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강의요? 그 시간에 영화 보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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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학생의 죽음 ⑧] 지방 특성화고 고3 학생 네 명
2018.05.22 16:11:18
<프레시안>은 작년 11월, 안산 반월공단에서 현장실습 도중 투신한 박 모 군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러면서 특성화고 학생의 '죽음'이 간단한 도식 구조 속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죽음의 이면에는 복잡한, 그리고 뒤섞인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그간 특성화고 학생들의 죽음을 두고 여러 지적과 대안이 제기됐지만 여전히 학생들을 둘러싼 죽음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어떤 특정 제도를 없애거나 개선하는 식의 단순계산으로는 죽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죽음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프레시안>은 현장실습 도중 투신한 박 모 군의 이야기에 이어 특성화고 학생(졸업생)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자 한다. 그들은 왜 특성화고에 입학하게 됐는지, 졸업 후 진로는 어떻게 되는지, 그들의 꿈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본다. 

이번에는 전북 지역 특성화고 3학년 학생들 4명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들은 모두 같은 반 친구로 기계과에서 전기용접을 전공으로 하고 있다. 현재 현장실습의 일환으로 도제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학교 수업과 현장실습을 병행하는 구조다. 

(기획연재 바로가기 ☞ : 반복된 학생의 죽음)

ⓒ연합뉴스


"그냥 성적이 안 돼서 이곳에 왔다"

프레시안 : 졸업 후에는 주로 어떻게 진로가 정해지나.

김병수(가명) : 보통 선배들은 졸업하면 업체에 가거나 곧바로 군대를 간다. 

프레시안 : 곧바로 군대에 가는 것은 군 미필자일 경우, 취업이 어렵기 때문인가. 

김병수 : 그런 것도 있지만, 직장 내에서 군필자와 미필자의 대우가 다르다고 들었다. 뭔가 태도가 불량한 사람이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을 경우, '쟤는 군대에 안 갔다 와서 저런다' 그렇게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프레시안 : 그러면 군대에 다녀온 이들은 좀 더 인정해주는 관행이 있나? 

김병수 : 그래서 무조건 군대를 가려는 사람도 있다. 

이환석(가명) : 나는 특전사를 가려고 했다. 경호원을 하고 싶었다. 특전사를 하면 가산점이 있다고 해서 가려 했는데, 다리를 두 번 수술하면서 포기했다. 지금은 그냥 용접사의 꿈을 꾸고 있다. 

프레시안 : 왜 경호원을 하고 싶었나. 

이환석 : 운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복싱을 3년 했다. 그래서 경호원이 되고 싶었다. 지금은 유도를 배워보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말끔히 그 꿈(경호원)을 지웠다.  

프레시안 : 특성화고에 들어온 배경이 궁금하다. 

이환석 : 중학교 때는 죽어라 놀았다. 그러다 졸업 할 때가 됐는데, 갈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 아버지가 공장을 운영한다. 그리고 아버지도 용접을 한다. 나도 아버지와 같은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다. 그래서 용접 기술을 배우는 학교를 여러 곳 알아봤다. 아버지 공장이 김제에 있는데, 거기 공업고등학교를 지원하려 했다. 그런데, 그 학교가 하필 내가 입학할 즈음 인문계로 변했다. 어쩔 수 없이 전주 소재 공업고등학교, 아니면 외곽의 공업고등학교로 가야 했다. 사실 전주 소재 공고는 성적이 간당간당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안전하게 이곳 공업고등학교로 왔다.  

한정민(가명) : 네 성적이 전주 소재 공고에 들어가기 간당간당 하다고? 

이환석 : 내 성적이 거기에 못 들어간다는 이야기냐? 여기서 나보다 성적 좋은 애 누구있어?

다른 아이들 : 한정민(가명) 

이환석 : 그래, 정민이는 (공부를 잘 하니) 할 말이 있지. 

다른 아이들 : 그래, 그러니깐 정민이가 간당간당하냐고 물었잖아.(웃음) 

이환석 : (침묵) ... 성적은 사회생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모두 웃음) 

프레시안 : 다른 친구들은 어떤가. 

최영민(가명) : 그냥 성적이 안 돼서 여기에 왔다. 그리고 여기 오면서 선배들이 기계과가 좋다고 해서 전공을 기계과로 택했다. 사실 나는 생산직을 안 좋아한다. 여기 오면서도 사무직을 꿈꿨다. 졸업 후, 병역특례 기간을 가친 뒤, 아버지 회사로 들어가든가, 아니면 다른 사무직 회사에 취업하고 싶다.

