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수 없는 보유세, 어떻게 강화해야 할까?
피할수 없는 보유세, 어떻게 강화해야 할까?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보유세 강화, 토지공개념의 정수(精髓)
피할수 없는 보유세, 어떻게 강화해야 할까?
토지공개념 조항은 현행 헌법에도 들어 있으나 내용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해석의 여지가 크다. 그 때문에 헌법정신을 구현한 토지공개념 관련 법률들이 도입되었다가도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고, 이는 정부로 하여금 부동산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토지공개념 헌법 명시 제안은 시의적절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해야 한다. 

토지공개념 실현에서 핵심은 불로소득 차단·환수다. 이 일에는 토지보유세가 최선이다. 토지보유세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어서 스미스와 마셜 등 쟁쟁한 경제학자들의 상찬을 받았다. 최근 OECD나 IMF 등 국제기구도 이 세금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그것을 강화할 것을 권면했다. 한국은 부동산 불로소득의 규모가 엄청나서 '부동산공화국'이라는 별명이 붙었음에도 보유세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미약하다. 이상적인 보유세 강화 방법은 종부세를 폐지하는 대신 국토보유세를 도입해서 세수 증가분을 전 국민에게 토지배당으로 분배하는 것이다. 당장 이 방안을 도입하기 어렵다면, 공시가격 실거래가 반영률을 상향 조정하고,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고, 종부세의 과표구간과 세율을 참여정부 때처럼 변경하는 방법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실효성 있는 보유세 강화 방안을 마련하여 토지공개념 헌법 명시를 제안한 취지를 살리기 바란다. (필자)

회피할 수 없는 이슈로 부각된 토지공개념

대통령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을 명문화하는 내용이 들어 있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들은 이를 빌미로 제왕적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사회주의 헌법’을 도입하려 한다고 맹공을 펼치지만, 약발이 먹히지는 않는 것 같다. 그 와중에 "재산과 토지를 공유한다는 뜻이니 공산주의 사회에서나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둥, "토지공개념제도가 있는 나라는 잠비아뿐"이라는 둥, "토지공개념을 가장 확실하게 한 모든 나라는 지금 몰락했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주장들이 분출했으나 모두 근거 없는 가짜뉴스임이 판명되었다.
 
현행 헌법에도 토지공개념 조항이라 불리는 내용이 들어 있다. 제122조("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 조항은 내용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해석의 여지가 크고, 그 때문에 1990년대 노태우 정부 때 제정된 토지공개념 3법 중 2개 법률(토지초과이득세법,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과 참여정부 때 제정된 종합부동산세법 등 헌법의 토지공개념 정신을 살린 법률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위헌 또는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았다. 주기적으로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어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부동산 불로소득 때문에 심한 불평등이 초래되는데도 우리 사회가 유효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데는 현행 토지공개념 조항의 모호함이 크게 작용했다. 

따라서 이번에 문재인 정부가 기존의 토지공개념 조항에다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법률로써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항을 신설하여 토지공개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로 한 것은 참으로 시의적절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 MBC TV <100분 토론>에서 발표된 여론 조사 결과는 토지공개념 헌법 명시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64.1%가 찬성, 27.9%가 반대인 것으로 나와서, 이 사안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통과되는 대로, 부결되면 부결되는 대로, 토지공개념은 당분간 한국의 정책 공론장에서 최대 이슈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토지공개념 실현을 위한 정책수단

토지공개념은 토지제도와 부동산 정책의 기본 철학과 관련되는 문제라서 매우 중요하지만, 어떤 정책으로 그 정신을 구현할 것인가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앞으로는 토지공개념 헌법 명시 여부와 함께 정책 수단에 대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토지공개념은 직접 소유를 제한하는 방법, 토지 이용을 규제하는 방법, 처분을 제한하는 방법, 수익을 제한하는 방법 등 다양한 형태로 구현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소유 제한과 처분 제한은 시장원리에 반하는 정책수단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중심으로 토지공개념을 구현할 경우 반(反)시장적이라는 비판을 모면하기 어렵다. 

