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이 위태롭다"
"한미 동맹이 위태롭다"
[해외시각] '미국 우선’에서 '미국 왕따'로
"한미 동맹이 위태롭다"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지 하루 만에 회담 재개로 180도 입장을 바꾼 트럼프의 깜짝쇼는 무엇을 남겼을까? 한반도에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3차 남북 정상회담 한 달 만에 남과 북의 정상이 다시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완전한 평화를 위한 남북 공조를 한층 강화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에선 트럼프의 변덕이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파리기후협약 탈퇴, 이란 핵협정 탈퇴 등의 일방주의에 이어 트럼프의 또 다른 변덕으로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외톨이가 되고 있다는 불만이다. 트럼프가 내세운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미국 왕따(America Alone)'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8일 트럼프가 이란 핵협정 탈퇴를 선언하자 유럽에서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사설을 통해 '미국에 대한 저항(Time for Europe to Join the Resistance)'을 외쳤다. (☞원문 보기)

트럼프는 오로지 전임자 오바마의 유산을 해체하는 데만 관심이 있으며, 이에 따라 국제 외교의 커다란 성과인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함으로써 제재와 압박을 통해 이란 정권을 붕괴시키려 하는 데 대한 반발이다. 

<슈피겔>은 "한때 우리가 알던 서방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유럽과 미국의 관계는 친구 관계로 불릴 수 없으며 동반자 관계라고 말할 수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0년간 미국과 유럽 간에 쌓아온 신뢰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슈피겔>은 이어 "경제, 외교, 안보 정책에 관한 대서양 협력은 사라졌다. 지난 16개월간 트럼프가 파괴한 것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고 개탄했다.

이 잡지는 "이러한 트럼프의 과격한 행동은 어떤 혜택을 가져왔는가? 아무것도 없다. 한때 존재했던 국제 사회의 질서가 혼란으로 대체됐다. 수십 년에 걸친 안정 뒤에 오직 미국의 변덕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슬프고 불합리하게 들리겠지만 현명한 저항이 필요하다. 미국에 저항하자"고 끝을 맺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15일자 사설 '저급한 무시(An Indecent Disrespect)'에서 유럽에 대해 트럼프의 협박에 굴복하지 말라며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 (☞원문 보기)

"대내적 분열과 위기에 처해 있는 유럽은 트럼프로 하여금 이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강제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없다. (협정 내용의 일부 개정으로 협정을 유지하자는) 마크롱의 달콤한 유혹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유럽, 특히 독일과 영국 프랑스가 워싱턴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이란 핵협정을 비롯해 트럼프가 파괴하려 하는 모든 기존 국제질서의 붕괴를 저지해야 할 임무를 포기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은 일반 사설이 아니다. 발행인과 편집인의 의사가 반영된 사설이다. 미국 언론을 대표한다는 <뉴욕타임스>의 사주와 편집인이 유럽에 대해 자국 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항하라고 촉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 정도로 트럼프 대외정책에 대한 미국 주류의 불만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지난 24일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직후, <원자력과학자회보>에는 '트럼프의 정상회담 취소는 어떻게 한미 동맹을 약화시킬 것인가'라는 제하의 글이 실렸다. 이 글은 시카고국제문제협회의 동아시아 정책 담당 연구원 칼 프리도프가 작성한 것으로 그는 미국의 대외정책과 관련한 한국 내 여론의 추이를 주시해 왔다. 

그는 이 글에서 트럼프 취임 이후 일련의 대한 정책이 한국 국민들로 하여금 한미 동맹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했다면서 트럼프의 정상회담 취소는 한미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다행히 트럼프는 북미 회담을 추진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한반도 비핵화는 트럼프의 대외정책 중 유일하게 잘한 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트럼프는 한반도 비핵화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있다. 따라서 문재인-김정은-트럼프가 3자가 공동 추진하는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건설의 성공 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변덕이 향후 한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중요 관심사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원문 보기)

▲ 2017년 11월 방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캠프 험프리즈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 ⓒ청와대


트럼프의 변덕과 한미 동맹

북미 정상 회담 취소와 같은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행태가 계속된다면 한국의 모든 국민들은, 그 정치적 성향에 관계없이 미군의 한국 주둔은 물론이고 한미 동맹 자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한미관계에서 3번의 잘못을 저질렀고 이제 4번째 실수를 범하려 하고 있다. 사드 배치 강행, 한미 FTA 재협상, 북한에 대한 전쟁 위협, 그리고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 협상이 그것이다. 

