 나오는 배경이다. 

▲ 북미 정상회담,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궁극적인 한반도 평화체제를 기대할 수는 없다. 주한미군이 영원한 '갑'임을 보장한 SOFA 때문이다. 한반도는 여전히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로서, 오직 미국의 국익을 위해 움직이는 미군의 무대가 될 것이다. ⓒAP=연합


주한미군은 유엔사(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한미연합사령부)로 나뉘는데, 유엔사는 1950년 북한에 대항해 창설된 부대다. 유엔사가 맡고 있는 업무가 바로 정전협정 관련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유엔사가 없어지게 되지만, 한미연합사는 그렇지 않다. 한미연합사는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1978년에 설치된 부대다.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될 것에 대비한 미국의 대책이라는 성격으로 읽힌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있는 한 한미연합사는 한국에 계속 주둔한다. 전시작전통제권도 바로 이 한미연합사가 가지고 있다. 평화협정과 한미연합사, 즉 주한미군 철수는 별개다(CBS <노컷뉴스> 4월 8일 보도). 

남북, 북미 정상회담 합의 뒤 미국 조야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되더라도 주한미군 철수는 절대 반대라는 목소리가 컸다. 트럼프도 이 문제에 관해 잠잠하다. 이런 현상은 평화협정이 이뤄지더라도 주한민군은 철수하지 않으리란 추정의 밑받침이 되고 있다. 이런 추정이 빗나갈 수도 있으나, 미국과 중국은 핵 없는 북한과 남한의 분단 상태가 지속되는 한반도라는 미래상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들 두 나라는 한반도를 빌미로 하거나, 한반도를 무대로 다른 면에서 서로 다투고 챙기는 작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냉전시대 종식 이후 동북아 최대의 난제였던 한반도 핵문제 대하드라마가 해결의 종착점을 향해 클라이막스를 향해 질주하는 듯한 양상이다. 그러나 한껏 흥분할 때만은 아니다. 냉정히 이번 사태의 구조와 전후맥락을 짚어야 최상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드라마는 여러 각도에서 살필 수 있겠으나, 한반도 당사국의 하나인 남한의 입장에서 짚어보기로 한다. 

우선 남북,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공간은 한미동맹의 구조 내부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의해 상징된다. 이 조약 가운데 미국에 일방적인 특혜를 부여하는 조항인 4조는 "상호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The Republic of Korea grants,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ccepts, the right to dispose United States land, air and sea forces in and about the territory of the Republic of Korea as determined by mutual agreement)."로 되어 있다. 이 4조의 첫 부분 ‘상호합의에 의하여’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의를 가리킨다. 이 조약은 무기한으로 유효하고, 어느 당사국이든지 타당사국에 통고한 후 1년 후에야 본 조약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폐기되지 않는 한 미군의 한반도 무기한 주둔이 가능하다. 

이 조약 4조의 '권리(right)'에 의해 미국이 한국에 군사력을 배치할 경우 무제한적인 권리를 보장받고 있고, 이 조항의 부속협정인 SOFA도 미국의 우월적 지위를 보장해 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SOFA의 정식 명칭은 ‘대한민국과 아메리카 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다. 즉, 주한 미군이 한국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한국 정부가 정치, 경제, 사회적 편리를 제공하는 사항을 규정한 한·미 간의 협정이다. 당연히 미국이 슈퍼 갑이다. 평택 미군 기지가 세계 최대가 된 근거의 하나다. 

이 4조는 SOFA를 비롯한 주한미군에 대한 협상에서 미국이 특혜를 누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서의 군사적 '권리'를 행사하기 때문에 주한미군에 의한 환경오염 등에 대한 합당한 의무조차 지지 않는다. 이 조약에 따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도 천문학적인 액수로 한국이 부담하고 있다. 

SOFA는 한국이 시설과 부지를 무상으로 미국에 제공하고 미국은 주한미군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한미는 1991년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을 만들어 미국이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유지비용의 절반 정도를 한국이 부담토록 해왔다. 2018년의 경우 9602억 원으로 책정돼 있다. 양국은 1991년 제1차 협정을 시작으로 총 9차례 특별협정을 맺었으며, 2014년 타결된 제9차 협정은 오는 12월 31일로 마감되기에 2019년 이후분에 대해 연내 타결을 봐야 한다. 미국과 SMA를 맺은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미군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군사동맹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앞세워 주한미군기지의 오염 책임을 인정하고 조치에 나선 적이 2009년 이후 없다. 이는 불평등한 SOFA,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 공동환경평가절차(JEAP) 때문이다. SOFA, LPP 등이 한국에서 볼 때 너무 불평등한 이유는 이들 협정 등의 모법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불평등하기 때문이다. 용산미군기지 오염 문제를 규탄할 때 SOFA를 들먹이지만 사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지적해야 한다.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1950년대 말부터 전술핵무기를 남한에 배치하는 등 맘먹은 무기는 다 남한에 들여왔다 빼가는 일을 되풀이 하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미군이 2017년 상반기 군산비행장에 배치한 무인폭격기 등이 그런 예다.

