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손목 잘린 제자'를 본 교사, 교육감 된다
'일하다 손목 잘린 제자'를 본 교사, 교육감 된다
노옥희 울산 교육감 후보 당선 확실…여성 노동운동가 출신 진보 정치인
2018.06.14 00:07:04
'일하다 손목 잘린 제자'를 본 교사, 교육감 된다

13일 치러진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 당선 확정 명단은 주로 익숙한 얼굴이다. 현직 교육감이 출마해서 당선이 확정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수파인 '새 얼굴' 가운데 노옥희 울산시 교육감 후보가 눈에 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진보 교육감이 약진했던 지난 2014년 지방 선거에서도 울산에선 보수 후보가 당선됐었다. 그러나 이번에 진보로 교체됐다. 13일 자정 현재, 노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졌다. 출구조사에서 36.7% 지지를 받아 1위를 기록했던 노 후보는 개표가 25% 이상 진행된 지금까지 출구조사 결과와 거의 같은 지지율을 유지한다. '당선 확실'로 분류된다.  


노 후보는 전국 진보 교육감 후보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다. 이번 선거 전까지 역대 전국 교육감 가운데서 여성은 한 명뿐이었다. 높은 여교사 비율에 비춰보면, 교육감의 남성 쏠림은 심각하다.

노 후보는 다른 면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1980~90년대 울산 지역 노동운동을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다. 고(故) 권용목 현대엔진 초대 노동조합 위원장과 함께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선두에 있었다.  


이후 진보정치에 뛰어들어, 2006년 민주노동당 울산시장 후보, 2008년 진보신당 울산 동구 국회의원 후보, 2010년 진보신당 울산시장 후보 등으로 출마했다.

노 후보는 부산대학교 수학과를 나와 1979년 울산 현대공고 수학 교사가 됐다. 그때만 해도, '노동운동가 노옥희'는 먼 이야기였다. 교사에게 사택을 제공한다는 광고를 보고, 현대그룹 재단인 현대공고에 지원했다.

하지만 곧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 금형 공장 사출기에 눌려 손목을 자르게 된 제자를 본 뒤였다. 노동 문제에 눈을 뜨고, 학교 재단인 현대그룹과 맞서게 됐다. 그리고 YMCA 교사 모임에 참가했다. 1986년 교육 민주화 선언에 동참했고, 해직됐다. 


그 뒤론, 전업 노동운동가가 됐다. 당시 그의 동지가 고(故) 권용목 현대엔진 초대 노동조합 위원장이다. 현대그룹에 맞서 함께 싸웠다. 권용목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상징적 인물이다. 권용목은 훗날 뉴라이트로 전향했고, 노 후보는 계속 진보 진영에 남았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 후보는 해직 교사 신분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활동에 전념했다. 전교조 안에선 다양한 논쟁이 있었는데, 노 후보는 '노동자로서의 교사'를 강조하는 쪽이었다.


1999년에 교사로 복직했다. 그리고 2002년에 전교조 출신으로는 최초의 울산시 교육위원(현 교육의원)이 됐다. 제도 정치 공간으로 중심을 옮긴 뒤에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후보로 여러 차례 출마했다. 국회의원, 시장 등에 도전했던 그는 13일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후보로 출마했다. 긴 우회로를 거쳐 다시 교육에 돌아온 셈. 그리고 당선이 확정됐다. 


공장에서 손목이 잘린 제자를 보고 세상에 눈 떴던 그가 내세운 공약은 '성 평등 교육', '학교 자치 확대', '투명하고 청렴한 교육행정' 등이다. 아울러 학생 및 아동 치과 주치의 도입, 깨끗하고 편안한 학교 화장실 만들기 등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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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석 기자 mendrami@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교육과 복지, 재벌 문제를 주로 취재했습니다. 복지국가에 관심이 많습니다. <삼성을 생각한다>를 내려고 김용철 변호사의 원고를 정리했습니다. 과학자, 아니면 역사가가 되고 싶었는데, 기자가 됐습니다. 과학자와 역사가의 자세로 기사를 쓰고 싶은데, 갈 길이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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