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리커창, 文대통령 면전에서 드러낸 속내
아베·리커창, 文대통령 면전에서 드러낸 속내
아베 "납치·핵·미사일 포괄적 해결", 리커창 "중국 지속적 역할 할 것"
2018.05.09 16:23:33
아베·리커창, 文대통령 면전에서 드러낸 속내
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리커창 중국 총리는 각각 '대북 관계 진전'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동북아시아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한 양국의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한중일 정상회의를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납치, 핵, 미사일 등 여러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북한이 올바른 길을 걸어 나간다면 '북일 평양 선언'에 의거해서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지향해 나가겠다. 이것이 일본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엄격한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아베 총리가 대북 강경론에서 한 발 물러서 '북일 수교' 의지를 피력한 것은 전향적이다. 

아베 총리가 언급한 '북일 평양 선언'은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간에 합의한 '북일 수교'의 기초가 되는 협약이다. 북한은 납치자 문제와 미사일 발사 문제를 해결하고, 일본은 과거사 청산을 위한 배·보상을 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었다.

아베 총리가 '평양 선언'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을 뿐 아니라, 직접 '불행한 과거'를 언급한 점도 주목된다. 이는 일본이 북한에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고 배·보상할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9일 오전 일본 도쿄 영빈관 '하고로모노마'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 "납치·핵·미사일 해결하면 북한에 과거사 청산"

그러나 실제로 북일 수교가 이뤄지기까지 남은 과제는 만만치 않다. 아베 총리는 '북일 국교 정상화'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으로 "북한의 모든 대량 살상무기(WMD) 폐기, 탄도 미사일 무기 폐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제시했다. 미국은 북핵 폐기에 대해 '완전한'에서 '영구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협상 문턱을 높이고, 폐기 대상도 '모든 대량 살상무기'로 강화한 바 있는데, 여기에 일본도 궤를 같이한 것이다.

특히 일본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미가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만 폐기하기로 하고, 일본을 위협할 수 있는 중단거리 미사일 폐기에 합의하지 않을까봐 우려하고 있다. 일본에 대한 위협이 완전히 사라져야 북일 수교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또 북핵 문제의 큰 진전이 있기까지는 대북 제재를 풀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여러 문제에 대해 유엔(UN)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한다는 것은 한중일 3개국 공통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우리 3개국은 앞으로도 서로 손을 잡고 리더십을 발휘해 나가기로 합의했다"며 "이 지역의 안정과 번영이 전세계 평화와 안정에 공헌하는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으로 새로 열린 대화 분위기를 일본도 거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리커창 "한중일+X 시스템 구축하자"

리커창 중국 총리도 "북한의 비핵화 방향을 환영하고 대화로 풀어 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에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고, 일본과 북한이 대화를 진행하는 것도 기대하고 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커창 총리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중국은 건설적인 역할을 지속적으로 발휘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중국 소외론'을 경계했다.

리커창 총리는 한중일 3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리 총리는 "자유무역지대 창설은 3개국이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 조치"라며 "보호무역주의에는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경계하는 말이다. 리 총리는 또 "한중일 3개국의 FTA 창설을 위해서는 먼저 중국과 일본의 FTA 창설도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커창 총리는 특히 "중국은 한중일 플러스 X의 시스템도 구축하기 바라고 있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한반도 평화 협정 체결 주체로 현재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이 검토됨에 따라, '중국 소외론'이 일고 있는데, 중국은 이를 불식하고 동북아시아에서 새로운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남기 때문이다. 미국이 불편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리 총리는 "X측이라는 것은 우리 한중일 3개국이 FTA를 체결한 당사국 이외의 국가를 이야기한다"고만 말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국가를 포괄할 수 있을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중국이 협력 대상으로 북한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X가 북한을 꼭 지칭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무역에 호의적인 역내 국가들을 지칭한 일반론으로 받아들여달라는 취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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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dongglmoon@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기획팀에서 노동 분야를 담당하며 전자산업 직업병 문제 등을 다뤘다. 이후 환자 인권, 의료 영리화 등 보건의료 분야 기사를 주로 쓰다가 2015년 5월부터 정치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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