논란이 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도 미국이 이 조약 4조에 따른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이었다. 한국은 '허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한미 간에 사드 배치를 놓고 줄다리기를 했다는 언론보도나 정치권의 설명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기만적 언사에 불과했다. 남한 정부가 사드 배치에서 SOFA에 규정된 환경영향평가를 내세웠으나, 이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권리'가 잘 집행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는 제한적인 취지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 조약이 유지되는 한 제2, 제3의 사드 배치 사태는 불가피하다. 또한 미군기지 오염에 대해서도 한국이 미국에 그 원상회복 등을 요구할 근거를 갖지 못한다. 미국이 한반도 전쟁 발생 시 수백만 명의 인명 피해가 불가피하다는데도 계속 이를 언급하는 것도 바로 이 조약에 근거했기 때문이다.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서는 지금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방부가 사드 기지에 시설 공사를 위한 장비를 반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과 주민들이 이를 막아서면서다. 미국이 ‘권리’를 행사하는 중이고 한국 정부는 그것을 '허여'하고 있는 중이다. 사드 설치 문제가 박근혜 정권 이후 문재인 정권에서도 '불법 설치, 근거 없는 설치'라는 식으로 논란이 되고 있지만, 정부나 정치권, 시민단체 등은 사드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몰라서 그런 측면도 있고 미국이 무섭고, 국내에서 종북으로 몰릴까 두려워서일 수도 있다. 한미동맹은 남한에서 신성불가침으로 여겨져 왔고, 이는 21세기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한국의 국익과 상관없이, 미국을 최대한 만족시키려는 태도라 하겠다. 중국이 사드를 두고 미국이 아닌 한국에 보복 조치를 취하는 것도 약한 고리를 내친다는 비겁한 짓임은 물론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불평등성은 필리핀, 일본의 미국과의 군사동맹 내용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필리핀과 미국의 상호방위협정은 1991년, 1947년에 합의된 기지 협정이 폐기되면서 무효화했다. 이에 따라 미군은 필리핀에서 전면 철수했다. 그러나 9.11 사태 이후 미국과 필리핀의 안보조약이 재건되어 2014년 두 나라는 조약이 아닌 협정의 형식으로 12개 항의 방위협력강화협정(ECDA)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필리핀에 영구적인 군 주재나 군사기지를 만들 수 없고, 핵무기의 필리핀 반입은 금지된다. 미군은 이 협정에 따라 필리핀 정부가 허가하는 지역, 주로 필리핀군에 의해 소유, 통제되는 지역과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미군의 환경 보호 조치 등은 필리핀 법규 등을 준수해야 한다. 이 협정에 따라 미국, 필리핀 두 나라가 태평양지역에서 외부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두 나라 외무장관은 이 조약의 적용문제 등을 협의한다. 무력을 동원한 공격 등이 두 나라에 의해 취해졌을 경우, 이를 유엔 안보리에 즉각 보고한다. 이 협정은 10년 시한이며, 어느 한 쪽이 종료 의사를 통보한 뒤 1년이 지나 뒤 폐기될 때까지 유효하다.

미일상호안보조약은 1960년 체결되었고 양측은 이 조약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각국의 헌법적 허용 범위 안에서 상호 협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양측은 일본의 안보나 동북아에서의 평화와 안정이 위협받을 경우 이 조약의 적용을 수시로 협의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필리핀 미국 상호방위협정, 미일상호안보조약 등을 비교 검토할 때 큰 차이가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폐기에서부터 개정 등 여러 가지를 상정할 수 있으나, 개정 시 필리핀 수준으로 정상화해야 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계속 유지된다면 남북, 북미 정상회담 뒤에도 남한은 여전히 미국에 군사적으로 예속된 상태에 머물고, 그럴 경우 평화통일 노력은 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의 국가이기주의 틈바구니 속에서 한반도에 전쟁 위험이 사라지고 평화와 교류협력이라는 목표가 추진될 수 있을 것인가? 향후 미국이, G2로 부상한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추진하면서 북한을 볼모로 한반도 위기론에 편승해 이익을 계속 챙기려 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존속하는 한 제2, 제3의 사드 사태는 막을 수 없고, 중국의 보복은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대 중국 무역 의존도가 50%를 넘는 만큼, 중국이 이를 보복 수단으로 삼을 경우 사태는 대단히 심각해진다. 이에 대한 남한의 대비가 필요하고, 그것은 한미동맹의 정상화뿐이다. 

현재 동북아 상황을 보면 한국이 한반도 당사국답게 상당한 정도의 지렛대 역할을 해야 할  당위성이 커지고 있다. 만약 한국이 냉전시대의 위상에 안주하려 한다면 미중의 패권 경쟁이 더욱 뜨거워지면서 한반도 분단 지속과 그에 따른 위기 지수는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 사태를 약화 또는 방지하기 위해서 한국은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불평등한 한미군사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

미국이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입에 달고 다닐 수 있는 근거는, 군사관계에서 미국이 갑이고 한국이 을이기 때문이다. 북미관계 악화 속에서 미국이 전쟁 불사의 입장을 계속 펴왔지만, 전쟁 피해의 당사자가 되는 한국의 존재감은 실종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앞으로 그래서는 안 된다. 지구촌이 비웃는 국치스런 일이다. 미국이 갑의 위상을 계속 유지토록 하는 것은 미국이 독불장군식 한반도 정책을 강행할 빌미를 줄 뿐임에 주목해야 한다. 

한미가 평등한 군사주권국가의 관계를 맺고 미국이 북한을 유엔 회원국이란 대등한 관계에서 상호 주권을 존중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해법을 모색할 때 진정한 동북아 평화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이후의 미래를 생각할 때 경제력 세계 10위권 국가이며, 무기를 해외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한국이 군사 주권을 회복해서 한반도의 진정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 고승우 박사는 615 남측위 언론본부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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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한겨레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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