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차 사회? 장벽 사회!
격차 사회? 장벽 사회!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장벽사회'의 구조와 장벽 허물기
격차 사회? 장벽 사회!
장벽사회란?

20년 전 한국사회를 할퀴고 간 IMF경제위기 이후 한국사회에서 최대의 이슈는 양극화에 의한 '격차사회'였다. 양극화 경향은 사실 그 이전부터 시작된 것이지만, 경제위기 이후 중산층 붕괴와 빈부격차 심화가 급격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래에는 단순히 현재의 지나친 불평등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부와 빈곤이 세대를 넘어서 대물림 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세대 간 계층이동성이 낮아지고 기회의 불평등이 심화되어 아무리 노력해도 계층 상승을 하기 어려운 사회가 곧 '장벽사회'다. 장벽 너머에는 기득권층이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어, 장벽을 넘어 성공 가도에 진입하기가 너무 어려운 것이다. 


장벽사회의 현실은 <그림1>에 잘 드러나 있다. 왼편은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계층상승 사다리에 대한 국민인식 설문조사' 결과로서, '개개인이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계층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비중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2013년 75.2%, 2015년 81.0%, 2017년 83.4%로 상승하고 있다. 오른편 그림은 현재의 중년 세대를 기준으로 할아버지 세대와 아버지 세대 간에는 계층 대물림이 심했으나, 고도성장 덕분에 아버지 세대와 본인 간에는 계층 대물림이 현저하게 줄었다가, 근래에 장벽이 높아진 결과 본인과 자식 세대 사이에는 계층 대물림이 다시 커지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2015년경부터 젊은이들 사이에서 '헬조선', '수저계급론', '노~력', '이생망' 등의 신조어가 대거 유행하였는데, 이는 계층 사다리가 무너진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였다. 

장벽사회에는 여러 가지 사회적 병리현상이 발생하는데, 그 첫째가 장벽 아래에서 분투하는 계층, 특히 청년층의 좌절과 자포자기 현상이다. '3포 세대' 혹은 'n포 세대' 라고 표현되는 청년층의 자포자기는 도전정신의 실종으로 인한 '공시족' 현상, 극심한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 문제, 주식 단타매매·선물거래·암호화폐 등에서 나타나는 세계 최고의 투기 성향 등을 낳았다. 두 번째 주요한 병리현상은 사회적 갈등의 심화다. 엄청난 장벽과 격차로 가로막힌 갑과 을 사이의 갈등은 물론이고, 생존을 위해 과잉경쟁에 시달려야 하는 을과 을 사이의 갈등도 심각하다. 갈등과 경쟁이 넘쳐나는 사회분위기 때문에 집단이기주의가 발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장벽 너머의 기득권층은 행여나 그들만의 특권이 침해 당하지 않도록 진입장벽을 높이 세워 기득권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혁신에 의한 초과이윤보다는 인위적 진입장벽에 입각한 초과이윤을 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여, 불공정·비효율·저성장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장벽사회의 구조