앞의 두 가지는 한국인으로 하여금 한미 동맹이 대등한 협력관계(partnership)가 아니라 강압에 의한 일방적 종속관계(coercion)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 세 번째 실수는 한반도 분쟁 시 미국은 기꺼이 한국을 포기할 것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네 번째는 현재 진행 중인데 만일 잘못 다룰 경우 이러한 인상이 확고한 현실 인식으로 굳어질 수 있다. 그런데 최근의 사례를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첫째,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 강행으로 한국은 중국의 경제 보복을 받아 2017년 한 해에만 75억 달러의 경제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트럼프는 마치 상처 난 데 소금을 뿌리듯이 사드 포대 운영비 10억 달러를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사드 포대는 한국의 주민이 아니라 주한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부담해야 한다. 이는 사드 배치 당시 양국의 합의 사항이기도 하다. 

둘째,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미 FTA를 콕 집어 오바마 정부 최악의 협상이라며 집권하면 재협상하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재협상이 안 되면 파기하겠다고 위협했다. 한국 정부의 실용적 접근 덕택에 재협상을 하긴 했지만 당초 협정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으며 미국이 얻은 것도 거의 없다. 

반면 '재협상 아니면 파기'라는 미국의 고압적 태도는 한국인의 반발을 초래했다. 2017년 11월 한국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52%가 "미국의 요구가 과도할 경우 협정을 파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셋째, 2017년 말 트럼프는 이전 미국 정부와는 확연히 다르게 북한에 대한 공격을 공공연히 언급했다. '화염과 분노' 발언이 그것이다. 이제까지는 북한이 한반도의 안정을 저해하는 주범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트럼프가 쏟아내는 막말, 즉 전쟁 위협으로 말미암아 미국이야말로 한반도 불안정의 가장 큰 근원으로 비춰지게 됐다.

게다가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희생자는 "그곳에서(over there)" 발생할 뿐이라고 말해 불난 데 기름을 부었다. 이로써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은 매우 현실적인 것이 됐고 전쟁은 (북한의 도발이 아니라) 미국의 선제공격에 의해 일어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즉 한국인들은 동맹국 미국의 행동에 의해 집중포화를 맞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넷째, 현재 극비리에 진행 중인 주한미군 분담금 협상. 한국은 현재 연간 8500억 달러, 미군 주둔 비용의 42%를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토지 비용을 포함하면 한국의 분담률은 80%에 이른다(월스트리트저널 추산).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한국의 100%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이 응하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군은 현재 진행 중인 협상에서 새로운 요구를 하고 있다. 괌에 있는 미군의 전략자산이 한국을 군사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을 하므로 그 배치 비용을 한국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 협상은 극도의 보안 속에 진행되고 있다. 협상의 내용이 알려질 경우 한국인의 대미 인식이 극도로 악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국은 가난하고 약했던 과거의 한국이 아니다. 한국은 한미 동맹 및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 유지에 과거보다 훨씬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공헌이 무시된다면 많은 한국인들은 한미 동맹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의문은 두 가지 양상으로 제기될 것이다.

첫째, 전통적으로 한국의 더 많은 자율성을 요구했던 좌파뿐만이 아니라 대체로 한미 동맹을 지지했던 40-50대의 중도 및 보수층, 그리고 남한의 핵무장을 원하는 극우까지도 각기 다른 이유에서 한미 동맹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 할 것이다. 즉 모든 층에서 주한미군 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5월 중순 한국의 한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4%가 현재 수준의 미군 주둔 유지에 찬성한 반면 52%는 규모 축소 또는 완전 철수를 원했다(25%는 규모 축소, 27%는 단계적으로 완전 철수).

둘째, (미선.효순이 사건으로) 성조기를 불태웠던, 2002년과 같은 과격시위 양상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조용하지만 거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한국의 대중들은 군사적 보호의 대가로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요구하는 미국, 안보라는 지렛대를 이용해 이미 합의 비준된 경제협정의 재협상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미국, 한반도의 평화에 반대하는 미국, 과연 이런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숙고할 것이다. 미국이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주한미군이 아니라 아예 미국이 없는 한반도가 나을 것이라고 믿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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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서울대학교를 나와 경향신문에서 워싱턴 특파원, 국제부 차장을 지내다 2001년 프레시안을 창간했다. 편집국장을 거쳐 2003년부터 대표이사로 재직했고, 2013년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이사장을 맡았다. 남북관계 및 국제정세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연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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