하지만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토지공개념을 구현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히 토지단위들이 붙어 있어서 한 곳에서 하는 경제활동이 주변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외부효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지이용 규제를 시행하는 것은 토지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친시장적 정책이다. 그래서인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 모든 나라에서 토지이용 규제를 실시하고 있고,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반면, 수익제한, 즉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정책도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시행할 수 있지만, 이 정책은 나라별로 천차만별일 뿐만 아니라 그에 관한 견해도 다종다양하다.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으면, 불로소득을 노린 부동산 투기가 빈발하고,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며,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인한 불평등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들은 형평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시장경제의 원활한 작동을 방해한다. 필자가 몇 사람과 함께 추산한 바에 따르면, 2007~2015년 사이에 한국에서 발생한 부동산 소득은 GDP의 30%를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해야 효과적일까?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불로소득을 지가 차액, 즉 자본이득으로 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책으로는 부동산 자본이득세를 떠올린다. 한국에서도 1974년에 실현 자본이득에 과세하는 양도소득세가 도입되어 지금까지 부과되고 있다.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일부 환수하는 기능을 하지만, 동결효과와 조세 전가 등의 부작용이 있을 뿐 아니라, 지대소득을 전혀 건드리지 못한다는 한계를 내포한다. 이 세금은 부동산을 팔 때 부과하기 때문에 부동산 소유자로 하여금 부동산 매각을 꺼리게 만들어서 거래를 위축시킨다. 또 팔지 않고 보유하면서 지대소득을 향유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게다가 매도자가 우위에 서는 가격 상승기에는 세금 부담이 매수자에게 전가되기도 쉽다. 따라서 부동산 불로소득은 발생한 후에 자본이득세로 환수하기보다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 현명한데, 그 가장 좋은 수단은 토지보유세다. 

토지보유세의 우수성

토지보유세는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 효과가 큰 것은 물론이고 다른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이 세금은 제대로 부과할 경우 토지 소유자가 차지하는 지대소득을 줄일 뿐 아니라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서 부동산 자본이득도 줄인다. 더욱이 올바로 설계할 경우 양도소득세의 결함인 동결효과나 조세 전가를 유발하지도 않는다. 양도소득세와는 달리 토지보유세는 보유 중에 부과하기 때문에, 부동산 소유자는 매각을 꺼리기는커녕 오히려 불필요한 부동산을 매각하는 쪽으로 움직인다. 또 토지는 공급이 고정되어 있어서 세금부담이 사용자에게 전가되지 않고 온전히 소유자에게 귀착된다. 애덤 스미스, 존 스투어트 밀, 알프레드 마셜, 아서 피구, 존 코먼스, 콜린 클라크, 윌리엄 비크리 등 쟁쟁한 경제학자들이 한결같이 토지보유세를 상찬한 것은 그것이 이런 장점을 갖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토지공개념의 시조로 알려진 19세기 후반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토지보유세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토지가치세를 주창했다. 토지가치세는 지대세라고도 불리는데, 토지지대의 대부분을 징수하는 세금이다. 헨리 조지는 명저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에서 네 가지 조세원칙으로 토지가치세를 평가한 바 있다. 그가 기준으로 삼은 조세원칙은 중립성, 경제성, 투명성(확실성), 공평성 네 가지였다. 중립성은 조세가 경제를 위축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고, 경제성은 조세 징수에 따르는 행정비용이나 사회적 비용이 적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또 투명성(확실성)은 세원이나 조세 징수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는 원칙이고, 공평성은 사회로부터 혜택을 많이 받을수록 많은 부담을 지게 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헨리 조지는 토지가치세가 네 기준 모두에서 최상의 점수를 받는 세금임을 명쾌하게 논증했다. 

최근에는 OECD나 IMF 등 국제기구도 토지보유세가 모든 세금 중 가장 성장친화적이라는 견해를 피력하거나, 효율성과 형평성 양면에서 보유세 강화를 강력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Norregaard(2013)는 선진국의 경우 부동산 보유세를 GDP의 2% 이상 수준으로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단, 토지와 건물의 결합체인 부동산에 부과하는 보유세는 가장 좋은 세금인 토지보유세와 가장 나쁜 세금의 하나인 건물보유세가 결합된 것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건물보유세가 나쁜 세금인 이유는 건축 행위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조세 전가가 크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능한 한 부동산 보유세는 토지 중심으로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실에서는 토지보유세 중심의 과세보다는 토지·건물 통합과세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더라도 토지보유세의 장점이 어느 정도 유지되기 때문에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책 정도는 된다고 볼 수 있다. 