프레시안 : 아버지 회사는 어떤 회사인가. 

최영민 : 잘 모른다. 아버지와 친하지 않아서.(웃음) 다만, 사무직이라고만 들었다. 

한정민 : 나는 부모님이 '너는 공부를 못하니, 여기라도 가라'고 해서 왔다. 사실 아버지 후배다. 40년 전, 아버지도 여기를 나왔다. 그래서 아버지를 '선배님'이라 부른다.(웃음) 어차피 올 수밖에 없었다. 

ⓒ프레시안(허환주)


"'깜깜이' 회사 지원, 그러니 선택이 쉽지 않다"

프레시안 : 현재 기업에 가서 현장실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최영민 : 우리 회사는 특장차, 즉 사다리차나 고수작업 차 등을 만드는 회사다. 내 전공이 용접인데, 작업할 때는 경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회사에서 내가 주도해서 용접 한 적은 없다. 선임 용접사의 보조를 하든가, 아니면 따로 혼자 용접을 연습하는 식이다. 

프레시안 : 보조로 일할 때는 어떤 일을 하나. 

최영민 : 쉽게 하는 일이다, 테이핑을 하는 등 선임이 지시하는 간단한 사항을 이행한다. 그래도 우리 회사에는 교육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 그분이 하라는 대로 하고 있다. 이곳은 그나마 규모가 크다. 

다른 애들 : 영민이는 일전에 할 일 없다면서 회사 소파에 누워 노는 것을 셀카로 찍어서 우리에게 보내기도 했다.(웃음) 

최영민 : 그때는 잠시 '짬'이 나서 그렇게 장난 친 거다. 

한정민 : 영민이와 같은 회사에 다닌다. 이 회사에는 방위산업체 형들이 있다. 그들이 일하는 것을 옆에서 보고, 배우는 식이다. 그게 아니면 청소 등 잡일을 한다.  

프레시안 : 지금 실습하는 회사는 어떻게 들어가게 됐나. 

한정민 : 학교와 산학협약을 맺은 기업들이 있다. 그중 업체 8곳의 면접을 봤다. 

프레시안 : 회사를 택할 때 어떤 점을 우선순위로 생각했나. 

한정민 : 아무래도 회사 규모를 먼저 보게 된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하는지, 내가 가서 배울만한 게 있는지 그런 거를 살펴본다. 지금 일하는 곳은 직원이 약 60명 정도 있다. 큰 편이다.  

김병수 : 나는 정민, 영민과는 다른 업체에 다닌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다. 회사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냥 책자 한 권을 준다. 거기에는 규모가 어떻게 되고,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이야기만 적혀 있다. 심지어 채용되면 월급을 얼마 주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선택하려 하니 쉽지 않다. 

프레시안 : 학생이 가고 싶은 업체를 선정하면 곧바로 갈 수 있는 건가. 

최영민 : 아니다. 면접을 본 뒤, 지원서를 나눠주면 제1지망, 2지망, 3지망을 써서 낸다. 그러면 회사에서 원하는 학생을 채용하는 식이다. 

김병수 : 나도 면접을 여덟 군데 봤는데, 결국 내가 들어간 곳은 거기서 가장 규모가 작은 업체였다. 1지망도 아닌 2지망에 썼는데 덜컥 됐다. 내가 1지망으로 써낸 곳은 규모가 꽤 컸다. 바로 영민이와 정민이가 다니는 회사다.(웃음) 굉장히 많은 친구들이 그 업체를 1지망으로 지원했다. 그래서 내가 떨어졌다. 

프레시안 : 왜 2지망으로 여덟 군데 업체 중 가장 규모가 작은 업체를 적었나. 

김병수 : 2지망은 말 그대로 '안전빵'으로 해야 했다. 자칫 다 떨어지면 갈 곳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2지망은 가장 인기가 없을 거 같은, 즉 규모가 가장 작은 업체를 지원했다. 결국, 총 세 명이 지원했고, 모두 채용됐다.(웃음) 내 옆에 있는 환석이도 나랑 같이 2지망에 그 업체를 썼고, 지금 함께 다니고 있다.

프레시안 : 일하는 환경이 열악하다거나 불편한 점은 없나. 

이환석 : 불만은 어디에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나는 여기에서 경력을 쌓고 다른 곳으로 가려 한다. 아버지 회사에 가려고 한다.

프레시안 : 왜 바로 가지 않고, 경력을 쌓아서 가나. 