(1) 교육과 노동시장의 장벽: 우골탑의 시대에서 돈이 실력인 시대로 

과거 한국의 고도성장기에 '우골탑'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대학을 흔히 상아탑이라고 부르는데, 가난한 농민들이 자식 교육을 위해 논을 팔고 소를 팔아서 비싼 학비를 대는 현상을 풍자한 것이다. 비싼 대학 등록금은 그때나 지금이나 문제지만, 중요한 것은 가난한 농민도 팔 땅과 소가 있었고 그래서 자식에게 고등교육을 해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해방 후 이루어진 농지개혁 덕분이었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였고, 덕분에 교육은 '개천에서 용이 나는' 계층 사다리의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하지만 어느 샌가 우리사회에서 교육은 오히려 계층을 고착화하고 대물림 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부실한 공교육과 불공정한 입시제도로 인하여 부모의 경제력이 상위권 대학 진학에 큰 영향을 미치고, 비싼 학비로 인하여 대학 진학 후에도 집안 사정이 어려운 학생은 학업과 학점 취득에 상당한 불이익을 받는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식의 대학입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로 김세직·류근관·손석준(2015)은 서울시 구(區)별 아파트 매매가와 서울대 입학 가능성 간의 높은 상관관계에 주목하였다. 학생들의 잠재력과 노력, 즉 '진짜 인적자본'의 분포와 이에 따른 대학 입학 확률을 추정한 결과 ‘진짜 인적자본’을 기준으로 예측했을 때 최대 합격률을 보인 강남구의 서울대 합격률은 0.84%로 최소 합격률을 보인 강북구 0.5%와 1.7배 차이에 불과했으나, 2014년 입시에서 두 지역 일반고 출신 학생의 실제 서울대 합격률은 각각 2.07%와 0.11%로 20배가량 차이가 난 것으로 드러났다. 즉, 구별 합격률 차이의 80~90%는 '진짜 인적자본'이 아니라 부모 경제력에 따른 '치장(사교육, 선행학습, 특수고 진학)'에 의해 증가할 수 있는 '겉보기 인적자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 정유라 씨의 '돈도 실력'이라는 주장이다. 교육과정을 마치고 취업을 하는 과정에서 출신대학에 따른 차별은 좀처럼 극복하기 어려운 현실이며, 집안 배경은 스펙과 연줄을 매개로 좋은 일자리를 얻는 데 다시 한 번 추가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현대판 음서제와 채용비리는 빙산의 일각일 따름이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 노동시장이 이중구조화 되어 좋은 일자리와 그렇지 못한 일자리 사의의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사실 때문에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된다. 또한 성차별을 비롯하여 노동시장에 만연한 사회적 차별의 존재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 계층 장벽 위에 또 하나의 담을 쌓은 추가적인 장벽이 된다. 

(2) 상속자본의 장벽: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는 나라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노력해서 성공한 자수성가 부자보다 부모에게 상속받은 재산에서 나오는 불로소득을 누리는 상속부자가 더 많은 부와 특권을 누리는 사회를 '세습자본주의'라고 부르며, 두 가지 조건이 만족되면 세습자본주의가 나타난다고 한다(Piketty, 2014). 첫째, 국민소득 대비 상속자본의 규모가 커야 한다. 이는 다시 자본/소득 비율이 6~7 정도로 충분히 크고, 자본의 대부분이 상속자본일 것을 요구한다. 둘째, 상속자본의 분배가 극도로 집중되어 있어야 한다.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게 유지되는 한 이러한 조건들이 점차 충족되어 간다는 것이 피케티의 핵심적인 논리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조세와 규제로 거대자본에 대한 세후 자본수익률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케티는 미국과 유럽의 부국들이 첫 번째 조건은 이미 거의 충족하고 있으며 두 번째 조건은 아직은 충족되지 않지만 점점 충족되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진단한다.


한국의 경우 자본/소득 비율은 이미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민간부를 기준으로 할 때 한국의 자본/소득비율은 2005년 5.89에서 2012년 7.02로 상승하였는데, 피케티가 분석한 주요국가들 중에서 일본과 프랑스, 호주가 7을 상회할 뿐 미국, 독일, 영국, 캐나다는 5 내외의 수준을 보인다. 전체 민간자본에서 상속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에는 낮은 사망률과 높은 경제성장률 및 저축률 때문에 매우 낮았으나, 고령화·저성장의 여파로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근래에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김낙년, 2017). 조만간 서구 국가들을 따라잡거나 넘어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마지막으로, 자본소득이 고도로 집중되어 있음에 비추어 상속자본의 소유도 상당히 집중되어 있으며 향후 더욱 집중될 것으로 추정된다. 비록 우리나라가 아직 전면적인 세습자본주의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해도 최상층의 거대 부자들만 놓고 보면 이미 세습자본주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우리나라의 최고 부자들은 자신의 손으로 부를 일군 경우가 별로 없고 대부분 선대의 재산을 물려받은 경우임이 여러 통계를 통해 입증되었다 (유종일 2015). (재벌닷컴이 2014년 봄에 집계한 '대한민국 상장사 100대 주식 부자' 중에서 85명이 세습 재벌 가문이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억만장자 명단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인 억만장자 중 상속부자의 비율은 74.1%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이 비율이 중국과 일본에서는 각각 2%와 18.5%에 불과했으며, 미국은 28.9%, 유럽은35.8%였다. 또다른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국제자산정보회사 ‘웰스-X’와 듀크대 연구진의 분석에서도 우리나라의 자수성가형 부호 비율은 33.3%로 세계 평균 63.8%의 절반에 불과했으며, 조사대상 53개국 중 47위에 그쳤다. 블룸버그가 2015년 말 기준으로 발표한 세계 400대 부자 중 자수성가형 부자가 65%, 상속형 부자가 35%였는데, 여기에 속한 한국인 5명은 모두 상속형 부자였다. 일본인 5명은 전원이, 중국인 29명 중 28명이 자수성가형인 것과 극적인 대조를 보였다.) 
  