한국 부동산 보유세의 현실

한국은 부동산 불로소득의 규모가 엄청나서 이미 '부동산공화국'이라는 별명이 붙었음에도 대책은 미흡하다. 양도소득세와 토지 관련 부담금의 불로소득 환수 비율은 매우 낮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불로소득을 사전에 차단하는 보유세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부담이 가볍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GDP 대비 보유세 비율(2015년 기준)은 0.8%로 OECD 평균(1.12%)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 비율보다 더 확실하게 보유세 부담의 정도를 나타내는 실효세율(보유세액/부동산가액)을 보면, 한국은 현재 계산이 가능한 OECD 12개 국 가운데 독일, 노르웨이와 함께 0.1%대로 가장 낮은 국가군에 속한다.(<그림 1> 참조) 부동산 조세 구조의 면에서도 한국은 문제를 드러낸다. 보유세와 거래세를 합한 전체 부동산세 총액 중 보유세 비중이 너무 낮은 대신 거래세 비중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2015년 현재 한국의 거래세 비중은 71.3%로, OECD 35개국 중에서 라트비아(88.9%)와 터키(79.1%) 다음으로 높다. 참고로 미국,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는 이 비율이 0%, 뉴질랜드는 1.7%, 캐나다는 7.6%로 극히 낮은 수준이다. 이 나라들은 보유세 중심으로 부동산 세제를 운용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주기적으로 투기가 발생하고 부동산이 치부(致富)의 주요 수단이 된 것은 이상에서 언급한 부동산 세제의 결함과 무관하지 않다. 

                       <그림 > OECD 국가별 보유세 실효세율 추이 (1970~2015)

▲ 자료: 이진수·남기업, 2017, “주요국의 부동산 세제 비교 연구 ① - 보유세 실효세율 비교”, <토지+자유 리포트> 14호.


과세 기술의 측면에서도 큰 문제가 존재한다. 과세의 근거 자료로 사용되는 부동산 공시가격이 현저하게 형평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유세액은 ‘{공시가격 ― 과세기준 금액} × 공정시장가액비율 × 세율’의 공식으로 계산하는데, 부동산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이 부동산유형별·지역별·가격대별로 큰 차이가 있어서 세 부담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같은 가액이라도 어떤 부동산을 어디에 소유하느냐에 따라 세 부담은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필자가 1가구 1주택자가 시가 15억 원짜리 아파트를 세종시에 보유하는 경우와 15억 원짜리 단독주택을 울산시에 보유하는 경우의 세 부담을 계산해 본 결과, 전자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로 약칭함) 합쳐서 246만 원을 부담하는 반면, 후자는 종부세는 내지 않고 재산세만 116만6400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불공평은 보유세 강화 정책을 시행하기 전이라도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주택, 토지와 전혀 다른 과세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상가·건물 보유세의 경우, 과표 현실화율이 현저하게 낮아서 사실상 큰 특혜를 누리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부동산 보유세 어떤 방법으로 강화해야 할까?

한국의 지대추구 경향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보유세를 강화해서 토지공개념을 실현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인가이다. 정책 추진의 기본 방향과 목표, 그리고 방법을 결정하는 것은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보유세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비토 논리가 퍼져 있기도 하고 조세저항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경제 관료들이 추진하기를 꺼리는 정책 과제이기도 하다. 며칠 전 보유세제 개편 방향을 결정할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출범하기는 했지만, 위원 면면을 볼 때 부동산의 특성과 토지의 공공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개혁적 성향의 인물은 소수여서, 과연 경제 관료의 입김을 배제하고 ‘부동산공화국’을 해체할 만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지 의심스럽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가장 이상적이면서도 조세저항 문제까지 해결할 방안은 종부세를 폐지하는 대신 그보다 장점이 많은 국토보유세를 도입해서 세수를 충분히 확보하고 그것을 전 국민에게 토지배당으로 똑같이 분배하는 것이다. 이는 토지보유세와 기본소득을 결합하는 방안으로, 전 국민이 국토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갖고 있음을 전제한다. 필자는 한신대 강남훈 교수와 공동 집필한 한 논문에서 국토보유세를 도입해서 세수를 15.5조 원 늘리고 이를 전 국민에게 1인당 연간 30만 원씩 토지배당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 논문에서 우리는 이 방안을 시행할 경우 전체 가구의 95%가 순수혜 가구가 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제시했다. 

