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 북한'을 대비하는 중국, 셈법은?
'친미 북한'을 대비하는 중국, 셈법은?
[최성흠의 문화로 읽는 중국 정치]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중국에 절실한 까닭
'친미 북한'을 대비하는 중국, 셈법은?
"Very honest exchange between KIM & MOON(매우 진솔함이 김정은과 문재인 사이에 오고 가다)."

미국 CNN 방송은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평화로운 티타임을 롱컷으로 내보내며 위와 같이 자막을 달았다. 

유엔을 상징하는 하늘색이 칠해진 펜스 안쪽 간이 테이블에 마주 앉아 두 정상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그 옆에 세워진 붉게 녹슨 군사분계선 표지판과 작게 들리는 새소리가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CNN 기자는 두 정상이 언어가 통하기 때문에 저렇게 배석자 없이 단둘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놀라워했다. 말이 통하면 마음도 통한다. 좁은 다리의 막다른 끝에서 두 사람은 틀림없이 마음이 통했을 것이라 믿는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은 그 회담 직후에 발표됐다. 선언은 비핵화, 종전선언, 남·북·미 정상회담, 남북 간 경제협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는 남한과 북한만 합의한다고 해서 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선언문에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했다. 

중국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라는 표현은 3자회담이 우선이고 경우에 따라서 4자회담도 할 수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차이나 패싱'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중국은 대화의 주도권은 고사하고 대화에 참여조차 못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중국은 반드시 3자회담이 아닌 4자회담이 되도록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이 대화의 참가자들에게 줄 수 있는 것과 받을 것의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다른 참가자들도 마찬가지지만 현 상황에서 중국은 더 획기적인 것을 준비해야 한다. 판문점 선언문이 그렇게 요구하고 있다. 

▲ 중국을 찾은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이 북한 핵시설을 정밀타격 하는 것이 아니다. 관방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외국의 무장병력이 북한에 진입하지 않는 한 중국은 중립을 지킬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특히 북한이 선제공격했을 때는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공식입장이기도 하다. 

문제는 만약 무력충돌이 일어났을 경우 북한의 난민이 중국에 유입되는 것이다. 대규모 난민이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들어오면 난민 정착촌이 생길 것이고, 그곳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무장경찰 혹은 인민해방군이 투입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과잉대응 혹은 비인도적인 통제가 이루어지게 되면 폭동이 발생하고, 중국의 진압은 더욱 강경해질 것이다. 만약 북한인들 사이에서 간도는 원래 우리 땅이었다는 생각과 중화주의적 민족감정이 뒤엉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중국의 일각에서는 코소보에서처럼 유혈사태가 발생하고 그럼 UN의 평화유지군이 만주지역에 진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 중국에게 그것보다 더 나쁜 상황은 없다. 북한의 난민이 국경을 넘어올 것에 대비해서 중국이 준비했다는 것을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보도했었다. 

그 다음 나쁜 상황은 북한이 핵을 보유한 채 친미로 돌아서는 것이다. 미국이 파키스탄의 핵문제에 대해서 비교적 관대한 것은 근본적으로 파키스탄은 ICBM같은 미국을 겨냥할 수 있는 핵 운반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동지역에서 파키스탄이 미국의 병참기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북한이 ICBM만을 폐기하고 핵은 보유한 채 친미가 된다면 중국에게는 엄청난 위협이 된다. 북한 핵 그 자체로도 위협이지만 일본과 대만이 핵무장을 추진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중국은 당연히 원하지 않고, 물론 우리나라도 용납할 수 없다. 

중국이 지금 바랄 수 있는 것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친중 정권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한발 물러서서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친미로 돌아선다고 해도 한반도가 안정을 유지한다면 중국으로서는 나쁠 것이 없다. 왜냐면 시진핑 정권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정책 다르게 표현하면 서진(西進)정책이 성공하려면 동쪽이 안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북한의 비핵화는 누구보다 먼저 중국이 앞장서서 해결해야할 문제였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태도가 이렇게 극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고, 북중우호협력조약을 근거로 북한을 여전히 자신들이 보호하고 원조하는 대상으로 대해 왔다. 그런 안이한 생각 때문에 중국은 지금의 좁은 입지에 서게 된 것이다. 

