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최대 변수'는 트럼프 탄핵?
한반도 '최대 변수'는 트럼프 탄핵?
[정욱식 칼럼] 패러다임의 전환, 누가 승리할 것인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대북정책으로 내세운 것은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였다. 그러나 2017년에는 관여 없는 "최대의 압박"만 추구했었다. 반면 2018년 들어서는 "최대의 관여"에 비중을 둬왔다.

이는 50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트럼프의 트위터에도 잘 드러난다. 중국의 관영 영어 방송인 CGNT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는 2017년 1월 20일 취임부터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 발표한 2018년 6월 1일까지 북한을 총 85번 언급했다.

2017년에는 "나쁜(bad)", "깡패(rogue)", "적대적인(hostile)", "위험한(dangerous)", "로켓맨(rocket man)" 등 주로 부정적인 언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 2018년에는 "위대한(great)", "생산적인(productive)", "훌륭한(good)" 등 긍정적인 표현이 많이 등장했다.

급기야 트럼프는 6월 1일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 발표하는 자리에선 "최대의 압박이라는 말이 더는 사용되질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은 "과정의 시작"이라며 추가적인 북미정상회담도 예고했다.

북한과의 정상회담은 역대 미국의 어떤 행정부도 하지 않았던 '최대의 관여'에 해당된다. 적어도 언술상으로는 트럼프가 '최대의 압박'에서 '최대의 관여'로의 전환을 공식화한 셈이다.

▲ 지난 1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만남을 가진 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최대 변수는 트럼프 탄핵 여부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핵심적인 요인은 트럼프 자체에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트럼프는 자기애를 향한 인정 투쟁 욕구가 대단히 강한 인물이다.

이를 너무나도 잘 보여준 장면이 있다. 그는 2016년 6월 공화당의 대선 후보를 확정한 전당대회 연설에서 미국 국내에선 "폭력과 빈곤"이, 해외에선 "전쟁과 파괴"가 만연해 있다고 개탄했다. 그 다음에 한 말이 놀라웠다. "나는 여러분의 목소리입니다. 나는 혼자서 이들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신에게는 은총을, 미국 국민에겐 도움을 요청했던 이전 미국 대선 후보들과는 완전히 다른 화법이었다.

그런데 북미 정상회담은 트럼프의 이러한 자아에 가장 부합하는 이벤트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이 한 번도 하지 않은, 그래서 25년 동안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는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는 자신이야말로 영웅적 리더십의 표상인 것이다. 그가 중국과 러시아의 관여 가능성에 경계심을 드러낸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거꾸로 트럼프 자체가 북미 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핵심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의 정치적 운명이 불확실성에 휩싸이고 있다. 러시아 게이트 및 포르노 배우와의 섹스 스캔들 및 입막음용 매수 의혹 등이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들 문제가 중대하게 부상할 조짐을 보이면 북미 정상회담 카드를 효과적으로 이용해왔다. 정상회담을 한다고 했다가 안한다고 했다가 다시 하겠다고 하면서 미국 언론과 여론의 관심을 돌리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의 법률팀이 "대통령은 원한다면 스스로 사면할 권한이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특검팀에 보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다시 '탄핵'이라는 말이 등장하고 있다.

2018년 한반도의 대전환은 2017년 한국의 정치적 급변사태, 즉 촛불 혁명에 힘입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미국의 정치적 급변사태, 즉 트럼프의 탄핵 여부가 한반도 문제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의 탄핵시 대북 강경파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문제아' 북한이 친구가 되면

미국의 변수는 트럼프 개인의 정치적 운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트럼프의 말처럼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면 "북한에게도 좋고 세계에도 위대한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반도의 평화적인 현상 변경은 현상 유지를 통해 추구해왔던 미국의 굴절된 이익체계도 건들 수밖에 없다. 무기 수출 위축이라는 '기대이익의 감소'와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중국을 염두에 둔 미사일 방어체제(MD) 및 한미일 삼각동맹을 추구해왔던 '전략의 차질'이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코 음모론이 아니다. 그 일면을 잘 보여준 장면이 있다. 대통령 영부인,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거쳐 대통령이 될 꿈에 부풀어 있었던 힐러리 클린턴은 2013년 6월 4일 골드만삭스가 주최한 '비공개' 연설에서 "북한이 주기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이는 굳이 나쁘게 볼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미국의 입장에서는 반길 만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한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트럼프의 개인기와 북한을 적으로 담겨두고 싶어 하는 상당수 미국 주류 사이의 '갈등의 변주곡'을 품고 있다. 또한 트럼프 본인도 군사 케인즈주의 신봉자라는 점에서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생각이 달라질 가능성'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어떤 경우가 되었든 미국발 변수가 가시화되기 전에 남북한이 최대한의 구심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일관성 있고 진지한 노력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남한의 노력도 절실하다.

북한에만 인도적 문제 해결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기획 탈북'이 확실해진 북한 여종업원들의 송환 문제에도 유연한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판문점 선언의 취지에 맞게 한미군사훈련의 중단 내지 축소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축소지향적인 한미동맹 재조정과 군비통제를 통해 판문점 선언에 담긴 "단계적 군축"을 가시화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가장 도전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지정학에서 지경학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제로섬이 강한 지정학 구도를 윈-윈을 도모할 수 있는 지경학의 구도로 바꾸면서 미국의 비군사적인 이익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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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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