세수를 15조 원 이상 늘리겠다고 하고 모든 토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부과한다고 하니, 아무리 순수혜 가구가 많아서 조세저항 문제는 발생하기 어렵다고 말하더라도 정치인이나 경제 관료들이 이 방안을 선뜻 받아들이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고육지책이기는 하지만, 현행 보유세 체계(종부세·재산세 체계)의 유지를 전제로 한 개편 방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현행 보유세 체계를 유지한 채로 보유세를 강화할 경우,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즉각 시행 가능한 방안으로, 부동산 공시가격 제도를 개선하는 동시에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이 방안은 법률을 개정할 필요 없이 행정 조처만으로 시행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공시가격의 부동산유형별·지역별·가격대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실거래가 반영률을 상향 조정하고,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80%에서 100%로 높이면 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공시가격 ― 과세기준 금액)에 곱해서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적용하는 비율인데, 현재 종부세의 경우 80%, 주택 재산세의 경우 60%, 토지 및 건축물 재산세의 경우 70%이다.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로 높인다는 말은 (공시가격 ― 과세기준 금액)을 그대로 과세표준으로 사용한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종부세의 과표 구간과 세율을 참여정부 당시로 복원하는 방안이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첫해에 종부세 무력화에 전력투구하여 세 부담을 크게 완화하는 방향으로 과표 구간과 세율을 대폭 개편했는데, 이를 참여정부 당시의 세율 체계로 복원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법률 개정을 요하는 방안으로, 전자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세율 체계를 참여정부 당시로 복원한다고 해서 세 부담도 그때 수준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때는 세대별 합산 과세였던 것이 인별 합산으로 바뀌었고 과세 기준 금액도 달라졌기 때문에, 과세 대상자 수와 세 부담은 참여정부 수준으로는 증가하지 않는다. 이 방안은 공시가격과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개선하는 앞의 방안과 병행할 수 있는데, 그 경우 세 부담이 어떻게 변할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보유세제 개편 시나리오

현행 보유세 체계 유지를 전제로 보유세를 강화할 경우, 변수는 공시가격 실거래가 반영률 조정,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변경, 종부세 과표구간·세율 개편 등 세 가지다. 필자는 이 세 변수를 조합해서 보유세제 개편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았다. 공시가격 실거래가 반영률 조정은 현행 혹은 70%, 80%, 90%, 100%로 균일적 상향을 한다고 가정하자.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행 비율을 유지하거나 100%로 상향하는 두 가지 경우를, 종부세 과표구간·세율은 현행대로 유지하는 경우와 참여정부 수준으로 변경하는 경우 두 가지를 상정하자. 세 변수에서 각각 5가지, 2가지, 2가지의 경우를 가정하므로 총 20개의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표 1>은 20개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재산세와 종부세의 세수가 어떻게 변할지 <가계금융복지조사> 데이터를 활용하여 추계한 결과를 보여준다. 


<1> 부동산 보유세 개편 시나리오별 세수액 시뮬레이션 (단위: 조원)

개편 내용

시나리오

공정시장

가액비율

실거래가

반영율

재산세액

종부세액

보유세액

실거래가 반영률 상향

1

현행(80%)

현행

10.2

1.5

11.7

2

현행(80%)

70%

11.9

1.9

13.8

3

현행(80%)

80%

13.9

2.5

16.4

4

현행(80%)

90%

15.9

3.2

19.1

5

현행(80%)

100%

17.9

4.0

21.9

실거래가 반영률 상향 +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6

100%

현행

10.2

2.0

12.1

7

100%

70%

11.9

2.5

14.4

8

100%

80%

13.9

3.3

17.1

9

100%

90%

15.9

4.2

20.1

10

100%

100%

17.9

5.3

23.2

과표구간·세율변경

+ 실거래가 반양률 상향

11

현행(80%)