일반인에게도 상속자본의 중요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주택소유계층과 무주택계층의 차이다. 소득 대비 주택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짐에 따라 부모의 도움이 없이 자력으로 저축하여 주택을 구입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었다. 그리고 주택소유자는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막대한 자본이득을 향유한 반면, 무주택자는 늘어나는 주거비 부담 때문에 소비여력이 제한되는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였다. 자영업자의 경우에 임대료 부담이 커서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풍자가 회자되고 있다 (유종일, 2018). 사실 부동산은 우리나라 민간 부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소유가 극도로 편중되어 있어, 자산과 소득의 극심한 불평등을 초래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먼저 개인의 부동산소유불평등을 보면, 무주택가구가 44.0%(2015년 현재)에 이르고 인구의 1%가 민유지의 55.2%를 인구의 10%가 97.6%를 소유하고 있다. 법인의 부동산소유는 이보다도 불평등하다. 2014년 현재 상위 1%의 법인이 전체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의 76.2%(가액기준)를, 상위 10대 기업이 무려 35.3%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렇게 극단적인 소유의 편중이 더욱 악화하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남기업, 2016).

나아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막대한 불로소득을 낳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악화시켜 왔다. <토지+자유 연구소>의 추정에 의하면, 2007년부터 2015 년까지 부동산 거래에서 발생한 매매차익 규모는 매년 200~300조원에 이르며, 추가적으로 순임대소득의 규모는 연평균 100조 원을 상회한다. 부동산소득이 연평균 369조 원, GDP 대비 무려 28.5%나 되었다(남기업, 2016). 경제정의실천연합의 2017년 발표에 의하면 지난 50여년 동안 국내 민유지의 가격이 약 4000배 급등하여 같은 기간 쌀값이 45배 오른 것과 대조를 이루었으며, 그 결과 땅값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이 6700조 원이나 발생하였고 그 가운데 상위 1%가 38%(2551조원), 상위 10%가 83%(5546조원)를 가져간 것으로 추산되었다.  

(3) 사업기회의 장벽: 재벌과 기득권 카르텔의 지배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대다수는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구하지만, 일부는 스스로 사업을 벌여서 자신의 일거리를 만들고 고용을 창출하기도 한다. 창업해서 성공하는 것은 계층상승의 장벽을 넘는 유력한 방법이지만, 사업이 실패하여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창업해서 성공할 확률이 희박하기 때문에 창업이 계층상승의 사다리로서 큰 통로를 제공하지 못한다.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에 입각해서 사업기회를 포착하고 창업을 하기 보다는 먹고 살기 위해 마지못해 창업하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이나 직장을 잃은 중년이 도소매, 숙박, 요식업 등을 위주로 자영업에 뛰어드는 것이 가장 흔한 창업 형태이고, 이런 류의 자영업은 과당경쟁 때문에 실패확률이 매우 높은 형편이다. 이러한 창업 현실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OECD가 발표한 '2014 기업가정신' 보고서의 의하면 우리나라의 생계형 창업 비율은 주요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으며, 반면 기회추구형 창업 비율은 최하위로 나타났다. '창업 강국'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은 기회형 창업의 비율이 58%로 생계형 창업 13%에 비해 월등히 높았으며, 미국, 영국, 일본 등의 경우도 각각의 비율이54% 대 26%,  53% 대 30%,  46% 대22%로 모두 기회형이 생계형을 압도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창업기업 중 생계형 창업의 비율이 64%에 달한 반면 기회형 창업은 21%에 불과했다. 
  