이환석 : 아무것도 모르고 바로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면 오히려 아버지에게 폐만 끼치지 않겠나. 다른 곳에서 돈도 벌고, 경험도 쌓은 뒤,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면 아버지에게 좀 더 도움을 드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노동법 강의? 쓸데없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프레시안 : 현장실습에 들어가기 전 노동법 관련해서 교육 받은 적이 있나. 

이환석 :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김병수 : 아마 작년에 컴퓨터실에서 했던 것을 말하는 듯하다. 온라인 교육이었는데, 틀어놓고는 컴퓨터로 다른 거를 했다. 지루한 이야기를 하니 대부분 아이들이 듣지 않는다. 온라인 강의 틀어놓고 영화 한 편 보는 식이다. 

이환석 : 그때는 중요한 교육인지 몰랐다. 생각조차 못했다. 

한정민 : 그때는 쓸데없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프레시안 : 사실 노동법을 알아야 회사에서 일하더라도 자신를 방어할 수 있다. 그런 기본적인 교육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듯하다. 

김병수 : 고등학교 1학년 때, 한 달 가까이 환석이랑 고깃집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방 일도 하고, 석쇠도 씻고 홀도 보는... 그때 계약서를 썼는데, 첫 월급의 30%를 제하고 준다고 명시돼 있었다. 게다가 그 계약서는 우리가 사인한 다음, 고깃집 주인이 가져가 버렸다. 그때는 몰랐다. 계약서는 각각 한 장씩 가져가야 하고, 첫 월급의 30%를 제한다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을. 

프레시안 : 노동법에 그런 부분이 다 들어있다. 

이환석 : 그런 것을 2학년 때, 담임선생에게 들었다. 

프레시안 : 학교 수업이 업체에서 생활하는 것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환석 : 교과서가 쓸데없는 것을 풀어놓는 식이다. 현실적인 사례를 가져다 놓고 이에 대한 실제적인 문제해결 등을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 가장 뜬금없는 게, 예를 들어 <성공적인 직업생활>이라는 교과서에서는 그저 단순히 우리의 꿈을 찾으라고 서술하고 있다. 나 스스로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데, 단순히 자신의 꿈을 찾으라니... 현실성 있는 이야기를 풀어나갔으면 한다. 

프레시안 : 회사에서 현장실습 할 때는 어떤가. 학교에서 배운 게 도움이 되는가. 

이환석 : 우리는 회사에서 제품을 만드는데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조심스러워진다. 더구나 회사에서는 우리에게 함부로 일을 시키지도 않는다. 혹시나 문제가 생길까 봐서이다. 결국, 우리는 아예 일을 안 하거나 허드렛일만 하는 식이다. 솔직히 이런 식이면 굳이 현장실습을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안 한다 해도 나의 실력에서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것을 미리 알았더라도 했을 수밖에 없다. 빨리 취업을 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한정민 : 학교와 회사가 비슷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괴리감이 크다 보니 우리도 헷갈린다. 

ⓒ연합뉴스


"앞으로의 꿈? 20대까지는 어렵지 않을까"

프레시안 : 앞으로의 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김병수 : 일단은 부모에 의존하지 않고 경제력을 키우고 싶다. 그 다음으로 이 회사 말고 더 큰 회사를 가기 위해 숙련된 용접 기술을 배우고 싶다. 물론, 이게 나의 꿈은 아니다. 중학교 때는 공부가 뒷전이었다. 대신 컴퓨터에 빠져 있었다. 대회에도 여러 번 나갔다. 아직 꿈이랄 것은 모르겠지만, 컴퓨터 쪽으로 일해보고 싶다. 하지만 20대까지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프레시안 : 왜 그렇게 생각하나. 

김병수 : 모르겠다. 그렇게 느껴진다. 학교 졸업하고, 경력 쌓아서 좀 더 좋은 직장 옮기고 거기서 자리잡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정민 : 하고 싶은 건 많다. 사업 같은 것도 하고 싶다. 하지만 아무래도 개인 능력도 안 되고, 경험도 부족하다 보니 생각만 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19살부터 노후 걱정을 해야 하지 않나.(웃음) 부모님이 수능이라도 한 번 보라고 해서 이를 준비 중이다. 물론, 그렇게까지 힘들게 준비하지는 않는다. 매일 하루 2시간 씩 학원에 다니고 있다. 수능을 보고, 성적이 되면 경영학과에 가고 싶다. 사업을 하려면 경영을 배워야 한다고 들었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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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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