현행

10.2

2.3

12.5

12

현행(80%)

70%

11.9

2.8

14.8

13

현행(80%)

80%

13.9

3.8

17.7

14

현행(80%)

90%

15.9

4.9

20.8

15

현행(80%)

100%

17.9

6.2

24.1

과표구간·세율변경

+ 실거래가 반양률 상향

+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16

100%

현행

10.2

2.9

13.1

17

100%

70%

11.9

3.7

15.6

18

100%

80%

13.9

5.0

18.8

19

100%

90%

15.9

6.4

22.4

20

100%

100%

17.9

8.1

26.0

: 부가세(surtax)는 미포함.

자료: <가계금융복지조사> 2011년 및 2016년 데이터, 국세통계(http://stats.nts.go.kr), 국가통계포털(http://kosis.kr).


보유세 강화의 목표를 어느 수준으로 잡느냐에 따라 어느 시나리오를 채택할지가 결정된다. 만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약속한 GDP 1% 수준으로 보유세를 강화하려고 하면, ‘시나리오 7’을 선택할 수 있다. 2015년 현재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율은 0.8%인데, 이를 1%로 올리려면 부동산 보유세 세수를 약 3.2조 원 늘려야 한다.(GDP를 1600조 원으로 가정). ‘시나리오 7’은 현재 부동산유형별·지역별·가격대별로 중구난방 상태인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을 균일하게 70%로 조정하고,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로 올리는 방안이다. 이 시나리오를 채택할 경우 ‘종부세 + 재산세’는 2.7조 원 증가한다. 지방교육세, 농특세 등 부가세(surtax)는 ‘종부세 + 재산세’의 14% 수준이므로 이를 반영하면, 보유세 증가액은 3.1조 원이 될 전망이다. 

IMF에서 권고하는 GDP 2% 수준으로 보유세를 강화하고자 할 경우부동산 보유세 세수는 약 19.2조 원 늘어야 한다. 20개 시나리오 중 이 목표 실현에 가장 근접한 것은 ‘시나리오 20’이다. 이 시나리오는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로 올리고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을 균일하게 100%로 조정하는 동시에 과표구간과 세율을 참여정부 때와 똑같이 만드는 방안이다. 이 시나리오를 채택할 경우 ‘종부세 + 재산세’는 14.4조 원 증가하고, 부가세까지 포함하면 보유세 총액은 16.3조 원 증가할 전망이다. 현행 보유세 체계를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서 도입 가능한 방안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시나리오임에도 GDP 2% 수준에 도달하려면 약 3조 원이 부족하다. 목표치 19.2조 원을 달성하려면 종부세 과세기준을 인하하여 과세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 시나리오를 정책으로 시행할 경우, 종부세는 현재의 2.8배 수준으로 늘어나고, 재산세도 1.8배 수준으로 늘어나서 조세저항이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 방안은 시간을 두고 많은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친 후에 추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 후반부터 현재까지 줄곧 부동산 보유세 강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온 것을 감안할 때 ‘시나리오 6’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시나리오는 모든 항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만 현행 80%에서 100%로 올리는 방안이다. 이 방안을 채택할 경우, 재산세는 현행대로 유지되고 종부세 세수만 0.5조 원 증가할 전망이다. 이 시나리오는 보유세 강화의 정도가 미약해서 정책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뿐 아니라, 현행 공시가격제도의 문제점을 방임한다는 결정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토지개혁을 성공시켜서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토지분배 상태를 실현했던 대한민국이 '지대추구의 덫'에 빠져 불평등과 저성장을 노정하게 된 것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국을 '지대추구의 덫'에서 건져내 다시 평등하고 활력 있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는 부동산 불로소득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토지공개념을 명문화한 개헌안을 발의한 것은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도 만일 최근 출범한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시나리오 6' 정도의 개편 방안을 제안하는 것으로 그치고 청와대가 그것을 수용한다면, 표리부동이요, 용두사미라는 비판을 모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보유세 강화는 토지공개념의 정수(精髓)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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