계층상승의 사다리일 뿐더러 혁신과 경제성장의 매개인 기회형 창업이 이렇게 부족한 까닭은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사회안전망의 부실 등으로 한 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려운 현실 때문에 청년들이 도전정신을 발휘하기보다는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한다. 둘째, 정답 찾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의 영향으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셋째, 신생기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다. 첫째와 둘째의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고 기회형 창업을 하려고 해도 진입장벽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 문제가 가장 심각한 것이라 하겠다.

사업기회의 장벽 혹은 신생기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은 핵심적인 원인은 재벌을 비롯한 기득권 카르텔의 지배다. 재벌은 우리나라 기득권 카르텔의 정점에 존재하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 추가적인 이권을 추구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진입규제를 만들기도 하고,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한 내부거래와 총수일가의 사업기회 편취 등으로 외부 기업의 사업기회를 박탈하거나 제한한다. 하청기업에 대한 단가 후려치기나 기술 빼앗기 등의 '갑질'과 골목 상권 파괴 등으로 외부 기업 성장을 저해하기도 한다. 혁신적인 모바일중고차판매회사가 기존 중고차판매회사들의 로비로 규제의 덫에 걸려 타격을 받은 사례에서 보듯이 기득권 카르텔이 재벌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경제 전반에 걸쳐 만연되어 있다. 역경매방식의 중고차 모바일거래로 주목받던 스타트업 헤이딜러는 창업 이듬해인 2016년 폐업위기를 맞았다.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중고차 거래를 하려면 의무적으로 오프라인 영업장을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청년창업자의 창업의지를 꺾는다"는 비판이 거세자 정부와 국회는 보완 입법을 마련했지만 헤이딜러의 성장세는 이미 꺾인 뒤였다. 

아담 스미스도 지적했듯이 사업가들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카르텔을 형성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방지하여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문제는 정부가 기득권 카르텔과 유착하거나 행정편의주의에 빠져 이러한 역할을 게을리하는 데 있다. 과도한 진입규제나 인허가권 오용은 그 소산이다. 마지막으로, 금융시스템의 후진성과 창업생태계의 미발달로 기술과 아이디어만 가지고 효과적인 사업을 시작하기 매우 어려운 현실이 또한 신생기업에 대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벽 허물기

장벽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은 다음의 세 가지 메카니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첫째, 성장률의 하락이 부익부 경향을 강화한다는 피케티의 논리가 작동한 '피케티 효과'다. 우리나라는 90년대 중반 이후 급격하게 성장률이 하락함으로써 새로운 일자리는 물론 새로운 사업과 투자의 기회가 감소하였고, 그에 따라 자본과 기회를 물려받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격차가 더욱 확대되었다. 둘째, 격차의 확대가 장벽을 높였다. 이는 불평등과 계층이동성 사이의 관계에 관한 소위 '위대한 개츠비 곡선(Great Gatsby Curve)'에 따른 것이다. 2012년 당시 미국의 대통령 경제자문회의 의장이던 크루거는 그의 연설과 의회에 보내는 <대통령 경제보고서>에서 ‘위대한 개츠비 곡선’을 소개하였다 (Krueger, 2012). 국제비교를 해보면 소득불평등과 세대간 소득탄력성, 즉 부모세대의 소득이 자식 세대의 소득에 미치는 영향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하고, 계층상승의 심볼로 여겨지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 이름을 가져다 붙인 것이다. 세대간 소득탄력성이 높다는 것은 부와 빈곤의 대물림 현상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여, 다시 말해 세대간 계층이동성이 낮음을 의미한다. 