북중우호협력조약을 거론할 때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제2조이다. 타국의 침공을 당해서 전쟁상태에 돌입하게 되면 즉시 전력을 다해 군사적인 원조뿐만 아니라 기타의 원조도 제공하게 되어있다. 이 조항을 들어 많은 사람들이 중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미국이 북한을 쉽게 공격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조항은 중국에게도 부담이다. 북한의 전쟁에 중국이 휘말려야 하며, 북한의 적이 곧 중국의 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과 적이 되고 싶지 않으며 미국과 전쟁은 더욱 하고 싶지 않다. 

조약 제3조에는 "체약 쌍방은 체약 쌍방을 반대하는 어떤 동맹도 맺지 않는다. 또한 체약 쌍방을 반대하는 어떤 집단, 어떤 행동 또는 조치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중국은 이미 한국과 수교했고, 미국 주도로 이루어진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경제제재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금 당장 북한이 그 조약은 이미 무효가 됐다고 선언해도 할 말이 없는 상태이다. 

최근 김정은과 시진핑은 한 달여 만에 다시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 "북중우호협력관계는 새 시대의 요구에 맞춰 더욱 긴밀하게 전면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 긴밀하고 전면적이라는 용어가 주는 느낌이 더욱 가까워져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새 시대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현재 일어나는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다시 말해 조중우호협력조약의 내용이 바뀌거나 혹은 폐기되고 새로운 조약을 맺거나 할 수도 있다고 읽혀진다. 

조약의 내용 중에서 제2조 군사원조에 대한 내용이 삭제된다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북한의 진정성을 보증하는 증거이며 미국에 대한 선물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북한이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상황이 되면 북핵의 철저한 폐기를 요구하는 입장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된다. 중국이 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국은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과 교수 스인홍(時殷弘)은 중국이 한반도 정세에서 원하는 것을 대략 여섯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절대로 전쟁은 안 되며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 둘째, 북한 내부에 통제할 수 없는 혼란이나 내전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셋째, 북한은 반드시 중국에 우호적이어야 하며 적대적이어서는 안 된다. 넷째,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다섯째, 북·중 관계를 탄력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여섯째, 한반도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보루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한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여섯 번째에서 언급했듯이 한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북한이 친미적 성향을 갖게 된다고 해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정치적 긴장관계가 해소되면 경제적 이해관계가 이 지역의 새로운 질서가 될 것이다. 그래야 중국으로서도 서진정책에 집중하고, 곧 발생하게 될 남중국해의 분쟁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금년 1월 말에 중국 주미대사 추이텐카이(崔天凱)는 <US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평화적이고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친서방적 통일 한반도에 대해 개방적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추이 대사는 "평화적이기만 하다면 그것은 한국민의 자주적인 것이며 중국은 그것을 지지한다"고 대답했다. 친서방적인 한반도라고 해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재차 물었을 때 "그것은 한국민에 따르는 것이다. 그들이 분열하든 통일하든 그들의 자주적인 외교이며 우리는 거기에 적응해야 한다. (…) 그들은 그들의 가장 큰 이익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주미대사의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중국의 공식적인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에 평화가 오기 위해서는 몇 번의 진솔한 대화가 더 필요하다. 이미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두 번이나 만났고, 미국의 국무장관 폼페이오(Mike Pompeo)도 김정은을 두 번째 만나서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3명을 데리고 워싱턴으로 돌아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리커창 중국 총리를 만났고, 한·일 정상회담도 열렸다. 이제 한·미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남았다.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남·북 정상이 그랬듯이 진심을 나눈다면 평화와 안정이 한반도에 펼쳐질 것이다.

인류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역사적 순간을 맞고 있다. 극도로 긴장된 상태가 거짓말처럼 해소되고 평화와 안정이 기다리고 있다. 전쟁이 아니라 각국 정상들의 대화를 통해 질서를 회복하는 이성적 인간의 승리를 보여줄 기회다. 국제정치든 국내정치든 정치의 목표는 바람직한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인류의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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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중국 문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대륙연구소, 북방권교류협의회, 한림대학교 학술원 등에서 연구원을 역임했다. 중국의 관료 체제에 관한 연구로 국립대만사범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중국의 정치 문화에 대한 연구로 건국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 권으로 읽는 유교> 등의 번역서와 <중국 인민의 근대성 비판> 등 다수의 연구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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