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CVID'와 '북한 비핵화'의 차이
'한반도 CVID'와 '북한 비핵화'의 차이
[정욱식 칼럼]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CVID' 담으려면
'세기의 담판'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공동 선언이나 성명에 CVID가 담길지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VID를 비핵화의 원칙으로 삼아온 미국과 이는 "패전국에나 적용되는 표현"이라고 반발했던 북한의 입장을 고려할 때, 그 결과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북미정상회담의 의제가 이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른 문제들에 대한 타협점을 어떻게 찾느냐에 1차적인 관건이 될 것이다.

다만 CVID를 둘러싼 언론 보도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 이 표현의 포함 여부를 정상회담의 성패로 간주하는 것도 그렇지만, 더욱 중요한 문제는 그 개념과 맥락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는 CVID는 북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무총책을 맡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조차 "한반도의 CVID"라는 표현을 쓰는데, 국내의 상당수 언론은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관성에는 한반도 핵 문제의 또 다른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대북 핵 위협 해소 문제에 대한 둔감함이 똬리를 틀고 있다.

또 하나는 평화적 핵 이용 문제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CVID를 고안한 배경에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평화적 핵 이용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일방주의가 깔려 있었다. 북한이 이에 반발해 2005년 9.19 공동성명에는 'C'와 'I'가 빠졌다는 점은 앞선 여러 차례의 글을 통해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의 상당수 언론은 이러한 중요한 각론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건은 이들 두 가지 문제에 대한 북미 간의 협의 결과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의 핵 문제는 일절 건드리지 않고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도 인정할 수 없다면서 CVID를 관철하려고 하면 그 결과는 자명해진다. 폼페이오가 "한반도 CVID"라고 표현하는 것도 과유불급의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뜻일 것이다.

반면 실용적이고 균형적인 CVID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 "실용적인"은 CVID를 철저하게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으로 한정하고 철저한 검증 체계를 전제로 한 평화적 핵 이용 권리는 인정하는 것이다. 또한 "균형적인"은 북한의 핵 포기에 조건 가운데 하나로 제시해온 "미국의 대북 핵 위협의 근원적인 해소" 방안을 담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이 포함된다면, 북한도 CVID를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 포함시키는 것을 마다하지는 않을 것이다.

CVID의 포함 여부와 관계없이 이러한 형태로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의 역할도 대단히 중요하다. 평화적인 핵 이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남북한이 '장기적인 탈핵'을 전제로 '과도기적 핵 이용 및 통제 협력'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상호사찰을 위한 남북한 핵 통제위원회의 구성과 가동,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국제 핵 연료 은행으로 전환하는 문제, 북한의 핵 분야 종사자들의 핵시설 제염 및 해체 전문가들로의 직업 전환, 폐기된 풍계리 핵실험장의 핵폐기물 저장소로의 전환 검토 등이 유력한 분야가 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대북 핵 위협 해소 문제는 한미동맹과도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한국이 어떠한 입장을 취하느냐도 대단히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비핵화 합의 시 한미 양국이 미국의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영구적으로 철수·중단하겠다는 합의를 도모해야 한다.

이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선 미국이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비용을 한국이 내달라면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한반도 비핵화에 전략자산 전개 중단을 포함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진정으로 '핵 없는 한반도'를 구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문제가 품고 있는 미중 간의 전략적 대결 및 한국의 곤란한 처지를 예방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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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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