알란 크루거에 따르면 현재의 불평등이 클수록 교육과 연줄, 그리고 상속자본을 통하여 자식 세대의 불평등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셋째, 맨서 올슨이 설파한 바 시간이 갈수록 이권추구집단이 발호하는 경향, 즉 '올슨 효과'의 작동이다 (Olson, 1982). 엘리트 계층이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지속적인 개혁으로 이를 차단해야 안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발전이 가능할 터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이들이 기득권 카르텔을 형성하여 이권추구에 앞장서는 형편이다. 이는 그 자체로 장벽을 높이는 일이며, 동시에 성장률의 저하를 초래한다. 

장벽을 낮추고 허물기 위해서는 장벽이 높아지는 원인을 뒤집으면 된다. 성장률을 제고하고, 격차를 줄이고, 개혁을 통해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야 한다. 단, 성장률 제고라는 과제는 '낙수효과'를 기대하면서 모든 문제를 성장에 의해 풀려는 과거 성장우선주의 시대의 접근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을 요구한다. 정부가 무리하게 성장률을 높이려고 친기업 정책이나 부동산 투기 조장 정책 등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이 잘 작동하여 성장 동력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로 격차의 축소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필요하다. 지나친 격차와 이권추구는 장벽을 높일 뿐더러 성장을 저해하는 작용도 하기 때문이다. 

계층 사다리의 복원은 승자독식의 격차사회에서 시민적 연대에 기반한 평등사회로의 전환과 이권추구사회에서 혁신추구사회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전자는 교육, 노동, 조세, 부동산, 복지 등의 분야에서 과감하고 포괄적인 사회경제정책의 개혁을 이루어야 가능하며, 후자를 위해서는 재벌개혁, 공정거래강화, 진입규제완화 등의 시장개혁과 함께 교육 및 연구개발 시스템을 개혁하고 금융과 벤처 생태계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이처럼 장벽 허물기는 거의 모든 영역의 정책 개혁을 요구한다. 국지적·간헐적 개혁으로는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포괄적·지속적 개혁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권 차원의 일시적 변화를 넘어서 정치시스템과 정당체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높은 사회경제적 장벽 아래에서 분투하고 좌절하는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 세력이 정치의 중요한 축을 이루어 장벽을 낮추기 위한 포괄적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정치적 기반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시스템은 상당 부분 기득권 카르텔에 포획된 상황이다. 승자독식 선거제도와 지역주의에 기댄 기득권 정당 중심 정당 체계와 대권 싸움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치시스템을 바꾸어, 사회경제적 약자들도 그들의 숫자에 비례하여 대표되는 합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포획의 정치를 포용의 정치로 개혁해야 한다.

<참고문헌>
경제정의실천연합ㆍ경향신문 공동기획, “지주의 나라 ? 대한민국 50년 땅값 변화 분석”, 2017.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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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직ㆍ류근관ㆍ손석준, “학생 잠재력인가? 부모 경제력인가?”, 경제논집, 54권 2호, 2015. 
김희삼, “사회 이동성 복원을 위한 교육정책의 방향”,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불평등 심포지엄 발표자료, 2015.
남기업, “부동산소득과 소득불평등 그리고 기본소득”, 현안과 정책 제158호,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2016.
유종일, “헬조선과 세습자본주의, 대안은 있는가?” 현안과 정책 제100호,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2015.
유종일, “갓물주의 나라와 경제성장: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의 시급성”, 현안과 정책 제211호,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2018.
Alan Krueger, “The Rise and Consequences of Inequality in the United States,” Speech, 2012.  (https://obamawhitehouse.archives.gov/sites/default/files/krueger_cap_speech_final_remarks.pdf) 
Mancur Olson, The Rise and Decline of Nations: Economic Growth, Stagflation, and Social Rigidities, Yale University Press, 1982.
Thomas Piketty, Translated by Arthur Goldhammer, 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 Harvard University Press,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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